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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는 33살, 지금은 41살”
<아치와 씨팍>을 만든 이들은 조범진 감독과 동료들로 구성된 ‘J팀’이라는 집단이다. CD롬 타이틀을 만들던 친구들은 <업 앤 다운 스토리>라는 단편영화로 애니메이션계에 ‘꽤 재미나는 친구들’이 하나 나타났음을 알렸고, 그 덕에(혹은 그 탓에) 뜻모를 자신감을 충전시켜 장편애니메이션에 뛰어들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꿈을 향해 달리라 고하는 다디단 선악과를 딴 순간이었다. 물론 돌아갈 길도 없이 8년이 흘렀다. 그동안 조범진 감독은 <씨네21>과 이미 두번의 인터뷰를 했고, 두번 모두 “곧 개봉한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해 인터뷰에서는 그해 11월이면 개봉한다고 장담했었다.
=(웃음) 거짓말쟁이가 된 거지 뭐. 합성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들었다.
-제작 지연에는 자금문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물론 중간중간 자금문제 등의 압박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만드는 사람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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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1-마니아
막무가내의 펑크 애티튜드
양아치와 18. 누구나 더러워하는 똥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는 지저분한 사회에서, 누구나 원하는 것은 일종의 마약인 하드. 주인공은 정의나 평화 같은 거창한 대의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의리나 복수 같은 개인적인 비장함이 그들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아치와 씨팍>은 누구나 공감할 캐릭터와 설정 대신에, 소수 취향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요소들로 승부를 걸었다. 지저분하고 무지막지하면서도, 외관상으로는 아주 귀엽고 순수해 보이는 인물들의 부조화 같은. 영웅도 없고, 묵직한 감동이나 비련의 사랑이나 처절한 운명도 존재하지 않는, 이런 야비하고 당돌한 애니메이션은 대체 누구를 보라고 만든 것일까?
<아치와 씨팍>이 처음 기획된 것은, 엽기 코드가 한창 대세였던 1998년이었다. 제작기간이 2, 3년 정도로 끝났다면 <아치와 씨팍>은 주목받을 만한 이유가 있는 엽기발랄한 애니메이션이 되었을 것이다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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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금(禁) 엽기 하이브리드 포스트모던 장편 활극 애니메이션, 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치와 씨팍>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정의하는 것은 도대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아치와 씨팍>을 숫자로 정의 내려보자. 기획부터 개봉까지 걸린 시간 8년. 셀 매수 10만장 이상. 컷 수 2100. 제작에 참여한 스탭 수 150여명(고정 스탭 40명). 총제작비 35억원. 이 모든 숫자들은 <아치와 씨팍>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강도의 노동력과 어떤 강도의 고난을 겪어야만 했는지 아주 제대로 보여준다. 엄청난 셀 매수와 컷 수. 그러나 고정된 스탭의 수. 적은 제작비와 기나긴 세월을 집어삼킨 제작기간까지. <아치와 씨팍>은 제작진마저도 가끔은 완성을 장담하지 못했던 애니메이션이다. 마침내 8년의 제작기간을 마무리하고 완성된 <아치와 씨팍>의 전모를 살펴본다.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아치와 씨팍>는 주요 배경 지식을 관객
<아치와 씨팍>의 매력과 가능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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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비열한 거리>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나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고 마는 한 인간의 삶을 따라가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삼류 조폭이 조인성에게 떨어졌다.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부잣집 도련님이 건달 역이라니. 하지만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를 통해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에서 벗어나 조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냈고, 이전 영화들과 굵은 선을 그어버렸다. 여기서 잠깐, 조인성의 행보와 겹쳐지는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유하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주인공인 권상우다. 권상우 역시 폭력이 판치는 1970년대 학교를 다룬 <말죽거리 잔혹사>에 출연, 철딱서니 없는 동갑내기의 모습에서 벗어나 사회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키는 고등학생 역으로 좋은 평을 받았다.
