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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하는 ‘안녕?! 오케스트라’의 음악 선생님이 되어 나타났다. 군기 잡는 호랑이 선생님은 가라. 어떻게 된 게 아이들보다 더 낯을 가리고 아이들의 장난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 ‘집중해’라는 말 대신, 조용히 다잡는 비올라 연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선생님.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를 ‘천사’라고 말한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3월 결성된 어린이 오케스트라단이다. 지난해 9월부터 총 4회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가 동명의 TV다큐멘터리로 방영된 바 있으며, 이를 재구성해 편집한 내용이 다큐멘터리영화로 탄생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서 ‘안녕?! 오케스트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어봤다.
-TV다큐멘터리 방영 이후 1년여가 지났다. 아이들의 근황은.
=아이들 대부분이 다큐멘터리 방영 뒤에도 잘 지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가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스스로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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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아이들과 항상 웃고 즐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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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영화
2013 <영 앤 뷰티풀>
2012 <밤과 낮>
2011 <내 몫의 파이>
미스터리야말로 관객과 영화를 잇는 다리라고, 언젠가 프랑수아 오종은 말한 적이 있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는 사건과 인물을 통해 인간의 숨겨진 욕망을 들여다보길 좋아하는 그의 취향을 고려했을 때, 미스터리한 기운을 내뿜는 일련의 여배우들이 오종의 필모그래피를 함께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뤼디빈 사니에르,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 그리고 샬롯 램플링. 오종이 사랑하는 이 신비한 여인들의 리스트에 마린 바크스라는 이름이 새롭게 추가됐다.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 <영 앤 뷰티풀>에서 마린 바크스는 비밀스럽게 매춘부로 활동하는 사춘기 소녀 이자벨을 연기한다. 모델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바크스는 “내 몸을 상품화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10대 매춘부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지만 오종이 그녀를 선택한 데에는 그 이상의 이유가 있는
[who are you] 마린 바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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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생긴 남자가 누군지 모르는구나.” 때는 1996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를 놓고 한참 의미 없는 격론을 벌일 때 누군가가 불쑥 내뱉었다. <타임 투 킬>이란 영화에 나오는 배우인데 정말 잘생겼다는 말에 모두 모여 함께 사진을 찾아본 사람들은 모두 그가 잘생겼다는 것에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토론을 이어나갔다. 레오와 피트 중 누가 잘생겼는지.
이른바 전형적인 얼굴이 있다. 사람 얼굴만큼 복잡다단한 것도 없지만 사람 얼굴만큼 단순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없다. 매튜 매커너헤이는 누가 봐도 전형적으로 ‘잘생긴’ 얼굴이다. 훤칠한 이마, 오똑한 콧날,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는 시원한 미소, 시리도록 맑고 푸른 눈,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금발 곱슬머리까지. 왠지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뛰어야만 할 것 같은 건강미 넘치는 미남자, 굳이 분류하자면 섹시 가이에 속하는 얼굴이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외모가
[매튜 매커너헤이] 속 깊은 섹시 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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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21일 <올드보이>가 개봉했다. 복수, 폭력 그리고 근친상간이라는 문제적 딱지를 붙인 이 영화는 대한민국 스릴러의 새로운 표상이 되었으며, 300만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을 얻으며 ‘박찬욱 팬덤’을 형성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 <올드보이>가 재개봉한다(마침 한주 뒤인 11월27일에는 미국에서 스파이크 리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 버전도 개봉한다). 이번에 재개봉하는 버전은 DCP(Digital Cinema Package)를 거친, 보다 감독의 의도에 가까운 영화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업에 대해 “박력 있는 남성의 세계를 그린 지 꽤 오래됐는데 기분 전환이 되더라”라고 전하면서 기회가 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2000)나 <복수는 나의 것>(2002)도 디지털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재개봉 버전은 오리지널과 어떤 차이가 있나.
