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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고양이를 부탁해 – 제21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배동미 사진 최성열 백종헌 2025-10-14

사회적 관점을 다룬 드라마

지금 이 시대의 삶과 현실을 감각적으로 포착한 단편영화들을 조명하는 섹션이다. 젠더, 노동, 환경, 주거, 복지, 차별과 혐오, 연결과 단절 등 현재를 관통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시대의 질문을 영화적 언어로 풀어낸다. 단편영화만의 자유로운 실험성과 표현을 통해 지금, 여기의 삶을 다층적으로 성찰하며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Q. 1. 영화를 연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Q. 2. 좋아하는 영화 혹은 만들고자 하는 영화는 어떤 결입니까.

<살처분> Forced Silence

서예인 SEO Ye In | 2025 | Fiction | Color | 23min | 15

10/17(금) 14: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엄마에게서 어떻게든 독립하고자 돈이 필요한 주희는 서울에 혼자 살며 여러 일들을 전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일당을 받고 가게 된 일터가 조류들을 살처분하는 현장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예인 감독

1. 살처분 현장 관련 기사를 읽다가, 군홧발로 닭을 짓밟아 죽여 매장했다는 문장을 접했습니다. 순간, 언젠가 망월동 묘역에서 보았던 벽화가 떠올랐습니다.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구덩이에 던지는 장면이 그려진 그림이었지요. 평소에는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았던 두 사건이, 이상하게도 한 맥락 속에서 서로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는 서로 다른 시대의 폭력을 관조적으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맺는 폭력의 상관관계를 이야기하며 ‘언제까지 5·18이고 세월호야’라는 한탄 섞인 목소리에 저만의 방식으로 대답해보고 싶었습니다.

2. 좋아하는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입니다. 가족과 사회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영화 스타일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 영향으로 저도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 같지만 감독님의 방식-시선만큼은 참 독보적이라 따라해보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시선을 찾고 있는데, 요즘은 절망이란 주제에 크게 관심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절망과 살아냄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조금 긴 독백> A Long Goodbye

양희웅 YANG Hee Ung | 2025 | Fiction | Color | 24min World Premiere | 12

10/17(금) 14: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3년간 연기를 공부했던 규호는 꿈이었던 배우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그동안 자신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주었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소박하지만 마음을 담은 선물을 하나씩 전한다.

양희웅 감독

1. IMF를 겪은 세대였기에, 집안의 기대 속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훌륭한 직장을 얻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자랐습니다. 아마 그 시절 많은 이들이 저와 같은 길을 걸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스무살이 돼서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게 됐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지쳐 무작정 걷던 어느 날, 우연히 극장 앞에서 발길이 멈췄고 극장 직원에게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영화’ 표를 부탁해 한 영화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저는 두 시간 동안 웃음을 멈출 수 없었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에는 상쾌함을 넘어선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그날, 영화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렇게 저는 영화에 빠지게 됐습니다.

2. 죽어 있는 영화가 아닌 하나의 유기체로서, 생명력을 가진 살아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영화의 결입니다. 흐르는 것을 막지 않고, 순간의 발견들을 영화 속에 담아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상호작용하는 영화. 이번 <조금 긴 독백>은 그 여정을 시작하는 첫걸음이었습니다.

<떠나는 사람은 꽃을 산다> Those who leave buy flowers

남소현 NAM So Hyeon | 2025 | Fiction | Color | 29min(KE, KN) | 12

10/17(금) 14: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8(토)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베를린에 사는 은하는 7년간의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을 준비 중이다. 23kg의 짐을 싸며 은하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갈지 선택한다.

남소현 감독

1.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저에게는 왠지 그럴 자격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젊었고 엄마, 아빠는 어렸고 비밀은 내게 닿지 않을 만큼 멀어서, 여느 때처럼 파란 없는 삶을 살던 저는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영화를 만들게 된 건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이상하게도 기어이 일어나버린 일입니다.

