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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개봉한 레이프 파인스의 세 번째 연출작 <더 화이트 크로>가 개봉 첫주 영국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영화는 러시아 발레의 전설 루돌프 누레예프가 첫 유럽 투어를 하던 1960년대 초반, 파리로 망명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활력 넘치고 자신만만하며 보기에 무난한 영화”라며 작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내 총 87개 영화관에서 약 22만3천파운드의 수익을 올린 <더 화이트 크로>의 극장당 수익은 약 2500파운드로, 이는 이주 개봉한 작품 중 1, 2위에 오른 <캡틴 마블>과 <어스>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개봉 전 열린 시사회 등을 포함하면 <더 화이트 크로>가 개봉 첫 주말 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약 32만7천파운드까지 올라간다. 지난 2012년 파인스의 첫 연출작 <코리올라누스: 세기의 라이벌>과 2014년 연출한 <인비저블 우먼>이 각
[런던] 영국 박스오피스 관객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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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 출연 키아누 리브스, 로렌스 피시번 / 제작연도 1999년
1999년 <매트릭스>는 혁명적이었다.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비주얼과 <공각기동대>를 연상시키는 로비 총격전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다층적인 스토리 구조가 나를 사로잡았다. 볼만한 영화라고 하면 보통 둘로 나뉘는 것 같다. 보는 동안 즐겁긴 했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뭘 봤더라?’ 하게 되는 영화와 이게 뭐지 싶다가 어느 순간 끝 모를 깊이 속으로 나를 내던지게 만드는 영화. 그런데 <매트릭스>는 둘의 장점을 합친 영화였다. 표층은 명확한 선악 구조를 띤다. 인간을 생체 배터리로 써먹는 나쁜 인공지능(AI) 기계들과 놈들이 만들어놓은 매트릭스 속에서 반동분자를 처단하는 에이전트들. 그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고자 하는 사람들. 초등학교만 나와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대결 구도다. 그렇다고 식상하지도 않다. 특이점 너머의 AI는 인류의 재앙이 될 거라고
[내 인생의 영화] 김병인 대표의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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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니 핑크> <내 남자의 유통기한> 등을 연출한 독일의 도리스 되리 감독은 소설가로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에도 그림책과 소설이 여러 권 출간되었고,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는 도리스 되리의 대표작인 <파니 핑크>와 설정을 공유하는 단편소설 <오르페오>가 실린 연작 단편집이다. 총 18편이 실려 있다. 도리스 되리의 소설들은 대부분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많은 경우 이성애에 ‘시달린’(달리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여성 혹은 여성들이 벌이는 크고 작은 일들을 그린다. 소설 속 여자들은 남자의 사랑을 원하고 그것을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만큼 얻지 못한다. 그 좌절한 내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희망은 헛되고 불행은 구체적이다. 영화 <파니 핑크>로 발전된 <오르페오>의 제목은 오르페오라는 점술가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주인공 안토니아는 조니와 살고 있는데 조니가 월드컵에 빠져 지내자
씨네21 추천도서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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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얘기지만 내 경우에는 외국 역사에 대한 지식 상당수가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비롯했다. 다른 왕 이름은 기억도 못하면서 프랑스의 ‘피의 여왕’ 메리와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해서는 잊지 않는 것이 다 어릴 때 읽은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영향인데, 여왕의 이름 앞에 ‘피의’라는 수식이 붙게 된 연유를 짙은 먹물로 표현한 페이지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난다. 다소 복잡한, 글로 읽으면 암기의 영역에 들어가는 역사나 철학을 만화로 읽을 때에는 쉽게 읽히고 오래 기억된다는 장점이 있다. <철학의 이단자들>은 유럽 철학 연구 권위자(그중에서도 스피노자 전문가)인 스티븐 내들러가 글을 쓰고 그의 아들 벤 내들러가 그림을 그린 철학 만화책이다. 기독교 교리를 옹호하고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이론에 무비판적으로 헌신했던 1600년대 수많은 사상가 중에서도 인간의 자유의지를 연구하고 논쟁 벌이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상가들의 사유와 논리를 만화로 묶었다. 지
씨네21 추천도서 <철학의 이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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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누구냐는 질문에 “기형도”라고 답했다가 비웃음을 산 적이 있다. 나를 마치 중2병 소녀처럼 바라보던 그 사람은 “넌 아직 많은 시를 읽어보진 않은 모양”이라고 나를 비웃으며 “그 시인은 다소 과대평가되었지”라고 읊조렸다. 세상 다 아는 척 쓸쓸한 눈빛을 지어 보이던 그의 표정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난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이제 다시 나는 좋아하는 시인이 기형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의 시를 다시 꺼내 볼 때에는 웬일인지 서글프고 쓸쓸하고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은 기분이 들 때이다. 너무 유명해져서 이제 닳아버린 문장,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질투는 나의 힘>)를 읽다가 눈길을 위로 올리면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가 우두커니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유명해지고 흔해져서 나만의 것이 아닌 시라 하여도 어찌
