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을 주목해야 할 이유
민규동 감독과 함께 데뷔작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를 완성한 이래, 두 번째 장편을 단독 연출한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은 묘한 영화다. 남매, 모녀, 연인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놓인 한없이 가깝고도 먼 관계를 통해 관객의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이 영화는 꼼꼼히 곱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지는 섬세한 텍스트다. 이에 네명의 평론가가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한편의 영화를 바라봤다. 헤픈 여자들이라는 캐릭터(김봉석), 다중 플롯 영화 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이 영화의 구조(김지미),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감독의 감수성(남다은), 또 다른 가족을 말하는 사려깊고 정치적인 방식(듀나)에 관한 다음의 글들은 <가족의 탄생>으로 향하는 또 다른 지도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태용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날카로운 조언자인 민규동 감독이 <가족의 탄생>과 그
주목! <가족의 탄생> [1] - 김봉석 비평
-
오해를 푸는 것이 비평가로서의 임무라 본다
홍성남: 앞에서 거론했던 마스무라나 루이즈처럼 혹은 ‘현재의’ 알랭 레네처럼, 어떠한 이유로든 남들이 비평적 영토에서 배척한 영화감독들에 대해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다. 당신이 (재)조명하는 미국 감독들, 예컨대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앤서니 만, 니콜라스 레이, 오토 프레밍거 같은 이들 사이에서도 어떤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다. 이를테면 그들은 모두 당대에 어떤 ‘오해’를 받았던 감독들이지 않나.
조너선 로젠봄: 맞는 지적이다. 오슨 웰스도 그 리스트에 포함된다. 오슨 웰스에 대해서는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 그들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비평가로서 내가 가진 임무가 아닌가 한다.
홍성남: 오슨 웰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책이 나와 있는 걸로 아는데, 그것들과는 다른 입장의 책일 것 같다.
조너선 로젠봄 =내가 과거에 웰스에 대해 쓴 글들의 모음집이면서 새로 쓴 글들도 들어 있다. 새 글들은 웰스에 대한 잘못된 자료와 오해를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과의 대화 [2]
-
“저널리즘 비평은 영화에 관한 논쟁을 촉진시켜야 한다”
‘라울 루이즈의 영토를 지도로 그리기’라는 조너선 로젠봄의 글은 루이즈가 일궈놓은 그 방대한 영화의 대지를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힘닿는 데까지 감히 탐사해보겠다는 의지만으로도 읽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아마도 그는 영어권에서는 거의 이야기되지 않는 루이즈라는 시네아스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영미권 평자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처럼 로젠봄의 글들에서는 다른 영미권 평자들이 쉽게 거론조차 하지 못하는 이름들이 다뤄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예컨대 마스무라 야스조, 현재의 알랭 레네나 장 뤽 고다르, 장 마리 스트라우브 등등의 존재들이 그의 글 어디에선가는 그저 지나치는 대상이 아니라 깊이있게 논의되는 주제가 된다.
그처럼 “주류의 위치에서 대안적 형식의 영화를 들여다보는” 능력과 열의를 가진 로젠봄은 영화의 역사와 현재에 대해 관심의 창구를 가능한 많이 열어젖힌 진정한 코스모폴리탄-비평가들 가운데 하나다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과의 대화 [1]
-
장면 #4/ 악의 무리, 경찰서로 들어와 증인을 제거하다
태수는 왕재 살해 현장에 있었던 양아치 한명을 붙들어 증인으로 확보한 뒤 경찰서 유치장에 가둬놓는다. 하지만 온성의 어두운 세력은 절대 무공을 가진 서 팀장을 경찰서로 보내 증인을 제거하려 한다. 그를 저지하려는 형사들과 서 팀장은 경찰서 안에서 처절한 사투를 펼친다.
류승완/ 이 장면 앞뒤의 액션신이 육체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쾌감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기서는 영화적인 액션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카메라 테크닉과 속도, 그리고 편집으로 끝장을 보려고요. 서극의 <순류역류>도 염두에 뒀었죠. 와이드 렌즈를 쓰고, 스테디캠으로 찍고, 인물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구도도 자유롭게 이용하고, 숏도 잘게 분할해서 찍었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화려한 액션으로 만들고 싶어서 일부러 서울액션스쿨을 대표하는 5명의 무술감독님들을 다 형사 역으로 등장시켰죠. 그런데….
정두홍/ 막상 찍으려니까 예비군 훈련장 같았다는 얘기하려
류승완의 <짝패> [4] - 액션 코멘터리 ②
-
-
<짝패>는 류승완과 정두홍의 야심찬 액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적은 예산과 넉넉지 않은 시간, 그리고 갑자기 닥쳐온 부상 때문에 그들 마음에 꽉 찰 정도의 장면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액션을 추구하는 기운만큼은 스크린 가득 들어차 있다. 류승완, 정두홍이 티격태격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액션장면과 그 이면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해줬다. DVD보다 먼저 보는 <짝패>의 액션 코멘터리.
