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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3]
박혜명 2003-06-13

박광현 감독의 <웰컴 투 동막골>

인간애와 평화의 감동을

Director's Story

만약 영화가 한 감독의 총체적인 인격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묻지마 패밀리> 중 <내 나이키>를 연출했던 박광현 감독을 ‘나쁜 남자’로 보긴 힘들 것이다. 공부 못하는 모범생, 싸움 못하는 깡패, 개인택시 없는 택시기사, 나이키 없는 소년 등 어딘가 삐걱거리는 비영웅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결국 소박한 행복의 의미를 전해주었던 <내 나이키>는 재기보다는 진심이 느껴졌던 데뷔작이다. 그가 기획했던 ‘선영아 사랑해’ 광고나 그가 연출했던 맥도날드 CF(‘신하균 버스’ 편, ‘박해일 수위실’ 편) 의 예까지 든다면 이는 확신으로 변할는지 모른다. “어떤 수준의 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보다는 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이 ‘69년생 소년’의 방부처리된 순수는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4살 때부터 10살때까지 전라도 두메산골에서 할머니하고 둘이 살았던” 범상치 않은 개인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극 <웰컴 투 동막골>의 연습에 몇번 따라갔던 박광현 감독에게, 장진 감독은 “이걸 영화로 했으면 하는데 당신이 제일 잘해낼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세상에 전쟁이 일어난 것조차 모르는 산골마을, “처음엔 그런 마을이 있을까, 했는데 자료조사 중에 조선 중기 때 노장사상을 따라 산속으로 들어가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발견했고 그들의 후손이 조금은 다른 가옥형태, 의상,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근거를 찾아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때야 할까, 는 상상력의 영역이었다. 결국 “이념보다는 본능에 충실한, 새로운 사람에 대한 공포가 있지만 사실 이야기를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캐릭터가 속속들이 만들어졌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웰컴 투 동막골>은 오히려 전쟁과 등을 맞대고 누워 전혀 다른 세상을 응시하는 영화다. ”유명감독, 고제작비를 들이는 전쟁영화들 사이에서 초짜감독이 동일방식으로 경쟁하면 게임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비극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평화란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연합군 사령부에서 계속 보내는 조사단은 평화로운 이곳이 언젠가 초토화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며 영화의 긴장을 유지하게 만든다.

Behind Story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CF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답게 박 감독은 연극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이 낙원 같은 마을을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는 데 욕심이 만만치 않다. 옥수수를 주식으로 해 드넓은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는 마을 초입에는 허수아비 400개가 쭉 늘어서 있는데 이는 동막골 사람들의 무덤이다. 모두 마을 바깥쪽 방향으로 서 있는 이 허수아비들은 ‘죽으면 저 멀리 이야기여행을 떠난다’고 믿는 마을사람들의 긍정성인 내세관을 보여준다. 육식을 안 해 돼지들이 오로지 퇴비를 만들기 위해 키워지는 ‘똥돼지’ 화장실’ 역시 2층짜리 원두막처럼 생긴 친근한 공간이다. 빨래터는 물레방아를 모로 뉘어 만든 ‘천연드럼세탁기’ 덕에 노동의 공간이 아니라 수다꽃이 피는 꽃밭이다. 아이들은 넓게 펼쳐진 초원에서 옥수수잎으로 만든 풀썰매를 타면서 ‘딱지 따먹기’가 아니라 ‘돼지 따먹기’ 놀이를 하며 새끼돼지들과 뛰논다.

오는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박광현 감독의 꿈은 몇백만명의 흥행이 아니다. 바로 “영화를 보고 난 관객에게 행복한 기운이 일주일 동안 유지되는 것”이다. “<아멜리에> 같은 영화는 비현실적인 것 같지만 그 세계 안에서는 완벽한 이해를 가져온다. 결국 허황된 판타지가 아니라 완벽히 짜여진 또 다른 세계 속에서 통용될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제일 공을 들였다” 는 그는 특히 세트 같은 인공적인 느낌이 아니라 오랫동안 손에 익어 반질반질해진, 흔히 볼 수 있지만 생각을 조금 달리한 ‘아이디어 상품’들이 등장시킬 것이라고. 군인들은 기성 연기자로, ‘미친년’ 이연을 비롯해 동막골 사람들은 “지금껏 한번도 본 적 없는 배우들”로 공개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할 예정이다. 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제작사

필름있수다

출연 |

미정

개봉예정 |

미정

S t o r y

강원도 오지에 위치해 웬만해선 찾기 힘든 어느 산골마을. 한국전쟁 당시, 혼란스러운 세상과는 완전히 차단된 유토피아 같은 이곳에 인천상륙작전 중 살아남은 인민군 장교 동치성, 한강다리를 폭파해 800명이라는 민간인 학살을 한 죄책감으로 탈영한 국군 소위 현철, 기체결함으로 불시착한 연합군 정찰기 사진사였던 스미스등 3명의 인민군과 2명의 남한군 그리고 1명의 연합군이 모여든다. 저마다 상처를 품고 들어온 이들은 아이처럼 순수한 마을사람들과 자연을 여과기 삼아 스스로의 핸티캡들을 치료해 나간다.