씨네21 추천도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기형도 시전집), <어느 푸른 저녁>(젊은 시인 88 트리뷰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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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 가장 난감한 순간은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여행을 즐기는 기분으로 글을 읽은 후 ‘나도 여기 가고 싶어’서 정보를 찾았을 때 책에 감상만 있고 공간에 대한 정보가 없을 때다. 아니, 좋은 건 충분히 알겠는데요, 그러니까 거기 어떻게 찾아가야 하냐고요! 게다가 해당 장소에 대한 외향 묘사나 저자의 감상만 있고 그 공간에 대한 정보는 일절 없어서 다 읽었을 때 ‘저자의 좋았던 감정’ 말고는 얻는 게 없었던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교토의 밤 산책자-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이 기존 여행 에세이와 다르다는 걸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졌다. 그가 짧은 휴일에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신이 나서 설명할 때 얼마나 믿음직한 영업왕이 되는지를 아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 발견한 음악이나 책, 빛나는 무언가를 소개할 때 ‘다혜리’는 대단한 영업왕이다. 그가 옥장판이나 마늘즙
씨네21 추천도서 <교토의 밤 산책자-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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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탄두리>의 부제는 ‘특기는 물건값 깎기, 취미는 남편 닦달하기, 희망은 우리 아들 멀쩡해지기, 극성맞고 애달프고 요절복통 웃기는 나의 탄두리 엄마’다. 인도 태생으로 간호사로 일하다가 네덜란드로 이민 와서 아들 셋을 낳은 엄마, 모든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그녀는 이 단순한 한줄로 설명되지 않는다. 엄마가 부끄러워 내달리고 싶었던 기억을 가진 이가 어디 저자뿐이겠는가. 엄마는 왜 밖에만 나가면 목소리가 세배는 커지는 걸까,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왜 딸의 신상을 구구절절 설명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왜 자꾸 말을 거는지, 해외 여행지에서 처음 보는 한국인에게 다짜고짜 때수건을 빌릴 때에는 너무 창피해서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아 모르는 사람인 척했다. 물론 너무 닮아서 모른 척할 수도 없지만. 아, 물론 이건 우리 엄마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마 탄투리>에는 이처럼 생활력 강한 만국 공통의 어머니들에게서 발견되는 에피소드들이 잔뜩 등장하는데, 저자의 어머
씨네21 추천도서 <마마 탄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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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4월의 책장에는 계절보다 빠르게 봄이 와서 꽂혔다. 기형도 시인 30주기를 맞이해 출간된 시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와 젊은 시인들이 기형도를 기리며 쓴 트리뷰트 시집 <어느 푸른 저녁>은 봄날에 쓸쓸한 정취를 더해주는 시집이다. 청춘과 젊음을 대표하는 시인의 시집과 트리뷰트 시집을 읽으며 봄밤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다혜 기자의 <교토의 밤 산책자-나만 알고 싶은 이 비밀한 장소들>은 훌쩍 일본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교토행 비행기 티켓만 끊는다면 휴대폰으로 여행 내내 정보를 검색하거나 어딜 가면 좋을지 블로그를 뒤적여볼 필요도 없다. <철학의 이단자들>은 어려운 철학을 만화로 쉽게 풀어주는 책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기존 질서에 반기를 들고 논쟁을 빚었던 중세 철학자들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컬러풀하고 유머러스한 만화 한권으로 갈릴레오와 데카르트부터 스피노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4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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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말이 있다. 에어팟 시대가 된 요즘은 의미가 덜해졌지만, 간단히 정의하면 “길 가다 이어폰 빠지면 (그래서 남이 들으면) 부끄러울 것 같은 노래”를 뜻한다. K팝 외길 인생을 걸으며 파이브돌스의 <이러쿵저러쿵>이나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 같은 노래를 몰래 듣던 내게 더는 숨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건 SBS가 내놓은 뉴미디어 채널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 코너다. <마젤토브> 작사가에게 “재팬 걸, 멕시칸 걸” 같은 가사는 도대체 왜 썼는지 캐묻고, 가수 나르샤를 만나 <삐리빠빠>는 시대를 앞서간 노래인데 아직도 그 시대가 오지 않았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논하는 영상마다 또 다른 ‘숨어 듣는 명곡’을 추천하는 댓글이 수없이 달렸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알음알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문명특급’ 코너의 핵심은, 구성과 진행을 맡은 이은재(닉네임 ‘재재’) PD다. 폭염 속에서 ‘옥탑방 체
