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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호 특집이었던 ‘아시아 네트워크’ 후속으로 홍콩 영화산업과 홍콩 시네마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예측했던 대로 홍콩 영화계는 올해 중국과의 무역장벽이 사라지면서 ‘대륙으로, 대륙으로’를 외치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수십년 동안 할리우드 메이저의 아시아 프로덕션을 대행해온 살롱 필름즈는 한국 영화계에 의미심장한 제안을 우회적으로 건네왔으며, <와호장룡> 이후 ‘아시아 영화계의 파워맨’으로 부상한 에드코필름의 빌 콩은 아시아 영화인의 역할 모델로 모자람 없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라는 텍스트 안으로 들어가서는 홍콩국제영화제와 홍콩필름아카이브의 실무자가 97년 이후의 홍콩영화를 개괄해주었고, 주목할 만한 신예 감독들을 선별하고 소개해주는 작업은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 평론가가 ‘제3자’의 입장에서 해주었다.
"중국은 나의 조국, 나의 시장"
홍콩영화계, 중국과 경제 파트너십 협정 맺고 시장 잡기 혈투
CEPA 체결 - 중국 시장이 온다!
설 직후
홍콩에 대륙의 바람이 분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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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추억에 대한 반복되는 오해거짓 기억과 거짓 치유유운성/ 영화평론가 akeldama@netian.com최근의 한국영화가 역사와 기억, 혹은 노스탤지어의 문제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하는 건 벌써부터 진부하게 들린다. 아니, 그게 얼마나 되었다고? 게다가 이를 주제로 삼은 비평적 분석들도 이미 꽤 되는 것 같다. 이런 글들은 대부분 동시대의 과거지향적 한국영화들에 나타난 미숙하고 퇴행적인 징후들을 지적한다. 동시대 한국영화들이 어떤 식으로든 과거재현의 문제에 매달리고 있으며 스크린은 점점 그 재현된 과거와 대중의 욕망이 한데 만나 얽히고 융합되고 때로는 충돌하는 경합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뿐인가? 영화적으로 재현된 과거와 대중의 욕망이 뒤섞이는 저 스크린은 과거의 영화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절대적이고 숭고한 만신전이 아니다. 매끈한 육체를 지닌 스타급 남자배우들의 육체가 단련되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함으로써 매혹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선사하는 이 스크린,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5] - 유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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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로 울리는 남성들의 나르시시즘남성 노스탤지어 영화들의 강박관념을 보다심영섭/ 영화평론가 chinablue9@hanmail.net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내담자의 목소리가 아주 졸아붙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큰 목소리로 상담자에게 대들고, 화를 내다가도 대개는 자신의 맨 밑바닥에 숨겨진 뜨거운 용암 한줌을 맨손으로 꺼내는 순간 발생하는 불가해한 고해성사의 저음현상. 이때 내뱉은 몇 마디에는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담은 짧은 이해나 진정성을 곁들인 자기 고백이 불쑥 손을 내밀게 마련이다.1970년대 후반기부터 80년대 초반기의 학생 문화를 담은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를 다시 보면서 나는 어떤 전류에 감전된 것처럼 그런 순간을 맞닥뜨릴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건 권상우가 쌍절곤으로 ‘대한민국 학교 다 X까라 그래’라고 일갈한 사자후라든가 <친구>에서 장동건이 권상우와 똑같이 곤봉으로 학교 창문을 다 깨버린 뒤 ‘길거리에서 나 만나도 다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4] -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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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90년대 이후 한국 남성 멜로드라마의 궤적정한석/ mapping@hani.co.kr주인공들은 모두 이렇게 탄식하는 듯하다. ‘어쩌다 우리는 이 지경이 되었을까.’ 이 상상 가능한 회한의 문장이 노스탤지어로 홀려들어가는 한국 ‘남성 멜로드라마’- 린다 윌리엄스는 고통받는 희생자의 미덕에 연민을 느끼도록 초대하고, 순수의 회복과 상연이 이루어지는 면을 멜로드라마적인 특징으로 소개한다. 한편, 줄리안 스트링어는 남성 멜로드라마의 특징을 고통받으면서도, 행하는 남성 주체의 서사로 설명한다. 어쨌거나 이 용어는 여기에 빚지고 있다- 의 서사화를 매듭짓는 처음과 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동시에, <말죽거리 잔혹사>가 갑자기 세상에 나온 영화가 아니라고도 여긴다. 이 한편의 영화를 이리저리 뜯어보는 것보다 그것이 놓여 있는 자리가 지금 어디인지 찾아 헤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시작은 바로 ‘한국적 누아르’이다.순수에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3] - 정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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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들의 잔혹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가남성 추억담의 입체적 판타지이동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djlee@chosun.com<말죽거리 잔혹사>새해 한국영화는 온통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공적인 과거’인 ‘역사’를 다루는 데 비해 <말죽거리 잔혹사>는 ‘사적인 과거’인 ‘추억’을 다루고 있다. 지금 관객은 온통 ‘스펙터클한 역사의 잔상’에 열광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난 ‘화석이 된 추억의 이명(耳鳴)’에 더 관심이 있다. 완성도 높은 대중영화들로, 개별 에피소드까지 상당히 겹치는 이 셋은 농담 삼아 말하자면, ‘오빠는 고등학교 때 이랬단다 3부작’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근친관계에 있다.하지만 정체성을 만드는 것은 언제나 공통점이 아니라 차이점이다. 나는 세 영화가 과거를 강렬히 환기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과거를 대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차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2] -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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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는 4인4색요즘 한국영화는 남자들의 세계, 혹은 판타지의 열풍이다. <친구>가 한국영화 최고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앞둔 것도 마찬가지다. 여성 관객이 주도한다던 한국의 극장가는, 언젠가부터 남자들의 향기로 가득해졌다. <친구> <품행제로> <말죽거리 잔혹사>로 이어지는 ‘청춘’영화 회고담과 함께 남성들의 현대사를 재구성하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일종의 신드롬으로 한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장동건, 권상우, 원빈 등이 얼굴과 육체로 여성을 사로잡는 데 그치지 않고, 남성들의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면서 남성들의 동감까지 자아냈다. 그렇다면 이 남성 판타지의 향기가 모두 과거의 무덤에서 흘러나온다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 영화들이 대체 무엇을 그리고 있기에, 어떤 판타지를 창조했기에
남성 노스탤지어 영화의 불안과 강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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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없다고? 좀 늦었지만 이렇게 왔는걸!