2. 다음에는 사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항상 심각한 얼굴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영화들은 꽤 진지한 편인데, 평소의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언젠가는 꼭! 웃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선행학습> A Seat at the Table

손솔 SON Sol | 2024 | Fiction | Color | 16min | World Premiere | 12

10/18(토) 13: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5:4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중학교 첫 수학여행을 위해 4명씩 조를 이뤄 적어내는 날, 유진은 같이 다니는 4명의 친구들이 자신을 빼고 적어낼까 두렵다. 그리고 그날 반에서 예은의 에어팟이 없어진다.

손솔 감독

1.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 오래 고민하던 중 우연히 영화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상영이 끝나고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매일 반복해서 보다 보니 영화과에 가고 싶었습니다. 가서는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욕심만 앞섰습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졸업도 무기한 유예했는데 이제야 첫 작품의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2. <로제타><올리브 키터리지><맨체스터 바이 더 씨> 같은 작품들을 좋아합니다. 분명히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은 순간들, 혹은 어렴풋하게만 느껴왔던 감정들을 영화 속에서 과장 없이 정면으로 마주할 때의 쾌감을 좋아합니다. 진짜인 순간들을 포착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들을 좋아하며, 저 역시 그런 영화를 꼭 만들고 싶습니다.

<잠들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 Passage

전예은 JEON Ye Eun | 2025 | Fiction | Color | 23min(E) World Premiere | 15

10/18(토) 13: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5:4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5년 전 옥상에서 모였지만 차마 뛰어내리지 못했던 주영과 지수.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과거 그날처럼 남은 하루를 함께 보낸다.

전예은 감독

1. 영화를 보다보면 가끔 스토리의 맥락과 관계없이, 문득 자기 내면의 처리할 수 없었던 비밀이나 미해결된 과거의 문제들이 뒤늦게 이해될 때가 있다. 작은 점 하나로 등장했던 어떤 영화의 요소 하나가 갑자기 눈앞의 커다란 창으로 열리며 나 자신과 깊이 링크되는 순간 운명적인 감각에 휩싸이기도 한다. 세계의 일부를 흡수한 것이지만 세계 그 자체는 아닌 것, 그래서 자유로운 영화라는 것이 커다란 존재감을 가지고 내가 실제로 살아온 체험과 만나는 지점이다. 그건 영화가 가져다주는 매우 독자적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만화, 소설, 시 모두 한번쯤 나를 눈물 짓게 했지만 특히 영화를 보는 시간을 통해 축적된 수많은 감정의 탐험들이 나에게 영화를 대체 불가한 무엇으로 자리 잡게 한 것 같다. 항상 나로 하여금 비슷한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다.

2. 그 어떤 영화들보다 살아 있고 간단하고 진실함으로 가득한 영화. 스스로 낙천가로 살면서도, 나에겐 영적인 위기에 대해서 언제든 말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런 욕구가 솔직하게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오른쪽 구석 위> Top Right Corner

이찬열 LEE Chan Yeol | 2025 | Fiction, Documentary | Color+B&W 28min(E) | All

10/18(토) 13: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5:40 CGV용산아이파크몰 6관 GV

바다 앞에 선 사람들.

이찬열 감독

1. 계기를 말한다는 건 언제나 소급적인 활동인 것 같아요. 시작할 때의 상상과 끝났을 때의 평가는 늘 다르니까요.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 변하고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이 영화를 하게 만들었다고 콕 집어 말할 만한 계기는 정직하게 시간이 흐른 뒤에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뜨뜻미지근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영화라는 것도 러닝타임을 오롯이 지나봐야 알게 되는 매체잖아요. 설령 먼 미래에 뇌에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시대가 온다 해도, 120분짜리 영화에는 여전히 120분을 지나야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가 어쩔 수 없이 미괄식이라는 게 저는 좋아요.

2. 언젠가 멋진 SF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BUM>

한태정 HAN Tae Jung | 2025 | Fiction | Color | 14min World Premiere | 12

10/17(금) 17: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2: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GV

In winter, Bum, the tiger in Korea, Heads south for warmth.