장면 #1/ 고등학생 시절 패싸움의 기억
태수(정두홍), 왕재(안길강), 필호(이범수), 동환(정석용), 석환(류승완)은 온성의 뒷골목을 누비던 유명한 10대들. 이들이 가을 소풍을 무사히 지나칠 리가 없다. 다섯명의 패거리는 다른 학교 학생들 수십명과 시비가 붙어 난투극을 벌인다.
류승완/ 지금부터 정두홍 감독님과 함께 <짝패>의 액션에 관해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첫 번째 액션신입니다. 이 영화는 왕재가 죽은 뒤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루죠. 그
류승완의 <짝패> [3] - 액션 코멘터리 ①
-
-<짝패>는 어떻게 구상했나.
=최근 들어 영화 만들기에 대한 나의 생각은 스타일이나 장르보다는 어떤 이야기냐, 어떤 인물들이 나오냐가 우선이다. 그것이 스타일과 장르를 규정한다는 것인데, 이번에는 정반대였던 것 같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나 <피도 눈물도 없이>를 만들 때처럼 말이다. 처음 컨셉은 ‘남자 2명이 나오는 일종의 버디무비이면서 진짜 액션영화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정두홍이 직접 출연해서 속임수없는 생짜 액션을 한다’는 정도였다. 그 다음 스토리를 고민했다. 초반에는 아주 전형적인 액션 플롯의 스토리가 나왔는데, 과연 평범한 액션영화를 만드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장르를 내가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스타일로 장르를 해석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났다. ‘오우삼이나 장철의 인물들이 로만 폴란스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서 성룡 같은 스타일의 액션을 펼친다’는 것 말
류승완의 <짝패> [2] - 류승완 인터뷰
-
류승완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짝패>는 오랜만에 만나는 순수 액션영화다. 류승완 감독 본인과 정두홍 무술감독이 주연을 맡았고, 한국 스턴트 액션의 명가인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나듯, <짝패>는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진화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액션을 위한 액션에 의한 액션영화’ <짝패>의 쾌감을 영화평론가 김봉석이 전한다.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와 류승완, 정두홍 두 사람의 주요 액션장면에 대한 해설도 덧붙인다.
10년 전에 고향을 떠난 남자가, 형사가 되어 돌아온다. 이제는 영정 사진으로밖에 만날 수 없는 친구 앞에서, 그는 모든 것이 변했음을 알게 된다. 20년 뒤에, 성공한 뒤에 함께 마시자며 묻어두었던 뱀술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기뻐하며 마실 친구들은 없다. 평화로웠던 소도시는 이미 우정도, 의리도 사라져버린 ‘폭력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간단한 스토리만으로도 너무나 익숙하게 들리는 <짝패>는
류승완의 <짝패> [1]
-
범죄본능 제지본능
<캐치 미 이프 유 캔> vs <데스노트>
<캐치 미 이프 유 캔> 프랭크 애버그네일-칼 핸러티
천재라고 꼭 착한 일을 하며 사는 건 아니다. 고딩 프랭크는 남을 속이는 데 비상한 재주를 발휘한다. 그는 전학 간 첫날 선생 행세를 하기 시작, 일주일 동안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하고 숙제 내주고 시험까지 치게 했다. 하나 여기까지는 애들 장난이다. 방년 17살의 가출 꽃돌이는 여객기 승무원·의사·변호사 등을 사칭, 공짜 비행기를 타고 병원에 취직하고 변호사집 딸과 결혼했으며, 수표를 위조해 3년간 140만달러(약 130억원)를 조달해 쓴다. 이 정도 거물 행각을 하면 빚내가며 잡으러 다니는 놈도 있게 마련. FBI요원 칼 핸러티가 그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소심한 수재는 천재의 재기에 매번 당하지만, 종국엔 핸러티의 끈기가 프랭크를 잡는다. 하지만 꼭 이런 관계에는 요상한 애정이 싹트더라니. 아니나 다를까 결국 핸러티가 프랭크를
영화 vs 만화 천재열전 [2]
-
찾아라! 영화·만화 속 천재들
국어 맞춤법도 틀리는 마당에 5개 국어, 6개 국어를 하는 애들이 있다. 많고 많은 연주가 중에 유독 청중의 심금을 울리는 애들이 있다. 공부로 1등 하는 걸로 모자라 운동, 음악, 당구 못하는 게 없는 애들도 있다. 주변에서 이런 이들과 마주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들과 좀 엮어볼까 하여 눈에 등잔을 밝혀도 사실 잘 보이지 않는다(어째서인 거야? 여우 같은 것들이 다 채간 거냐?!). 천재들과 만나고 싶다면 가상의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천재들이 판치기로는 만화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서는 천재들이 떼지어 다니는 것도 구경할 수 있고, 그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가 된 듯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그 중 몇명을 소개할 테니 원한다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시라.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없는 천재 과학자
<백 투 더 퓨쳐> vs <공상과학 대전>
<백 투 더 퓨쳐> 브라운 박사
에멧 브
영화 vs 만화 천재열전 [1]
-
강동원,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가느다란 입술
사실 강동원의 입술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존재일 수도 있다. 자신은 “졸린 눈”이라고 표현했지만, 그에겐 눈이 가장 큰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그윽하거나 슬프거나, 혹은 심오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의 눈동자. 하지만 그의 매력은 그레이 톤의 바탕색을 전제로 한다. 이는 최수종, 장동건의 쌍꺼풀 진한 눈에서부터 강동원, 주지훈의 가는 눈으로의 트렌드 이동을 설명하는 키컬러(Key-Color)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동원의 눈은 피부 톤, 코, 입술, 턱 등 얼굴의 거의 모든 부위와의 조화 속에서 존재를 완성한다. 여기서 그의 입술이(눈과의 관계에서) 다시 한번 중요해진다.
