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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7] - 2000년

디지털, 인터넷영화 전성시대

<빤스 벗고 덤벼라>의 박광수 감독

한국영화에 디지털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사용이 적극적으로 도입된 한해였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디지털 삼인삼색’ 프로젝트에 각각 충무로와 실험영화를 대표하는 박광수, 김윤태 감독이 중국영화 감독 장위안과 함께 참여했다. 영화제용 디지털영화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박철수 감독은 <봉자>로, 임상수 감독은 <눈물>로 디지털 영화제작의 상업적 일반화를 시도했다.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디지털 제작 시스템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또 다른 저예산 프로젝트의 예였다. 한편, (주)씨네포엠이 주최한 인터넷 단편영화 상영 프로젝트에는 세명의 젊은 감독이 참여했다. 8월7일 <커밍아웃>(김지운), 9월20일 <극단적 하루>(장진), 12월12일 <다찌마와 Lee>(류승완)로 이어졌고, <다찌마와 Lee>의 경우 조회 수 18만번에 이르렀다.

2000년의 영화

2000년 최고 이슈_<공동경비구역 JSA>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통틀어 2000년 가장 큰 이슈는 <공동경비구역 JSA>다. 9월9일 전국 120개 스크린으로 개봉하여 보름 만에 서울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신선한 소재,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유연한 사회 분위기, 멀티플렉스의 등장, 유용한 마케팅 전략 등이 또한 성공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작가주의, 장기흥행 이루다_<박하사탕>

<씨네21> 선정 결과, 2000년 올해의 영화 1위.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역순으로 쫓아올라간 독특한 미학적 성과가 높이 평가받았다. 12월31일 개봉하여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을 집결시켰고, 서울관객 30만명을 넘으며 장기흥행의 이변을 낳기도 했다. 이창동 감독은 <박하사탕>으로 작가 감독의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TREND

한국영화 4편 칸영화제 입성

제53회 칸영화제에 한국영화 네편이 초청됐다. 임권택 감독의 <츈향뎐>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을 비롯하여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 정지우 감독의 <해피엔드>가 비평가 주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감독주간에 초청되어 한국영화의 숨은 저력을 발휘했다.

CJ vs 시네마서비스, 배급사 2강 체제

1998년부터 부분투자 형식으로 한국영화 제작·투자에 참여한 CJ가 시네마서비스와 5개 직배사를 능가하는 강세를 보였다. CJ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외국영화 <글래디에이터> <아메리칸 뷰티> 등으로 시네마서비스를 넘어서는 흥행 실적을 올렸다.

멀티플렉스 개관 러시

5월13일 개관한 메가박스를 비롯하여 MMC, 센트럴6, 스타식스 정동 등 이 해 새로 건립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는 40개. 메가박스의 경우 개관 석달 만에 관객 100만명을 끌어모으는 세를 과시했다. 멀티플렉스의 몸집 불리기에 영향을 받아 서울극장, 피카디리 등 일부 서울 대형 단관극장들도 내부 공사에 착수했다.

한국영화 수출 호조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호조를 보였다. 12월11일 기준 한국영화 수출액은 698만3745달러. 전년도 303만5360달러에 비해 100% 이상 증가한 수치. 130만달러라는 가격으로 일본에 팔린 <쉬리>는 관객 1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일본은 이 해의 한국영화 해외수출액 79%를 차지하면서 최대 수입국이 됐다.

일본영화 3차 개방 발표

6월27일,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한 개방 직후 개방 속도가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와 재패니메이션의 개방이 잠자는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을 깨울 것이라는 긍정의 목소리가 같이 나왔다. 그러나 그 해에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무사 쥬베이> <인랑> 등은 당장 어느 쪽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2000년 흥행 5걸

(당해 개봉작, 서울 기준, 단위: 명)

1. <공동경비구역 JSA> 244만7133

2. <글래디에이터> 123만9955

3. <미션 임파서블2> 123만633

4. <반칙왕> 78만7423

5. <비천무> 71만7659

NUMBER

58 2000년 한국영화 제작편수 58편

151 2000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미달 극장 151개관

200 김기덕 감독이 만든 러닝타임 100분짜리 영화 <실제상황>의 총촬영시간은 200분

13 <춘향뎐>이 대종상 후보로 오른 부문 수는 13개

9 영화진흥위원회 출범 뒤 처음 시행된 극영화 제작지원사업 통과작 수는 9편(<선택> <수취인불명> <미소> <마리 이야기> 등)

CHARACTER

노란티 질끈 졸라매고_<플란다스의 개>의 배두나

이 해의 기억될 만한 캐릭터 중에는 <반칙왕>도 있었다. 하지만 노란 모자티를 졸라매고 강아지 순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사무소 처녀 현남으로 등장한 배두나의 만화 같은 캐릭터는 <플란다스의 개>의 열광적 소수자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아파트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다 아파트 문에 부딪혀 쓰러지거나, 공상으로 많은 걸 해결하려 드는 과잉적인 캐릭터는 배두나 자신의 자연스러움이 없었다면 빛이 바랬을 것이다. “순발력도 없고, 주문한다고 해서 곧바로 내놓진 못하지만 흐르는 대로 거스르지 않고 가는 편”이라는 그녀는 이후 어느 영화에서건 이 영화의 현남 역처럼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곧잘 등장하고 있다.

