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은 없다...
유부남이자 교수를 꿈꾸는 상권과 여대생인 지숙은 과거 연인사이였다. 두 인물은 각각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 상권은 후배와 함께, 지숙은 친구들과 함께 일상을 떠났다가 돌아온다. 공교롭게도 지숙은 설악산에서 만난 경찰관과 관계를 맺게 되고, 상권은 후배와 술집에서 시간을 보낸 뒤 한 여자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익명의 신고를 한다. 상권이 교수가 된 뒤 둘은 다시 만난다.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엇갈리는 두 사람. 엇갈리는 이야기 구조 속에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이다. 특히 일상을 가감없이 냉철하게 그리는 시각은 영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이 작품을 놓고 찬반양론으로 갈리는 시각이 많았으나 홍상수의 작품이 한국영화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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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영화로 홍상수 감독은 "홍상수적인"이라는 수식어를 통용어로 만들었다. 삶은 갇힌 일상의 순환이며, 일상은 누추한 욕망과 우연의 연장일 뿐이라는 냉소와 허무의 시선이 그의 영화를 다시 채웠다. 평단의 반응은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대한 만장일치의 극찬에 비교하면 다소 쌀쌀해졌다. 더 깊어지고 여유로워졌다는 논평도 있었지만, 데뷔작의 진술이 단순 반복되고 있다거나 오히려 힘이 떨어졌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단 두 작품만으로도 홍 감독이 일관된 스타일과 단단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라는 점은 분명해졌다. 관객은 이번에도 서울 5만 정도에 그쳤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해 호평받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 홍 감독은 세번째 작품도 미라신코리아와 일찌감치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철저한 반낭만주의자의 차기작은 역시 삶의 우연성에 관한 영화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