한태정 감독

1. <크라잉 게임>은 디자이너였던 제게 전환점이 된 영화입니다. 파격적인 정체가 드러나는 그 순간, 그리고 다시 무너지는 캐릭터. 찰나의 순간임에도 애처로운 애정으로 반전되는 감정의 흐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한 연출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그 경험은 영화를 하고 싶다는 제 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2. 홍상수 감독의 사실감 최고봉 <강원도의 힘>과 웨스 앤더슨 감독의 독창적 미술이 담긴 <로얄 테넌바움>을 좋아합니다. 현실의 진솔함과 기발한 상상력이라는 서로 다른 미학은 제게 강렬한 자극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는 예쁘지 않더라도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러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특히 시각적 요소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데 자신이 있습니다. 주관적 표현이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늘 고민합니다. 관객의 시선에 오래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릴리스> Lilies

박민해 PARK Min Hae | 2025 | Fiction | Color | 24min World Premiere | 12

10/17(금) 17: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2: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GV

아버지를 도와 근조 화환을 배달하는 세진과 남들 몰래 코스프레를 하는 릴리가 우연히 알게 된다. 두 사람은 남들의 눈을 피해 버려진 자전거 보관소를 아지트 삼아 방과 후 비밀스러운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박민해 감독

1. 보는 것’을 좋아해왔습니다. 무엇에든지 시선을 두고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즐깁니다. 그러나 보는 것은 나와 남을 갈라놓습니다. 그 구분은 곧 경계가 되고, 경계는 대상을 하나의 의미로 굳혀버립니다. 의미가 고정되어 흐르지 않는 세계에서 오히려 눈이 멀기란 쉽습니다. 진정으로 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눈물이 차오르면 눈앞이 뿌옇게 흐려집니다. 보는 것이 분명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흐려진 세계에서는 나와 당신의 구분이 잠시 희미해지고, 어쩌면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일 수 있다는 착각이 생깁니다. 영화는 그렇게 오래도록 볼 수 있게 합니다. 그런 점을 사랑합니다.

2. 한순간 삼촌에게 들었다가 잊히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영화란 건 없어. 그냥 그게 너의 트라우마를 건드렸을 뿐이야.” 인정하기 싫지만 하루에 한번씩 떠올리게 되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많은 것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지만 도통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엉망이 흐른다> A Messy Day

강은정 KANG Eun Jung | 2024 | Fiction | Color | 23min | 12

10/17(금) 17: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2: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GV

생일 파티에 초대된 지우는 활동 지원사가 갑자기 못 온다는 얘기를 듣고 우연히 만난 아자에게 도움을 청한다. 휠체어를 타는 지우는 이동하는 곳까지 지원이 필요한 상황. 둘은 과연 제시간에 파티에 도착할 수 있을까?

강은정 감독

1. 시각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고 처음 마음이 이끌렸던 매체는 미술쪽이었습니다. 미술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그쪽으로는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으로 도망다니곤 했는데 문득 꿈을 꾸면서 꿈과 가장 닮아 있는 예술이 영화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누구나 밤마다 극장을 가고, 자기만의 극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2. 영화를 본 사람들의 가슴이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눈물을 흘리거나, 웃거나 혹은 멍해지거나 어떤 감정이든 상관없이 신체적으로 통증이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인상 깊은 영화를 보고 나서 그렇게 느낍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한번도 제대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순간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꽃놀이 간다> Toe-Tapping Tunes

이정현 LEE Jung Hyun | 2025 | Fiction | Color | 27min(E) | 12

10/17(금) 17:0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10/19(일) 12:5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GV

지병이 있는 수미는 죽음을 앞둔 엄마의 병원비가 계속 밀리는 상황에서 병원의 ‘중간 정산’ 때문에 더 이상 입원할 수 없게 되자, 자신이 조금만 더 기도하면 엄마가 살아날 거라는 믿음을 확신하며 병원에서 난동을 피우고 강제 퇴원을 시켜 집으로 데려온다.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지만 다음주 시작되는 꽃놀이 관광에 엄마를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이정현 감독

