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름 Sorum 2000년 한국 109분감독 윤종찬 출연 장진영, 김명민30년전의 비극적 사건을 품고 있는 504호에 어느날 30살의 택시기사 용현이 이사온다. 그의 눈에 비친 이웃들은 기괴한 느낌이다. 용현이 살던 504호에는 얼마전까지 아파트를 둘러싼 이야기를 쓰던 소설가 지망생 광태가 살았지만 의문의 화재로 사망했다. 늘 남편의 폭력에 멍투성이로 살아가는 여자 선영은 아슬아슬한 삶을 이어가고 죽은 애인인 광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는 매일밤 악몽에 시달린다. 용현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실체는 무엇일까? 실사조명을 통해 드러나는 아파트의 극단적인 음영은 기형적인 사회의 알레고리이며 이 쓰러질듯한 아파트를 옭아매고 있는건 운명의 ‘링’이다. 그리고 되풀이되는 고리는 결국 30년전의 복수로 이어진다. 단순한 공간을 넘어 유기체처럼 묘사되는 미금아파트는 살아있는 송장처럼 퀴퀴한 호흡을 내쉰다. <소름>은 윤종찬 감독의 중편 <메멘토>에 캐릭터와
소름 Sorum
-
누군가가 판타스틱 영화라는 게 도대체 뭐요? 하고 물으면 나도 속시원히 대답해줄 요량이 없다. 그래서 판타지, 혹은 판타스틱이라는 용어가 사전에는 어떻게 씌여져있나 궁금했다. 삐리때 - 다른 말로 학삐리 라고도 하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386세대의 양아적 은어 - 부터 가지고 다니며 이사할 때마다 이걸 버려? 말아? 고민하던 1926년에 출생하신 한 영어감수자가 펴낸 1982년판 영한 대사전을 들쳐보았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져있다. ‘판타지: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 환상’ 종작없는? 그렇다면 판타스틱 영화란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 환상을 다룬 영화’가 된다. ‘판타스틱 : 별나고 괴상한, 상상의, 근거없고 믿어지지 않는, 또는 뛰어난’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서부터 인터넷 영화 <커밍아웃>까지 줄줄이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소개된 나는 종작없는 상상 또는 공상과 환상을 다룬 영화감독이거나 별나고 괴상한 상상의 근거없고 믿어지지 않는 (또는 뛰어난) 내용
너희가 판타지를 아느냐?
-
장 피에르 주네는 이미지의 연금술사이다. 어둡게 가라앉은 도시 속에서 아름다움을 읽어내고 괴물처럼 흉측해진 육신에서 사랑을 발견해낸다. <델리카트슨>에서 <에일리언4>까지,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판타지의 향연으로 펼쳐냈던 그가 이번에는 보다 따뜻하고 행복해진 이야기를 들고 부천영화제를 찾아왔다. 영화 <아멜리에>는 장 피에르 주네가 털어놓는 자신의 기억과 사랑에 관한 영화이며, 현실 속에 숨어있는 판타지를 발견하는 영화이다.당신은 애니메이션부터 시작하였다. 그래서인지 당신의 작품에는 만화적인 비주얼과 감수성이 있고, 대단히 판타스틱하다.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하지만 나는 사물과 풍경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는 것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은 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가령 팀 버튼이나 테리 길리엄의 영화들처럼, 영화적 세계는 프레임 하나하나까지 상상력으로 변형하고 가공되는 것이 좋다. 가령 영화의 어느 프레임을 떼내어 벽에
아주 행복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
영화제 동안 해외 게스트들의 기행 아닌 기행이 수행통역들의 입을 통해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뉴스메이커를 자처한 너트슨 형제는 인터뷰에서 ‘옷을 벗어주면 안 되겠나’, ‘엽기적인 포즈를 취해달라’ 등의 사진촬영 요구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게스트들의 입맛도 화제. 부천을 찾은 일본인 게스트들은 대개가 한국음식 예찬론자들, 특히 <이누가미> 배우 하라다 유진과 심사위원장 후루하타 야스오가 비빔밥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마미 유키는 유진의 적극적인 권유에 못 이겨 호텔 음식점을 찾아 돌솥 비빔밥을 주문했다가 가격이 2만원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바가지를 썼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그밖에 마리오 도르민스키 판타스포르투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은 비빔냉면에,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의 여배우 다니엘 코맥은 한국 맥주 맛에, <시체유기 자장가>의 클라우스 크래머 감독은 불고기 맛에 반했다. 반면 <티어스 오브 블랙타이거&
놀라워라, 즐거워라, 행복해라
-
-
내년에 다시 만나요!제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9일 간의 항해를 마치고 오늘 막을 내린다. 개막일인 12일부터 19일까지 부천영화제 상영관을 찾은 관객은 유료관객과 ID 카드 소지자를 포함해 3만2천87명(야외상영 약 1만명은 별도 집계)으로 작년 총 관객수인 2만8천명을 이미 웃돌고 있다. 폐막일과 21일 심야상영 티켓은 19일 현재 1515석이 예매된 상태.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관객 입장에서 영화제란 프로그램이 50%, 운영이 50%인데,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 두 가지 측면에서 완벽하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 지 알게된 해였다”라고 조심스럽게 올해 영화제를 자평하며 “씨네락 나이트 등 부천의 성공적 전통을 살리면서 영화와 유리되지 않는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할 때”라고 덧붙였다. 제5회 부천영화제는 심야상영과 호금전 특별전을 필두로, 프로그램에 대한 관객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평가되며 스탭, 자원봉사자들의 활동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영사 사고도 영화제 3일째부터는 거의 보
내년에 다시 만나요!