=사운드는 못 만졌고 이미지만 손을 댔다. 기술적 한계
[박찬욱] 제작자의 믿음, 관객의 호응이 <올드보이>를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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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 “빨리 (아내를 범죄로 이끈) 그놈을 잡아야 우리 마누라의 혐의가 없어지잖아요. 그 자식이 꼬드겨서 순진한 마누라가 덤터기를 썼는데 아 씨발, 검찰이 그런 것도 몰라!”라고 윽박지르던 종배(고수)는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야? 마약 나르다 걸린 마누라 데리고 사는 주제에 어디 공공기관에 와서 행패질이야!”라는 수사관의 반격에 이내 후회막급이라는 표정으로 목소리가 잦아든다. 당장이라도 경찰서를 뒤집어엎을 것처럼 난동을 부리던 그는 “죄송합니다. 오해 마시고요, 제가 하도 답답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네, 기다리겠습니다”라며 90도로 고개를 푹 꺾는다. 참 지질하다. 머나먼 타국의 아내와 힘들게 첫 통화를 하게 됐을 때도 ‘괜찮아?’라는 따스한 말 대신 “그러니까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간 거야?”라고 따져 묻기부터 한다. 자신이 친구 보증을 잘못 서서 가세가 기울어 아내가 그런 위험천만한 선택을 했건만 아내 탓만 한다. 역시 지질하다. 이제껏
[고수] 고통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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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이라 부르는 소리가 그리 끔찍하게 들릴 줄은 몰랐다. 비행기 한번 타본 적 없고 외국어 한마디 못하는 정연(전도연)은 졸지에 프랑스 공항에서 미아가 된다. “마담! 마담!” 그렇게 정연은 (수사관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약청정지역’인 대한민국에 마약을 운반하다 걸린 ‘마약 아줌마’가 된다. 하지만 전도연이 생각하기에 그 마약 아줌마는 그저 평범한 한국 사람이다.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는 그저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정연을 연기하며 특정한 누군가의 모습을 떠올리진 않았다. <집으로 가는 길>은 지난 몇년간 읽어본 중에 가장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였다. 나였어도 그런 선택을 할지도 모를, 평범한 그 누군가의 이야기. ‘내가 이렇게 쉽게 출연 결정을 내려도 되나? 좀더 고민해봐야 하는 거 아냐?(웃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망설임 없이 선택한 영화였다.”
실제 현실의 전도연도 한 아이의 엄마다. 그래서인지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와 함께 문방구에 가
[전도연] 아이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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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여자 정연(전도연)은 여권에 처음으로 도장이 찍히던 날, 프랑스에서 마약범으로 몰려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대서양 건너 1만2400km인 지구 반대편 프랑스의 외딴섬 교도소에 갇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세상 전부인 평범한 남자 종배(고수)는 믿었던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주면서 집과 가게와 아내마저 잃는다. 바보 같은 남편 때문에 정연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가이아나에서 프랑스로 원석을 운반하는 일을 했던 것이다. 그냥 가방에 실어서 옮겨주기만 하면 끝이라고 믿었건만 그것은 원석이 아니라 마약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한순간의 실수로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야 했던 한 한국인 여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바로 감옥”이라는 방은진 감
[집으로 가는 길] 그들이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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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유에프오>(2004)의 김진민 감독이 <완전 소중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소년 시절 소아암을 앓았던 경력이 있는 청년 온유(임지규)가 자원봉사를 하던 병원에서, 우연히 어렸을 적 자신의 우상과도 같던 왕년의 걸그룹 아이돌 예나(심이영)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풋풋한 멜로드라마다. 인물과 그 삶의 속껍질에 은근히 다가가는 따스한 감성은 10년 전의 데뷔작과도 같아 반갑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100% 재능기부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제작비 기부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향후 수익금의 40%는 소아암 재단, 30%는 문화재단에 기부된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러 어딘가 ‘소중한’ 영화로 돌아온 김진민 감독을 만났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그리고 투자에 이르기까지 보통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한 세 작품 붙들고 있다가 이렇게 됐다. (웃음) <몽당연필>의 경우 임창정, 김민희 캐
[flash on] ‘힐링 프로젝트’로 10년 만에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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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카플로네> 원안, <사이버 포뮬러>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의 메커닉 디자인으로 유명한 가와모리 쇼지는 변신로봇 디자인의 일인자다. 특히 그는 기존 로봇 디자인과 개념을 달리했던 <마크로스> 시리즈의 가변형 기체 ‘발키리’를 선보이며 일본 메커닉 디자인 역사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현재 디자인은 물론 원안, 각본, 콘티, 연출까지 애니메이션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활동 중인데, 개봉 준비 중인 <극장판 쥬로링 동물탐정>의 원안자가 가와모리 쇼지라는 사실만 봐도 그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짐작할 수 있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마스터클래스로 한국을 방문한 그에게 메커닉 디자이너로서, 나아가 애니메이터로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변신로봇의 아버지로 불린다. <트랜스포머>도 당신 손에서 시작되었다고 들었는데.
