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감독의 기획이 아니라 마술피리로부터 프로포즈받았다. =<쓰리> 후반작업중이던 3월에 제의받았다. 오기민 PD는 워낙 기민하게 활동하는 분이라 자주 뵙긴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 PD가 제작한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양이를 부탁해>를 ..." />
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문제적 감독 4인의 차기작 맛보기 [3] - 김지운 ②
사진 이혜정김혜리 2002-07-12

김지운 감독 인터뷰

"의도된 유머는 없다"

-<장화, 홍련>은 감독의 기획이 아니라 마술피리로부터 프로포즈받았다.

=<쓰리> 후반작업중이던 3월에 제의받았다. 오기민 PD는 워낙 기민하게 활동하는 분이라 자주 뵙긴 했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오 PD가 제작한 <여고괴담> 시리즈와 <고양이를 부탁해>를 좋아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이상하게 오 PD의 영화를 생각하면 다른 수사보다 “빼어나다”라는 표현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혹시 내 작품도 ‘빼어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원래 다음 영화로 영화사 봄에서 호러 한편을 만들 계획이었고 오기민 PD와 오정완 대표의 결합도 좋은 구도인 것 같아 결국 <장화, 홍련>을 마술피리와 봄이 합작하는 형태로 연출하게 됐다. 중요사항은 오 PD와 상의하고 제작실무는 김영 프로듀서가 이끈다.

-애초에 <장화, 홍련>은 ‘고딕 호러’라는 컨셉을 동반한 기획이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가 되면서 변화가 있었다면.

=고딕 호러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오 PD가 그 용어를 선택하면서 상상한 이미지나 스타일은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영화에도 그런 속성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원전을 새롭게 재해석하고야 말겠다는 강박은 없고 텍스트를 변형해 플롯의 대단한 반전을 꾀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장화와 홍련은 15살, 19살 또는 17살과 21살 정도 터울의 자매가 될 것이다.

-계모는 30대 초중반으로 젊은 편이고 계모의 남동생 부부도 방문자로 등장한다. <메모리즈>에도 코미디는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장화, 홍련>도 마찬가지인가.

=의도된 유머는 전혀 없을 것이다. 다만 <메모리즈>가 건조한 영화라면 <장화, 홍련>은 습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타이틀 롤인 장화와 홍련 역의 젊은 연기자에게 원하는 자질이 있다면.

=장화는 기성 배우 가운데 찾고 있고, 홍련 역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후보자를 가리고 있다. <장화, 홍련>뿐 아니라 나는 언제나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그 인물로서 존재하는, 필(feel)이 좋은 배우를 선호해왔다. 훈련으로 만들 수 없는 적절한 존재감 같은 것을 원한다.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도라 버치와 스칼렛 요한슨처럼 그저 길을 걷고 커피를 마시고 툭툭 말을 뱉는 걸로 족한 연기 말이다.

-<조용한 가족>의 산장처럼, <반칙왕>의 체육관 골목에서 보듯 김지운 감독 영화의 공간은 분명 현대에 속하면서도 명확한 주소를 찾을 수 없는 현실의 ‘방외’로 느껴진다. 목조 적산가옥 정도로 묘사되는 <장화, 홍련>의 공간도 비슷할 듯한 예감이다.

=세상사에 관심이 없지도 않은데 내 영화는 늘 시의성이 결여돼 있다. 꿈이 현재 가장 곤혹스러운 문제를 내용으로 하면서도 늘 굴절되거나 왜곡된 상으로 현현하듯 영화 역시 하나의 창을 통해 보이는 코멘트여야 한다고 은연중에 믿나보다. 시간성이 너무 선명해지면 발언이 너무 직접적이 되어 불편해진다.

-미술에 들이는 예산과 공이 큰 영화가 될 텐데.

=세트를 세울 집터를 찾고 있다. 독특한 구조로 실내가 설계될 것이다. 미술팀에는 하나의 사물이 아름다움과 공포를 동시에 전할 수 있도록, 익숙한 것들이 섬뜩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음악은 <메모리즈>에 기타와 피아노로 이제까지와 다른 톤의 음악을 넣어준 이병우씨가 <장화, 홍련>에서도 함께 작업한다. 항아리나 톱 같은 관습적이지 않은 악기가 동원될 수도 있다. 영화 자체는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파고를 높이는 리듬을 갖게 될 전망이다.

시놉시스

사건이라곤 도무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권태로운 시골 파출소. 일상적인 업무일지를 메우는 경관 앞에 묘한 분위기의 젊은 여자가 나타나 머뭇거리다 행방불명된 동생을 찾겠다며 실종 신고서를 써낸다. 돌아서 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남긴 진한 잔상을 머릿속에서 몰아내지 못한 경관은 신원조회로 신분 확인에 실패하자 신고서에 적힌 주소를 찾아나선다. 일본식 별장풍의 외딴집에서 나온 주인 남자는 경관이 내민 사진과 “이런 여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크게 놀란다. 그리고 1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가 젊은 계모와 전처가 남긴 두딸 장화와 홍련 사이에 일어난 기이하고 음산한 증오의 가족사를 들려준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