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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리듬의 예술이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 오직 운전대를 손에 쥔 자만이 영화 속 여정의 리듬을 결정할 수 있는 법이다.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흐름이 끊긴다’거나 ‘흐름이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도 리듬을 다루는 편집 영역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나영 편집감독은 한국영화·드라마 업계에서 오랫동안 마법을 부려왔다. 컷의 길이,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간격, 반복과 생략을 통제하면서 드라마적 긴장감을 고양시켰다. 날렵한 장면전환과 사건 위주의 길을 만들어 서스펜스를 높인 <레이디 두아>, 전 지구적 흥행 이후 후속작에서 대중의 이해를 맞추기 위해 친절하게 해석해나간 <오징어 게임> 시리즈, 연쇄적인 블랙코미디와 풍자를 여유롭게 연결한 <닭강정>, 우주의 광활함과 VFX의 실험적 시도에 초점을 맞춘 <승리호>까지 많은 작품이 남나영 편집감독의 손 안에서 리드미컬하게 재탄생했다. 다시 말해 남
[인터뷰] 창작, 다음에 재창조 - ‘넷플릭스 작업실’ 남나영 편집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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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의 눈만 높아진 게 아니다. 넷플릭스 코리아와 함께 차근차근 커리어가 성장한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한지욱
<보건교사 안은영> 제작부장 | <약한영웅 Class 2> 제작실장 | <꿀알바> 라인프로듀서
한지욱 프로듀서는 <보건교사 안은영>에 참여하기 전까지 줄곧 영화 일을 해왔다. “새 플랫폼이 등장해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진다는 사실 자체가 궁금”하던 차에 “새로운 환경에서 한번 일해보자”라는 맘으로 <보건교사 안은영>에 합류했다. 드라마 제작 환경, 스트리밍으로 작품을 공개하는 방식이 모두 낯설고 두려웠지만 결과물이 국경을 자연스레 넘는 모습을 목격하고 넷플릭스 코리아와 작업하는 의미를 알아차렸다. “휴가로 프랑스에 갔을 때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영화 일을 한다는 내 말에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냐’고 물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틀었는데 굉장히
[인터뷰] 넷플릭스 코리아의 ‘성장캐’ 모임 - ‘넥스트 마스터즈’ 넷플과의 작업은 각각의 프로젝트가 아닌 하나의 긴 성장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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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작가는 노희경 키즈였다. <굿바이 솔로>(2006)와 <그들이 사는 세상>(2008)에 감화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다시 보기’가 여의치 않던 시절, 매주 본방송 시간에 맞춰 TV를 트는 게 중대 과제였다.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집까지 미친 듯이 뛰었다. 친구들이 왜 그렇게 달리냐고 물어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한다고 답한 기억이 남아 있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속도로 꿈이 밀려들어왔다. 드라마작가가 되고 싶어 서울예술대학 극작과에 진학했는데, 대선배인 노희경 작가가 특강을 오곤 한다는 소문도 영향을 미쳤다. 아쉽게도 재학 기간 중 그 수강생이 되는 행운은 누리지 못했다. “우리 학번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김민석 작가가 데뷔를 점쳐볼 수 있게 된 건 졸업 후 들어간 작가교육원에서였다. 또 다른 노희경 키즈들 틈에서, 2013년 한국방송작가협회교육원 TV드라마 신인상 최우수상을 받은 것이다. 트로피를 안긴 단막극 <‘정이’를
[인터뷰] 보편적 공감과 차별화의 황금률 - ‘넥스트 마스터즈’ <소년심판> 김민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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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부산, 세리(신은수)는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현(차우민)에게 반한다. 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세리의 악성 곱슬머리가 발목을 잡는다. 세리의 계획은 다리를 다쳐 깁스한 윤석(공명)의 학교생활을 돕고 윤석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서울 매직 스트레이트’를 받는 것이다. 과연 세리는 찰랑이는 생머리와 함께 현에게 고백할 수 있을까. 영화 <고백의 역사>는 2025년 8월29일 공개된 후 9월1일부터 9월7일 사이 한국과 글로벌 비영어 부문 1위, 온두라스, 니카라과, 필리핀에서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톱 10에는 공개 이후 6주간 진입하며 다양한 국가와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누군가는 자신의 학창 시절을 상기하고 또 누군가에겐 세리의 설렘을 감지하며 같이 즐길 자리를 마련한다. <고백의 역사>는 <82년생 김지영>을 제작한 봄바람영화사, <십개월의 미래> <힘을 낼 시간> 등 삶의 방향을
[인터뷰] 바닷바람처럼 유쾌하고 설레는 - ‘넥스트 마스터즈’ <고백의 역사> 남궁선 감독 × 봄바람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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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17년이 걸렸다. 2009년 <불신지옥>으로 “연출부로 온전히 참여해 정식으로 크레딧”을 올리고 2026년 <기리고>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불신지옥>으로 상업영화계에 발을 들인 박윤서 감독은 <최종병기 활> 연출부와 <명량> <사냥> <특별시민>의 조감독을 지냈고 지금껏 영화감독 데뷔만을 꿈꿨다. 그는 뜻밖의 제안으로 넷플릭스 코리아와 연을 맺고 시리즈에 입문했다. <특별시민>으로 만난 박인제 감독이 넷플릭스 <킹덤> 시즌2 연출을 맡으면서 박윤서 감독에게 조감독 겸 일부 연출을 맡는 B감독을 제안한 게 계기였다. 이어 디즈니+ 시리즈 <무빙>도 박인제 감독과 공동 연출한 박윤서 감독은 넷플릭스 코리아로 돌아왔다. 그리고 홀로 섰다. 소원을 들어주는 앱 ‘기리고’가 목숨까지 앗아간다는 오싹한 상상.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호러 시리즈 <기리고>는 그의 첫 단독