=과분한 별명이다. 완구회사 다카라와 함께 변신로봇 시리즈 ‘다이아크론’을
[flash on] “신작 애니는 오히려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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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에서 함께 연기했던 조디 포스터가 제니퍼 로렌스에게 지금까지 연기한 인물들의 공통점에 대해 물었다. 제니퍼 로렌스의 대답은 이랬다. “전부 어두워요.” 별거 아닌 간단한 대답 같지만 이 대답이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1990년에 태어난 젊은 배우이기 때문이다(참고로 위의 대답은 2011년, 그러니까 그녀가 22살 때 했던 말이다). 몇편의 TV드라마에서 단역으로 활동하다 19살 때 출연한 <포커 하우스>(감독 로리 페티, 2008)로 첫 영화연기를 시작한 제니퍼 로렌스는 그 뒤로 항상 어두움을 갖고 있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 게다가 이 어두움이란 단순한 십대 소녀의 우울함이나 충동적으로 우발적 범죄를 저지르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14살 소녀를 연기한 <포커 하우스>에서 그녀는 성폭행을 당했고, <버닝 플레인>(2008)에서는 문자 그대로 엄마를 불태워버렸다. 어른들에게 눈에 멍이 들도록 맞아야 했던 <윈터스 본>(2010
[제니퍼 로렌스] 섀도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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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에 걸린 노인과 그를 간병하는 젊은 여인 사이에 피어나는 욕망에 관한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의 주연을 맡은 신성일 선생과의 인터뷰가 있던 날이다. 선생께서 골목길을 지나 카페에 들어선 순간, 사진기자의 표정이 굳어진다. 영락없이 운동복 차림이다. 일정을 착각했다는 말씀과 동시에 장소를 당신 집으로 옮기자고 한다. “그게 사진 찍기도, 말하기도 편하겠다”며. “우리 집으로 가자. 머리에 물이라도 묻혀야 사진을 찍지, 안 그래?” 1시간 뒤쯤, 공덕동 어느 아파트. 책이 가득한 책장, 조각상, 각종 트로피가 벽에 둘러져 있다. 탁자 위에는 서양 고전음악 해설서와 피카소 전시회 자료집과 영화 사설이 스크랩되어 있는 신문 뭉치들, 먹다 남은 음식 부스러기 몇개가 널려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운동기구. 텔레비전 아래에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 토리노> <이만희 컬렉션> <로마의 휴일> DVD가 뒤섞여 있다. 그렇게 집
[신성일] 꽃보다 할배? 말로만 그러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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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설가를 인터뷰할 때, 요즘 젊은 작가 중 누구를 좋아하시나요 물으면 가장 자주 나오는 이름이 있다. 바로 황정은이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말과 글의 맛이 고루 살아 있는 문장과 환상성, 숨어 있는 유머감각은 빠지지 않는다. 경장편 <百의 그림자>로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고, 단편집 <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파씨의 입문>을 쓴 그녀의 신작 <야만적인 앨리스씨>에서도 어머니의 폭력에 노출된 여린 형제의 아픈 현실과 솜털처럼 간질거리는 유머가 기묘하게 손가락을 얽은 그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사실적인 상황 전개마저 환상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소설을 잘 쓴다. 소설을 쓸 때 분위기와 내용, 어떤 걸 먼저 생각해내나.
=소설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장소나 장면을 떠올릴 때가 있다. ‘그 장면을 소설로 이야기하고 싶다’에서 시작한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세상이 곧 망할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빨
[trans x cross]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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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시>는 근미래 SF영화다. 블랙홀 내 웜홀을 통해 시공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이론에 근거, 정우석(정재영) 박사는 지구 핵 에너지인 코어 에너지를 활용해 웜홀을 지탱하고 타임머신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처럼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난무하는 <열한시>에서 정재영은 ‘박사’다. 거대한 시간여행 연구소 앞의 정우석 박사는 얼핏 그가 지금껏 연기해온 캐릭터들과 무척 달라 보인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오랜 기간 촬영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른 요소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정재영은 “최근 빠듯한 일정 때문에<그래비티>를 보지 못한 게 가장 안타깝다”며 “<열한시>는 시간여행 혹은 SF 장르에 대한 오랜 관심으로 출연하게 된 작품”이라고 말한다. 참고로 이런 부류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대니 보일의 <선샤인>(2007)이라고. 말하자면 ‘이런 작품을 하고 싶어 기다려왔다’는 얘기다. 어쩌면 <열한시>는 우리가
[정재영] 정재영 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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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일 거라고 생각한 건 이성은이라는 이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성은 감독의 첫 장편영화 <사랑해! 진영아>는 서른살의 여성 시나리오작가 진영(김규리)의 사랑과 진로 그리고 가족에 대한 고민을 그려낸 작품이다. 때로는 섬세하게, 또 때로는 귀엽게 진영과 그의 주변 인물을 묘사한 솜씨 때문에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여성 감독의 영화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여성 감독인 줄 알았다”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 예전에 초등학교 여학생 진영이의 성장통을 그렸던 <진영이>(2006)로 서울독립영화제 사전 감독모임에 갔는데 강릉씨네마떼끄 박광수 사무국장이 여성 감독인 줄 알고 나를 한참 찾다가 내 얼굴을 보고 크게 실망하고 돌아선 적도 있었다. (웃음)”
-<사랑해! 진영아>는 단편 <진영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들었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한 학생이 <진영이>를 보
[flash on] 서른, 비로소 성장하는 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