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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보셨어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서 벌써 9월인가 했더니, 추석도 유난히 빠릅니다. 갈 데도 없고 돈도 없다고, 기나긴 연휴에 방바닥 긁는 계획밖에 없다고 한숨 쉬실 분들을 위해 특별히 종합선물세트를 준비했습니다. 추석 극장가에서 볼 수 있는 영화 가이드, TV와 애니메이션의 DVD 박스 소개, <마징가 Z>를 비롯해 복간된 추억의 만화들, 그리고 재즈의 진수를 보여주는 영화들과 그 음반 올 가이드, 마지막으로 연휴기간 동안의 TV프로그램도 모두 모았습니다. 아니, 보너스를 받으셨다구요? 좋아하던 TV시리즈의 DVD 박스를 사는 건 어떠세요? 해외여행을 가신다구요? 일본 소설책 한권 들고 떠나세요! <씨네21> 한권이면 추석 2주, 남부럽지 않게 보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도 ‘강추’해주세요.
일가친척이 모여서도 가고, 친구를 만나서도 가고, 애인을 만나서도 가고. 기나긴 연휴동안, 극장은 한번 이상 발을 디디게 되는 주요 만남의 장소 중 한 곳이다. 해
추석 종합선물세트 [1] - 추석 영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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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 션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 펄의 저주>
조니 뎁의 코믹연기변신이 인상적인 해적이야기. 멍하게 떠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조니 뎁은 해적의 상식도, 양민의 상식도 멀찌감치 치워버리는 스패로우를 달인처럼 연기했다. 잭 스패로우는 10년 전 반란을 일으킨 선원들에게 자신의 배 블랙펄을 빼앗긴 해적 선장이다. 혼자 대양을 떠돌던 그는 자메이카의 로열포트에 이르러 유령선처럼 변해버린 블랙펄과 재회하게 된다. 아즈텍의 황금을 훔친 블랙펄의 선원들은 영원히 죽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처지. 보물을 모두 제자리에 돌려놓고 피의 제물을 바쳐야만 고대 신들이 내린 저주를 풀 수 있다. 그들은 로열포트를 습격해 아즈텍의 마지막 목걸이를 가진 총독의 딸 엘리자베스를 납치하고, 엘리자베스를 사랑하는 어린 시절 친구 윌과 스패로우는 그뒤를 쫓는다. 해적들은 목걸이의 원래 주인이 윌이라는 사실과 윌의 혈통에 숨겨진 비밀을 모르고 있다.
<방탄승>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원작
추석 종합선물세트 [2] - 추석 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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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는 3장에서 많게는 수십여장에 이르는 엄청난 분량의 DVD 박스 세트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아무리 DVD 마니아라고 해도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전체 세트를 다 감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시리즈물의 가장 큰 특징인 중독성 때문에 한번 보기 시작하면 여간해서는 멈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디스크 한장만 보고 끈다. 다음 디스크는 내일 본다’식의 적절한 규칙을 정해놓고 실행하면 되지만, 생각처럼 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스스로도 ‘이러면 진짜 내일은 폐인이 돼 다닐 텐데…’라고 걱정하면서도, 어느샌가 두 번째, 세 번째 디스크를 갈아끼우면서 밝아오는 새벽빛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것.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들에게 추석 연휴는 그야말로 ‘황금’ 같은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껏 시리즈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추석 연휴에는 최근 그야말로 쏟아지듯 출시되었던 애니메이션
추석 종합선물세트 [3] - DVD 애니메이션 박스 세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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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풍이 강한 또 하나의 작품으로,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나의 지구를 지켜줘> 박스 세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국내에 라이선스판으로 발매되었던 출판만화 <내 사랑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는 6부작 애니메이션이다. SF, 멜로, 판타지, 친환경 등의 여러 가지 테마가 치밀한 서사구조를 돕고, 순정만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스케일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게다가 원작만화가 연재 중에 완성된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징 때문에, 원작의 엔딩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독자적인 완결구도를 가지고 있는 점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원작만화에 비해 하드보일드한 면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지만 방대한 분량의 원작만화에서 핵심인물의 감정만을 강하게 부각시킨 점과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높은 완성도 때문에 팬이 아닌 사람들이 보면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균형잡힌 음감을 감상할 수 있는 사운드가 이 타이틀의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섬세한 울림으로
추석 종합선물세트 [4] - DVD 애니메이션 박스 세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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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때문에 <내 인생의 콩깍지> 마지막회를 놓친 사람, 케이블TV에서 <순풍 산부인과> 재방송을 매번 보는데도 뭔가 2% 부족한 사람, <네 멋대로 해라> 방영이 끝난 뒤 방송대본 다운받기를 해서 하염없이 읽고 있는 사람… 열광했던 TV드라마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내 멋대로’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처방전. 인기 드라마들이 속속 DVD로 제작, 출시되고 있다. 쿨하디 쿨한 복수씨도 볼 수 있고, 미달이 봉변당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추석 때 온 집안식구들과 화투 대신 DVD 앞에 둘러앉는 건 어떨까?
