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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보다 빛나는 신 스틸러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곡성>에서는 신 스틸러를 도저히 고를 수 없다. 기억에 남는 조연들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장면이 결정적이라서 그렇다. 매 장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뿜어내기 바쁜 이 배우들은 어디서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난 걸까. <곡성>의 미로를 돌파하기 위해 4인의 조연배우들을 만났다.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영화인 만큼 각 조연배우들의 사연과 숨겨진 명장면들도 범상치 않다. 어쩌면 미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도 모를, 각 장면의 주인공들이다. 한동안 이 씻기지 않을 존재감을 좀더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스페셜] 곡성이라는 미로를 완성한 특급 주민들 - 허진, 전배수, 김도윤, 백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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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가 만연한 시대 한가운데,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슬로건 아래 제1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린다. 6월2일(목)부터 8일(수)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에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선 여성의 시각으로 인생, 사랑, 역사, 사건을 조명한 27개국 118편의 초청작을 상영한다.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여성들의 참정권 운동을 담은 <서프러제트>다. 최근 여성감독들의 신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선 <후쿠시마 내 사랑>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등 인생에 대해 섬세한 필치로 접근한 드라마와 더불어 <체르노빌의 할머니들> <활동적 삶: 한나 아렌트의 정신> 등 역사의 이면과 시대정신을 담은 드라마를 상영한다. 매해 특정 국가의 영화를 소개해온 지역 특별전에선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 ‘프랑스 여성영화 120년, 1896-2016 : 알리스 기-블라쉐에서 뉴 제너레이션까지’를 마련했다.
[영화제] 제18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6월2일부터 8일까지 메가박스 신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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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와 에릭 렌셔(매그니토)의 과거로 돌아가,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신념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직 엑스맨 군단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였다.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이제 엑스맨의 탄생을 보여준다.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과거사를 정리하는 작품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에 대해 살펴봤다.
<엑스맨> 시리즈만큼 똑같은 주제를 고집스레 반복해온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놀림이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돌연변이들의 존재론적 고민, 특별한 소수자로서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해온 주제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공존을 희망하는 프로페서 X 진영과 인간에 대한 불신이
[스페셜] 프리퀄 3부작의 최종,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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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16일 영국영화협회(BFI)는 2015년 제59회 BFI 런던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던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스크린 스타스 오브 투모로’(이하 스크린 스타스)와의 파트너십을 3년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크린 스타스’는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BFI 런던영화제(10월5~16일 개최 예정)에서 13번째 라인업을 발표하게 됐다. ‘스크린 스타스’는 영화 잡지 <스크린>의 수석 영화비평가 피오누아라 할리건이 캐스팅 디렉터와 프로듀서들, 감독들, 그외 매니저와 배우 에이전시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의 도움을 얻어, 매해 떠오르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배우, 감독, 작가, 프로듀서 등을 선정해 발표하는 행사다. 2004년 첫 번째 ‘스크린 스타스’로 제임스 맥어보이와 베네딕트 컴버배치, 에밀리 블런트가 선정된 바 있다. 런던영화제의 총괄감독 클레어 스튜어트는 “올해 선정될 배우와 감독 등은 BFI 런던영화제가 열리는 첫 주말에 영국영화협회와 미국캐스팅
