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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를 볼 때마다 히죽 웃는다. 내가 우스갯소릴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먼저 웃음을 짓는 것도 아닌데 그저 나를 볼 때마다 히죽 웃는다. 카페에서든 술집에서든 한쪽 구석에 무료하게 앉아 있는 나를 보고 그렇게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만 한번도 왜 웃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그도 왜 웃는지 한번도 말한 적이 없다. 그냥 나를 보고 히죽 웃거나 빙그레 웃어주는 게 기분이 좋았다. 왜 웃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고 물어보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알 만하니까 서로 그러고 있는다.
최민식 선배는 그런 사람이다.<조용한 가족> 때, 그가 나오는 신을 준비하며 모니터 앞에 앉아 있으면, 배우가 왔는데도 감독이 배우에게 다음 찍을 장면에 대해 멘트도 안 하고 별다른 주문도 안 하고 그저 모니터 앞에 앉아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거나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 있는데도 그런 나를 보고 그냥 히죽 웃거나 낄낄거리기만 한다(또는 송강호와 같이). “여기서 어떤 표
배우 최민식 [3] - 김지운 감독이 귀띔하는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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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영혼으로 사막 건너기
“죽을 맛이죠.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에요.”
좋건 나쁘건 한번 그은 감정의 선이 일필휘지 끝까지 달리는 연극과 달리 단절과 훼방의 연속인 영화 연기를 도대체 어떻게 끌고 가느냐는 질문에 최민식은 그렇게 답한다. 연기 테크닉의 기초를 가르치는 교본은 있지만 가공의 영혼을 몸 안에 들이는 법은 세상 어느 책에도 씌어 있지 않다.
영화 속 인물을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접신’하는 것은 배우 혼자 무슨 수를 써서라도 크랭크인 날짜 전에 완수해야 할 숙제라고 그는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라는 표현에서 힘줄이 툭툭 불거질 것 같다.
최민식의 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은, 연기는 물론 망치질하고 스폰서 잡고 소품 나르며 소극장에서 살다시피한 대학 생활의 마지막 장(章)이었던 동국대 연극영화과 4학년 때 박종원 감독의 <구로 아리랑>(1988)에 프락치 역으로 캐스팅되면서 시작됐다. <썸머타임>의 박재호 감독이 조감독을 하고, 임
배우 최민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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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의 무당, 연기의 신과 춤추다
배우들의 사진 촬영 장면을 구경하다보면 연극계 출신 혹은 전업 영화배우들과 주무대가 TV인 연기자들의 다른 점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된다. 물론 전부는 아니고 대체로 그렇다. 연기 경력이나 인기도에 관계없이, 전자에 속한 연기자들은 대개 사진 찍히는 걸 어색해하거나 불편해 한다. 대신 TV에서 주로 활약하는 스타들은 사진기자가 특별한 요청을 하지 않아도 갖가지 표정과 동작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도 짧으면 한 시간 길면 서너 시간씩 걸리는 사진 촬영이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연극계 출신에 비하면 그래도 훨씬 자연스럽다. 그들의 이미지에 기대야 하는 영화지로서야 이 편이 더 고마운 건 말할 것도 없다.
최민식은 사진 찍기를 부담스러워하는 배우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에게 표지사진 촬영을 요청했을 때 첫반응은, 이미 몇 차례 촬영을 경험했는데도, “혹시 그냥 인터뷰만 하면 안 되겠느냐”는 조심스런 반문이었다. 배우가 사진 찍는
배우 최민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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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 해라>로 데뷔해 50년대말 프랑스 누벨바그(새로운 물결)를 이끌며 현대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장 뤽 고다르(71)가 16일 칸을 찾았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신작 <사랑의 찬가>의 상영장은 그를 기립박수로 맞이했고, 이어 열린 기자회견은 영화에 대한 진지한 토론장이 됐다. <사랑의 찬가>는 사랑을 소재로 삼았지만, 드라마라기보다 기억·예술·역사 등에 관한 철학적 수필에 가까웠다.한 프랑스 기자가 “당신은 아직도 어린애 같다. 어른이 된거냐”고 애교있게 물었다. “나는 비교적 늦게 어른이 됐다. 30살 때 처음 영화를 진정으로 접해 실제 나이와 `영화 나이'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고, 두 나이를 비슷하게 맞추는 데 30년 이상이 걸렸다.”고다르에 대한 물음은 아무래도 회고쪽으로 쏠렸다. “50년대초 칸에 왔을 때와 비교해보면 영화제가 많이 변했다. 그때 한 프랑스 감독과 어떤 미국인이 필름을 어깨에 메고 영사실로 가는 걸 봤는데, 그
