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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1일 개봉을 앞둔 <국경의 남쪽> 제작진은 지난해 말 이색 마케팅을 계획했다. 북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새터민(탈북자) 중 영화 속 선호(차승원)처럼 북쪽에 연인을 두고 남으로 내려온 이들의 애달픈 사연을 영상에 담아 알리자는 것이었다. 북에 아내와 자식을 남겨두고 남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는 <국경의 남쪽> 연출부 김철용씨의 이야기 <김선호가 태어나기까지>를 비롯, ‘국경의 남쪽, 사랑의 북쪽’이라는 이름을 단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네편의 단편다큐멘터리는 현재 제작이 모두 완료되어 인터넷에 공개(movie.daum.net/event/popup/tab/kookyung)된 상태. 이중 3월27일 마지막으로 선보인 <영옥이의 부재중 통화>는 실제 탈북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완성도 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인 신영옥, 전광혁씨의 셋넷학교 ‘샘’이기도 한 김건(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옥이의 부재중 통화> 제작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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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아르바이트생에서 DVD 회사를 거쳐 그 다음으로
영화와 상관없는 직장을 10개쯤 옮기며 10년쯤 다녔을 때, “하이텔을 통해 영화쪽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만두면 안 되는 상황에서 그만둬버렸다”. “그때 생각은 오로지 아무거나 영화 일을 하면 좋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나이는 30대 후반이었고, 급여 많은 대기업 직원으로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던 몸을 박봉으로 다스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제작가협회에 말단으로 들어가봤지만 의견 차이로 며칠 만에 나왔고, 부산영화제 PPP 말단 아르바이트생으로 일주일 동안 있어봤지만 “나이 많은 아저씨가 떡하니 앉아 있어서” 마음대로 부리지도 못하는 십 몇년 차 나는 어린 상사들에게 미안하고 스스로도 힘들어 또한 나왔다. “제작이나 기획 일을 하기에는 그동안 상관없는 일을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 관리쪽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고는 시네마서비스의 아는 선배를 찾아갔더니 원하던 부서의 직원을 하루 전
DVD 수집가 이용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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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에 대한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들어 왔다. 많은 DVD 타이틀을 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넘치는 영화애를 과시하면서 <씨네21>의 DVD 편집위원으로 글도 쓰고 있는 이용철씨. 게다가 알고 보면 그는 고전영화 관람 문화의 숨은 도우미이기도 하다. 영화와 수집의 욕망이 서로 만나 같이 하게 된 그의 특별한 인생사가 궁금했다. 그가 생각하는 영화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 혹은 수집의 탑이란 어떤 모양일까? 히치콕처럼 한 발을 딛고 서서 또 하나의 타이틀을 기어이 머리 위에 추가하고 있는 이 사람, 이용철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자.
수집가의 숙명에 관해 이미 오래전에 내려진 정의가 있다면 모으는 행위와 모은 그것으로 무얼 어떻게 얼마나 유용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스스로가 광적인 고서적 수집가였던 독일의 비평가 발터 벤야민이 ‘수집에 관한 한 강연’에서 인용했던, 문학가이자 수집가 아나톨 프랑스의 짧은 일화. 어느 날 한 손님이 아나톨 프랑스의
DVD 수집가 이용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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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될 거다”
-<매치 포인트>는 어떻게 구상한 영화인가.
=예전부터 살인을 소재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특히 살인범이 본래 죽이려 했던 희생자의 옆집에 사는 이웃을 죽여서 자신의 범행을 우연한 것으로 가장하려는 상황 말이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으로 테니스 선수였던 남자를 생각하게 됐다. 네트 위에서 득점과 실점의 기로에 놓인 테니스 공의 메타포를 생각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진행된 것이다.
-<매치 포인트>는 영화 전체가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걱정은 없었나.
