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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영화음악을 맡기로 한 계기는?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1년 전 영화음악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웃나라에서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게 기뻤고 베이징에서 김성수 감독을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해야겠다는생각이 들었다. 감독을 만나기 직전 시나리오를 받아봤는데 시나리오도 좋았다.기존에 했던 영화음악들과 달리 역사극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일본TV에서 역사드라마의 음악을 한 적은 있지만 영화로 시대극을 해본 적은 없다. 그 점이 흥미를 끌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무사>가좋았다. <무사>의 음악은 사실상 김성수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영화음악은 그냥 음악이 아니라 화면에 새겨넣은 음악이다. 감독이 무엇을원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나는 그가 원하는 걸 하는 것이다.아무리 김성수 감독의 영화지만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미가 있을 것 같다.난 사운드트랙은 감독의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셀린 디옹의 음반이나 서태지의 음반은 셀린 디옹과 서태
사기스 시로 영화음악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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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찍을 때 보니까 다들 고생이 심한 거 같더라. 12월 말에 촬영을 마쳤는데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이번에는 오히려 담담했다. 4번째 작품을 찍으면서 영화 촬영 마칠 때마다 나름대로 감격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그랬는데 <무사>는마지막 촬영을 하고나서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영화를 완성했다는 느낌이 아니라 촬영하는 순서만 끝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어렵고 위험한 촬영도 많았기 때문에 촬영 들어가서는 그저 무사히 끝나기만 바랐는데 어쨌든 무사히 끝내 다행이란 생각만 들었다.엄청난 분량을 찍어 와서 편집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30만자 필름을 텔레시네 떠서 아비드 편집기에 입력하는 데만 한달 가까이 걸렸다. 5주 동안 편집을 했는데 감독 입장에선 찍은 장면을 충분히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찍으면서 영화가 길어질 거란 예상을 해서 편집 때 잘 정리해보자 생각했는데 편집하면서 등장인물 가운데 한 사람도 버리기싫었다. 배우와 인물
김성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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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사>의사운드작업 현장, 시드니에 가다적도를 지날 때는 안내방송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비행기는 남반구에 있는 거대한 섬,호주의 남쪽 끝에 이르렀다. 시드니, 오래 전 지리 시간에 세계 3대 미항 가운데 하나라고 일러준 그곳은 4월의 햇살이 눈이 부셨다. 푸르고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 곧게 뻗은 길과 장난감처럼 예쁜 집들이 11시간 비행의 피로를 금방 씻어간다. 공항에 마중나온 <무사>제작부장 최정화씨가 제작진이 한달 전부터 이곳에서 작업중이라고 일러주자 ‘오, 이제 제작진이 지옥을 떠나 천국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4달 전 중국 씽청의 토성 촬영현장을 찾았을 때가 새삼 떠오른다. 히말라야 등반대처럼 눈, 코, 입만 내놓고 두터운 옷을 입은 채 펭귄처럼걷던 제작진들, 그들은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과 피곤함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새옹지마라고 했나?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를 견디며 밤새 영화를찍던 사람들이 지구 반대편
<무사> 후반작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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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실험적인 작품부터 웃음을 머금게 하는 따뜻한 우화까지 총 19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한국단편영화 프로그램은 작지만 알찬 영화들로관객의 배를 든든하게 채운다. 뉴스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을 도입한 <뉴스데스크>는김필호라는 탈옥수가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는 사건뉴스에서 시작하여 불곰을 닮은 개의 출현, 청소년의 편의점 습격사건, 오늘의 날씨까지 이어지는개개의 뉴스거리가 사실 서로 연결된 하나의 큰 이야기였음을 보여준다. 그 이야기를 쫓다보면 한 가족의 비극적인 종말을 목격하게 된다. 햇빛쏟아지는 종로거리, <오후>의 카메라는 한 여자를 따른다. 사진사인이 여자에게 다가서는 한 청년은 자신이 누군지 알아보겠냐고 묻는다. 여자는 그 청년이 5년 전 자신이 찍어 출품한 사진 ‘얼굴에 상처 있는아이’의 모델이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적으로 문을 열었던 소년과 그를 피사체로만 생각했던 사진사의 만남은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삼류 마술사와아빠를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의 이야기 <
전주영화제 - 한국단편영화와 한국영화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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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Deuxou Trois Choses Que Je Sais d'Elle장 뤽 고다르| 프랑스| 1966| 90분영화가 시작되면 고다르의 지극히 낮은 목소리는 브레히트를 인용하는 배우 마리나 블라디|그녀가 연기하는 캐릭터 줄리에트 장송을소개한다. 영화는 그녀와 함께 시작해 주로 그녀를 따라간다. 하지만 그녀 줄리에트가 이 영화가 지칭하는 유일한 ‘그녀’는 아니다. 은밀히 속삭이는듯 까다로운 사색의 편린들을 토해내는 고다르는 그녀의 발걸음 사이사이에다가 현대사회에 대한 다양한 소묘들을 끼워넣었다. 그렇게 해서 고다르는‘그녀’란 다름 아닌 변모해 가는 파리임을, 잔혹한 자본주의임을, 아둔한 소비주의임을, 결코 멀지만은 않은 베트남임을, 인식론적 패러다임으로서의구조주의 등등임을 알려준다. 그 모든 것에 대한 성찰의 영화인 <내가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은 정치에 본격적으로경도되기 전 시기의 고다르 영화들 가운데 가장 지적
