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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란>의 원작이 일본 소설이고, <올드보이>의 원작이 일본 만화이며,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원작이 일본 드라마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다 뿌리가 닿았다고 열매의 시큼달콤한 맛과 꽃의 향기에 시비를 걸 수 없다. 어느덧 그 뿌리에 젖줄을 대려고 경합하는 충무로의 모습이 심상치 않게 변했다. 일본 판권 확보 경쟁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의 풍경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입도선매하려는 한때의 한류 열풍과 닮은 구석이 있다. 그러니 이를 두고 일류(日流)라 이름 붙여도 이상할 게 없다. 충무로의 일류 현상을 불러온 이유는 무엇이고, 그 기대효과는 어떤 것일까. 섣부른 판단이 곤란한 진행형 흐름이나 산업과 텍스트 양면에서 중간점검을 해본다.
일본 아사다 지로 원작, 홍콩 장백지 출연의 ‘선구적인’ 범아시아프로젝트 <파이란>이 성공했던 2000년대 초반의 풍경 두 가지. 하나, 일본 프로듀서가 박찬욱, 김지운, 정지우 세 감독에게 동
충무로 日流 열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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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걸즈> 가라사대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으니 스윙을 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있다. 스윙을 하는 사람은 누구고,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굴까. 재즈 용어 스윙엔 여러 가지 뜻이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언니 오빠들이 주장하는 건 이거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 자기 인생을 즐기라는 것,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자질이야말로 우리가 10대 때 꼭 갖추어야 할 첫째 덕목이라는 거다. 인생의 리듬에 맞춰 친구들과 함께 몸을 흔드는 ‘스윙’이 없으면 인생에서 무슨 재미를 찾을까. 왕따와 학교폭력과 대입 압박을 벗어나 세상을 다 가지는 ‘스윙’의 방법을 멋진 언니 오빠들에게서 한번 훔쳐보면 어떨까. 일단 10계명으로 맛 좀 봐라.
네 멋 대로 즐겨라 10계명
1. 동생 플레이스테이션을 팔아서라도 하고 싶은 걸 해라. <스윙 걸즈>
2. 완고한 아버지도 네가 하고 싶은 걸 결국 해낼 때는 속으로 좋아한다. <빌리 엘리어트>
3. 촌티 나도 너만의 취향을 가져
청소년을 위한 내 맘대로 즐겁게 살기 10계명 & 3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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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팀 로빈스씨. 벌써 지쳐 보이시는군요. 하긴, 이번엔 좀 먼 길을 왔습니다. 게다가 여기가 어디냐구요? 너무 어둡죠? 땅속이라고 하면 믿으실는지? 뭘 그렇게 놀라세요? 전화박스에도 갇혀보신 분이, 구덩이면 비교적 평범하죠. 아마 눈을 크게 뜨시고 주위를 잘 살펴보시면 누군가 보일 겁니다. 아, 찾으셨나요? 놀라진 마십쇼. 그냥 평범한 소년일 뿐이니까요. 아, 이름은 필리포라고 하는군요. 뭐라고 말을 거는군요. 대화를 나눠보세요. 저는 잠시 자리를 피해드리죠. (가끔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10여분 후) 아, 로빈스씨. 우신 건가요? 어느새 필리포와 친구가 되신 듯하군요. 재킷도 벗어주시고. 네, 뭐라고요? 어른들이 나쁘다고요? 돈 때문에 필리포를 그렇게 가둬둔 거라고요? (어른이 나쁘다고 욕을 하는 로빈스씨) 팀 로빈스씨, 당신도 어른인 것 같은데요. 누워서 침 뱉기 아닌가요? (필리포와 함께 위로 올라가려는 팀 로빈스씨) 아, 올라가시려고요? 밧
