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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기담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배동미 사진 최성열 백종헌 2025-10-14

공포, 판타지

초자연적 현상과 환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공포, 판타지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전통적인 괴담의 정서부터 현대적 해석이 더해진 심리 공포, 미스터리, 다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적 결을 가진 작품들이 펼쳐진다. 단순한 공포를 넘어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감각, 설명되지 않는 불안, 말로 다할 수 없는 정서와 마주하게 된다. 때로는 시각적 상상력과 스타일로, 때로는 서늘한 분위기와 서사적 장치로 우리 내면의 그림자를 건드리며 관객을 낯선 감정의 영역으로 이끈다.

Q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체화> Chaehwa

홍승기 HONG Seung Gi | 2024 | Fiction | Color | 21min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수수께끼의 전학생 ‘다빈’이 초등학교에 전학 온다. 여름인데 일광욕을 즐기고, 밥은 물만 마시며, 몸에서는 꽃향기가 난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다빈이 산에서 내려온 이후, 세상의 모든 꽃들이 만개한다.

홍승기 감독

1. 유년 시절, 어머니와 함께 색칠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제가 흰 쌀밥을 하얗게 두지 않고 분홍색으로 색칠한 것을 보고는 “이 분홍색 쌀밥은 어디서 구할 수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신난 마음에 제 마음속 정원에서만 자라는 딸기 맛 쌀이라고 답했죠. 어머니는 제가 보는 세상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제 눈높이에 맞춰, 분홍색 쌀이 자라나는 제 마음속 정원을 함께 들여다봤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꽃들이 피어난 이 정원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관객들과 함께 꽃구경을 하고 싶었습니다.

2.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상식이 승리하는 서사들이 넘쳐나지만 우리의 삶은 엉망이고, 예측 불가능한 세계 그 자체이지 않나요. 서로 다른 장르 사이, 이미지 사이, 세계 사이에서 하나의 언어로 호명될 수 없는 존재들을 위한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엔터티> Entity

정휘빈 CHUNG Hui Bin | 2024 | Animation | Color | 17min(E)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이웃집 살인마와 눈이 마주친 주인공 김영이 살아남기 위해 사회의 금기를 건드린다.

정휘빈 감독

1.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후 프리랜서로 지내다가 6년 전부터 다시 단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작품 제작 과정 전반과 스토리텔링을 기초부터 다시 배운다는 생각에서 시작해 몇편의 작품을 거치며 뚜렷한 내러티브의 장르물이 제가 감독으로서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깨달음에 기반해 처음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봐줄 만한 장르적 구조를 갖춰 완성한 작품이 <엔터티>입니다. 독립애니메이션을 하는 입장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염두에 둔 장르물에 도전하는 것이 모험으로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 모험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저 스스로의 한계나 모순이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돕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2. <괴물>(감독 존 카펜터, 1982) <에이리언><사바하>등 오컬트, 호러, 미스터리에 기반한 장르물이라면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데에는 <모노노케 히메><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같은 작품의 영향이 컸고요. 결국은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처럼 강한 장르적 개성을 바탕으로 내러티브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갈비뼈> The Rib

임하연 LIM Ha Yeon | 2024 | Fiction | Color | 24min | 15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여러 애인들의 집을 전전하면서 사는 이봄의 갈비뼈에서 인간이 나온다. 갈비뼈는 이봄의 공간들을 부수기 시작하고, 이봄은 갈비뼈를 외면하지만 그럴수록 공허해지고 성욕과 식욕이 강해진다.

임하연 감독

1. 영화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서 계속 영화를 하고 있습니다.

2. 주인공을 끝까지 책임지는 영화, 희망이 있는 영화, 소소한 기적이 있는 영화, 오늘보다 더 좋은 내일이 올 거라는 믿음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고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해피 엔딩. 해피 엔딩이야말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일리아> Planet Spoilia

이세형 LEE Se Hyung | 2025 | Fiction, Animation | Color | 28min | 12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10/19(일) 18: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해답을 찾기 위해 500년간 우주를 떠돌던 김과 박은 이상한 행성 스포일리아에 불시착한다. 실사 인물과 클레이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화로, 감독의 자취방에서 2년3개월간 제작된 우주적 대작.