=계속 뉴욕에서 작업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작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곧 그곳을 좋아하게 됐다. 단지 그곳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얼마 전 그곳에서 또 다른 영화(<스쿱>)의 촬영을 마쳤고,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즐거운 경험이 되
<매치포인트>와 우디 앨런의 세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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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식의 리얼리즘, 아이러니
크리스의 욕망과 갈등, 선택과 결과에 집중하는 <매치포인트>의 내러티브는 흔할 뿐 아니라 매우 단순하다. 매 순간 매치포인트에 운명을 맡긴 크리스가 결정적 한점을 얻는, 이 영화 최고의 반전(?)을 제외하면, 종횡무진 장르를 이동하며 파격을 시도했던 우디 앨런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처럼 단순해진 구조와 전형적인 캐릭터를 향한 입장은 다소 갈리는 편이다. “밥 딜런이 어쿠스틱 기타를 집어던지고 전자기타를 택했듯 우디 앨런 역시 변했다. <매치포인트>는 그가 40년 동안 만든 영화 중 최고작”이라는 평가와, “<범죄와 비행>이 궁극적으로 우주적(cosmic)이라면, <매치포인트>는 결론적으로 장식적(cosmetic)이다”라는 비아냥이 공존한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도 이런 식이었다. <애니홀> <젤리그> <맨하탄> <한나와 그 자매들> <범죄와 비행&g
<매치포인트>와 우디 앨런의 세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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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포인트는 탁구나 테니스 등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한점을 의미하는 스포츠 용어다. 일반적으로 매치 포인트 상황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실력보다는 운이다. 이러한 진리는 한 사람의 인생, 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우주에 대입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우디 앨런은 그처럼 허무하고 두려운 세상의 비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40년간 그는, 심각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재담꾼 같았다. 그는 능청스럽고 피학적인 농담 속에 자신의 진심을 담아왔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그의 현란한 화술에 먼저 매료됐다. 오는 4월13일 개봉을 앞둔 <매치포인트>는 <애니 홀>(혹은 <범죄와 비행> 혹은 <젤리그>… 이곳에 들어갈 영화의 제목은 아무래도 좋다) 이후 우디 앨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에 없이 근엄한 표정으로 귀환한 냉소주의자는 더이상 말장난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웃음기와 함께 자신의 영화에 등장하던 그 숱한 인장들까
<매치포인트>와 우디 앨런의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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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카메라를 게으르게 하는 유혹자
배우를 국적으로 갈라 연기를 논하는 것은 크리켓의 규칙을 이해하려는 것만큼 부질없는 노력일지도 모른다. 영국 배우들은 결코 단번에 들이켤 수 있는 한잔의 홍차가 아니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휴 그랜트가 데이비드 니븐과 마이클 요크의 계보를 잇는 영국 귀족 신사의 얼굴이라면, 노동계급과 아웃사이더로 자주 분하는 로버트 칼라일,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 데이비드 튤리스, 이안 하트는 리처드 해리스, 알버트 피니를 위시한 ‘앵그리 영 맨’ 세대 배우들의 좀더 왜소한 후배들이다. 웬만하면 영화도 문학 각색물을 선호하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있는 반면 연극에 별로 미련을 두지 않는 마이클 케인도 있다. 팀 로스와 게리 올드먼은 언제든 대서양을 건너가 ‘저수지의 개’ 멤버가 될 수 있는 배우이며, 미국인은 물론 동양계로 분해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변신의 귀재 밥 호스킨스, 벤 킹슬리 같은 배우도 있다.가장 예외적인 인물인 숀 코너리는 개인주의
영국 배우 전성시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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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트 타운센드 Stuart Townsend
<레저렉션> <퀸 오브 뱀파이어> <젠틀맨리그>
“나는 아일랜드의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 미국의 정치야말로 정말 굉장하다. 부시를 봐라. 그는 전세계를 정치적으로 만들었지 않은가.”
한국에선 샤를리즈 테론의 남자친구로 더 유명한 배우, 최근 결별설이 들려왔다. 어린 시절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연기학교에 등록하면서 배우의 길로 들어섰고, 영화 <트로잔 에디>로 데뷔했다. 이후 <퀸 오브 뱀파이어>에서 비운의 죽음을 당하는 알리야와 함께 주연을 맡아 주목받았으며, <젠틀맨리그>에선 카리스마를 넘치는 불사신 도리안 역을 맡았다.
Good: 코미디 <어바웃 아담>부터 SF스릴러 <이온 플럭스>까지 연기의 폭이 넓다.
Bad: <반지의 제왕> 아라곤 역을 비고 모르텐슨에게 빼앗긴 건 정말 불운한 일이었다.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영국 배우 전성시대 [6] - 아일랜드 출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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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베일 Christian Bale
<아메리칸 싸이코> <이퀄리브리엄> <배트맨 비긴즈>
“<아메리칸 싸이코>를 찍기 전에는 계속해서 사극 제의만 들어왔다. 이제는 머천트 아이보리 영화용 배우가 되는 게 아니냐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발행 10주년 기념호에서 크리스천 베일을 지난 10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컬트적 인물 8’에 꼽았다. 베일은 13살 어린 나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태양의 제국>에 출연했으며, 이 영화로 전미비평가협회 청소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아메리칸 싸이코>에서 패션에 집착하는 살인마 역을 훌륭히 소화했으며,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에서 슈퍼 히어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심리스릴러 <머시니스트>를 위해서는 30kg 감량도 마다지 않는 열의를 보여줬다. 이후 콜린 파렐과 함께 테렌스 맬릭
영국 배우 전성시대 [5] - 웨일스·스코틀랜드 출신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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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문드 파이크 Rosamund Pike
<007 네버다이> <둠> <오만과 편견>
“사람들이 나의 영국적인 특색들을 좋아한다면 그걸 애써 감출 생각은 없다.”
