<모텔> 스크리닝 뒤 마이클 강 감독(가운데)과 출연진, 제작진이 관객의 열땐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시아계 감독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제28회 아시안 아메리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계 감독의 작품이 큰 관심을 모았다. 비영리단체 아시안시네비전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는 마이클 강 감독의 <모텔>과 그레이스 리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 손희숙 감독의 다큐멘터리 <해피 패밀리> 등 장편 외에도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김성숙 감독의 <세라진> 등 10여편의 단편 작품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중 올 영화제에서 관객이 뽑은 신인감독상(Emerging Director Award)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그레이스 리 감독의 <그레이스…>는 감독 자신의 것이기도 하지만 아시안 여성 사이에 흔한 ‘그레이스 리’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여성의 모습을 방방곡곡 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감독의 유머러스한 내레이션과 때로는 감동적인 여러 ‘그레이스 리’의 삶을 조화롭게 선보여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오는 12월 맨해튼 필름포럼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장편 <모텔>은 홀어머니 밑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13살 중국계 소년의 이야기. 올 선댄스영화제에서 프리미어를 가진 이 작품은 2001년 아시안 아메리칸 국제영화제에서 개최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승한 뒤 ‘선댄스 필름메이커스 랩’의 지원으로 수정작업을 거치고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된 것. 영화제 상영을 마친 뒤 제작진과 출연진을 대동해 무대에 오른 마이클 강 감독은 “4년 전 이 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우승을 했는데, 이제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서 다시 같은 자리에 서게 됐다”며 “그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작품화가 가능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왜 한국계 이민가정이 아닌 중국계 가정을 소재로 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강 감독은 “한국계만이 아니라 범아시안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7월15일부터 31일까지 계속된 영화제에는 미국은 물론 한국, 프랑스, 홍콩,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말레이시아, 페루, 대만 등에서 출품한 140여개의 필름과 비디오 작품들이 소개됐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장만옥에게 ‘시네비저너리 어워드’가 수여됐고, 그녀가 출연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클린>, 진가신 감독의 <첨밀밀>, 관금붕 감독의 <완령옥>, 두기봉 감독의 <동방삼협> 등을 상영하는 미니 회고전이 함께 개최됐다.
올 행사는 최근 미국 내 케이블방송을 시작한 <AZN>이 후원을 했다. 현재 시험 방송을 하고 있는 <AZN>은 뉴욕지역 방송을 타진하고 있는 <이매진 아시안 TV>와 더불어 아시아와 아시안 아메리칸 영화를 소개하는 창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안 아메리칸 국제영화제를 통해 북미에 첫 소개된 영화인들로는 아카데미상 수상자 리안 감독을 비롯 장이모, 미라 네어, 이스마일 머천트 등이 있다.
한편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한국 또는 한국계 감독들의 단편 중에는 노경태 감독의 <부자>(Father and Son), 황동혁 감독의 <미러클 마일>, 은 오 감독의 <써니데이>, 케빈 최 감독의 <문 플리즈>(The Moon Please), 호주 수잔 김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국어>(Mother Tongue), 200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박세종 감독의 애니메이션 <버스데이 보이>, 박율수와 베티 박 감독의 <헤어울프>, 김응수 감독의 <익명의 암살자>(Anonymous Assassin) 등이 소개됐다.
비디오 쇼케이스로 마련된 뮤직비디오 쇼에서는 가수 수지 서와 마이크 박의 뮤직비디오와 그룹 린킨파크의 멤버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이기도 한 조셉 한의 <브레이킹 더 해빗>도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