<비포 선셋>의 에단 호크 "<비포 선라이즈>의 장면 하나하나에는 돈이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바로 그 점이 자랑스럽다."
<비포 선셋>의 줄리 델피 "나이를 먹으면서 로맨스를 냉소적으로 보게 됐다. 그 대신 현실적이 되었고."
<실종>의 케이트 블란쳇 임신한 몸으로 당도한 케이트 블란쳇은 <실종>이 아니라 임신에 관한 질문만을 받고 돌아갔다.
<몬스터>의 샤를리즈 테론 "사람들은 내가 못생기게 보이도록 분장을 했다고 해서 아카데미를 받을 거라고들 한다.
<빨간 불빛>의 캐롤 부케 "영어를 할 줄 알지만, 내가 출연하고 싶은 영화는 프랑스영화다. 나는 프랑스어를 사랑한다."
<콜드 마운틴>의 주드 로 - 역시 늦게 도착한 개막작 <콜드 마운틴>의 스타
<콜드 마운틴>의
단조로운 베를린, 금곰의 운명이 궁금해 [4] - 베를린을 찾은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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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 선언의 마지막 목소리
- <당신의 손 안에> Forbrydelser
감독 아네트 K. 올레슨
출연 앤 엘레노라 요르겐센, 트리네 다이홀름
"우리는 삶의 매순간을 통제받고, 스스로 강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삶이란 사람들의 손에 맡겨야만 하는 것이다." - 아네트 K. 올레슨
여성 교도소 사제로 막 부임한 안나는 죄수 중 한명인 케이트가 신비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안나는 그 소문을 믿지 않지만, 케이트가 “당신, 임신했군요”라고 말하던 날, 불임이던 자신이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이는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죽은 채 태어나게 될 운명. 안나는 흔들리는 믿음을 가지고 케이트를 찾아가지만, 불신이 믿음을 물리치면서, 고통과 비극이 찾아온다. 아네트 K. 올레슨은 덴마크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첫 번째 장편을 만들기 전까지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로 경력을 쌓아왔다. “가능하다면
단조로운 베를린, 금곰의 운명이 궁금해 [2] 화제작 여섯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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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 메인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는 좀처럼 문이 닫히지 않는다. 경쟁부문 시사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쉴새없이 밖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유럽영화의 거장 에릭 로메르와 켄 로치, 테오 앙겔로풀로스가 아직 시사회를 갖지 않았다고는 해도,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대체로 고요한 편이다.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 디이터 코슬릭은 공식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린의 주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떤 영화가 금곰상 트로피를 가져갈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기자와 관객들은 코슬릭과는 다른 이유로 금곰상 트로피의 주인이 누구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단조로운 베를린에서도 드물게 진심어린 박수가 터져나오는 순간은 있다. 2월10일 상영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셋>은 우박이 떨어지는 날씨에도 어느 60대 관객이 바람을 맞으며 표 가진 사람을 찾고 있던 기대작이었고, 그 기대 이상으로 웃음과 탄성을 이끌어낸 첫 번째 영화였다. 패티 젠킨스
단조로운 베를린, 금곰의 운명이 궁금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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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0일 첫 공개된 김기덕 감독의 신작 <사마리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가 2월10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기덕 감독이 “용서에 관한 영화”라고 소개한 <사마리아>는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들의 정액으로, 혹은 살인의 핏자국으로 몸을 더럽히고도, 연꽃 같은 구원을 찾아내는 어느 아버지와 딸을 담고 있는 영화다. 한 소녀에게서 다른 소녀로, 그리고 그 소녀의 아버지에게로 시선을 옮겨가면서, <사마리아>는 이 세상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다.
