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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쟝센영화제 ‘희극지왕’ 부문 수상자, 봉준호 감독과 만나다
2004년 사회드라마 부문 <감상의 이해, 청산별곡>으로 심사위원 특별상, 올해 코미디 부문 <베이베를 원하세요?>로 최우수 작품상과 연기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쥔 이상근 감독. 지난해 미쟝센영화제 때 평소 흠모하는 봉준호 감독을 길거리에서 만나 인사했다가 뻘쭘하게 외면당한 뒤 “꼭 복수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복수는커녕 이렇게 화기애애한 대화의 자리에서 일년 만에 마주앉게 되었다. 문화센터에서 봉준호 감독의 강의를 섭렵한 것은 물론이고, 그의 습작 시절 다섯컷 작품까지 열심히 챙겨본 진짜 봉준호의 폐인이다. 그렇게나 존경하는 선배 감독 봉준호가 마침내 이상근 앞에 나타나 그와 그의 영화에 관해 요리조리 꼼꼼하고 친절하게 물었다.
봉준호/ 언제 졸업해요?
이상근/ 제대로 다니면 2008년 2월 말이요.
봉준호/ 음…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경쟁심을 안 가졌구나. 원래 반쯤 충무로에 나와 있
장편감독, 단편감독을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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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4일 막을 내린 미쟝센영화제가 다섯편의 부문별 최우수 작품상과 세편의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송해성, 정지우, 박흥식, 박진표, 박찬욱, 류승완, 장준환, 박광현, 김성수, 오승욱. “제아무리 부산영화제라 해도 자기 작업이 있으면 행차하지 않을”, 충무로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현역 감독들이 이들 작품과 감독을 향해 아낌없는 애정을 표명했다는 의미다. 머지않아 현장에서 만나게 될 예비 동료를 향한, 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지지. 대부분의 예술에 있어서 교육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를 품는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 일찍 같은 길을 걸어본 이들이 후배를 독려하는 영화제는 최고의 교육장이라 할 만하다.
축제는 끝났지만 현실은 계속된다. 고독한 작업으로 복귀한 선배 감독은 물론, 짜릿한 수상의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영화를 고민해야 하는 후배 감독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서먹한 첫걸음을 내딛는 수상 감독들과 영화제를 인연으로 이들의 행보에
장편감독, 단편감독을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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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가 최근 DVD 사업에 관한 두 가지 결정을 내렸다. 파라마운트는 6월을 끝으로 한국 DVD시장에서 철수하고 사업권을 CJ엔터테인먼트에 대행하기로 결정했다. 반대로 7월25일 HD-DVD 타이틀 10종을 선보이며 새로운 DVD시장에 적극 동참할 방침이다. 한편으론 DVD 시장의 몰락을 보여주는 절망적 사건으로, 다른 한편으론 새로운 시장 형성이 가능하다는 희망으로도 보이는 사건이다. 일단 전반적인 무게중심은 절망쪽에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이사는 “정말 비정상적이다. 홈비디오 시장이 렌털을 합쳐서 1천억원 규모도 안 된다”라고 말했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한국영화의 부가판권 문제는 일개 회사에서 대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장이 원래 규모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된 마당에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제작·투자 방면에 비하면 이 분야는 심각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시네마서비스 김인수 대표는 “VHS 렌털시장의 생명력도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3] - 부가판권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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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모어 코리안 무비!” 올해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 일본 바이어가 한국 배급사 직원에게 농반진반으로 던진 이야기는 현재 일본시장에서 한국영화가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동안 한국영화의 ‘제3의 자금원’ 역할을 해왔던 일본시장이 올해 상반기 들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들이 일본 수입사끼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백만달러의 미니멈개런티를 받으며 귀하게 모셔나갔던 게 불과 지난해 사정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최근의 경향은 이상징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때 한국영화는 ‘엔화를 벌어들이는 황금거위’처럼 보였다. 지난해 칸 마켓은 그 절정이었다. <외출>이 700만달러, <형사 Duelist>가 500만달러, <괴물>이 470만달러(투자액 120만달러 포함), <야수>가 400만달러, <아파트>가 200만달러의 미니멈개런티를 받고 선판매됐다. 칸영화제 전후로도 <청춘만화>가 520만달러를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2] - 해외진출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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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는 “올해 데뷔 못하는 감독이나 노는 스탭은 바보”라는 말이 농담처럼 나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집계를 시작한 1992년부터 개봉작 기준 한국영화가 연간 100편을 넘긴 경우는 없었다. 2006년 상반기 개봉작만 47편. 연초 대두된 ‘100편 제작’의 소문은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자금 유입은 풍부하고 제작 열기도 가득하니 한국영화는 승승장구 중일까. 속사정은 좀 다르다. 입도선매로 제작비를 더해주던 일본시장은 싸늘히 식어버렸고, 배급시장은 과잉 경쟁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편당 수익률은 갈수록 나빠지고 부가판권 시장은 회생의 기미가 없다. 도약과 퇴락의 갈림길, ‘연간 100편 제작시대’에 들어선 한국영화를 살펴본다.