물론, 그들이 똑같지는 않다. 권상우는 76년생인 반면, 조인성은 81년생. 비슷해 보이는 이 배우들의 나이는 5년이나 차이가 난다. 또 하나. 권
비열함을, 분노를, 매력을 폭발시켜라! 조인성 vs 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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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처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38년 6월 ‘액션 코믹스’ 제1호의 지면에서였다. 미국 국기를 기초로 한 청색과 적색 위주의 심플하면서도 돋보이는 복장, 말 그대로 ‘초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강력한 힘, 그리고 출애굽기의 모세에 비견되는 극적인 탄생 이야기의 주인공인 슈퍼맨은 미국 대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흥미로운 것은 최초의 슈퍼맨이 날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슈퍼맨의 가장 대표적인 초능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초창기만 해도 장거리 도약이 전부였고 비행 능력은 1940년대 들어서야 도입되었다. 슈퍼맨의 높은 인기는 탄생 2년 만인 1940년 라디오 드라마를 시작으로 대중매체 전반으로 이식되기 시작했다. 라디오 드라마 <슈퍼맨>은 진실과 정의, 미국적 가치를 찾는 슈퍼맨의 모험담을 원작에 충실하게 그려 청취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보라! 저 하늘을! 그것은 새다! 비행기다! 슈퍼맨이다!’라는 유명한 카피가 바로 이 드라마에서 시작된 것. KKK단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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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Flying
과학적으로, 미학적으로 표현한 고유한 슈퍼맨의 능력
도구나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능력은 슈퍼히어로 중에서도 슈퍼맨의 고유한 자질이다. 와이어나 기계장치를 CG로 지울 수 없었던 과거 <슈퍼맨> 영화들은 조명이나 카메라 위치를 꼼꼼히 조작해 속임수를 가리는 묘기를 부린 다음, 관객의 우호적 상상력에 세부를 맡겨야 했다. 그러나 현재 할리우드가 가동할 수 있는 첨단 테크놀로지와 감독의 판타지를 마음껏 결합한 <수퍼맨 리턴즈>의 비행 시퀀스들은 액션과 로맨스의 정점을 차지한다.
슈퍼맨이 ‘거의’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과 다른 점은 얼굴과 머리카락이 가면에 가려 있지 않기 때문에 비행시 기류에 반응해야 하고, 지속시간과 방향성이 완벽하게 자유롭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고속으로 날아가는 슈퍼맨의 피부 떨림을 표현하기 위해 배우를 투명한 공에 넣고 ‘루미스피어릭 스캔’ 기법으로 얼굴과 몸에 광선을 반사시켜 모공까지 컴퓨터에 재현했다. <폴라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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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플래닛> 기자 로이스 레인은 “왜 우리는 슈퍼맨이 더이상 필요없는가?”라는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적어도 할리우드는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2001년 이래 최악의 시황(전미 박스오피스 36억달러)을 지난해 여름 성수기에 경험한 할리우드는,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철의 사나이와 브라이언 싱어 감독에게 마천루보다 높은 기대를 걸어왔다. 평단과 관객은 <엑스맨> 시리즈를 명품으로 만든 브라이언 싱어가 ‘완전무결해서 진부한’ 미국적 영웅 슈퍼맨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우려했고, 오리지널 <슈퍼맨>의 열렬한 팬들은 혹시 그들의 우상이 변질될까봐 마음을 졸였다.
6월28일 개봉을 앞두고 공개된 <수퍼맨 리턴즈>는 21세기 대중영화의 고전으로 꼽힐 만한 풍모를 드러냈다. 총명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인용이나 자조를 일삼으며 포스트 모더니스트의 흉내를 내거나, 실존적 고민에 빠진 배트맨과 엑스맨의
브라이언 싱어와 <수퍼맨 리턴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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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상의 탄생과정을 꼼꼼히 따라잡았는가? 의상감독 4인의 인터뷰를 독파했는가?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들이 있는가? 샘솟는 우물처럼 호기심 왕성한 당신을 위해 영화의상에 관한 시시콜콜 질답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 사소한 Q&A가 끝난 뒤에도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있으신 분은 4800만 국민의 지식창고 ‘네이휑~’을 이용하거나 담당기자에게 이메일을 날려주시길.
