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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혹시 아픈가요?” “예, 집에서 쉬게 했어요.” 근무중에 상사 다니엘(휴 그랜트)과 메신저로 은밀한 농담을 주고받는 이 여자. 런던의 출판사에서 일하는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과음과 흡연을 즐기고 감정기복이 심한 실수투성이 독신녀. “혼자였어, 전화 다이얼을 돌려봐도 아무도 집에 없어.” 침대머리에 주저앉아 발악하듯 셀린 디옹의 <All by Myself>를 부르던 32살의 노처녀는 새해 첫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며 일기의 첫장을 연다. 술과 담배량, 몸무게를 매일 체크하는 것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독신여성으로 산다는 것’ 혹은 ‘연애와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의 일기장은 바람둥이 다니엘의 배신으로 인한 좌절에서, 무뚝뚝한 변호사 마크에 대한 새로운 감정으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금붕어처럼 술마시고, 굴뚝처럼 담배피우고, 자기 엄마처럼 옷입는 노처녀”쯤으로 생각했던 브리짓에게 어느 순간 사랑을 느끼는 마크 역의 콜린 퍼스는 무표
브리짓존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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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지구.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출현해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삼켜버린다. 비명과 선혈이 사방에 튀어오르는 아수라장 속에 급기야 상황을 중계하던 리포터까지 괴생명체의 뱃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이 외계의 생명체들, 어딘가 낯익다. 거미처럼 긴 다리를 가진 개구리, 날개달린 물고기, 악어 머리와 거대한 도마뱀 같은 몸을 지닌 기묘한 돌연변이 형상의 에일리언들. 이들 `뮤턴트 에일리언`의 공습 뒤에는, 우주탐사를 명목으로 방출된 실험용 동물과 권력층의 음모로 우주미아가 된 우주비행사 얼의 과거가 숨겨져 있다.<뮤턴트 에일리언>은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이름난 미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가 빌 플림턴의 네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국내에 개봉했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그 속편처럼 비디오 출시된 <몬도 플림턴>등에서 보듯, 성과 폭력, 인체를 엽기적인 웃음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다듬어내는 플림턴의 만화세계는 이번에도
돌연변이, 지구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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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텍사스>에서 트래비스가 제인을 바라보던 핍쇼 장면을 기억하는지.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는 허름한 사창가의 한 밀실에서 그 일방적인 시선의 묘한 아픔을 재현해낸다. 붉은 불빛 속 살갗들이 북적대는 사창가. 그 어느 가게 속에 선화의 방이 있고 거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낡은 거울이 침대 곁에 걸려 있다. 그 거울이 유리가 되어, 한기(조재현)는 밀실에서 불을 끈 채 선화(서원)를 바라본다. 자신이 창녀로 만든 여대생, 사랑하는 여자. 거울에는 선화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비친다. 영화의 마지막쯤, 한기는 비로소 밀실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음, 영화사에서는 고품격 에로라고 하는데, (웃음) 제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서 운명적인 어떤 것에 이르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머릿속 그림대로 빠르고 민첩하게 현장을 지휘하는 김기덕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들에서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깊이에 도달하려고 한다. 양수리
내가 창녀로 만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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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했어요! 이미지 한컷에 반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 포스터 걸작들을 꼽는다면? <프리미어> 최근호는 최고의 할리우드영화 포스터 50편을 선정했다. 1위를 차지한 포스터는 오토 플레밍거 감독의 1959년작 스릴러 <살인의 해부>(Anatomy of a Murder). 노란색과 주황색의 추상적인 상징을 대담하게 혼합한 포스터 디자인의 걸작이다. 2위는 얇은 네글리제 차림에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여인의 뇌쇄적인 옆모습이 인상적인 1939년작 <노라 모란의 죄>가 차지했다. 영화 자체는 싸구려지만 포스터 이미지는 강렬하다.