김지훈 감독의 <목포는 항구다>

앗따 느그들, 서울형사 매운맛 못봤재?

Director's Story

“그런 영화 찍어놓고 이제 남을 웃긴다고. 그러는 네가 더 웃긴다.” 김지훈(32) 감독이 <목포는 항구다>라는 영화를 준비한다고 하자 독립영화진영의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긴 그의 단편영화 <온실>을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목포는 항구다>가 형사와 조폭이 나오는 코미디인 반면 <온실>은 홀로 사는 할아버지의 일상을 담은 진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온실>에서 감독의 코미디 감각을 느끼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고민을 많이 했다. 작가로는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그 방면에서 내가 그들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상업영화를 하자고 결심했고 그렇게 생각하고나니까 전에 별로 흥미를 갖지 않았던 영화들이 재미있게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찍은 단편 하나로 감독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그의 갈등이 터무니없는 일은 아니다. 처음 장편영화를 찍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고민에 빠져들 것이다.

그가 영화의 달콤한 맛에 취한 계기는 중학교 때 몰래 본 <깊고 푸른 밤>이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였지만 그의 시선을 자극한 것은 에로티시즘이 아니었다. 김지훈은 이 영화를 보고 영화감독이 되면 외국에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은 영문과에 들어갔으나 1학기만 다니고 이듬해 한양대 영화과에 들어갔다. 스필버그 영화를 좋아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던 당시 학교 분위기에 젖어 고다르와 타르코프스키에 심취했던 그는 3학년 때 찍은 단편영화 <온실>이 서울단편영화제에 진출하면서 일찍 주목을 받았다. “그때 절실했던 고민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영화다. 상업영화를 시작하면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됐지만. 균형감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98년 <여고괴담>, 99년 <질주>, 2000년 <비밀> 등 영화 3편의 연출부를 경험한 뒤 2년 전부터 <목포는 항구다>를 준비했다.

Behind Story

김지훈 감독은 대구에서 나서 자랐다. 대학 때문에 서울에 올라온 그는 지방 사람이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겪는 문화적 충격을 기억한다. 서울 형사가 목포에 내려가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는 이야기에 솔깃해질 만하다. <목포는 항구다>는 <무간도>나 <도니 브래스코>처럼 형사가 조직에 잠입하는 이야기다. “기획시대에서 서울 형사의 목포 출장기를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직접 목포에 가보니까 서울과 목포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대구 출신인 내가 목포 사람들 정서를 흡수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목포는 항구다>는 서울 형사와 조폭 보스의 이야기기도 하다. 조폭 보스를 잡으러갔던 형사가 보스에게 인간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 “두 인간의 성장을 표현하고 싶다. 서울 형사가 목포 정서에 동화되고 인간적으로 성숙하는 드라마가 될 것이다. 최근 흥행한 코미디물을 보면 웃기는 데만 애쓰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튼튼하다. <공공의 적>은 그중 최고다.”

이 영화는 서울 형사로 조재현, 목포의 조직보스로 차인표를 캐스팅했다. 조재현이 자신의 집에 감독의 작업실을 내줄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고 차인표는 전라도 방언을 마스터하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김지훈 감독은 “캐릭터, 시추에이션, 대사,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는 코미디”를 목표로 삼고 있다. 6월 말 첫 촬영을 시작해 9월까지 촬영을 마칠 계획이다.글 남동철 namdong@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제작사

기획시대

출연 |

조재현, 차인표

개봉예정 |

연말

S t o r y

영리하지만 완력이 부족한 형사 이수철은 목포의 폭력조직에 위장잠입하게 된다. 백성기가 우두머리인 조직에 들어가 마약거래의 결정적 증거를 잡아내라는 임무. 하지만 조직에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다. 성기가 감옥에 있을 때 함께 생활했던 보스의 이름을 팔아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뭇매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성기가 보물선 인양사업을 해보겠다며 인양사업 홍보를 위해 권투시합의 스폰서로 나서는 일이 벌어진다. 선수가 없어 권투시합이 취소될 상황이 생기고 이때 성기의 마음을 끌고자 시합에 나가겠다고 하는 수철, 그의 노력에 성기의 마음이 움직인다. 수철은 조금씩 조직의 중심에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성기의 인간미에 감화받는다.