[런던] 영국영화협회, ‘스크린 스타스 오브 투모로’와 파트너십 3년간 유지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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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은 인간의 짐승성을 난폭하고 야만적으로 파헤친다는 점에서 김기덕이나 고 김기영 감독 못지않게 대담하다. 김기덕만큼 단순명료하지 않고 김기영과 달리 인간에 대한 심리적 접근을 꾀하지 않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제 겨우 세편의 장편영화를 만든 감독이지만 조로하는 한국영화계에서 대가 비슷한 대접을 받는 그는 데뷔작 <추격자>(2008)와 이번 영화 <곡성>에서 인간의 짐승성을 두르되 종교적인 외피를 서사에 두르는 작전을 썼다. 종교적 틀을 경유하지 않고 인간의 짐승성을 직선적으로 다뤘던 두 번째 영화 <황해>(2010)는 물론이고 <추격자>에 비해서도 <곡성>은 훨씬 덜 정직하고 너무 멀리 나갔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솔직한 것은 포스터뿐이었다. 미끼를 물되 현혹되지 말라고 권유한 <곡성> 포스터는 나홍진의 속내를 위악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관객이 미끼를 물고 현혹되기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동시에 관객이
[김영진의 영화비평] 나홍진이 <곡성>에 장치한 서사적 속임수는 어떻게 관객에게 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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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몽 루아>
2015 <소년 파르티잔>
2014 <미녀와 야수>
2011 <데인저러스 메소드>
2010 <블랙스완>
2008 <퍼블릭 에너미 넘버원>
2007 <오션스 13>
2007 <이스턴 프라미스>
2004 <오션스 트웰브>
2002 <돌이킬 수 없는>
2001 <늑대의 후예들>
2000 <크림슨 리버>
1999 <잔 다르크>
1997 <도베르만>
1996 <라 빠르망>
1995 <증오>
영화 <몽 루아>에서 끝내 남게 되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감정의 침전물과 함께 피부를 긁는 따가운 상처들이다. 말 그대로 영화는 감정의 폭풍을 그린다. 인물들이 겪는 10년의 변화에서 관객은 교차편집되는 급격한 시간의 편차를 느낄 수 있다. 아슬아슬한 불안감, 남자의 변화와 여자의 흔들림,
[액터/액트리스] 강렬한 에너지 - <몽 루아> 뱅상 카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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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명필름 심재명 대표입니다. <다이빙벨>이 상영됐던 2014년에 임권택 감독의 <화장> 제작자로 부산을 찾았던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한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 참여하여 “부산국제영화제도 명필름도 20주년이다. 영화제가 공들여 쌓아올린 20년의 역사를 잊지 않길 바란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9회까지 진행된 본 캠페인은 부산국제영화제와의 논의하에 심재명 대표의 글을 끝으로 마무리합니다. 김동호 명예집행위원장이 총회를 통해 초대 민간인 조직위원장 자리에 내정됐지만 여전히 ‘영화인 보이콧’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심재명 대표의 말처럼, 정관 개정과 표현의 자유 보장 등 앞으로의 상황을 더 면밀히 주시하려 합니다.
<다이빙벨>이 부산국
[부산국제영화제를지켜주세요] ‘표현의 자유’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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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프리드 히치콕의 감독 데뷔작은 <쾌락의 정원>(1925)이다. 영화의 주 배경은 런던이지만, 데뷔작부터 히치콕은 이국정서를 자극하는 지리적 호기심을 숨기지 않는다. 알다시피 낯선 곳에 대한 열망은 히치콕 영화의 중요한 서사적 동기다. 데뷔작에서 강조된 장소가 이탈리아 북부의 코모 호수(Lago di Como)다. 밀라노에서 북쪽으로 약 50km 떨어져 있다. 영화는 ‘쾌락의 정원’이라는 카바레에서 일하는 두 여성 댄서 각자의 사랑 이야기다. 둘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한 여성이 영악한 남자의 꾐에 빠져 신혼여행을 가는 곳이 바로 코모 호수다. 남성은 식민지 아프리카로의 전출을 앞두고 결혼을 서두르고, 여성은 그 계획을 사랑으로만 해석한다. 여성은 아름다운 꿈을 꾸듯 남자를 따라 호수로 향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히치콕은 데뷔 때부터 스릴러를 잘 만들었다는 점이다.
히치콕, 코모 호수에서 데뷔작을 찍다
<쾌락의 정원>의 ‘코모 시퀀스’는 호수 주변에 있는
[한창호의 트립 투 이탈리아] 히치콕의 스릴러에서 코먼의 호러까지 <쾌락의 정원> <007 카지노 로얄> <로코와 그의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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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살의 번역가 박완(고현정)은 엄마 난희(고두심)의 초등학교 동문들을 이모라고 부른다. 구두쇠 남편(신구)이 약속했던 세계일주를 기다리는 정아 이모(나문희). 자식들에게 ‘아빠보다 엄마가 먼저 가셨어야 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희자 이모(김혜자). 유부남과 연하남 스캔들에 휘말렸던 연예인 영원 이모(박원숙)는 화통하고 다감하며, 카페를 하는 충남 이모(윤여정)는 가난한 예술가와 어울리는 재미에 취해 있지만 그들에게 물주 취급 받는 것을 모른다.
노희경 작가의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는 누구 하나 쉬운 인생이 없다. 개성이 강한 60, 70대 여성들을 ‘이모’라는 호칭으로 묶어 서술한 것은 나이 든 이를 꼰대 같다며 귀찮아했던 완이 그들의 회고를 전하고 자신의 관점으로 그들의 인생에 주석을 붙이는 내레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이 주석이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불편할 때가 있다.