TV에선 삭제되었던 164분의 감동
<네 멋대로 해라> 감독판(8disc)
“한번의 꿈만으로 모든 걸 뒤엎을 순 없어~ 그래도 난 꿈을 꿔~.”(<네 멋대로 해라> 삽입곡 <꿈꾸는 나비> 중에서) 얼핏 <다모>의 장성백처럼 한번의 혁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의 노래인 것도 같다.
추석 종합선물세트 [5] - DVD 인기 TV시리즈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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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추석에 고전만화의 풍성한 곳간을 열어본다. 쪼다 유비, 아수라 백작, 풋고추와 칠떡이…. 추억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최근 몇년간 만화출판계에서 꾸준히 이루어져온 고전의 복간과 인기만화의 완전판 발간이 우리에게 근사한 밥상을 차려주고 있다. 복간은 단순히 옛것을 재활용하는 데만 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고급스러운 장정과 삭제본의 복원으로 그 시절에는 불가능했던 ‘참된 감상’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고전의 테두리를 긋는 일은 쉽지 않지만, 1970년대 이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01년 이후에 재발간된 작품 속에서 선정했다.
성인만화의 농밀한 매력
<삼국지>
고우영은 한국 만화계에서 가장 독창적이면서도 고전적인 격조를 갖춘 작품을 그려온 작가다. 특히 1970년대 스포츠 신문에 연재된 <임꺽정> <수호지> <삼국지> 등은 강렬하고 현대적인 캐릭터, 경쾌한 유머, 능청스러운 입담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지금 보아도
추석 종합선물세트 [6] - 고전만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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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꾸는, 아름다운 남자의 꿈
<악마의 신부>
<베르사이유의 장미> <캔디캔디>와 같은 70년대 소녀만화의 대표적 고전들을 새삼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제목조차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메이저의 세계와 조금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 당시 소녀들의 마음에 깊숙한 인장을 새긴 작품들이 있다. 머리칼이 온통 은색으로 변하도록 지하 동굴에 갇혀 자란 소녀가 훗날 지상으로 올라와 자신을 땅밑으로 보낸 자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은발의 앨리스>와 더불어 우리를 어둠의 쾌락에 빠져들게 한 만화 <악마의 신부>(원제는 <데이모스의 신부>)가 복간되어 나와 있다.
‘어두운 금요일’에 여주인공 미나코는 신비한 꿈을 꾼다. 꿈속에서 나타나는 흑발의 아름다운 남자 데이모스. 그는 그 옛날 친남매이자 연인이었던 비너스를 빼앗긴 아픔을 잊지 못하고 비너스의 육체를 가진 현대의 소녀에게 찾아와 그녀의 영혼을 앗아가려고
추석 종합선물세트 [7] - 고전만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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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6년 카네기홀, 영화계의 인사이자 재즈의 후원자이기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위해 열렸던 대규모 재즈 콘서트에서 색소폰 주자 조슈아 레드먼은 “많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에서 꾸준히 재즈를 사용해온 클린트에게 감사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영화 속에서 재즈가 쓰인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특별한 선택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보기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표현일 뿐이다. 재즈가 쓰인 할리우드영화들은 본격적인 재즈영화에서부터 로맨틱코미디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그 수많은 리스트 가운데서 재즈가 차고 넘쳤던 영화를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는 반드시 들어야 할 위대한 예술가이지만 듀크 엘링턴은 여전히 몰라도 상관없는 ‘흑인’ 음악가이기에 우리에게 재즈는 한낱 백그라운드 뮤직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영화 <카튼 클럽>이 국내 흥행에서 참패
추석 종합선물세트 [8] - 재즈를 위한 영화와 음반 10선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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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흥분, 그 극한 <모 베터 블루스>
알코올과 약물의 상흔이 깊이 패어 있는 재즈계가 오늘날 이들의 유혹으로부터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스파이크 리 감독의 90년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주인공 블릭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마살리스 형제들로 상징되는 80∼90년대 재즈 뮤지션의 스마트한 위상은 전혀 뜻밖의 함정을 통해 위기로 빠져들 수도 있다. 그것은 인생에 화려한 절정 뒤에 매복하고 있는 오만과 우유부단이다.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음반은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빌 리(스파이크의 아버지)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지만 사실 영화 속에는 사운드트랙에 담기지 않은 중요한 재즈의 고전 두곡이 등장한다. 그 첫 번째 곡은 청부업자들의 폭행으로 입술이 터진 블릭이 병원에 누워 있는 장면에서 흐르는 찰스 밍거스의 59년 작품 <Goodbye Pork Pie Hat>이다. 밍거스의 음반 <Mingus Ah Um>(콜럼
추석 종합선물세트 [9] - 재즈를 위한 영화와 음반 10선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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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읽는 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그들의 소설에는 어떠한 강박도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에 대해서, 민족에 대해서, 이념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일본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어 있지 않다. 오직 개인의 일상과 개인의 존재감만이 있을 뿐이다. 등장인물은 나와 너와 그리고 그 혹은 그녀가 전부다. 주인공들의 일상은 그들과의 관계가 유지되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다. 관계에 얽매이는 법도 없다. 치정 정도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장 복잡하게 꼬인 관계라고나 할까. 그들의 소설은 만나다, 헤어지다, 살아가다 딱 그 정도의 관계 안에서만 고민하고 그 안에서 방황한다. 담백하다 싶게 개인적인 소설, 그게 바로 일본의 ‘사소설’이다. 그들은 오직 자기 자신의 무게에 대해서만 고민하는데 강박이 없는 존재의 무게는 가벼운 법이다. 읽는 마음도 가볍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들의 소설이 항상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볍고도 무거운
추석 종합선물세트 [10] - 일본 소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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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들의 힘
<호텔선인장> <공주님> <냉정과 열정 사이>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의외로 여성작가들을 찾기 힘들다. 남성작가들의 소설 위주로 번역이 된 것인지 실제로 여성작가들의 활동이 미비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마 알려진 여성작가들이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야마다 에이미로 이른바 여자 하루키 3인방이다. 이들의 소설은 말랑하고 가볍고 감상적이다(이런 소설을 쓰는 작가들이 여자 하루키로 불린다는 것은 하루키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건 아닐까).