그 밖에 <현기증> <길다> 등이 10위 안에 든 포스터들. <킹콩>은 11위, 오드리 헵번이 기다란 담뱃대를 물고 있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18위에 올랐다. 초현실적이고 음습한 느낌을 주는 <악마의 씨>가 21위를 차지했고,
최고의 포스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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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이 감독한 <혹성탈출>을 두고, "이 영화를 `SF 글래디에이터`로 팔 수 있기를 원했다"거나 "음악감독 대니 엘프먼에게 좀더 영웅적인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는 20세기 폭스사 직원의 말을 빌린 보도가 얼마전 미국에서 있었다. 8월3일 개봉하는 <혹성탈출>은 제작사의 이런 의도가 성공적임을 보여준다. <혹성탈출>은 팀 버튼의 발랄하고 짓궂은 재담 대신 1억달러짜리 블록버스터의 위용이 버티고 선 영화다.팀 버튼이 4년 전 워너브러더스에서 만든 SF물 <화성침공>에서 보여준 장난기는 이랬다. 1m도 안되는 작은 키에 몸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해골형 머리의 외계인은 "평화를 원한다"더니 미국 대통령과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주저없이, 처참하게 학살했다. 우주선과 이들의 무기처럼 스펙터클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소품들은 의도적으로 보일 만큼 볼품 없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이 잔혹한 화성인들은 한 할머니가 즐겨듣던 올드 팝송에 말끔
<혹성탈출> 인류고뇌 사라진 전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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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으론 체중 360㎏의 포악한 고릴라들이 무시무시한 공룡들보다 강했다.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내용의 공상과학(SF)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Apes)이 지난 주말 북미지역 흥행수입 순위(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30일 미국 영화흥행집계사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에 따르면 `배트맨`(92년)등을 만든 팀 버튼 감독의 혹성탈출은 지난 27-29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6천955만 달러(이하 추정치)의 수입을 올려 공룡영화 `쥬라기 공원 3`을 밀어내고 개봉 첫주만에 흥행 1위를 차지했다.혹성탈출의 상영수입은 비(非) 연휴 사흘 기준으론 사상 최고(종전 최고는 작년5월 `돌아온 미라`의 6천810만 달러)이며 연휴가 낀 사흘기준으론 지난 97년 `잃어버린 세계:쥐라기 공원`의 7천200만 달러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1968년 프랭클린 새프터 감독의 `혹성탈출'을 재해석한 새 혹성탈출은 원숭이들의 노예가 된 인간의 해방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68년작에서 주연을
영화 <혹성탈출>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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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에는 산발한 귀신이 등장하지도 않고 난도질당한 신체가 나뒹굴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것만 놓고 보면 공포영화라고 불러야할 이유를 찾기 힘든 <소름>이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하는 건 인간과 인간 사이에 흐르는 냉랭한 기류다. 곧 쓰러질 것만 같은 빈민아파트의 주민들이 저마다 자신의 고통과 함께 거기서 벗어나려는 사악한 기운을 내뿜는다. 어둡고 침침한 아파트 복도에서 사람들끼리 마주칠 때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뭔가 저지를 것 같은 조짐이 자꾸만 감지되고, 마침내 저질러졌을 때 그걸 설명할 수 있는 단서는 핏줄을 타고 되풀이되어 내려오는 업이다. <소름>은 피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의 사슬이 개인들을 얽어매고 조종하는 중세의 벽화 같은 그림 하나를 관객들의 머리 속에 완성시켜 놓고는 자기 소임을 다했다는 듯 홀가분하게 막을 내리는 독특한 영화다.택시 기사 용현(김명민)이 새로 이사온 아파트 504호는 얼마 전에 화재로 살고 있던
<소름>, 안무서운데 왜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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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개봉된 김정권 감독의 멜로영화 「동감」이 일본에서 리메이크된다.27일자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야마가와 나오토 감독이 「시간의 향기」란 제목으로 일본판 「동감」을 제작하며 김하늘이 맡았던 20년 전 여대생 역할에는 일본의 아이돌 스타 후키이시 가즈에가 발탁됐다.개봉 시기는 한국판 「동감」이 10월 말부터 일본에서 상영된 뒤 한두달 후쯤으로 잡고 있다.「링」 「비밀의 화원」 등 일본 영화가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반대로 국내영화가 정식 계약을 통해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는 사례는 처음이다.한맥영화사의 김형준 사장은 "「동감」의 수입 판권을 사들인 일본의 가도카와쇼텐사가 지난주 리메이크 의사를 전해와 수락했다"면서 "리메이크 판권료에 대해서는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유지태가 김하늘과 함께 주연을 맡은 「동감」은 1980년과 2000년을 살아가는 남녀 대학생이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 서울
영화 <동감> 일본에서 리메이크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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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산책>의 이정국 감독이 연출한 디지털 단편 <가족이야기>가 베니스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됐다. <가족이야기>는 현재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전임교수로 재직중인 이정국 감독이 학생들과 함께 만든 워크숍 작품. 오는 9월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베니스국제단편영화제는 지난해부터 베니스영화제 기간에 같은 장소에서 별도로 개최되는 신생 단편영화제로 30여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한편 지난해 히로시마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신인상을 받은 이명하 감독의 단편애니메이션 <존재>는 오는 11월7일부터 열리는 제45회 런던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런던국제영화제는 영국필름인스티튜트(BFI)가 후원하는 비경쟁영화제.