<늑대의 유혹>이 개봉한 2004년 당시, 상영관 내부의 분위기는 정말 특이했다. 중간고사를 마치고 교복바람에 극장 행차에 나선 여고생들은 강동원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연신 비명을 질러댔고, 곳곳에서 디카 플래시가 터졌다.
입술의 미학,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vs 강동원 [2]
-
<매치 포인트>와 <형사>,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와 강동원, 도톰한 입술과 가는 입술.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멀기만 한 것 같은 이 두개의 대립항. 이는 강동원을 알고, 그의 런웨이를 보았으며, <늑대의 유혹>을 관람한 대한민국의 누군가가 최근 개봉한 영화 <매치 포인트>와 <미션 임파서블3>을 보고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의 <벨벳 골드마인>을 상기시킨 순간,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단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즉 블록버스터 영화가 전세계에 동시 개봉하고, 한 영화의 촬영과정이 홍보의 수단이 되는 2006년, 오늘에서야 가능한 뜬금없는 점프컷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둘을 굳이 한자리에 초청한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3>라는 엄청난 블록버스터의 무게에도, 사형수의 초라한 의상(강동원은 현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찍고 있고, 인터넷에 그의 스틸이 공개되어 있다)에도 결코 짖
입술의 미학,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 vs 강동원 [1]
-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 촌놈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시골 공포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해는 마시길. 정형화된 관계와 반응에 길든 이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사정없이 무기력해진다는 얘기다. 인적없는 교외에서 수상한 옷차림을 하고 실실거리는 웃음을 거두지 않은 동네 토박이들을 만나면, 그들의 이유없는 호의를 맘 편하게 받아들일 도시인은 별로 없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홍보 카피로 내세운 <구타유발자들>의 초반부는 그처럼 알량한 도시인의 불안을 여지없이 이용한다.
젊은 제자 인정(차예련)을 벤츠에 태워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온 음대 교수 영선(이병준)은 인적이 드문 강가에서 모종의 작업을 시도하다 심상찮은 이들과 맞닥뜨린다. 군대에서 심한 구타를 당해 청각과 지능에 문제가 생긴 오근(오달수), 나사가 풀린 표정으로 일관하다 봉연(이문식)의 말이라면 무조건 듣고보는 고교 퇴학생 홍배(정경호)와 원룡(신현탁), 마지막으로 순박한 얼굴
광기 어린 마당극에 담긴 폭력의 순환, <구타유발자들>
-
case 3: 키워진 악마
<카포티>의 카포티
카포티는 좀 특수한 경우였다. 그 역시 <샤이닝>의 잭처럼 소설가였다. 하지만 카포티의 악마성은 잭처럼 외부로 드러난 광기와는 달랐다. 카포티는 약간 어눌하고 가녀린 목소리를 지녔으며 뭔가에 억눌린 사람처럼 보였다. 예쁘게 빗어넘긴 머리와 뿔테 안경은 지적인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줄곧 이상한 말투로 인해 쭉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살았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1959년 카포티는 캔자스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에 주목한다. 그는 살해당한 가족의 관을 열어본 뒤 “처참한 걸 보면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그에게 어떤 트라우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살인 용의자 페리 스미스와 각별한 우정을 쌓아나가면서 논픽션 소설 <인 콜드 블러드>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회가 페리를 극악무도한 자로 몰지 않도록 노력했고 실제로 그의 변호사를 구해주기도 했다
콘스탄틴이 알려주는 악마 본능과 퇴치법 [2]
-
당신은 ‘악마’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엑소시스트> <악마의 씨> <오멘> 속의 악마? 하지만 악마가 흉측한 피부와 가지런하지 못한 치열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요, 편견이다. 영화 <카포티> <모노폴리>에는 겉은 선하지만, 속은 악마적 본능이 살아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이렇듯 인간의 내면에는 이중성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런 특성이 강해지면 다중인격 장애로 발전하기도 한다. <콘스탄틴>의 존 콘스탄틴(키아누 리브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악마적 본능에 대해 강의한다. ‘있다, 없다’ 자가 테스트를 통한 내 안의 악마 본능 및 퇴마법을 알아본다.
<내 안의 악마 본능> - O X 자가 테스트
1. 나는 살의(殺意)를 느껴본 적이 있다.
2.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복수한 적이 있다.
3. 습관적으로 악플을 다는 취미가 있다.
4. 동물이나 식물을 보면 죽이거나 밟고 싶었던 적이 있다.
5
콘스탄틴이 알려주는 악마 본능과 퇴치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