안개 자욱한 시골 도로에서 정아와 희자가
[유선주의 TVIEW] <디어 마이 프렌즈> 분명히 말해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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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레거시>(2012)의 제레미 러너는? 나쁘지 않았다. 앞서 더그 라이먼의 <본 아이덴티티>(2002)가 기초를 세우고 폴 그린그래스가 계승한 ‘맷 데이먼의 본’이 없었다면, 뭐 볼만했다.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을 연출한 폴 그린그래스가 시리즈를 박차고 나간 후 맷 데이먼도 그 뒤를 따른 뒷이야기는 유명하다. 토니 길로이의 <본 레거시>(2012)는 애초부터 시리즈 팬들에게는 성에 찰 리 없는 운명이었다. <제이슨 본>은 중간에 끼어든 <본 레거시>를 훌쩍 건너뛴, 시리즈 16년 역사의 계승이다. 주요 제작진 역시 앞선 시리즈를 함께했던 이들. 결과가 어떻든 일단 보게 하는 기획이다. <본 얼티메이텀>의 마지막, 사라졌던 본이 9년 만에 등장한다. ‘과거를 모두 기억’하지만, ‘넌 이제 더이상 예전의 네가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는 본은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걸
[Coming Soon] 제이슨 본으로 돌아온 맷 데이먼 <제이슨 본> Jason Bou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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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전편은 오랜 시간 속편을 준비해온 감독에게 어떤 의미일까? 앤드루 스탠턴 감독은 “부담인 동시에 축복”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였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도시 몬터레이에서 <도리를 찾아서>의 앤드루 스탠턴 감독을 만났다.
-<니모를 찾아서>는 대성공이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뭔가.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을 때 속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명시된 규칙이 있었다. 감독과 관계자가 속편을 만들고 싶을 때 만들겠다는 거였다. 상업적 요구로 진행된 속편은 <토이 스토리2>와 <토이 스토리3>가 전부였고, 그외에 픽사에서 만든 속편들은 이 규칙에 의해 진행됐다. 그리고 실패한 속편들에서 배운 교훈도 있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 때처럼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감독으로서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이 만들어질
[현지보고] 건망증은 도리의 힘 - 앤드루 스탠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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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열대어 도리가 돌아온다. 자신은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면서도, 친구들에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Just Keep Swimming) 말해주던, 한없이 명랑한 물고기 도리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 <도리를 찾아서>로 오는 7월7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로부터 13년 만이다. <니모를 찾아서>는 영화가 개봉한 2003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었다. 전편과 속편이 공식처럼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시대에 이토록 긴 시간이 지나 만들어지는 속편에 대한 궁금증을 4개의 키워드로 살펴봤다. <도리를 찾아서>와 같이 상영될 단편애니메이션 <파이퍼>도 소개한다.
도리의 과거
<도리를 찾아서>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매번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열대어 도리가 문득 자신의 과거를 일부 기억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내게도 엄마, 아빠가 있었고 내가 그들을 정말로 사랑했다는
[현지보고] 4개의 키워드로 살펴보는 <도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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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20분 전, 김명민이 나타났다. 왁싱된 청바지에 저지 소재의 티셔츠를 입은 차림이 경쾌하다. 바리톤에 또랑또랑한 목소리, 제법 속도감 있는 걸음까지. 어느새 스튜디오에는 김명민이 만든 공명이 인다. 역사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불멸의 이순신>(2004)의 이순신 장군, <하얀 거탑>(2007)의 천재 외과의사 장준혁, 외골수인 <베토벤 바이러스>(2008)의 마에스트로 강마에, 허당기가 몸에 밴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의 명탐정, 최근 <육룡이 나르샤>(2015)의 정도전까지. 김명민을 대표하는 확실한 윤곽의 캐릭터들을 순차대로 끄집어내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2016, 개봉 6월16일)에서 그는 또 얼마나 치열하게 인물을 파고들어 자기식의 캐릭터를 만들어냈을까 궁금해진다. 돌아온 김명민의 대답은 이러했다. “이번 작품은 내가 연기하는 최필재라는 인
[커버스타] 끝없는 도전 -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김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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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최초의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감독 전인환•제작 다큐멘터리 영화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제작위원회)가 개봉 비용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던 5월23일 펀딩을 시작해 7월22일 자정까지 총 1억원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화는 공동 기획자이자 작가인 김원명이 현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들을 두고 고민하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된다. 자신의 아버지의 동지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고인이 떠난 뒤 세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그는 어떤 존재로 남아 있는지를 묻고자 한다. 김원명은 고인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을 찾아 영남과 호남 두 도시를 오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저마다의 기억 속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며 회고하고 구술한다.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작업 중인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인디나우] 고 노무현 대통령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개봉 위한 크라우드 펀딩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