<007 네버 다이>의 본드걸과 <둠>의 과학자가 <오만과 편견>의 제인 베넷과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비록 본드걸로 데뷔했지만 로자문드 파이크는 오페라 가수와 바이올린 연주자 사이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수학한 예술가 집안의 숙녀였다. 이러니 강단과 온기가 여문 제인 베넷 역할에 어울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오만과 편견> 이후 로자문드 파이크의 앞에는 꽤 쓸 만한 프로젝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앤서니 홉킨스와 공연할 신작 <분열>(Fracture)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참이다.
Good: <오만과 편견>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는 본드걸과 <둠>의 이미지를 벗는 데
영국 배우 전성시대 [4] - 잉글랜드 출신 배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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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 나이틀리 Keira Knightley
<슈팅 라이크 베컴>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킹 아더> <오만과 편견>
“미국의 젊은 여배우들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나 인간은 결점이 있기에 완벽할 수 있다. 나는 완벽한 얼굴 같은 데는 별 흥미가 없다.”
키라 나이틀리는 나이보다 조숙해 보인다. 그가 겨우 스무살이며, <오만과 편견>으로 역사상 세 번째 어린 나이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와 <킹 아더>보다 나이틀리를 잘 대변하는 작품은 지난 2002년에 출연한 영국 미니시리즈 <닥터 지바고>일 것이다. 겨우 16살의 나이로 거친 러시아 대지의 여인 라라를 연기한 그는 소녀의 몸으로 성인의 강단을 품은 배우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일은 그만 들어올 테고, 사람들은 나를 지겨워하게 될 것이다
영국 배우 전성시대 [3] - 잉글랜드 출신 배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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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캐리 그란트의 진화한 후예들
지금의 젊은 영국 배우들은 눈을 내리깔고 윗입술을 세운 영국 귀족의 얼굴도 아니고, 탄광촌 노동계급의 성난 얼굴만을 대변하는 프리 시네마의 ‘앵그리 영 맨’도 아니다. 그들은 캐리 그랜트의 진화한 후예들이다. 더이상 신사연하지 않으며,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그들은 바람피우고(주드 로), 섹스 비디오를 유출하고(콜린 파렐), 새로운 스티브 맥퀸의 자리를 넘본다(클라이브 오언). <타임>이 캐리 그랜트에게 보낸 칭송을 빌리자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 동물”들이다. 여배우들 역시 <뉴욕타임스>의 말대로 “영국식 고고함을 끝끝내 지키다 잊혀져간”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와는 다르다. 캐서린 제타 존스, 케이트 베킨세일, 키라 나이틀리와 시에나 밀러는 가죽 의상을 입거나 빅토리안 치마를 걷어올리고 말 안장에 올라타 검을 휘두른다.
새로운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배경에는 90년대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영국
영국 배우 전성시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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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영화지 <엠파이어>는 젊은 영국 배우들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며 마치 선언 같은 전문을 썼다. “비록 우리에게는 블록버스터를 만들 만한 돈이 없지만, 재능있는 배우의 부족에 시달렸던 적은 한번도 없다.” 백번 자랑해도 모자랄 것 없는 말이다. 캐리 그랜트,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로부터 키라 나이틀리와 크리스천 베일과 클라이브 오언에 이르기까지, 영국은 재능있는 배우에 있어서라면 제국의 영광을 한번도 손에서 놓았던 적이 없다. 그리고 젊은 영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의 중심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최근 몇년간의 상황을 보노라면, 제국의 영광이 또 다른 진화의 과정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예감을 가능케 한다. 지금 가장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영국 배우들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고, 오랜 영국 배우의 저력 또한 꼼꼼히 되짚어본다. 각 지방(잉글랜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별로 뽑아낸 유망주들의 명단은 현재 진행 중인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의
영국 배우 전성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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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광범위한 부패문화에 젖어있다”
-‘시리아나’라는 제목은 무슨 뜻인가.
=워싱턴의 싱크 탱크가 실제로 사용하는 단어다. 그들은 중동의 국경을 다시 그릴 수 있다는 은유적인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했다. 자신의 필요와 욕심에 따라 어떤 지역을 마음대로 재단하겠다는 꿈은 시저 이래 많은 이들의 소망이었지만 매우 잘못된 생각이기도 하다.
-<시리아나>는 로버트 베어의 논픽션이 원작이다. 그 책을 어떻게 픽션으로 각색했는가.
=베어를 모델로 삼은 CIA 요원 밥은 이 영화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래서 나는 다른 세계도 연구해야만 했다. 처음엔 베어가 들려준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베어는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내게 소개시켜주었고, 그 때문에 좀더 넓은 관점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헤즈볼라 지도자와 석유재벌, 무기거래상, 보수적 싱크 탱크인 미국 기업연구소 멤버들, 투자은행인 칼라일그룹의 임원들을 만났다. 결
<시리아나>의 제작배경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