-
영혼의 어루만짐에 오버랩된 내 유년의 아랫목시골에서 서울로 이사 온 우리 가족이 처음 세든 곳은 삼양동 산동네의 일본식으로 지은 오래된 가옥이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집 내부에 아주 깊은 화장실이 딸려있던 그 단독 주택은 귀신이 나올 것처럼 무서웠다. 해가 지면 겁에 질린 어머니마저 우리 자식들을 이끌고 산 중턱까지 내려와 직장을 알아보러 나가신 아버지를 기다리곤 했다. 당시 아버지는 그런 우리를 데리고 집에 올라와 마루에 있는 알전구를 밝히고 마당에서 등목을 하셨다. 그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편안히 잠이 들 수 있었다.그 무서움이 전혀 다른 쪽에서 내 살갗 밑을 울린 것은 <이웃집 토토로>를 처음 보았을 때였다. 농촌의 낡은 단독 주택으로 이사가는 세바퀴 도라쿠(트럭)가 시골길 가로수 그림자의 그늘 맛을 보이며 화면을 통과하자 나의 울림은 벌써 다른 색채로 물들어버렸다. 이사간 집이 오래되어 귀신 나올 정도로 겁은 나지만 곧 어린 주인공 자매에게 신나는 놀이와 새 삶의
이용배 감독이 본 `토토로`
-
△오는 8월 7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제7회 팜스프링스 국제단편영화제에 국내 단편 12편이 공식 초청됐다.
초청작은「After shaving」(강동헌), 「알 수 있다」(엄윤주),「비명」(백의정),「시험은 끝났다」(서호진),「가화만사성」(허인무) 등이다.
△영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 `노컷(www.nocut.co.kr)은 100만 회원 돌파 기념으로 오는 25-26일 오후 7시 30분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영화「소름」과「파이널환타지」의 시사회를 각각 개최한다.
25일에는「소름」의 주인공 장진영과 김명민의 팬사인회도 열린다.
△영화사㈜신씨네는 사단법인 코리아벤처포럼(회장 서명환)과 공동으로「엽기적인 그녀」(7월 27일 개봉)의 `벤처인과 함께하는 시사회'를 25일 오후 7시 압구정동씨네플러스에서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각 벤처기업 CEO 및 창업투자회사 임직원, 정부 관계자 등 약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영화 상영 뒤에는 리셉션도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국내 단편영화 12편, 팜스프링스영화제 초청
-
2001년 할리우드 상반기 성적표가 나왔다. 가장 큰 특징은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절반이 지나간 지금까지의 박스 오비스 성적이 예년 이맘 때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노동절 무렵 개봉한 <미이라2>를 첫 주자로 내세운 올 여름 영화 시즌은 다양한 작품들의 선전으로 안정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여름 시즌 전체 박스오피스는 33억달러에서 35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1월1일부터 현재까지 이미 41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었으니, 하반기를 포함한 올해 성적은 80억달러 고지를 넘어설 공산이 크다. 이만하면 기록적인 수치지만 풍년을 예감하긴 이르다. 극장 입장료 인상을 감안한다면,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큼 그 결실이 알차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더 타임스>는 벌써 절반의 여름을 보낸 할리우드의 성적표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상반기 결산의 포인트는 `두번 보는 관객이 없는 여름영화`. 이 기사에 따르면, 올 여름은 <그린치>나 <캐
2001년 할리우드 상반기 흥행성적 결산
-
"태국 사람들은 요즘도 영화에 나온 것처럼 사나요?” 18일 <티어스 오브 더 블랙 타이거> 상영 직후 진행된 출연배우와의 대화시간에선 낯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했다. 감독이 참석하지 못해 답변을 도맡은 여자 주연배우 스텔라 말루치는 “감독이 40년 전 태국영화 분위기를 살리려했다. 세계시장을 염두에 두기보다 전통적인 태국영화에 대한 향수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한때 1년에 9편밖에 제작되지 않던 태국영화가 지난해 17편 가량 됐다. 지난해와 올해, 활력을 되찾았다” 라는 말로 태국영화산업에 대한 궁금증에 답했다.모두 ‘상영관 매니저’ 덕분영화제가 후반에 접어든 요즘, 영화제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제도는 ‘상영관 매니저’. 네 곳의 상영관과 심야상영에 배치된 5명의 상영관 매니저는 한 마디로 ‘움직이는 상황실’이었다. 영사사고, 좌석 정리는 물론 상영관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해결
태국영화, 활기 넘쳐요
-
18일 5시 부천시청에서는 부천초이스(단편)로 선정된 다양한 소재와 메시지를 담은 9편의 작품을 묶어 상영한 후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관객들은 9편의 상영작 매 편이 끝날 때마다 박수로 화답했고 이은 관객과의 대화시간에는 클레이애니메이션 <낙하>의 아우렐 클림트에게 특히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쇼핑카트 무도회>의 하리 플뢰터 감독은 “쇼핑카트가 춤을 추는 것이 참 판타스틱하다”는 말에 “내가 원래 이상한 아디이어를 많이 가지고 있다”며 재치있는 미소를 지었다. 단편경쟁 부문은 오늘 아침 11시에 한번 더 영화상영과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질 예정.