전주영화제 - post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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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물러가고, 어둠이 지배하는 시간이 오면, 스멀스멀 기어온 영화들이 귓가에 속삭인다. ‘잠들지 마라….’ 심야영화의 매력은 바로이것. 남미풍 공포와 저항의 음유시인 밥 딜런, 그리고 프랑스 애니메이션까지 대륙과 장르를 초월한 영화들이 ‘황혼에서 새벽까지’ 전주의잠 못 드는 밤을 책임진다.첫 쨋 날 , 영 화 의 꼬 뮌 <꼬뮌>(La Commune 피터 왓킨스, 프랑스, 1999년,345분) 한편으로 꼬박 하룻밤이 채워진다. 1871년 마르크스주의의 세례를 받은 파리 코뮌은 어땠을까? 상상으로만 그려내던 당시 민중의상황이 스크린에 재현된다. 피터 왓킨스 감독은 역사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리고, 아마추어 배우들에게 그 시대 의상을 입혀 카메라 앞에 세워그들의 증언을 듣는다. 기아와 내전이 촉발시킨 민중 혁명이 세운 공산정부인 코뮌은 몇주 유지되지 못하고 진압 당했다. 정부는 강제로 코뮌을굴복시켰고, 수많은 민중이 처형됐다. 왓킨스는 인터뷰어의 입을 통해 당신 민중의 생활
전주영화제 - 미드나잇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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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지겹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다큐메이션은 일종의 ‘항생제’다. 다큐메이션은 말 그대로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의 만남. ‘오늘의 다큐멘터리’나 ‘비디오 액티비즘의 현장’에 곧바로 뛰어들기 두렵다면, 7편의 다큐메이션 작품들부터 먼저 챙겨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가장 먼저 눈길을 잡아채는 작품은 중국 출신의 애니메이터 왕쉬보가 만든 <천안문 광장의 태양>. <나무를 심는 사람>으로 잘 알려진 프레데릭 벡에게서 사사받은 그는 다큐와 애니메이션 기법을 단순히 뒤섞는 방식을 뛰어넘는다. 담담한 내레이션과 정적인 자료사진 등이 19살에 중국공산당원이었던 감독이 애니메이터로 변신하기까지의 개인사와 문화혁명부터 천안문사태까지 중국 현대사를 나란히 ‘제시’하는 것이라면, 상징적이고 비판적인 애니메이션 장면들은 이에 대한 일종의 ‘논평’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장면들이 생생한 인터뷰보다 더 강렬한 증언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다.북유럽
전주영화제 - 다큐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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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다큐멘터리가 없다.” 지난해 이맘때 전주를 찾았지만 비슷한 푸념을 던졌던 이들에게 올해 첫선을 보이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배로 반가울 터이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형식을 발굴하는 ‘오늘의 다큐멘터리’, <상계동 올림픽> 이후 한국의 독립다큐멘터리가일궈낸 성과들을 확인하는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15년’, 대안 미디어에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낸 ‘비디오 액티비즘의 최전선’, 애니메이션과다큐멘터리의 행복한 조우를 예감케 하는 ‘다큐메이션’ 등 총 4개 섹션에 펼쳐진 44편이 전주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시 련 다 음 은 희 망, 그 대 꺾 이 지 말 라이중 메인 섹션이라 할 ‘오늘의 다큐멘터리’를 여는 작품은 라 요한슨 감독의 <죽음과 희망의 계절>.90년대 말 세르비아계와 알바니아계의 대립으로 화염에 휩싸였던 코소보를 다룬 이 작품은 “우리 집을 그들이 어떻게 한 거죠”라는 한 알바니아계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학교가 불타버
전주영화제 -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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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와 오가와 신스케, 올 전주영화제가 특별히 ‘회고’하는 이 두명의 거장 감독들은 일견 서로 맞물리는 지점이라곤 전혀없는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이 둘은 패전의 악몽을 떨치며 놀랍게도 눈부신 ‘경제 기적’을 이룬 국가, 그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데가 있다. 게다가 이들은 영화를 자신들의 삶 속에 끌어들이려 고투했고 삶을 영화와 융화하려했다는 것도 꽤 닮았다. 비록 그러기 위해 두 사람이 이용한 방법론은 상이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번 전주영화제가 마련하는 ‘오마주’ 섹션은카메라가 어떻게 삶을 껴안으면서 역사와 관계하는지를 사고케 할 만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파 스 빈 더 - 뉴 저 먼 시 네 마 의 심 장먼저 파스빈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모두가 너무나 잘 알다시피 그는 뉴저먼시네마의 심장이었고 또 뉴저먼시네마 그 자체였다. 15년 활동기간 동안 40여편 이상의 영화를 토해냈다는, 아무나
전주영화제 -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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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거장을 회고하는 방식에는 오마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스트 감독 바버라 해머의 <헌정>은 오가와 신스케에 대한 비판적 조사의 결과다. 오가와 신스케가 이끌었던 오가와 프로덕션은 1970년대 일본 농촌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다큐멘터리를 만든 영화제작집단이다. <헌정>은 이 집단 내에 있던 전체주의적 요소, 남녀차별 실상, 그리고 종교적이라고까지 여겨지는 내부자들의 오가와 신스케에 대한 ‘헌신’을 풍부한 증언과 자료필름을 동원하여 꼼꼼히 밝혀낸다. 야마가타영화제 참석기간 중 오가와 프로덕션이 머물렀던 마을을 방문한 바버라 해머는 호기심에서 이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로자 폰 프라운하임의 <내겐 오직 파스빈더뿐>은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에 대한 흥미로운 기록이다. 이름 헤르만, 한나 시굴라, 잉그리드 카벤 등 파스빈더의 영화에 출연했던 여자배우들이 한명씩 나와 파스빈더에 대한 기억과 그들이 파스빈더와 가졌던 사적인 관계들에 대해 깊이있는 증