1. 15살에 영화 <꽃잎>의 오디션에 붙은 후 영화 공부를 위해 하굣길에 항상 충무로와 종로극장에 들러 영화를 감상하는 게 저의 행복이었습니다. 학교 쉬는 시간마다 다이어리 앞에 자리한 반이 뜯겨나간 영화 티켓을 꺼내보며 다음에는 어떤 영화를 선택할지 너무나 두근거리고 설레하며 영화 볼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영화의 매력에 빠져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학부 때 영화과 연출전공을 선택하였고 이후 중앙대학교 영상대학원에 진학하여 첫 영화 <꽃놀이 간다>를 만들었습니다. 20대 때 한창 가수로 활동할 때 한 인터뷰를 보면 40대에 꼭 영화감독에 도전하고 싶다는 인터뷰들이 많이 있습니다. 어느덧 제가 40대가 되어 결혼과 출산을 하고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이 이전보다는 넓어진 것 같아, 용기내어 영화감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2. 평소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고 다큐멘터리도 좋아하며,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날것의 영화를 좋아하고, 차분하면서도 잔인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도 좋아합니다. 두 거장의 작품과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식사> Eat With

박선영 PARK Seon Yeong | 2024 | Animation | Color | 10min(E) | All 10/17(금)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1 0/19(일) 15: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독거노인의 집에 홀로 낙오된 어린 바퀴벌레. 고군분투하며 살아가지만 가장 힘든 것은 외로움이다. 그런 어느 날, 바퀴벌레는 노인이 가진 외로움이 자신과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된다. 존재조차 들켜서는 안되지만 바퀴벌레는 노인과 밥을 함께 먹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박선영 감독

1. 강렬하게 남았던 풍경들을 이미지로 기억하곤 했어요. 특별히 아름다웠던 순간들이라든지 슬펐던 모습들이라든지, 그런 것이 늘 하나의 그림으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이제 그 시간으로 돌아가진 못해도,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그때랑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 저는 굉장히 좋았어요.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셨는데, 이때부터 내가 기억했던 풍경들이 내 안에서만 존재해서, 내가 사라지면 어디에도 없던 것들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내 속에 있는 이 그림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작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 관객에게 한순간 지나가는 풍경처럼 남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깊게 곱씹으면서 이런저런 의미를 생각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그 이미지 자체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함께하고 떠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요. 그 순간만큼 우리가 같은 공간에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잠수금지> No Diving

장현빈 JANG Hyun Been | 2024 | Fiction | Color | 16min(E) | 12

10/17(금)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9(일) 15: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수한은 목욕탕 폐업을 앞두고 마지막 목욕을 한다.

장현빈 감독

1. 평일 오전, 출장지에서 짬을 내 목욕탕에 들렀다. 평소엔 퇴근 후나 주말에만 가던 터라 한낮의 목욕탕이 이렇게 생경할 줄은 몰랐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자욱한 증기 속에서 백발의 노인들이 죽은 듯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 안에선 어떤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었다. 영화의 꿈을 접고 회사 출장지에서 목욕탕에 들르는 걸 낙으로 삼던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다 문득 목욕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2. 좋은 영화를 보면 화면 너머로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다. 어릴 적, 아버지가 아침마다 씻고 나오실 때 풍기던 비누 향과 담배 냄새가 뒤섞인 욕실의 공기. <잠수금지>를 만들면서 그런 감각을 스크린 위로 불러오고 싶었다. 비록 영화가 허상이라 해도, 가끔은 그것이 진짜처럼 느껴지는 찰나를 믿는다. 관객이 마치 오감으로 체험한 것처럼 감각할 수 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당신이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 More than you can imagine

권지용 KWON Ji Yong | 2024 | Fiction | Color | 22min(KN, E) | 12

10/17(금)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9(일) 15: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한인 후손 4세인 기암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달 토끼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달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그는 한국항공우주국의 우주비행사 선발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한다. 가족들은 그의 한국행을 걱정하고, 기암은 가족들과의 작별을 준비한다.