폐쇄공간을 여행하는 팀 로빈스를 위한 안내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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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 탈출>의 앤디, 팀 로빈스가 감옥을 탈출한 것도 어언 10여 년. 강산도 변했을 시간인데도, 이런저런 까닭으로 세상엔 아직 감금되는 사람도, 감금하는 사람도 많다. 그 종류도 다양해 변태 오야지는 애견을 기르듯 여고생을 사육하고(<완전한 사육-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 멀쩡해 보이는 엄마 아빠는 ‘옆집 순이’를 땅속에 파묻으며(<아임 낫 스케어드>), 희대의 살인마라는 녀석은 애써 사람을 가둬놓고 게임이나 한판 하자고 덤빈다(<쏘우2>). 어디 이뿐이랴. 21세기의 감금은 시간과 공간도 초월하여, 17,576개의 미로 속(<큐브>)에 사람을 가두는가 하면,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 난데없이 전화해 하루종일 전화질이나 하자고 협박한다(<폰부스>). 아무리 탈출의 고수 팀 로빈스라 해도 10여년 간의 기술적, 시대적 변화에 버퍼링이 심할 터. 이에 ME 여행사가 팀 로빈스를 위한 ‘폐쇄공간 투어’를 기획했다. 199
폐쇄공간을 여행하는 팀 로빈스를 위한 안내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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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 얼굴, 내 두 눈, 난 내 얼굴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구석구석 살펴보았지요.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미라의 얼굴을 보는 것처럼 그 얼굴에서 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겁니다. (중략) 그의 얼굴은 그의 아버지의 얼굴 모습이 되어버린 겁니다. 골격도 같고, 눈도 같고, 코도 같고, 숨쉬는 모습도 같았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모습은 다시 그의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 <매장된 아이>
셰퍼드는 비트 세대뿐 아니라 마약과 재즈의 영향도 받았다. “나는 재즈를 하나의 운명으로 간주한다. 글이라는 것이 재즈의 즉흥연주와 같아서는 안 될 이유가 없다.” 무엇의 영향이었건, 셰퍼드는 1966년에 이어 67년과 68년에도 오비상을 받았다. 셰퍼드는 60년대 반문화의 상징이었고, 오프 브로드웨이 최고의 스타작가였다. 그는 라디오, 영화, 광고, 로큰롤, 재즈와 같은 비문학
<돈 컴 노킹>의 샘 셰퍼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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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친상간, 유골단지, 정신병에 걸린 아버지/아들, 신경쇠약에 걸린 어머니/딸, 창밖의 황량한 풍경, 근친 살해, 엽총, 사냥, 가출, (환영받지 못하는) 귀환, 부모의 과오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 폭력적 아버지/아들, 알코올 중독, 죽은 식물이나 동물.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이 단어들로만 현대 미국사회의 황량함을 표현할 수 있다고 믿은 남자가 있다. <파리, 텍사스>의 대본을 썼고 <사랑과 슬픔의 여로> <돈 컴 노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샘 셰퍼드가 바로 그다. 뿐만 아니라 셰퍼드는 1960년대부터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를 사로잡은 희곡가다. 수많은 서부의 비극으로 남을 사내, 샘 셰퍼드의 삶과 연극, 영화 이야기. 그는 왜 자꾸 서부로 뛰어드는가, 혹은 서부에서 탈출하는가.
사막의 모래알처럼 깔깔한 목소리, 몇 세기에 걸쳐 풍화된 듯 적막한 표정, 침묵이 어울리는 꼭 다문 턱선, 삐죽거리는 치열을 가진 샘 셰퍼드를 주목하게 하는
<돈 컴 노킹>의 샘 셰퍼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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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리 커티스가 자웅동체? _도시 괴담 조회 페이지
루머가 돌고돌아 일백번 고쳐돌아
진위가 진토되어 너덜너덜 하였거늘
스놉스에 의뢰하사 진위여부 밝히소서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도시 괴담 조회 페이지’(Urban Legends Reference Pages)라는 간판이 웅변하는 대로다. snopes.com은 항간에 떠도는 각종 루머를 다루는 사이트로 매일 새 소식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각각의 루머는 진위여부 조사를 거쳐 ‘진실/거짓/확인불가’로 표기되며 컴퓨터, 음악, 종교, 범죄 등 43개 카테고리 안에 정리된다. 영화도 카테고리 중 하나. www.snopes.com/movies/movies.asp로 들어가면 영화와 배우들에 관련된 70여개의 루머를 볼 수 있다.