<가족이야기> <존재> 해외영화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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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2년 연속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선정위원단은 7월27일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을 전통적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58`에, 송일곤 감독의 <꽃섬>을 신설된 신인감독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에 초청한다고 공식발표했다. <수취인불명>이 황금사자상 후보에, <꽃섬>이 올해의 사자상 후보에 오른 것이다. 이 밖에 단편경쟁부문에도 3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권일순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16기) 졸업작품인 <숨바꼭질>, 중국 옌볜 태생인 조선족 교포 장뤼의 작품인 , 민규동 감독의 <허스토리>에서 조명을 맡았던 홍두현 감독의 <노을소리> 등 3편은 은사자상을 놓고 경합하게 된다.현재 7번째 영화 <나쁜 남자> 촬영 막바지 작업중인 김기덕 감독은 <수취인불명> 초청에 대해 “선정위원들에게 감사한다. 감독의 독단과 이기심을 참아내며 고생한 스탭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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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렉스 신축 붐과 구식 극장 시설의 방치로 5년 전부터 서서히 빚더미를 쌓아올린 미국의 극장체인들이 ‘보유 스크린의 1/4은 처분해야 한다”는 응급진단을 받은 것은 이미 반년 전의 일. 2965개 스크린을 보유한 멀티플렉스업계 2인자 로즈 시네플렉스를 비롯해 10여개에 달하는 미국 극장체인이 다수의 스크린을 폐쇄하고 파산을 신청하는 등 미국 극장업계가 유례없는 구조조정 바람에 휘말린 가운데, 마케팅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움직임도 하나둘 가시화하고 있다.극장업계가 뽑아든 무기는 ‘양날의 칼’이다. 저렴한 할인티켓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차별화된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이 나란히 등장하고 있는 것. 멀티플렉스 업계에서 3위 수준의 위치를 지켜온 AMC엔터테인먼트 극장체인은 한달간 AMC극장에서 편수 제한없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월간 자유관람권(monthly pass)의 시험 운영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오클라호마시티 지역에서 시작했다. 프랑스의 UGC체인 등이 도입해 유럽 극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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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런> 한편으로 인기감독 톰 티크베어라는 애인도 얻고, 스타덤에도 오른 독일여배우 프랑카 포텐테가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마약의 황제 조지 정의 전기영화 <블로우>(테드 뎁 감독)에서 주인공 조니 뎁의 젊은 시절 여자친구로 출연한 것.
포텐테는 초반 30분 정도 조니 뎁의 첫사랑인 스튜어디스로 출연했다가 갑작스런 사고와 함께 화면에서 사라진다.
최근 들어 세계영화계에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독일은 자국배우가 할리우드 대작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 있다. 지난 7월21일 뮌헨에서 열린 <블로우>의 야외시사회에는 기자 수백명이 참석해 포텐테를 둘러싸고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을 정도.
장본인 포텐테는 “나는 초반에 잠시 나오다 사라지는 조역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런 소란을 오히려 창피스러워했다. 조니 뎁의 안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짜증섞인 소리를 지르기도 했을 정도.
프랑카 포텐테, 할리우드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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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3일 독일 연방상원에 상정된 법무부의 저작권 개정안이 독일영화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예술가들의 저작권 향상을 위한 제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개정안에서 영화와 관련된 부분은 두 가지. 시나리오 작가의 입지강화와 감독의 편집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내용으로 제작자들은 개정안이 자신들의 불이익은 물론 독일영화계에 종말을 재촉할 것이라며 반발을 보이고 있다.현행법에 따르면 시나리오가 영화화되는 경우 제작자들은 작가로부터 70년 동안 저작권을 위임받는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TV영화는 5년, 극영화는 10년 뒤에 시나리오 저작권이 다시 작가에게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이 기간이 지나면, 작가는 동일한 시나리오를 다른 제작자나 방송국에 다시 판매할 수 있고, 리바이벌이나 속편을 제작할 때도 제작자들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극영화 시나리오의 경우 TV물에 비해 작가 수당이 후한 편이지만, 그것도 극소수 감독이나 작가에게 한정된 얘기이고, 소위 ‘바이아웃 계약’이라는
[베를린 통신] 제작자 전성시대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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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아카이브 8월 상영회가 에이즈를 테마로 8월1, 2일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지하 아트큐브에서 열린다. 1993년 선댄스 다큐멘터리부문 대상 수상작 <실버레이크 라이프>가 8월1일 오후 7시, 흑인 게이영화의 대표자 말론 릭스의 <풀어헤쳐진 말들>과 토론토 아시아계 공동체를 조명한 비디오 <볼로 볼로!>가 8월1일 오후 9시에 상영된다. 8월2일 오후 7시에는 프랑스 게이 흑인 청년의 여행을 그린 <행복한 펠릭스>가 상영되고 이어 오후 9시부터 한채윤 <버디> 편집장의 사회로 ‘이 시대의 에이즈, 한국의 에이즈’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진행된다.
퀴어영화 8월의 화두, 에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