이세형 감독

1. 고등학교 1학년 때 선배들에게 무서운 장난을 당한 적 있습니다. 집합시켜 잔뜩 겁을 준 뒤, 마지막에는 “장난이야~” 하고 끝내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기합은 아니지만 기강 잡는 효과를 누리는 엄청난 전술에 ‘당해버렸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느낍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게 밝혀져도, 그동안 영화 속에서 느낀 감정들은 전부 진짜입니다. 그게 영화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그런 장난은 정중히 사양하지만 영화로 하는 장난은 환영입니다.

2. 닫힌 기승전결의 세계와 열린 부조리의 세계, 그 중간 지대를 찾아서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야자키 하야오, 우디 앨런, 테리 길리엄, 코언 형제 영화를 좋아합니다.

<미트> meat

정성락 JEONG Sung Rak | 2024 | Experimental | B&W | 10min(N)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강가의 나무 아래, 한 남자가 정체불명의 포대를 무자비하게 두들긴다. 검은 액체, 타오르는 불, 탐욕스러운 식사. 씻기지 않는 흔적과 함께 되살아나는 죄의 기억. 남자는 자신이 만든 지옥을 마주한다.

정성락 감독

1. 중학생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을 보고 나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호기심이 시작이었다. 당시 3D 맥스, 프리미어, 포토숍 등 컴퓨터프로그램을 가지고 놀던 때라 그런 허무맹랑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영생을 위해 친구들의 심장을 염력으로 꺼내 먹는다는, CG가 들어간 첫 호러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단편영화 <미트>는 광주에 있는 국립 5·18민주묘지를 방문하면서 인간의 폭력과 욕심에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시작되었다. 약육강식의 정도가 도를 넘어 균형이 깨진 지구, 권력자들의 횡포, 적당히를 모르는 인간의 자연 파괴와 탐식. 제발 균형을 가지고 살자는 메시지를 인간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2.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파이트 클럽>과 앤드루 니콜 감독의 <가타카>사이 어는 지점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미스터리한 공상을 통해 현실을 마주하는 영화. 예술과 기술의 접점에서 꽃을 피우는 영화는 장르적일 때 가장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핑크몽키> Pink Monkey

우종빈 WOO Jong Bin | 2024 | Animation | Color+B&W | 12min(KE)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 ‘핑크 몽키’. 온 세상이 핑크 몽키로 가득하다. 그리고 핑크 몽키를 만든 아티스트 세바스찬. 어느 날 세바스찬은 핑크 몽키에게 살해당하는 악몽을 꾸기 시작한다. 세바스찬은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핑크 몽키를 제거해야 한다. 창조와 파괴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세바스찬의 이야기.

우종빈 감독

1. 영화를 음식으로 비유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영화는 ‘과자’의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맛있다’, ‘달다’, ‘짜다’가 전부였죠. 모든 음식은 다 과자 같은 줄만 알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된장찌개’를 먹게 된 저는 단순히 ‘맛있다’라는 생각을 넘어 ‘어떻게 이런 맛을 냈을까?’, ‘어떤 재료를 사용한 거지?’, ‘이 된장찌개를 끓인 건 대체 누구야?’라는 호기심과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어떤 재료로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된 저는 된장찌개의 맛을 더 깊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모두 과자 같은 줄만 알았는데 된장찌개 같은 영화도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저도 된장찌개를 끓여보고 싶어졌습니다. 깊이 있고, 오래 기억되고, 다시 찾고 싶게 되는 그런 된장찌개를 말입니다. 물론 맛없는 된장찌개보다 과자가 나을 때도 있죠. 저는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여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 <소림축구>

<뿌리가 자란다> Roots are growing

김상구 KIM Sang Gu | 2025 | Fiction | Color | 19min | 12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공사가 잠시 중지된 구역을 감시하는 보안업체 직원 정훈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신입 직원 규민은 그곳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린다고 주장하고, 두 사람은 함께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김상구 감독

1. 또래들과 달리 한글을 떼지 못했던 어린 시절, 우연히 케이블 채널에서 빨간 자동차가 대형 트럭에 쫓기는 영화를 보았다. 완전히 매료되었고, 당장 한번 더 보고 싶었지만 영화의 제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그 영화를 찾기 위해 매일 영화 채널을 돌렸다. 찾는 데 실패하자, 영화의 장면들을 혼자 상상하고 맞춰보려고 노력했다. 10년 넘게 지나서야 인터넷에서 그 영화와 다시 만났다. 제목은 <대결>. 스필버그의 장편 데뷔작이었다. 영화는 여전히 재미있었지만 머릿속에서 맞춰진 영화와는 사뭇 달랐다. 미화된 기억과 실제 영화의 차이를 비교해 감상하면서 더욱 영화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찍은 건 나중의 일이지만 이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주었다.