제작편수 급상승에도 관객동원, 배급, 수익성 등 전반적 불안
우려는 현실이 됐다. 6월30일까지 개봉한 한국영화는 모두 47편. 월드컵 특수 때문에 6월 개봉작이 적었던 상황에도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는 50편에 육박했다. 늘 하반기 개봉작
2006 한국영화 상반기 결산 [1] - 투자·제작·배급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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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전쟁터를 누비고 세기의 권력가들과 인터뷰
1980년 이란인들이 이란에 대한 미국의 간섭에 반발하며 미국인들을 인질로 붙잡아두는 사건이 발생하자, 알퍼트는 곧장 이란으로 건너갔다. 다른 방송사들이 대사관에 카메라를 고정시켰던 반면, 그는 뒷골목과 시장들을 누비며 인질 사건에 대한 이란인들의 반응을 이끌어냈고, 이는 그가 찍은 영상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또한 그는 당시 이란에 머물렀기에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곧바로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할 수 있었다. “뒤늦게 출발한 다른 기자들은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올 수 없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막을 통해 걸어가기로 했다. (웃음)” 그것만이 아니다. 1991년 걸프전쟁이 발발하자 알퍼트는 집중 폭격의 대상이었던 바그다드로 걸음을 옮겼다. “당시 사담 후세인쪽에서 서안(한?)을 보내 촬영 금지 사항들을 전달했다. ‘찍으면 안 된다’투성이였다. 나는 이
비디오 저널리스트 존 알퍼트를 만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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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아 감독회고전을 준비했다. 회고전의 주인공은 존 알퍼트(58) 감독. 그는 홀로 ENG카메라를 짊어지고 뉴스가 있는 곳은 어디든 누비고 다니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이다. 알퍼트는 지난 44년 동안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과 세기의 권력가들, 나아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까지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다채로운 소재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EIDF쪽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난 것은 6월11일 오후. 지금까지의 경력이 입증하는 왕성한 활동력 때문일까, EIDF쪽의 행사요원은 알퍼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호텔 헬스장에 가서 몸을 풀었다고 귀띔했다. “헬로.” 그는 먼저 인사말을 건넨 뒤 모자를 벗으며 악수를 청했다. 한때 고집스러운 검은색이었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가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아직도 따뜻하고 단단했다. “알퍼트는 사람들에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게 하는 천부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인 담화이거
비디오 저널리스트 존 알퍼트를 만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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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는 필름의 대안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새 매체
<코마>의 제작진이 찾아낸 것은 한정된 시간과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내기 위한 제작 방식이다. <코마>의 이야기는 폐쇄된 병원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적절한 로케이션만 구해진다면 비용과 시간의 절감은 저절로 따라올 수 있는 제작친화적인 이야기라는 의미다. 시오필름은 전국을 수소문한 결과 리모델링 직전의 병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남 남원의 호성병원은 11층의 거대한 덩어리였고, 마치 <코마>를 위해서인 양 모든 것이 음산하게 비워져 있었다. 이곳에서 제작진은 2005년 6월부터 5개월 동안 촬영에 돌입했다. 제작진은 120여명의 스탭진을 40명씩 세개의 팀으로 분리해서 운용하는 방식을 택했고, 각 팀은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출하는 감독의 지휘하에 따로 촬영을 마쳤다. 그에 더해 <코마>가 예산을 절약하면서도 케이블 시리즈에 맞는 적절한 미학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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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수술실의 문이 열린다. OCN과 시오필름이 공동으로 제작한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가 오는 7월21일부터 OCN에서 방영을 시작한다. <코마>의 무대는 10년 전 사라진 소녀의 원혼이 구천을 떠도는 폐업 직전의 종합병원. <알포인트>의 공수창 감독과 세명의 신인감독들은 시청자를 위해 어긋한 태피스트리 같은 공포의 퍼즐을 준비해놓았다. 소녀의 원혼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소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5개의 작품이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코마>는 극장용 공포영화의 관습을 TV에 접붙이려는 대담한 시도이며, 케이블 채널의 기획력과 충무로 인력의 만남이 보여주는 어떤 미래상이다. 케이블TV용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의 전모를 살펴보자.