말, 말, 말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이 남의 영화도 잘 안 보고, 책도 안 읽고, 음악도 싫어하고, 고학력자도 아닌 주제에, 나이도 서른넷밖에 안 먹었으면서, 그렇게 수준 높은 예술적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거야? 평생 해온 내 노력은 도대체 뭐야?”(<씨네21> 연말 결산 올해의 배우에 선정된 송강호에게 박찬욱 감독이 술자리에서 했다는 말)

“어떻게 80년을 말할 수 있을까. 80년 5월에 휴교령이 떨어졌을 때 난 4학년이었다. 친구집에 가서 세명이 고스톱을 쳤다. 그중 한명은 나중에 혼자서 유인물 만들어 배포하다가 잡혀갔다. 우리가 고스톱 치고 있을 때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뒤에 알았다. 어떻게 우린 그랬으며 어떻게 광주에선 그랬을까. 몇 시간 거리를 사이에 두고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상처를 짊어진 사회에 이상이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그 잔인성을 직접 말하지 않고 이걸 거쳐가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박하사탕> 이후, 이창동)

“<감각의 제국> 같은 비디오를 친구와 함께 보다 친구가 안 보겠다면 괜찮다. 그 친구가 아이가 오니 방에 들어가서 보라고 하면 따를 수 있다. 또 방에 들어와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까지는 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보지 말라며 비디오테이프를 빼앗고 비디오 빌려준 친구를 고발한다면 참을 수 없지 않은가?”(<거짓말> 관련, 시민사회단체 합동토론회에서 조광희 변호사)

“태용은 운전을 잘하고 규동은 타자를 잘 친다.”(서로 일을 어떻게 가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태용, 민규동 감독이)

PEOPLE

생양아치의 발견_류승범

나이트클럽 DJ 출신의 20살 청년이 영화 한편을 기점으로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세인들의 무관심 속에 전국 4개관에서만 개봉했지만, 개봉 첫주 8천명을 기록하고, 곧 20개관으로 확대개봉하여 종영까지 8만명을 모으며 돌풍을 일으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중심에는 배우 류승범의 역할도 컸다. 배우로서 친형 류승완 감독의 그늘을 벗어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직 배우가 내 길인지 확신할 수 없다”던 이 청년의 차기작은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였다.

큰손의 시작_차승재

로커스와의 합병으로 우노필름 대표에서 싸이더스 부사장이 된 직후 그가 한 말은 “그래도 나는 영화 제작자일 뿐”이었다. 충무로 ‘맨파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는 당시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 상관없이 감독의 뛰어난 잠재력을 확인한 영화”라면서 <살인의 추억>의 대성공을 미리 예견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우노필름 시절 <유령>을 만들었던 경험으로 국제 프로젝트에 자신감을 갖고 <무사>와 <봄날은 간다>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예정대로 영화 <무사>의 중국 촬영을 8월에 진격시켰다. 그의 국제 프로젝트에 대한 자신감은 최근 <역도산>에까지 이어졌다.

월력

1월 <거짓말> 개봉 MMC 멀티플렉스 극장 개관 영진위 새 위원장 유길촌씨 위촉

2월 강제규필름, KTB 전략적 제휴 발표 박치기왕 김일 타계

3월 <숨결> 개봉 박지원 문화부 장관 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발언

4월 <춘향뎐> 칸영화제 경쟁부문 한국영화 최초 초청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4·13 총선

5월 영진위 새 부위원장에 이용관 임용 아시아 최대 규모 스크린,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개관

6월 일본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한 개방 <거짓말> 음란물 제작 무혐의 처분 최진실-조성민 결혼

7월 북한영화 <불가사리> 개봉 미군, 한강에 독극물 방류 이현세 <천국의 신화> 음란물 판정

8월

8개 영화사 공동 주최 공개 오디션에서 황정민이 1000 대 1 뚫고 낙점,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강수 역으로 장편영화 데뷔

9월 <친구> 제작 발표회 비전향 장기수 63명 북으로 송환 서태지 컴백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사퇴

10월 <화양연화> 개봉 홍석천 커밍아웃 의료계 폐업

11월 서울 시네마테크 개관

12월 CGV강변11, 메가박스 극장 관람료 7천원으로 인상 부시, 미 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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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씨네21> 사진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