-<친절한 금자씨>의 물방울 원피스 원단은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CJ몰 경매 때 타이밍 놓친 <친절한 금자씨> 열혈 관객)
=그 원단은 2년 전에 동대문 원단상가에서 구입한 것입니다. 당시 조상경 의상감독이 수십개 원단가게를 돌아다니다가 유일하게 한곳에서만 발견한 원단이라고 하네요. 수십 가지 도트무늬 원단들 중 그 원단을 선택하면서 바탕이 하늘색이냐 검은색이냐 핑크색이냐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최종으로 크림색 바탕을 골랐다고요. 패턴이 들어간데다 2년이나 지나서 원단 자체는 아마
영화의상 만들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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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딱 한명인 옷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의 조상경
무대의상학과 학생 당시 현장 경험을 가진 파트너와 함께 <피도 눈물도 없이>(2002)의 의상 작업을 한 것이 그의 첫 번째 필모그래피다. 영화가 좋아서 영화의상을 시작했고, 그래서 “실은 영화판에서 뭘 해도 상관이 없다. 영화의상만이 내 삶의 이유이거나 나에게 사명감을 주거나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그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이유는 “웃겨서”라고.
-현대물을 주로 작업해왔는데, 작품마다 구체적인 컨셉은 달라도 어딘가 일관된 정서가 느껴진다.
=그게 별로 안 좋은 것 아닌가 생각했다. 스탭은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유연성이 없으니 글렀다 그런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좀 다른 성격의 작품들도 해봤는데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더라.
-그런 자신의 취향을 스스로 정의한다면.
=결핍된 캐릭터들이 좋다. 그러면 나의 감정이입도 훨씬 편하고 시각화하기도 좋다.
영화의상 만들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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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단하기 _ 1인치의 오차도 용서할 수 없다
“<청풍명월>의 반정군 갑옷 비늘은 쇠처럼 간지를 낸 플라스틱이다. 갑옷 제작은 중국 본토 쑤저우에 있는 공장에서 했다. 디자인을 넘기고 1차 샘플을 받았을 땐 황당했다. 하얗고 빨갛고, 전형적인 중국 사극의 의상이었다. 비늘각부터 다시 맞췄다. 꿰매고 났을 때 둔탁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비늘들의 각도를 맞추고, 닳은 쇠의 광택이 날 수 있도록 은분을 바르는 붓터치를 알려주고, 일정한 볼륨감을 줄 수 있는 솜 두께를 지정했다. 15일 동안 그곳에 상주하면서 샘플을 만들어 일일이 라이팅 테스트까지 했다.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두꺼운 쇠갑옷의 느낌을 찾을 때까지.”(권유진)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청풍명월>의 주요 의상수는 반정군 장교 갑옷 60여벌, 반정군 사병 갑옷 200여벌, 수비군 장교 갑옷 30여벌, 수비군 사병 갑옷 60여벌 등 모두 350여벌이다. 컨셉을 현실화하는 의상 제작단계는 다른 말로 막노
영화의상 만들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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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의 물방울 원피스와 검은 선글라스가 만들어내는 복고풍의 우아함, <음란서생>의 검은 한복과 붉은 한복이 드러내는 과감함과 강렬함, <왕의 남자>의 색동 궁중 광대옷이 품고 있는 상상력. 영화의상은 종종 영화와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시각적 쾌락의 요소가 된다. 동시에 영화의상은 영화 속 인물, 더 나아가 영화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무언의 문장이며 단락이다. 이같은 역할을 지닌 영화의상은 최근 한국 영화계가 품은 영화적 비주얼에 관한 이상이 의욕적으로 실현되면서 유독 그 매력을 발휘해왔다. <올드보이>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달콤한 인생> <혈의 누> <친절한 금자씨> <형사 Duelist> <왕의 남자> <청연> <음란서생> 등 의상 면에서 성취가 남달랐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영화의상의 탄생과정을 따라잡아보면 어떨까. 충무로의 주요 의상스
영화의상 만들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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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 인터뷰
“캐릭터영화가 어떤 건지 보여주겠다”
-<거룩한 계보>는 기존 영화와 다르다는 느낌이다.