[인터뷰] 매회가 새롭게 감각되도록 - ‘넥스트 마스터즈’ <기리고> 박윤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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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코리아는 2016년 1월6일 넷플릭스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30여개국에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문을 열어젖혔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단순히 영어권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창작자들과 함께 한국을 무대로 한 영화와 시리즈, 예능을 만들고 전 세계에 공개했다. 10년간 넷플릭스 코리아가 만든 작품은 170편, 함께한 제작사는 80곳 이상, 스태프와 출연진은 2만명 이상이다. 이에 <씨네21>은 10주년을 기념하여 넷플릭스 코리아와 함께한 감독, 프로듀서, 배우 등 21인을 만나 한국 창작자의 창의성이 글로벌 스트리밍과 만나 벌어진 일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가장 먼저 공개하는 코너는 ‘넷플릭스 베테랑즈’다. <D.P.> <푸른길>의 한준희 감독과 <살인자ㅇ난감>의 각본을 쓰고 <꿀알바>를 연출한 김다민 감독, <은중과 상연> <맨 끝줄 소년>을 기획한 최경숙 프로듀서를 넷플릭스 베테랑
[특집] 여러분의 인생작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 넷플릭스 코리아의 10년, 한국 창작자 21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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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움직이는 건 대단한 게 아니다. 산책하며 햇살 쬐고. 가끔의 와인, 재미있는 친구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2011년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으로 <더 레이디>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던 양자경이 다시금 부산을 찾은 건 장장 15년 만의 일이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고 특별기획 프로그램 ‘모든 시간 모든 곳의 양자경’을 함께한 그는 <검우강호> <산디와라>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우리 할머니는 큐브왕>을 선보인다. 부산에 와서도 매일 아침 해운대 바닷가를 산책한다는 그는 다정한 말씨와 삶의 태도로 자신의 궤적을 진솔하게 전해줬다. 인터뷰를 마친 뒤 우리가 헤어지는 순간 그는 나를 둥글게 안아주며 등을 쓸어주었다. 오직 영화제에서 펼쳐질 수 있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 2011년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으로 초청받은 이후 오랜만에 부산을 찾았다. 그사이에 양자경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배우에서
[인터뷰] 삶은 한번도 같은 얼굴로 오지 않았다 -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배우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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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부산영화제를 방문하며 최초로 내한했다. 그가 부산의 관객들과 함께 볼 영화로 선정한 작품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2011)다. 이 선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 샤를로트 갱스부르는 라스 폰 트리에를 향한 애정을 지속적으로 표했다. 그가 우울하고 신경증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하는 배우로 널리 알려진 데는 라스 폰 트리에와 함께한 <안티 크라이스트>(2009), <멜랑콜리아>, <님포매니악>(2013)에서 그만큼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의 정체성은 그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배우뿐 아니라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그는 다큐멘터리 연출작 (2021)과 개인 사진전 <5bis>(2026)를 통해 연출가와 포토그래퍼로서 정체성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에투알>(2025)에 출연했고, 제작 중인 코미디영화 <Oh, How Fun!>의 출연 소식
[인터뷰]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하는 아티스트 - 씨네 클래스·스페셜 토크: 샤를로트 갱스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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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TEO) 콘텐츠 스튜디오와 워터홀컴퍼니의 두 번째 배급작은 데이비드 라워리 감독의 <마더 메리>다. 애증으로 얽힌 스타와 의상디자이너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두 인물 중 누구의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작품이다. <마더 메리>에 앞서 테오와 워터홀컴퍼니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더 드라마>를 시작으로 영화 배급과 마케팅 등에서 협업에 나섰다. 관람이 끝난 뒤에도 여러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연이어 선보인다는 점에서 두 회사가 함께 그려나갈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 <마더 메리>를 소개하기 위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김태호 테오 콘텐츠 스튜디오 대표와 주현 워터홀컴퍼니 대표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 <마더 메리>에 앞서 테오와 워터홀컴퍼니가 <더 드라마>를 공동 배급한다는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테오가 영화 수입을 시작한 이유, 두 회사가 협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
[인터뷰] 누군가의 기다림이 되는 콘텐츠를 소개하고 싶다 - 김태호 테오 콘텐츠 스튜디오 대표 x 주현 워터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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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부산영화제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성대한 만찬의 애피타이저가 되기에 충분하다. 네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이 플레이트는 서로 다른 재료를 조합해 짧지만 진한 대화를 맛보게 하는데, 뒤이을 코스를 상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구미를 당긴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해와 달처럼 멀어 보이던 남녀가 어느 카페에서 포개지는 순간이 여덟 배우에 의해 네번 반복된다. 오직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 속에서 삶의 정수를 건져내길 즐기는 김종관 감독의 솜씨다.