소설이라기보다는 한권의 순정만화를 읽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가 쓰지 히토나리와 함께 쓴 <냉정과 열정 사이>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실연당한 사람들에게는 경전 같은 소설이다. 밀란 쿤데라가 소설 <향수>에서 ‘너는 멀리 떨어져 있고 나는 네가 어찌 되었는가를 알지 못하는 데서 생겨난 고통’에 대해서
추석 종합선물세트 [11] - 일본 소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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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극장 나들이도 안 되면 추석기간 내내 방콕인 사람들에게 공짜로 무한제공되는 TV만큼 만만한 여흥이 또 있을까. 1년에 두번 만나는 친척들과 할말이 없어 무안한 순간을 피하는 순간 역시 TV가 만병통치약이다. 추석 기간에 볼 수 있는 볼 만한 영화들을 한데 모았다.
모정(母情)의 그늘
<육체의 고백>
60년대 중반까지의 한국영화를 보면 거의 예외없이 드는 생각이 낯섦이다. 처음 소개하는 조긍하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육체의 고백> 역시 그런 낯섦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다. ‘대통령 엄마’라고 불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밤의 여왕(황정순)은 세딸을 대학까지 보내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돌보지 않고 돈을 모은다. 그런 엄마의 희망은 당연히 딸들이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결혼하는 것이다. 그러나 큰딸은 가난한 소설가 지망생과 결혼하고, 둘째딸은 여러 남자에게 유린당하여 엄마와 비슷한 길을 걷다 죽고, 막내딸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좋은 남자
추석 종합선물세트 [12] - TV영화 가이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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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이 못 보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
<하나 그리고 둘>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인생에 관한 하나의 이야기다. 제목 <하나 그리고 둘>은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둘) 존재지만, 결국은 같은(하나) 삶의 터널을 지난다는 일종의 경구로도 읽힌다. 이야기는 처남의 결혼식에서 시작해서 할머니의 장례식으로 끝을 맺는다. 아기는 태어나고 할머니는 죽는다. 인생은 그렇게 세대교체를 하지만, 각자 자기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엔 변함이 없다. 그리고 깨달음의 끝자락에서 모두 모인다. 중년남자 엔제이는 처남의 결혼식 날 우연히 옛 애인 셰리를 만난다. 같은 날 엔제이의 장모는 손녀 대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가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된다. 아내 밍밍은 의사의 권고에 따라 어머니의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 말을 건네려 하지만 할말이 없다. 밍밍은 나눌 이야깃거리도 없는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고 잠시 집을 떠나 산사에 들
추석 종합선물세트 [13] - TV영화 가이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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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시네필을 만나다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영화감독 야마다 요지프로듀서 이노우에 히로미치관객이 영화제를 찾는 이유는 영화의 홍수 속에 파묻히는 그 무작정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다. 물론, 거기에는 실망도 기다리고 있지만, 개안의 지름길로 이어지는 영화들도 즐비하다. 그리고 한 가지 기쁨이 더 있다. 그곳에 가면 영화에 대한 흐름과 식견을 들려주고 또 고백하는 친구들이 있다. 제3회 광주국제영화제를 방문한 많은 ‘그들’ 중 우리는 세명의 일본 영화인을 선택했다. 일본 영화평론계의 주도자 하스미 시게히코, 세계 최장수 시리즈영화 <남자는 괴로워>의 감독 야마다 요지, 영화 <잔물결>의 프로듀서 이노우에 히로미치. 일본의 ‘평론가와 감독과 프로듀서’에게 들어보는 세 가지 방식의 영화이해, 그 열도와의 만남을 시작하자.“영화란,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나 같은 ‘신경증환자들’을 위한 것”일본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와 광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임재철이 만나다진행
빛고을에서 만난 일본 영화인 3人- 하스미 시게히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