☞ <도시 괴담 조회 페이지> 바로 가기
혹시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마니아인가? 거기에 소개되는 에피소드에 불끈불끈 흥분하다가 진실/거짓이 선언되는 순간 “거 봐, 내가 거짓말이라
별별 희한한 영화 사이트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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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예술? 영화는 과학! _영화 속의 엉터리 과학
황당한 특수효과 안만듦만 못한지고
과학쟁이 죄다모여 한목소리 외쳐대니
영화는 예술이 아닌 과학인가 하노라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ISMP(INSULTINGLY STUPID MOVIE PHYSICS)는 영화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옳은지 판단해서 자체 등급을 매기는 곳. GP(최고 등급)부터 PGP(귀엽게 봐줄 만함), PGP-13(13살 이하의 어린이는 부모의 지도가 필요함), RP(역겨움), XP(외계에서나 받아들일 만함), NR(측정 불가) 등 총 6개 등급으로 나뉜다. 1997년에 문을 연 이 사이트는 총알, 자동차, 레이저 등 영화 속 현상들을 직접 실험과 수학 공식, 과학 이론 등을 적용해 머리 아프게 풀어내는 데 도가 튼 사이트다.
☞ <영화 속의 엉터리 과학> 바로 가기
이 사이트에서 비과학적인 영화는 찬밥 신세다. ‘특수효과는 기대하지 말고 보라’는 <킹콩>(PGP-13 등급)의 리뷰는
별별 희한한 영화 사이트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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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별 희한한 사이트들과 마주하게 된다. ‘마릴린 먼로의 발가락이 6개’라는 둥의 루머를 모아놓은 사이트부터 돈까지 내면서 옥에 티 찾기에 혈안이 된 사이트까지, 별의 별 괴이한 일에 열중하는 사이트들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결말을 알려줘서 사람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맘에 안 드는 결말을 아예 플래시애니메이션으로 엉뚱하게 바꿔버리기도 한다.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에 찍힌 소년 유령의 정체, 역대 최다 옥에 티를 낸 영화가 궁금하다면 일단 들어가보자.
역대 최다 옥에 티는 <스타워즈> 시리즈 _무비 미스테이크
루카스 스필버그 날고 기고 한다지만
영화 속 옥에 티끌 피해갈 자 누구인가
잘된 영화 딴죽 걸어 쾌감이나 느껴보세
뭣에 쓰는 사이트인고/ 옥에 티의 세계 최고기록 보유자 존 샌디즈(26)가 운영하는 사이트. 17살 때부터 영화 속 옥에 티 찾기에 주력해왔다는 그는 <Movie Mistakes Take> 시리즈
별별 희한한 영화 사이트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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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는 www.indielondon.co.uk, www.afterelton.com, www.blackfilm.com에 나온 리안 감독 인터뷰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이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나.
=거의 4년 전이었다. 나는 프로듀서 제임스 샤무스가 내게 추천해준 애니 프루의 소설과 대본을 읽었다. 30쪽의 소설을 읽은 순간 숨이 막혔다. 특히 주인공 중 하나가 “우리가 가진 건 브로크백 마운틴뿐이야. 모든 게 거기서 시작된 거야”라고 했을 땐. 결말 즈음에는 내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여태껏 한번도 본 적 없는 미국의 리얼한 시골 생활을 다룬 매우 독창적인 작품이었다.
-히스 레저와 제이크 질렌홀을 어떻게 캐스팅하게 됐나.