- 영화의 영제 <the Table: Day and Night>와 형식이 전작 <더 테이블>을 연상케 한다.
한 공간에서 두 인물의 대화로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여러 형태로 계속해왔다. 얘기한 것처럼 <낮과 밤은 서로에게>는 앞선 작품 중에서도 <더 테이블>과 가장 유사한데, 소설처럼 삶의 한순간을 포착함으로써 의미를 얻어내기를 즐긴다. 인물들 사이의 한 장면을 확대해 들여다
[인터뷰] 서로 다른 시간에 마주 앉는 일 - 개막작 <낮과 밤은 서로에게> 김종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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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인증 체계를 개편하면서 부산영화제를 공식 ‘A-리스트 영화제’로 인정했고, 지난 5월엔 아카데미가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부여하는 6개 영화제 중 하나로 부산영화제를 지정했다.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영화의 중심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영화제로 나아가겠다는 움직임이 국제적인 인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영화제 내부 인원들에게도 동기 부여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 부산영화제가 A리스트에 오른 것만큼 아카데미가 호명한 6개 영화제 중 하나가 된 것이 중요하다. 그에 걸맞은 영화제를 꾸려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당장 큰 변화를 꾀하기보다 내부구조를 살피고 좋은 인적 자원을 늘리며 영화제의 규모를 조금씩 확장해나가려 한다”고 박광수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전했다. 또한 영화제의 외연 확장을 위해선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부산시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 예산에서 영화제의 몫을 늘
[인터뷰] 부산국제영화제만의 색을 뚜렷하게 -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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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새로운 인증 체계에서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인정받은 부산영화제. 공식적인 챕터가 달라지는 이 새로운 도약에는 정한석 집행위원장의 시간이 있었다. 부산영화제가 A-리스트로 선정된 데에 여러 근거가 제시되었다. 영화제의 작품 선정은 어떠한지, 영화제가 산업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 언론 및 홍보에 대한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상영 및 관객에 대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는 ‘지난 2년간의 정성적·정량적 평가’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이는 2025년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온 정한석의 영향력이 빛을 발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A-리스트 선정이 부산영화제의 향방을 바꾸진 않지만 이 근거 요소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기준은 부산영화제가 앞으로 지켜야 할 책무이기도 하다. 특히 중요한 것이 국제적 영향력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민주적인 상태가 중요하다.”
세계
[인터뷰] 관객에,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영화제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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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푹 익어갈 즈음이면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시즌이 돌아온다. 경쟁 체제로 전환하고 두 번째 해를 맞이한 제31회 부산영화제는 59개국 247편의 공식 초청작을 비롯해 총 316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올해는 부산영화제가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 ‘A-리스트 영화제’로 공식 선정되며 세계 주요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은 첫해다.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주어져 아시아영화의 세계 진출을 위한 새로운 길을 열었다. 관객을 위한 변화도 이어졌다. 개막일을 하루 앞당기고 주말 상영 회차를 확대해 관람 기회를 넓혔으며, 동세대 관객들이 조명하고 관심을 갖는 트렌디한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했다. 세계 영화계의 거장과 동시대 창작자들을 만나는 자리도 풍성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양자경을 비롯해 이자벨 위페르, 판빙빙, 저우쉰 등 세계적인 배우들이 부산을 찾았으며, 고레에다 히로
[특집] 더 넓어진 영화의 미래를 그리다 - 배우 양자경·샤를로트 갱스부르, 김종관 감독…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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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사랑>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운 좋게 <가능한 사랑> 시사회에 초청받아 영화를 보았다. 2시간44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몰입한 시간이었다. 여러 겹으로 쌓인 이야기와 인물들 사이에서, 소아정신과 의사인 내 시선을 끝까지 사로잡은 것은 미옥(전도연)과 호석(설경구)의 아들 철이였다.
철이가 처음 입을 여는 장면에서 나는 곧바로 임상가의 시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부모의 말을 메아리처럼 따라 하며 아이답지 않은 문어체로 읊조리는 모습은, 진료실에서 자주 만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특징인 ‘지연반향어’(delayed echolalia)의 전형이었다. 지연반향어는 흔히 의미 없는 따라 하기로 오해받지만, 실은 예전에 들은 말을 덩어리째 빌려와 지금의 감정과 상황을 전하려는 아이 나름의 소통 방식이다. 그래서 나는 부모들에게 그 반향어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상황에 맞는 대답을 하도록 꾸준히 훈련시켜 달라고 당부하곤 한다.
[기획] 관찰자, 철이 - <가능한 사랑>과 한국영화 속 자폐스펙트럼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