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을 위협하는 OTT(Over The Top) 기업들의 스트리밍 서비스. 현재 그 최강자로 군림 중인 것이 넷플릭스다. 막대한 자본을 투여해 예능, 드라마, 영화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자체 콘텐츠들을 생산한 넷플릭스는 2018년 3분기 기준 가입자 약 1억 3700만 명을 돌파했다. 업계 2위인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의 추격도 이어지고 있지만 확실히 넷플릭스의 아성을 따라 집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런 넷플릭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강력한 대항마가 있으니,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다. 2017년 8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디즈니는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자사의 콘텐츠들을 점점 회수,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출시일은 나오지 않았지만 밥 아이거 회장은 “디즈니 플러스는 2019년 말 출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두 공룡 기업의 ‘빅뱅’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디즈니는 어떤 콘텐츠들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넷플리스와의 전쟁에서 탄환 역할을 할 디즈니 플러스의 영화, TV 시리즈들을 소개한다.
기존 콘텐츠들
우선 이미 관객들을 만났던 작품들부터 이야기해보자. 픽사, 마블 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1세기 폭스(이하 폭스) 등을 쟁쟁한 제작사들을 인수한 디즈니. 자연스레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여러 스튜디오가 제작했던 수많은 작품들의 시청이 가능해진다. 대표적으로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와 <스타워즈> 시리즈. 이외 모든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들도 디즈니 플러스의 품 안으로 들어간다. 그중 가장 최근 개봉한 MCU 영화 <캡틴 마블>은 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는 시청이 불가능, 오직 디즈니 플러스에서만 관람이 가능해진다. 지금껏 제작된 MCU 영화들, 혹은 다가올 MCU 영화들도 디즈니 플러스의 단독 콘텐츠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R 등급 콘텐츠들이다. 디즈니 플러스는 전 연령대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 R 등급은 디즈니가 최대 주주로 있는 또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가 담당하게 된다. 일례로 R 등급 슈퍼히어로 영화의 대명사가 된 <데드풀> 시리즈는 디즈니 플러스에는 속하지 않는다.
TV 시리즈
MCU(왼쪽부터) MCU 영화 속 로키(톰 히들스턴),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넘어가자. 현재 디즈니 플러스의 가장 큰 무기로 꼽히는 것은 MCU 캐릭터들을 활용한 TV 시리즈다. 이미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 <에이전트 오브 쉴드> 등의 마블 코믹스 원작 TV 시리즈는 넷플릭스, ABC 등에서 방영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MCU와는 별개로 진행됐던 것. 아마 MCU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TV 시리즈는 이전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파급력을 자랑할 것이다.
MCU의 로키, 스칼렛 위치를 주인공으로 한 각각의 TV 시리즈는 벌써 제작에 착수했다. 케빈 파이기가 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톰 히들스턴, 엘리자베스 올슨이 출연한다. 어떤 이야기를 그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9년 공개 예정으로 디즈니 플러스의 출시에 맞춰 시청자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디즈니 플러스는 MCU의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이 함께 주연을 맡는 TV 시리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왼쪽부터) MCU 영화 속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 팔콘(안소니 마키)
<스타워즈>디즈니 플러스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영화 <스타워즈>의 TV 시리즈도 준비 중이다. 현재 제작에 착수한 작품은 <스타워즈> 세계관 속 전투 민족 ‘만달로리안’의 이야기를 그리는 <만달로리안>이다. <아이언맨> 시리즈, <어벤져스> 등 여러 MCU 영화들에서 연출, 제작으로 활약한 존 파브로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며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배우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등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출한다. 주인공으로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나르코스> 등으로 유명한 페드로 파스칼이 활약한다.
<만달로리안> 외에는 이미 미국 Cartoon Network에서 시즌 6까지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 <스타워즈: 클론 전쟁>도 시즌 7이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며, 2016년 제작된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프리퀄 TV 시리즈도 기획 단계에 있다.
이외이외에도 여러 TV 시리즈가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된다. 대표적으로는 픽사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TV 시리즈. 2013년에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속편 <몬스터 대학교>가 개봉한 바 있다. TV 시리즈가 이처럼 시퀄 형태가 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하이틴 로맨스 하면 빠질 수 없는 <하이 스쿨 뮤지컬>과 스티븐 헤렉 감독의 <마이티 덕>(1992)도 TV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개구리 캐릭터 ‘머펫’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있다. 원작 없이 새롭게 만드는 작품으로는 12세 소녀가 우여곡절 끝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 <다이어리 오브 어 피메일 프레지던트>(Diary of a Female President) 등이 있다.
영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디즈니 플러스는 자사의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에도 뛰어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미녀와 야수> 등 지금껏 여러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화 영화가 등장했다. 또한 <덤보>, <라이온 킹> 등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들도 많다. 지금 소개하는 영화들은 디즈니 플러스 용으로 제작되는 것들이다.
그 첫 번째는 1955년 제작된 <레이디와 트램프> 실사화. 테사 톰슨이 레이디의 목소리를 연기, 저스틴 서룩스가 트램프 목소리를 맡았다. 연출은 <레고 닌자고 무비>의 찰리 빈 감독이다. 디즈니 플러스 출시와 함께 공개되며, 현재 촬영을 완료하고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다음 프로젝트는 여러 차례 실사화가 진행됐던 <피터팬>. 영국 소설이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팬>(1953)을 영화화하는 것이다. 1963년 제작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아더왕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레이디와 트램프> 외 두 작품은 아직 개발 단계다.
실사 영화 시퀄, 리메이크여러 회사들을 인수하기 전에도, 디즈니는 실사 영화들을 제작해왔다. 그중 우피 골드버그 주연의 <시스터 액트>(1992)는 신나는 음악, 웃음과 감동을 적절히 섞은 이야기 등으로 큰 흥행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2년 후 속편이 제작되기도 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23년이 지난 현시점, 그 속편인 <시스터 액트 3>를 기획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로 우피 골드버그가 다시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1998년 린제이 로한을 스타덤에 올려줬던 <페어런트 트랩>과 <애들이 줄었어요>(1989) 등도 리메이크를 준비한다. 디즈니의 자체적인 리메이크 외에도 그 유명한 ‘돈키호테’ 실사화 영화와 <신부의 아버지>(1950) 리메이크 영화 등도 제작한다. 모두 아직 기획 단계로 감독, 출연진은 정해지지 않았다.
곧 만날 수 있어요이외에도 디즈니 플러스가 준비 중인 영화들은 10편이 넘는다. 그중 <매직 캠프>는 모든 제작을 완료했으며, <노엘>은 촬영을 끝내고 후반 작업에 돌입했다. 각각 2018년 4월, 2019년 11월 극장 개봉 예정이었지만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매직 캠프>는 한 마술사가 어린 시절 참여했던 마술 캠프에 다시 방문한다는 이야기, <노엘>은 산타 클로스의 딸 노엘 클로스의 성장담이다. 두 영화 모두 디즈니 감성에 적합한 가족 영화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작품으로는 윌렘 대포 주연의 <토고>가 있다. 썰매개 ‘토고’의 이야기로 윌렘 대포는 썰매 운전사 레널드 역을 맡았다. 감독은 <포인트 브레이크>(2016)을 연출한 에릭슨 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