김기덕의 변화는 진행형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진과 재영은 배낭여행 갈 돈을 모으기 위해 몸을 판다. 여진은 남자들에게 전화를 걸고, 재영은 그들과 함께 여관에 들어간다. 여진은 섹스를 마치고 나온 재영의 몸을 깨끗하게 씻어주면서 마음아파하지만 재영이 사고로 죽은 뒤, 그동안 받은 돈을 돌려주기 위해 남자들을 만나 섹스를 하기 시작한다. 그래야만 재영에게 덜 미안할 것
단조로운 베를린, 금곰의 운명이 궁금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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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근대화의 파도 위에서 표류하는 악당들
◎ 문제(논술형 문제) 다음 대사를 듣고 느낀 점을 서술하라.
장동휘: 지금까지의 우리의 삶은 하-이얀 까마귀와도 같은 삶이었다.
백로가 되고 싶어 온몸에 밀가루 칠을 한 하-이얀 까마귀…(허공을 응시하며 한숨)
그러나 그 까마귀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밀가루 칠이 벗겨질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자! 우리 이제 맹세를 하자구나. 양과 같이 순한 삶을 살기로….
부하들: 형님! (일제히 고개를 떨구며) 흑흑흑….
(출제자. 얼짱 감독 류승완)
◎ 심화학습
군 복무를 위해 머나먼 변방, 동양의 휴전국가 대한민국의 공항에 첫발을 내디딘 미군들이 처음 받은 인상이 온통 똥냄새뿐이었다는, 논밭만 보여도 코를 감싸쥐었던 그 6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 조국 근대화! 잘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 초가집도 고치고 마을 길도 넓히던 그때에 컴컴한 극장 안에서 깡패들도 개과천선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물론 독불장군처럼 지난날 깡
오승욱 감독의 60, 70년대 한국 액션영화 자습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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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너희가 한다면 우리도 한다!
◎ 문제 60년 대 말 장 피에르 멜빌 감독, 알랭 들롱 주연의 <사무라이>는 남자의 로망에 맛이 간 전세계 사내들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몇년 뒤 새파랗게 젊었던 시절의 월터 힐은 상심한 듯한 눈빛의 사나이 라이언 오닐을 데리고 <드라이버>로 리메이크했었고, 10여년 뒤 홍콩의 오우삼은 주윤발을 데리고 <사무라이>의 홍콩판 <첩혈쌍웅>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가만히 있었겠는가? 아니올시다. <대부>에서 말론 브랜도가 토마토 밭에서 쓰러지는 장면에 버금가는 사과나무 밭에서 장동휘가 쓰러지는 멋진 영화가 있었다. 쟝 피에르 멜빌과 맞장뜨는 한국판 <사무라이>의 제목은?
◎ 답
<암살자>(이만희 감독, 장동휘·남궁원 주연).
이 문제를 맞혔다면 당신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만약 당신의 나이가 마흔살, 그 언저리보다 어리다면 정말 앞날이
오승욱 감독의 60, 70년대 한국 액션영화 자습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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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광 오승욱 감독의 우울하고 감상적인 60년대 말 70년대 초 한국 액션영화 자습서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2월12일(목)부터 2월19일(목)까지 8일간 한국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한국 액션영화의 대표작을 모아 상영하는 행사를 갖는다. “한국액션영화시리즈 I/ 의리의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이만희 감독의 <원점>, 임권택 감독의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내린다>, 김효천 감독의 <팔도 사나이>, 박노식 감독의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 등 15편이 매일 3편씩 상영될 예정.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들 영화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지만 액션영화광으로 널리 알려진 오승욱 감독은 이 영화들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년 시절, 그에게 영화의 꿈과 매력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던 영화들, 오승욱 감독은 그 영화들에 대한 기억을 일목요연한 4장의 핵심정리로 요약한다. 당장 그 영화들
오승욱 감독의 60, 70년대 한국 액션영화 자습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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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케이션 투어 4 (Location Tour 4) - 광둥투자타워
생생한 긴장이 존재하는 무드의 현장
바다 밑 터널을 통해 구룡반도에서 홍콩섬으로 넘어갈 때쯤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1편에서 갑자기 심장이 멎을 듯 충격처럼 다가오는 장면이 황지성 국장의 갑작스런 죽음이다. 진영인이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이라는 비밀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파트너이자 상관인 그가 진영인을 보호하려다 정작 자신이 포로가 됐다가 빌딩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삼합회와 경찰 사이에 격렬한 거리 총격전이 벌어진다. 그 장소를 빼놓을 수 없다. ‘광둥투자타워’ 정문이었다.
“죽음이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건 다양한 긴장이 존재하는 무드의 드라마를 의도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나리오상에는 황 국장이 갱들과 싸우는 장면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총격전이 벌어진다. 실제로 그런 장면을 찍으려고 촬영 준비까지 끝낸 상태에서 그게 의도했던 긴장을 주지 못할 것 같다며 유위강 감독이
유위강, 맥조휘와 떠나는 무간도 투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