2. 미국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농담 삼아 미국의 국기는 야구가 아니라 영화라고 주장하곤 했다. 넘치는 문화적 배경이 영화의 요소들과 충돌, 상호작용하는 걸 지켜보는 게 즐겁다. 한국을 배경으로도 이러한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확장기> Time To Dilate

김나영 KIM Na Young | 2024 | Fiction | Color | 21min | 15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두 연인, 명기와 도는 명기가 숨기고 있던 비밀 때문에 이별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면서, 비밀은 점점 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하는데.

김나영 감독

1. 어릴 때, 감정이 수도꼭지처럼 잠그고 싶을 때 잠글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울던 친구에게 “감정이 왜 안 잠겨? 난 수도꼭지랑 똑같은 거 같은데?”라고 말하며 상처를 준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된 건 제가 감정을 제대로 다룰 능력도, 망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능력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던 그 순간 저 자신에게 느낀 답답함을 잊지 못해서 결국 영화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2. 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성장 서사를 좋아하는데, 그런 주제를 공포 장르로 표현한 영화를 특히 좋아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주로 기억과 관계에 관한 것들이고 공포 장르가 이를 담기에 적합하다고 느껴 앞으로도 그 장르로 작업할 것 같습니다. <확장기>를 만든 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들, 미련과 후회의 마음이 남아 새로운 장편영화를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보디 호러 장르 속에서 모녀 관계를 다룬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는 제 속이 시원해지는 영화인데요, 매번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집니다.

<유니폼> Uniform

강다연 KANG Da Yeon | 2025 | Fiction | Color | 26min(E) | 12

10/17(금) 19:3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과학기술연구소 유니트의 청소노동자 가은. 괴담이 도는 D구역을 담당하던 동료 청소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퇴사한 뒤, 가은이 D구역을 새롭게 배정받게 된다.

강다연 감독

1. 갱지로 만화책을 만들던 초등학생 때의 나는 미야자키 하야오와 팀 버튼 영화들을 보면서 아름다운 세계를 만나는 기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들처럼 누군가를 초대할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다.

2. <렛미인><스토커><그녀><컨택트><경계선>. 외로운 인물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 발짝 내딛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겟 아웃><유전>처럼 엔터테이닝한 장르영화를 만들어가고 싶다.

<탈피각> Molted Shell

정길우 JEONG Gil Woo | 2024 | Fiction | Color+B&W | 16min World Premiere | 15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청계천이 복개될 때 도망쳐 나온 연준은 사실은 인간으로 변태한 가재다. 연준은 자신의 딸을 닮은 단골 손님 이주를 만나게 되고 가까워진다. 이주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주를 위해 자신의 영생을 포기할지 고민한다.

정길우 감독

1. 처음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고등학생 때, 몰래 학교에서 그래피티로 낙서를 하고 다니는 학생 이야기였다. 팬데믹 시기에 준비했던 작업들이 중단되고 앞으로의 계획들이 막막할 때 만났던 친구와 지금까지 무모하게 이어오는 작업이 있다. 독립 장편영화 작업인데, ‘우리도 한번 영화 찍어보는 거야’라며 두 사람이 무작정 시작했던 작업 덕분에 지금까지 영화할 힘을 얻었다. 영화를 함께 찍자고 제안해주고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오는 윤승비씨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 좋아하는 영화는 시기마다 달라지는 것 같다. 특히 영화를 만드는 시기에 많이 보게 되는 영화도 있고. <탈피각>을 작업하던 시기에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단편들을 많이 봤는데 <목령>이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아 있다. 나무가 된 남자가 나오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기억에 선명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은 장르이되 더 리얼한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 영화의 판타지성을 유지한 채 과연 현실을 얼마나 리얼하게 담아낼지가 요즘 최대 고민이다.

<폐쇄 회로 텔레비전(CCTV)> Closed-circuit Television(CCTV)

이재혁 LEE Jae Hyeok | 2024 | Animation | Color | 6min(N) | 12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코인 노래방 안, 나는 TV 화면 속 어떤 존재와 마주했다. 나는 화면 속 존재를 선망하다 상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 존재는 무엇일까?