[TVIEW]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 뉴 타입 예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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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이즈 백> Ben is Back
감독 피터 헤지스 / 출연 줄리아 로버츠, 루카스 헤지스, 캐서린 뉴턴 / 수입 씨네룩스 / 배급 팝엔터테인먼트 / 개봉 5월 9일
벤이 돌아왔다.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에 한창인 홀리(줄리아 로버츠)의 집에 약물중독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들 벤(루카스 헤지스)이 예고 없이 온다. 홀리는 벤을 만나 반갑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벤에게 24시간 동안 엄마와 붙어 있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만, 일련의 사건이 생기며 가족 사이에 갈등이 시작된다. 집 나간 반려견 폰스를 찾기 위해 벤과 동행하는 홀리는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벤의 모습을 마주한다. 약물중독 아들과 엄마가 함께 보내는 24시간은 가장 사랑하기에 가장 증오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조망으로 이어진다. <원더>에서 남들과 조금 다른 얼굴을 가진 아들이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엄마로 열연한 줄리아 로버츠는 <벤 이즈 백>
[Coming Soon] <벤 이즈 백>, 약물중독 아들과 엄마가 함께 보내는 2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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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은 박형식의 첫 상업영화다. 드라마와 뮤지컬에는 꽤 출연했지만 영화는 애니메이션 목소리 연기와 중편영화에 출연한 게 전부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로 활동하면서 뮤지컬,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형식은 자신에게 온 기회를 곧잘 살렸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성격” 덕이다. <배심원들>에서 박형식이 맡은 8번 배심원 권남우도 배심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유죄냐 무죄냐,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일에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남우를 닮은 박형식, 박형식을 닮은 남우를 통해, 이제 영화계가 박형식이란 보석을 캐낼 때가 된 것 같다.
-<슈츠> <힘쎈여자 도봉순> <화랑> 등 TV드라마에서 주연급 역할을 맡았던데 비해 영화 경험은 거의 없다. <배심원들>이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심원들’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문소리 선배님
<배심원들> 박형식 - 청년 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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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들>에서 문소리가 연기한 김준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인 법원에 속한 판사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다. 사법부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첫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할 재판장으로 그를 내세운 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다. 무난하게 진행될 거라고 믿었던 재판에서 김준겸은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인 배심원 8명을 상대하며 판사로서 관성에서 벗어나 조금씩 변화한다. 문소리는 김준겸 판사에 대해 하는 일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지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고, 쉽게 겁먹지 않는 태도는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법복을 입은 건 처음인데.
=다른 배우들에 비해 시나리오를 일찍 받았다. 먼저 캐스팅이 되고도 투자사가 한번 바뀌고 다른 캐스팅을 기다리느라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렸다. 지금과 달리 이런 여성 캐릭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컸던 때다.
<배심원들> 문소리 - 부장님의 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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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 모든 배우들이 함께 재판 리허설을 하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풍경이 연극 같았다.” 문소리의 말대로 촬영현장에서 함께하는 순간들이 많아서일까. 표지 촬영을 하는 배우 문소리와 박형식을 응원하기 위해 <배심원들>을 연출한 홍승완 감독, 영화를 제작한 김무령 반짝반짝 영화사 대표 등 영화를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걸 보고 팀워크가 보통 끈끈한 게 아니다 싶었다. 표지 촬영 전날 열렸던 제작발표회에서 이미 만났는데도 말이다. 5월 16일 개봉하는 영화 <배심원들>은 첫 국민참여재판을 스크린에 불러들인 이야기다. 문소리는 첫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총대를 멘 김준겸 재판장을, 박형식은 어느 날 갑자기 배심원단에 선정돼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하는 청년 창업가 권남우를 맡았다. 다음장부터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문소리, 박형식 두 배우의 국민참여재판 참여기가 펼쳐진다.
<배심원들> 문소리·박형식 - 신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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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공포의 묘지> 또 어떤 가문의 비밀이 튀어나올지 모르잖아요!
[정훈이 만화] <공포의 묘지> 또 어떤 가문의 비밀이 튀어나올지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