=나는 20대 초반의 젊은 배우들을 원했다. 그들이 20년 전과 후를 연기하기에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들은 최고였기에 선택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저는 웨스턴적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그는 좀더 남성적이고 수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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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행간과 고백의 어휘
리안이 작가보다는 장인으로서 설명되는 이유는 주로 그에게 미학적인 어떤 구조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리안의 영화적인 풍부함은 비밀과 상실이 어떻게 전달되는가에 달려 있다. 그것은 ‘고백과 침묵’으로 드러난다. 리안의 영화에는 언제나 이 두 양면의 순간이 들어 있다. 왜 아닐까. 비밀은 고백하거나 침묵하거나 해야 하는 것이고, 상실은 뱉어내거나, 마셔버리거나 해야 한다.
리안의 영화는 명확한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더 특이한 건 영화를 주의 깊게 볼 때만 이 공백들을 눈치 챌 수 있게 되어 있고, 만약 그렇게 보지 않더라도 그냥 아귀가 맞고 의문은 없어 보이도록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이 점이 대중영화 안에서 리안의 실력이다. 예를 들어, <와호장룡>에서 관객은 왜 리무바이가 수련을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가 청명검을 버리려는 이유도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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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비밀과 상실의 집단
에니스와 잭은 산을 내려와 헤어진다. 그건 곧 체계와 편견의 땅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을 형성하고, 그들도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에니스는 약혼자 알마와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잭은 생존을 위해 거부 농기구상의 딸 루린과 원치 않는 살림을 차린다. 그들에게 일반 여성과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 허식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다. 결국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4년 만에 다시 만난 에니스와 잭은 낚시를 핑계로 일년에 한 두 번씩 브로크백으로 둘만의 여행을 간다. 그럼으로써 가족은 점점 더 위태로워진다.
가족은 리안의 영화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고리다. “(이전의 삼부작으로 구성된) 가족 드라마와 <센스, 센서빌리티>는 모두 가족 의무 대 자유 의지의 충돌에 관한 것이다”라고 리안은 말한 적이 있다. 동시에, “가족 드라마에 말싸움이 있는 거라면, <와호장룡>에는 발차기가 있는 것일 뿐”이라고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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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 <브로크백 마운틴>이 방문했다. <와호장룡>의 신기를 뒤로하고 <헐크>를 만들었던 리안이 이번에는 눈부신 풍광의 서부로 들어간 것이다. 여기에는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남자와 남자의 사랑이 있다. 그것도 거친 카우보이들의 사랑이다. 그런데, 애달픔이 한없다. 먼저 개봉된 미국에서는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얻었고, 아카데미 시즌 최고의 화제작으로도 떠올랐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전개를 따라 리안이 만든 과거 영화들을 하나씩 조우시켜 그의 세계를 되짚었으며, 몇몇 매체에서 나눈 인터뷰도 묶어 실었다.
리안이 장편 데뷔작 <쿵후 선생>을 만든 것은 1992년이었다. 같은 해에 차이밍량 역시 장편 데뷔작 <청소년 나타>를 완성했다. 한눈에도 둘은 달랐다. 리안은 유연했고, 따뜻했다. 차이밍량과는 또 다른 대만영화의 작가주의가 나온 것 아닌가 싶었다. 대중과의 친화력에서만
<브로크백 마운틴>의 리안 감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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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영화 본상
-황금곰상(최우수 영화상)
야스밀라 즈바니치의 <그르바비차>(Grbavica)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의 <엔 소프>(En Soap), 자파르 파나히의 <오프사이드>(Offside)
-은곰상(최우수 감독상)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의 마이클 원터보텀
-은곰상(최우수 여우주연상)
<레퀴엠>(Requiem)의 산드라 횔러
-은곰상(최우수 남우주연상)
<소립자들>(The Elementary Particles)의 모리츠 브라입트로
-은곰상(예술공헌상)
<자유의지>(The Free Will)의 주연배우, 공동 각본가, 공동 제작자로서의 율겐 보겔
-은곰상(최우수 영화음악상)
<이사벨라>(Isabella)의 피터 캄
-알프레드 바우어상(베를린영화제 창설자 기념상)
로드리고 모레노의 <엘 쿠스토디오>(El Custod
제5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결산 [5] - 수상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