권지용 감독

1. <당신이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힘든 꿈을 위해 버티고 나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어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 공부를 위해 쿠바로 떠난 저와 쿠바에서 우주여행을 꿈꾸는 기암 같은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쿠바국제영화학교(EICTV)의 첫 한국인 학생으로 쿠바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정체성을 지켜온 한인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에 담고 싶었습니다.

2. 관객이 자신의 기억과 연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당신이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를 상영 후 한 쿠바 관객이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올랐다”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에게 옛날이야기를 듣던 제 추억이, 한국 할머니의 달 토끼 이야기가 쿠바 할머니를 떠올릴 수 있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저는 SF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합니다. SF나 판타지 배경에 가족, 사랑, 학업 같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비유하자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세계관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야기를 넣은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엄마수업> motherhood

곽재민 KWAK Jae Min | 2024 | Fiction | Color | 24min World Premiere | 15

10/17(금) 13: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10/19(일) 15:3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정희는 엄마가 되고 싶다.

곽재민 감독

1. 좋은 이야기가 나를 구원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 어린 시절, 쉬는 시간에 아이들을 모아두고 교실에서 썰을 푸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아마 변사가 아직 있었다면 진로가 달라졌을지도… 농담이다. 영화는 이야기가 담기는 가장 아름다운 틀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작가로 4년째 일하고 있지만 왜인지 아직도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도 부끄럽고, 영화를 합니다, 라는 말도 부끄럽다. 그래도 왜 하냐고 묻는다면… 강백호처럼 답하고 싶다. 영화, 좋아합니다! 이번엔 진짜라고요.

2. 취향만 놓고 보자면 플롯이 주인공인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은 또 만들어질 수만 있다면 다 훌륭한 영화로 느껴져서 고민이다. 다만 영화가 그저 그런 이야기에서 좋은 이야기로 발돋움하는 순간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그런 순간은 영화를 툭 하고 꺾어버린다. 그러면 나는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리고. 어떤 장르든 어떤 이야기든 상관없다. 그런 한끗 차이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어느새 부는 바람> The Consolation of the Wind

박지윤 PARK Ji Yoon | 2024 | Fiction | Color | 15min | 12

10/18(토) 17:4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작가 지망생 정효는 저렴한 월세방을 찾다가 어느 방을 보게 된다.

박지윤 감독

1. 처음으로 영화를 ‘봐야겠다’가 아니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 계기는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였습니다. 인간의 심연과 삶의 아이러니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강렬함에 충격을 받았고, 영화라는 언어가 가진 표현 방식에 매료되어 ‘영화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뒤흔들 수 있구나’를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후 단편영화를 만들어보면서 여러 난관에 부딪혔지만 이상하게도 행복했고 그때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 만들어야겠다’라고 결심했던 것 같습니다.

2. 단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쉽게 닿지 않는 곳을 비추어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과 순간의 한 조각을 꺼내어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창동 감독님의 <박하사탕><밀양>과 봉준호 감독님의 <마더>를 좋아합니다. 인간을 깊이 바라보기에 잔인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물이 처한 어떤 상황 속에서 단 하나의 감정보다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며, 그 안에서 나름의 선택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느끼는 삶의 결이고, 만들고 싶은 영화의 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혹> Burden

유희련 YOU Hee Ryun | 2025 | Fiction | Color | 18min(E) World Premiere | 15

10/18(토) 17:4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20대 청년 성준은 허름한 단칸집에서 90살이 된 고령의 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한때 불같고 거침없던 성격 그대로, 할머니는 지금도 여전히 거뜬한 몸과 강한 기세를 지니고 있다. 어느 날, 사소한 돈 문제로 시작된 두 사람의 말다툼이 점점 격해지고, 성준은 눌러왔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울분을 터뜨린다.