폐쇄된 지하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 오래된 공포가 찾아온다. OCN과 시오필름이 공동으로
5부작 공포시리즈 <코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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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 분식집이라면 수다는 다시다다. “이번 애니메이션에는 수다쟁이 캐릭터가 안 나옵니다”라는 멘트는 “우리집 음식엔 조미료 하나도 안 써요”라는 말과 같은 반응을 끌어낸다. “거짓말!” 언제부턴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수다쟁이는 없어서는 안 될 캐릭터가 되었다. 떠들고 불평하면서도 주인공을 보좌하는 감초 캐릭터는 기본. 악당에게도 수다는 필수다. 과묵하고 안 웃기고 진지한 악당이 나온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잘못 찾아들어온 것이 아닌지 확인하는 게 좋다. 수다 바이러스는 주인공도 감염시켰다. 주인공이 푼수를 떨며 왕자병 멘트를 날리는가 싶더니, 요즘은 아예 주·조연 할 것 없이 단체로 수다 떤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조미료에서 주재료로 등극한 수다쟁이들. 이들이 어떤 변천사를 거쳐왔는지 슬쩍 짚어본다.
원류-‘주접스런 조력자’와 ‘장광설을 늘어놓는 악당’
태초에 가재와 문어가 계셨다.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배출한 이 두 원로는 각각 ‘
<인어공주>에서 <카>까지, 할리우드산 수다쟁이 캐릭터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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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드무비의 우리말로 국립국어원에서 채택한 여정영화는 로드무비의 ‘길’이 주는 느낌과 공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로드무비는 그저 여행영화가 아니라 인생의 비유인 ‘길’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로드무비는 진지해’라는 진실 반 오해 반의 선입견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다. 여정영화로는 또 말 그대로 ‘집을 나간다’는, ‘가출’이라는 오래된 로드무비의 주제를 끄집어내지 못한다. 로드무비는 바로 가출영화이기도 한 것이다. 아빠, 아내, 엄마, 아들, 언니, 오빠 등 집 나간 가족들의 이야기가 로드무비 아니던가. 길 위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과 가족을 돌아보고,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선다. 로드무비를 가출영화로 뒤집어보면, 가출은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아름다운 방황이 될 수도 있다. 혹시 집 나갔거나 집 나갈 식구가 있다면 로드무비를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 나간 식구들은 길 위에서 어떻게 지내는가. 식구가 집을 나갔을 때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구성원
가족별 가출 대처 요령-로드무비 완전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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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중계에서 1분이 넘는 컷은 없다
그러나 테크놀로지가 모든 문제의 해결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여기서 남아 있는 축구 중계 카메라의 난처함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이 종목이 야구나 농구와 달리 넓은 공간에서 개인플레이와 세트플레이가 서로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혹은 팀마다 그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브라질과 독일의 차이 혹은 양쪽을 겸비한 프랑스. 그때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팀이 서로 대결하는 경우 경기에서 설정해야 하는 기본 앵글의 범위라는 문제이다. 두 번째는 경기장의 종횡비(縱橫比)의 난처함이다. 라이트윙과 레프트윙을 어떻게 동시에 한 프레임에 담아서 횡의 진행을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 혹은 갑작스러운 기습으로 인해 공이 갑자기 상대방의 골문 가까이 떨어졌을 때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종의 구도를 어떻게 따라갈 것인가.
축구 중계는 이 문제를 반대의 방식으로 해결했다. 축구 중계에서 1분이 넘는 컷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말뜻은 처음부터
월드컵의 미장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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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디움에서 본 것과 텔레비전으로 본 것은 다르다
에릭 로메르는 1960년 로마올림픽을 텔레비전으로 본 다음 ‘스포츠의 포토제니’라는 글을 썼다. 거기서 로메르는 스포츠 중계의 핵심은 불가능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스타디움에 가서 경기를 볼 때 인간의 시력으로는 경기의 전체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때 경기의 미세한 디테일을 볼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좌석이 문제가 된다. 반면 스포츠 중계는 전체를 포기하고 부분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거기서 단지 플레이의 디테일만을 보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 선수들의 얼굴에 나타난 피로감과 불안, 컨디션을 보게 된다. 그때 여기에 스포츠와는 아무 상관없는 드라마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좀더 심각한 것은 (로메르는 이것을 매우 부정적으로 썼다) 딥포커스와 마치 경기장 안에 들어온 것 같은 미디엄 숏의 사용으로 보는 사람과 선수 사이의 거리감을 말살시키고, 제한된 동작을 강조해서 ‘보는 나’의 공간감각을 완전히
월드컵의 미장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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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이 월드컵과 함께 흘러갔다. 공 하나를 놓고 벌이는 이 축제는 이번에도 전세계를 설레게 만들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만국공용어인 축구의 매력이 그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축구 자체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월드컵은 내가 축구를 하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로 축구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월드컵에 관한 글을 쓰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가 축구 중계의 기술부터 미학까지 다방면에 걸쳐 월드컵의 미장센을 분석한 글을 보내왔다. 축구보다 재미있는 축구 중계의 놀라운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나는 축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오프사이드를 눈으로 보고도 그게 오프사이드인지 모른다. 그냥 주심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한다. 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외우지 못하며, 올해 월드컵 스타들의 이름으로 열 손가락을 채우지 못한다. 토고전이 있던 날 나는 잠을 잤으며, 프
월드컵의 미장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