=내 입장에서는 크게 다른 게 없다. 어차피 소재는 매번 달라지는 것 아닌가. 영화 규모는 다르다. 이런 것은 있다. 사이즈가 달라진 만큼 책임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금은 편협하지 않은 선에서,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오락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작품을 ‘장진의 조폭영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어떤가.
=조폭영화, 조폭영화 그러는데, 한국에서만 조폭영화라고 부르며 낮게 보지 외국에서 갱스터무비는 대가의 손길이 닿은 하나의 드라마적 장르다. 한국에서는 이상한 방향의 성공사례가 생겨서 비판받는 것 같다. 만약 <초록물고기>가 성공했다면 이렇게 몰리지 않았을 거다. 이 영화는 말이 조폭영화지, 전형적인 범죄와 범죄자의 이야기다. 거기서 좀 들어가면 내 것치고는 가장 많이 울릴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다. 감정이 굉장히
<거룩한 계보> 촬영현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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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 감독의 신작 <거룩한 계보>가 촬영현장을 공개하며 실체를 드러냈다. 타고난 재담꾼이자 현실을 뒤트는 코미디의 대가인 장진 감독의 이 여섯 번째 장편영화는 여러 면에서 큰 변화를 느끼게 한다. 조직폭력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조폭영화’라는 점에서부터 거친 남성들의 세계를 굵직한 스타일로 담아낸다는 면, 10여명의 캐릭터를 동시에 두드러지게 보여준다는 사실 등 <거룩한 계보>는 기왕의 장진 영화와는 다른 면모를 많이 갖추고 있다. 장진 감독과 두 주연배우 정재영, 정준호의 어깨너머로 <거룩한 계보>의 정체를 들여다봤다.
조직을 위해 큰일을 치른 남자가 감옥에 들어간다. 얼마 뒤 조직의 보스는 그를 배신하고, 분노에 떨던 남자는 복수를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 같은 조직원이자 절친한 친구는 남자와의 우정과 조직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하고, 마침내 보스를 찾아온 그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 단순하고 전형적인 이야기가 장진 감독의 새 영화 <
<거룩한 계보>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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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르 단편영화 본선 진출작
엉뚱하지만 정교하게, 웃음을 터뜨리다
독특한 감성의 가족영화, <아버지 어금니 꽉 깨무세요>
최원석/ 16mm/ 22분30초/ 2006년
예로부터 가족은 애증의 대상이다. 그러나 장편이든 단편이든, 영화 속에서 가족의 갈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일전을 앞둔 상대에게 맞을 각오를 하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을, 태연스럽게 아버지에게 던지고 있는 이 영화는 좀 다르다. 동네 사람 모두가 피하는 돌아온 탕아, 무배는 이제 막 감옥에서 출소했다. 그를 고발하고 보험금을 타낸 그의 가족에게 무배의 귀환이 반가울 리 없다. 그런데 이 가족, 좀 이상하다. 아들의 복수를 피하기 위해 치매를 가장한 아버지도 대단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향한 일말의 애틋함도 없이 생삼겹살을 먹이거나, 교통사고 사기에 이용하려는 아들의 행태도 가관이다. 인정사정 보지 않는 이들의 대결은 연신 낯설고 날선 웃음을 선사하는데, 실제로는 어떻든지 간에 어쨌
제5회 미쟝센단편영화제 [3] - 추천작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