유희련 감독

1. 2020년, 저는 현대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타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던 중에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며 한 외곽 마을에 고립되었습니다. 외출이 금지된 상황에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작업 방식을 고민하다가 비디오아트라는 명목하에 플랫메이트를 인터뷰하고 기록하는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이 경험은 ‘영화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저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이듬해 귀국 직후 합격 소식을 받았으나, 이미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 있었기에 현대미술과 영화라는 두 갈림길에서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제 각본으로 실제 배우들과 영화를 먼저 찍어보자 다짐했고, 첫 단편을 연출한 이후 비로소 영화 연출에 진지하게 매진하고자 하는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2. 저는 장르에 상관없이 무드가 어두운 영화를 지향하며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판타지를 좋아합니다. 최근 작품은 드라마를 시도했지만, 본래는 시공간의 이동이나 미지의 영역, 타임루프 같은 소재에 더 끌리는 편입니다.

<버섯이 피어날 때> when mushroom blooms

이종서 LEE Jong Seo | 2024 | Fiction | Color | 22min | 12

10/18(토) 17:4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9살 현서는 항상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던 옆집 할아버지가 사라지고, 낯선 아저씨가 아파트 정원에 무언가를 파묻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된다. 아무도 그 일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아파트 정원에서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종서 감독

1. 솔직히 고백하겠다. 이 영화는 온전히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공간을 영화로 담아내고자 하는 열망은 내가 영화를 만들고 싶어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렇다. 내 생에 가장 섬세하며 민감했던 시절을 그때의 공간에서 담아내고 싶었다. 혹은 잊힌 줄 알았던 무언가를 떠올려내 오늘 여기로 불러내고 싶었다. 그게 나에겐 영화를 만들고 싶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기억을 현재로 데려오는 것, 잊지 않았음을 표명하는 것, 그럼으로써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내보는 것.

2.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영화들에 언제나 마음을 빼앗긴다. 스크린을 통해 잠시라도 다른 생을 살아내게 하는 영화들. 아주 개인적인(그래서 보편적인) 삶을 아름답게 관조하거나, 고통스럽게 후벼파거나, 엉망진창으로 헤집어놓거나 하는 그런 영화들. 나란 사람의 작디작은 세계는 그런 영화들을 통해 아주 조금씩 넓혀진다는 생각도 이따금 하게 된다. 나도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고, 만들고 싶다.

<안경> The Glasses

심규원 SHIM Gyu Won | 2024 | Fiction | Color | 24min(E) | 12

10/18(토) 17:40 CGV용산아이파크몰 5관 GV

10/19(일) 11:00 CGV용산아이파크몰 7관

초등학생 하늘이의 엄마는 방과 후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어 매일 저녁 근처 중학생들이 하늘이네 집에서 공부를 한다. 어느 날, 하늘이는 새로 맞춘 안경을 집에서 잃어버린다. 없어진 안경을 찾던 중에 하늘이는 담배를 피우는 예준과 건우를 발견하고 그들을 의심하게 된다.

심규원 감독

1,2. 중학생 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틀어주셨어요. 당연히 반 친구들 모두 전혀 스펙터클하지 않고 지루한 내용에 실망하며 엎드려 잤지만, 저 혼자 그 영화에 빠져들어 끝까지 봤던 기억이 나요. 전혀 다른 상황과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영화 속에서 제 자신과 제 삶을 만나고 위로받았던 것 같아요. 그때 처음으로 영화를 ‘영화적’으로 접하게 된 것 같아요. 이후 몇년이 흘러 20대 초반,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자꾸만 말이 입 안으로 삼켜지면서 점점 나의 언어를 잃어가고, 내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무엇을 말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어요. 그때 그냥 영화제작 수업을 듣게 됐어요. 처음엔 정말 그냥이었는데, 지루한 시나리오를 쓰고 구린 영상을 만들다보니 내 안에서 뭉친 실타래의 시작점이 손에 잡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렇게 두번의 계기로 영화와 많이 가까워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영화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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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미쟝센단편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