전주영화제 -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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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GIPS감독 아키히코 시오타| 일본| 2000년| 83분| 베타캠카츠코와 타마키, 스물두살 두 여자는 깁스 때문에 묘한 인연을 맺는다.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며 다리에 가짜 깁스를하고 다니는 타마키는 육교 위에서 만난 카츠코에게 아무런 설명없이 집 열쇠를 건넨다. 타마키의 열쇠는 카츠코의 일상의 빗장을 열고, 그녀는비로소 파트타임으로 컴퓨터 속기 일을 하는 받아쓰기 같은 삶으로부터 일탈한다. 아픈 척하는, 혹은 보이지 않는 병을 보이게 하는 장치로서의가짜 깁스. 보이지 않는 외로움이 드러날 때 맺어지는 아련한 사람 사이를 매우 간결한 드라마에 담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젠더너츠 Gendernauts감독 모니카 트로이트| 독일| 1999년| 87분| 35mm암컷이 수컷의 형질을 지닌 하이에나에 관한 언급이 인트로를 대신하는 이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아레아만의 트랜스젠더 예술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샌프란시스코에 있을 때만이 “내가 내 자신”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마치 새의
전주영화제 - N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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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괴물”. 일본 평단이 구로사와 기요시에게 붙인 이러한 별명은 그의 이력을 설명하기에 적절하다. 1983년 <간다천음란전쟁>이라는로망포르노물로 데뷔한 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전투적인 영화창작을 계속했다. 초기작인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는 명백하게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에 바치는 헌사였으며 이후 <지옥의 경비원> 등에선 할리우드 장르영화의 관습을 ‘해체’하고 소멸시키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리고 1990년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큐어>는 옴진리교 사건의 충격파에 일본영화계가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자 공포 스릴러물의 걸작이라고 평할 만하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언제나 비판적인 태도로 기존 장르에 접근하는 감독이자 중단없이 카메라를 돌리는 영화괴물이다. 이번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에선 모두 네편이 상영된다. <지옥의 경비원>(1992년, 97분)은 구로사와 영화
전주영화제 - 구로사와 기요시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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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예 Roji-E감독 아오야마 신지| 일본| 2000년| 64분1992년 소설가 나카가미 겐지의 죽음은 일본 열도를 추모열기로 메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죽음을 “일본문학에 있어가장 안타까운 일”이라고 애도했고,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은 “나카가미와 더불어 일본근대문학은 끝났다”고 탄식했다. <로지예>는 나카가미가죽은 지 7년 뒤, 잃어버린 장소를 찾는 한 영화감독의 여정 속에서 이 소설가가 기억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그린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조감독을지냈으며 <유레카>로 지난해 칸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된 아오야마 신지는 한 시간 남짓의 <로지예>에서 젊은 ‘거장’다운면모를 보인다. <로지예>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주인공인 영화감독의 내레이션에 실어 일본의 한적한 시골 풍경을 스케치한다. 우리는마치 그 감독의 시선인 듯 카메라를 따라가게 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사실 그것은 죽은 이의 시선, 즉 나카야마 겐지에 관한 ‘기억’을
전주영화제 - 아시아 인디영화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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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 한국| 2001년| 105분<세 친구>의 임순례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나이트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의 여정을 따라가는 음악영화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리드 싱어 성우, 드러머 강수, 오르간 주자 정석, 색소폰주자 현구 4명으로 구성된 밴드. 불경기로 유흥업소에도 불황이 닥치자 칠순 잔치 등 출장밴드로 전전하다가 성우의 고향 부근인 수안보에 일자리를얻는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별 볼일없는 모습으로 귀향한 성우의 마음은 편치 않다. 약사, 공무원,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고교 동창들을 만나보지만제각각 삶에 찌든 이들에게는 소통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나마 첫사랑 인희와의 재회가 미묘한 위안을 안겨준다. 멤버간의 불화, 건강 악화 등으로밴드마저 몇번씩 와해의 위기를 거치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음악도 계속된다. 미래에 대한 별 희망없이 밤을 지샌 ‘세 친구’
전주영화제 - 시네마스케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