짧은 만남, 긴 감동
-
깜짝 상영작이 <용문객잔>과 <충렬도>로 바뀌었다. 관객반응이 좋은 작품 가운데 영화제가 아니면 다시 보기 힘든 영화를 재상영하는 깜짝 상영은 오늘과 내일 이틀간 마련됐다. 20일 2시 깜짝 상영작은 <협녀>로 결정됐으나, 프린트 반송 일자가 임박해 <충렬도>로 교체됐다. <용문객잔>은 오늘 오전 11시, <충렬도>는 내일 오후 2시 상영이며, 장소는 모두 복사골 문화센터다.A Change in Surprise Filmsand were settled to be the surprise films. Films that the audience showed a liking for, and cannot be seen anywhere except at a film festival will be reshown at the surprise screening, scheduled to be held for 2 days(today and
깜짝상영작 <협녀>, <충렬도>로 교체
-
<인디펜던트> The Independent2000년·미국·감독 스티븐 케슬러·85분출연 제리 스틸러, 맥스 페리치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그늘에 가려진 미국 B급영화. <인디펜던트>는 독립영화계의 현실과 애환을 모티 파이먼이라는 허구적 인물을 통해 코믹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하는 모큐멘터리이다. 감독 스티븐 케슬러는 자신의 동료들과 미국 B급영화계의 대부 모티 파이먼의 작품세계를 조망하고 삶을 추적하는 헌정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파이먼은 1970년대 이후로 427편을 연출한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만과 에드우드가 반쯤 뒤썩인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은 블록버스터와 작가주의를 넘나들며 자신의 방식대로 패러디한 작품이 등장하거나 선정적인 방식으로 장르를 뒤섞는다. 가령 베르히만의 <제7의 봉인>을 군인들의 성병방지 홍보영화로 둔갑시키거나 똑같은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3가지 옷을 입혀가며 3가지 버전의 시대극을 만들어낸다. 전반적으로는 영
인디펜던트 The Independent
-
“왜 경쟁작에 초대되었다고 생각하시죠?” “음… 좋은영화이기 때문이죠.” 질문도 대답도 간단했다. 배우라면 모를까 감독으로 관객을 만나는 자리가 어색했는지 1974년 생의 어린 감독은 그다지 긴 대답을 늘어놓진 않았다. 엽기적인 제목이 넘쳐나는 부천영화제에서 보기드물게 ‘로맨틱’한 제목을 달고있는 <히어로즈 인 러브> 중 두번째 에피소드 ‘My beloved’의 감독인 풍덕륜은 <젠 엑스 캅> <천선지연> <십이야> 등에 출연했던 홍콩의 아이돌 스타.18일 오전 11시 상영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다른 감독들을 대신해 참석한 풍덕륜은 <젠 엑스 캅>에서 함께 출연했고 이번 영화를 공동연출한 사정봉과의 작업에 대해 “처음부터 우린 좋은 친구였고 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적 접근방식이나 일의 나눔에 대해 미리 충분히 상의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3개의 상자 속에 담긴 여자와 여자, 남자와 사물 그리고 여
남자의 총은 여자의 화장품 같은 것
-
햇살을 데려온 여인. 비구름이 거짓말처럼 걷힌 부천에 당도한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의 헤로인 다니엘 코맥은 열 시간의 여행에서 막 빠져나왔다고 믿기 힘든 싱싱한 눈빛으로 대화에 응했다. 연기 경력이 20년을 헤아리는 코맥은 부천을 찾지 못한 해리 싱클레어 감독 대신 <뉴질랜드 이불 도난사건>을 소개하는 사명에 퍽 진지했다. 코맥이 처음 싱클레어 감독을 만난 것은 1997년. 그의 영화 <토플리스 여자들, 인생을 논하다>에 출연했던 그녀는 덕분에 <뉴질랜드…>에서 촬영 직전에야 대사를 건네주는 감독의 작업 방식에 겁먹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말마다 “다음 주에는 무슨 변고를 당하려나”하는 두려움에 떤 건 사실이라고. 그래도 우유 속에서 헤엄치는 것 정도는 몸에 좋은 경험 아니냐고 묻자 “실은 물에 탄 분유라 며칠이나 악취에 시달렸다”고 웃는다.1999년 3회 부천영화제에 그녀의 출연작인 <베이비> <시암 선셋>이
우유에서 헤엄치기도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