이언희 감독의 <…ing>

소심녀와 쾌활남의 알콩달콩 에피소드

Director's Story

영상원 출신의 이언희 감독은 “영화사 입장에서 보면 이건 모험일 수도 있다”라는 말을 두어번 반복했다. 영화사에서 1년간 묵혔던 시나리오를 건네며 연출을 제안했을 때, 그는 3년 전 <행복한 장의사>의 연출부로 일했던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러므로 당연히 이 제안이 반가웠지만, “이제 감독에 데뷔할 때가 된 것 같다”는 결심으로 당장 이어지진 않았다. 영상원 동기인 정재은 감독의 데뷔작 <고양이를 부탁해>의 각색과 이건동 감독의 데뷔작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의 각색에 참여하면서 “이렇게 앉아서 글만 쓰고 있을 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목표로 삼은 영화감독을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아직 서른살을 2년이나 남긴 76년생의 ‘어린’ ‘여성’감독 지망생이었다. 어디 내놔도 ‘감독 데뷔 자격 미달 사유’가 될 것 같았던 이 조건들은 그러나 “가능한 한 젊고 여성 감독이 연출하길” 바라던 영화사의 요구와 ‘운좋게’ 맞아떨어졌고 지난해 5월15일부터 1년여 동안의 각색작업을 거쳐 오는 7월1일 첫 촬영을 앞두게 됐다.

초고는 <미술관 옆 동물원> <서프라이즈>의 시나리오 각색에 참여했던 김진씨가 썼다. 다른 사람이 쓴 시나리오로 데뷔할 거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그에게, 이 원고를 받아들었을 때 그 무게는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 “내 시나리오로 만들 시간과 기회가 있어서 그래도 다행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여전히 걱정을 내비칠 수밖에. 하지만 “영화도 결국 상품이고 한두푼 들여서 만드는 것도 아닌데, 돈은 벌어야죠”라고 조심스런 다짐을 새기는 그의 표정엔, 무엇보다도 ‘감독 데뷔’에 대한 젊은이의 설렘과 기대가 가득해 보였다.

Behind Story

<…ing>는 엄마 외의 다른 사람들에겐 마음을 닫고 지내온 한 소녀의 로맨스다. 로맨스에선 그닥 새로울 것 없는 이 시나리오가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은 캐릭터였다. 주인공 민아는 말수가 적고 안으로만 곱아드는 성격의 인물. 주눅들진 않았어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듯 숨길 수 없는 그늘을 가졌다.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캐릭터다. 이런 유형의 인물이 좋다”며, 감독은 민아에 대한 편애를 드러냈다. 그런 딸에게 “내가 친구가 돼줄게”라고 먼저 문턱을 낮춰온 이해심 많고 개방적인 엄마 미숙 역도 신선했다. 특히 이 두 캐릭터가 만들어낸 특이한 모녀관계, 그러니까 보통 이상으로 엄마에게 버릇없이 구는 딸과 그 딸보다도 더 유치한 언행을 주저하지 않는 엄마 사이의 관계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민아와 로맨스를 만드는 대학생 영재는 셋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지만, 어쩌다보니 빠진 사랑에 대해 순애보적이지도 그렇다고 식상한 바람기로 상대를 애태우지도 않는 그 흔한 방식이 오히려 매력이었다고 했다.

감독이 생각한 이 영화의 포인트는 캐릭터들의 매력을 살리는 것. 캐스팅이 당연히 중요했다. 가장 고민스러웠던 민아 역은 우연히 감독 눈에 띈 임수정의 스틸 사진으로 해결됐다. 그는 자신의 감을 확인하기 위해 <장화, 홍련>의 촬영장을 몇번이고 찾아가 임수정의 연기를 직접 보고 촬영장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했다. 엄마 미숙은 (캐릭터의 이름이 말해주듯) 시나리오 단계서부터 이미숙으로 결정돼 있었고, 재미있는 구석이 서로 닮았다면서 감독은 김래원을 영재로 선택했다.

<…ing>는 이 기본터 위에 세 사람의 관계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나간다. 여기엔 물론 멜로 장르의 슬픔이 있고 드라마 장르의 이야기 굴곡이 있지만 감독에게 이 영화는 “딱 멜로라고 할 수 없으며, 그보다는 ‘어떠어떠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한동안 그는 이 영화의 컨셉을 이렇게 말하고 다녔다. “햇빛이 너무 찬란해서 우울한 날이 있는데, 그런 우울함은 오히려 즐기게 된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글 박혜명 na_mee@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제작사

드림맥스

출연 |

이미숙, 임수정, 김래원

개봉예정 |

11월 경

S t o r y

공부에 별 관심없는 평범한 고등학생 민아는 아버지를 잃고 엄마와 단둘이 산다.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딱히 친구랄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없는 그에게, 개방적이고 포용력 있는 엄마는 유일한 친구. 민아는 남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도 못하면서 언젠가 다가올 운명적인 사랑만 꿈꾸며 지내고, 그런 그의 눈앞에 정신사납도록 즐겁고 유쾌한 대학생 영재가 떡하니 등장한다. 온갖 사소한 걸 핑계삼아 자신과 가까워지려고 드는 영재를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민아, 그러나 곧 그 부산스러운 ‘작업’ 페이스에 말려들기 시작하고 엄마 미숙은 혼자 지내던 딸이 드디어 연애를 하게 됐다며 적극 후원하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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