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9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최고의 황금기로 평가받는 2003년,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를 제치고 ‘<씨네21> 올해의 한국영화’ 1위에 당당히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지구를 지켜라!>의 상상력은 개봉 이후 20여한국영화 베스트9위부터의 영화들C1531 특집-씨네21 30년, 베스트리스트.indd 58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2025년 11월 현재 아리 애스터와 CJ ENM 공동제작, 요르고스 란티모스 연출의 <부고니아>가 전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며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10위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이다. 이 영화는 <옥희의 영화>가 이룩한 반복의 미학이나 <북촌방향>이 발명한 시간축의 교차에 ‘반응’(Reaction)의 층위를 더하며 2010~20년대 홍상수 세계를 해석하는 규준으로 자리한다. 지금 홍상수 세계의 가장 큰 변수이자 상수인 배우 김민희와의 첫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새길 만한 작품이다. 한편 홍상수의 영화 중 유의미한 순위권에 오른 영화가 전부 2010년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16위, <북촌방향>이 19위에 올랐다.
10위권 바깥에 기록된 영화들 또한 지난 30년간 한국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마스터피스다. 단 1점차로 11위에 오른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장르 규범 안에서 한국영화의 시각적, 형식적 성취를 끌어올렸다. 0.5점차로 순위가 갈린 <복수는 나의 것>과 <밀양>은 각각 박찬욱과 이창동의 대표작으로 거명되는 데에 손색이 없다.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 송능한 감독의 <넘버 3>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위선을 성역 없이 풍자한 블랙코미디의 만신전이다. 이외에도 해석의 분분함을 현상으로 이끌어낸 나홍진 감독의 <곡성>, 청소년 서사의 새 지평을 연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등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20위권 안에서 거론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