이재혁 감독

1. 2022년 여름, 저는 정다희 감독님의 <의자 위의 남자>라는 작품을 비메오(vimeo)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저의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고민과 공명하였고,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이미지적인 연출과 전개 방식이 그 작품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시선은 자연스레 다른 작품들로 이어졌고, 각 작품들이 가지는 독창적인 스타일에 맞는 스토리나 전개방식, 그리고 애니메이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움직임을 다루는 연출들이 나만의 작품을 하도록 이끌었습니다.

2.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깊이 빠져들다 보면 언제나 비슷한 곳에 도달합니다. 제가 처음 빠져들었던 존재론적인 질문들이 있는 곳입니다. 좋아하는 작품과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언제나 그곳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곳은 굉장히 혼란스럽고 무질서합니다. 때로는 그런 혼란과 무질서가 제가 이해한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을 정리해보려 시도하는 것이 작품을 만드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그 혼란과 무질서를 그대로 작품에 담고 싶습니다.

<괴인의 정체> The Masked Monster

박세영 PARK Sye Young | 2024 | Fiction, Experimental | B&W 14min(K, E) | 12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배가 너무 고픈 누나는 쌀 몇톨과 동생을 바꾼다. 쌀로 배를 채우니 이성이 돌아오지만 이미 늦은 걸 어쩌겠는가?

박세영 감독

1,2. 지난 3년 동안 편집실에서 <지느러미>라는 장편영화의 후반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주일 찍고 몇주면 편집이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적은 예산과 제가 가진 그릇보다 더 큰 야심을 품고 시작해서 그런지 번아웃이 찾아온 이후에도 후반작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작업을 끝내지 못함에 대한 답답함과 초조함이 계속 쌓여만 가서 <괴인의 정체>라는 영화를 구상하게 됐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과정에 대한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각본 없이 카메라를 들고 숲속에 들어가서 순서대로 촬영하고 당일에 집에 돌아와서 편집하고 하루 안에 음악을 녹음하고 색보정도 하루 안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긴 작업 과정에 대한 해소를 휴가나 쉼을 통해 얻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의 즉흥적이고 휘발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그리고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어디서부터고 언제 끝나는 건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듯이 영화를 찍는 방식 또한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소용돌이> Vortex

장재우 JANG Jae Woo | 2024 | Fiction | Color | 19min | 15

1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바다 일을 하러 떠난 아빠를 대신해 병에 걸린 엄마를 돌보는 윤석. 엄마와 아빠에 대한 최악의 상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괴로워하던 중 바닷가에서 돌을 끄는 소녀를 보게 되고,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장재우 감독

이상현 촬영감독, 김현아 미술감독(왼쪽부터).

1. 여러 영상 분야 중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좋은 장면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장면이란 회화적인 요소를 잘 활용하여 시각적인 인상을 남길 뿐 아니라 그 안에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좋은 장면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숏과 숏의 연결이나 충돌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그 안에서 감정을 만들어내며, 카메라가 비추는 한 인물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는 것은 영화만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소용돌이> 촬영감독 이상현)

2. 현실의 억압을 깨고 자기 세계를 확장하는 순간을 담은 영화를 좋아합니다. <8과 1/2>에서 귀로 안셀미가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고 결국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모습, <버팔로 66>에서 빌리 브라운이 빨간 부츠를 벗는 섬세한 과정처럼 낯설고 실험적인 이미지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장면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소용돌이>에서는 윤석의 곰팡이집과 수인의 소용돌이집처럼 인물의 내면을 공간으로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감각적 몰입을 경험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유와 해방의 진동이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소용돌이> 미술감독 김현아)

<엔진의 심폐소생> Reviving The Engine

정혜인 JUNG Hye In | 2025 | Fiction | Color | 25min | 12 1

0/18(토) 15:1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2:0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중고차 상사 사무직 직원인 28살 진희. 어느 날 진희 주변의 것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시작하고, 심지어 진희의 몸이 녹슬기 시작한다. 진희는 세상이 미친 건지, 자신이 미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혜인 감독

1. 내 머릿속 이야기들이 밖으로 표출되지 못해 극도로 우울해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 순간 영화를 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2. 기이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폭력적인 세상 속에서, 끊임없는 시련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나가는 사람들에 관한 영화. 끝없이 질주하는 영화, 에너지가 폭발하는 영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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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미쟝센단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