`사랑의 찬가`로 칸영화제 찾은 장 뤽 고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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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가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통틀어 가장 비싼 가격인 250만달러(약 32억원 상당)로 일본에 팔렸다.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양철집은 17일 일본의 `앳마크`사와 미니멈 개런티 250만달러에 수익이 발생할 경우 이익을 5대5로 나누는 조건으로 <원더풀 데이스>의 일본내 판권을 팔았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영화 사상 전례없는 조건으로, 지난해말 일본에 미니멈 개런티 200만달러에 수익 5대5 배분 조건으로 판 <공동경비구역 JSA> 한편을 빼고나면 100만달러를 넘게 받은 영화가 없었다.<원더풀 데이스>는 (주)삼성벤처투자의 전액투자로 97년부터 제작에 들어가 총제작비 60억원이 소요됐다. 현재 공정이 50% 가량 진행됐으며, 내년 1월말 개봉 예정이다. 오염으로 뒤덮인 22세기 지구의 마지막 거주지 시실섬의 생태환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전쟁과 사랑 이야기로, 3D와 2D셀을 섞었다. 애니메이션 광고 250여편을 만
애니메니션 `원더풀…` 최고값에 일본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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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을 만든다는 건 80년대 말, 믿기 힘들 만큼 엄청난 창조적인 꿈이었다. ‘6만주주’가 성금을 모아서 정말로 하나의 신문을 만든 사건은 세계언론사에도 없는 일이었다. 프랑스의 <르 몽드>도 시민이 만든 신문은 아니었다. 나치에 협력한 신문사를 정부가 접수하여 양심적 지식인들에게 불하해서 태어난 신문이었고, 스페인의 <엘 파이스>는 프랑코 독재에 저항하던 이들이 만들었다지만 한국과 같은 폭넓은 열망과 지지 위에서 출발하지는 않았다. 알다시피 한국 민주화운동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는 그 신문이 <씨네21>의 모태이다.출발 때의 목적과 의지가 출발 이후 과정 모두를 물론 합리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떠한 시행착오를 했더라도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 이 신문의 하루하루에는 애초 신문을 탄생시킨 우리 사회의 이상을 발전시켜가는 의무와 권리가 새겨져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는 시민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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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아주 하찮은 것에 굉장히 ‘심오한’ 의문을 가질 때가 있다. 나의 경우, 대여점에 매일 들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이는 무엇 때문에 매일 영화를 보는 걸까?’하는 궁금증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개의 사람들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영화를 보는데다 최대한 신중하게 재미있는 영화를 고른다. 그러나 내가 궁금해하는 이 사람들은 평균 다섯명 정도에 이르는데, 대개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대여점에 들러 재미있건 없건 출시되는 모든 영화들을 본다.그들의 특징은 미개봉작과 B급영화들을 절대 천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예술영화를 피해가는 안목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무엇을 봤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해명되지 않은 중독성 대여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이른바 ‘B급영화들’의 공급이 끊이지 않는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출시되는 모든 영화들을 다 보는 고객들 중에 위의 특징과 약간 다른 분이 한분 계신데, 바로 정형외과 의사인 이희대 선
‘저 이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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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石傳說 2000년, 감독 황청화
장르 무협 애니메이션 새롬 명불허전
중국 전통 인형극 포대희를 영화로 옮긴 작품. 3년 동안 125억원의 제작비가 투자되었으며, 정교하게 제작했다. 덕분에 인형극이지만 화려하고 박진감있는 무협 액션을 보여준다. 무림 최고의 보물로 인정받는 천문석을 노리고 악귀가 도발하지 무림은 발칵 뒤집힌다. 무림계의 명숙 소환진은 6대문파의 무인들을 소집해 치열한 혈투 끝에 악귀를 잡아 가두게 된다. 하지만 천문석을 노리는 또다른 무리인 흑골귀일당이 악귀를 납치해 천문석이 있는 위치를 알아낸다. 비디오와 DVD로 동시에 출시되었다.
성석전설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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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ce of Glory 2000년, 감독 카를로스 아빌라 출연 지미 스미스
장르 액션 메트로 허허실실
끝내 챔피언 타이틀을 따지 못한 채 권투인생을 마감해야 했던 아버지 오테가는 자신의 아들 삼형제를 통해 꿈을 이루고자 한다. 이에 따라 삼형제는 모두 촉망받는 선수가 되어 출전하는 경기마다 KO승을 거두며 챔피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 삼형제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프로모터 에버슨이 거액의 돈을 미끼로 접근해오고, 오테가는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에버슨은 막내아들 조니를 사고로 위장해 살해해버린다. <뉴욕타임스>의 스포츠 칼럼니스트였던 필 버거가 쓴 시나리오를 영화화했다. <블레스 더 차일드>의 지미 스미스가 오테가로 열연한다.
프라이스 오브 글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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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Target 2000년, 감독 아만드 매스트로얀니
출연 대릴 한나 장르 액션 컬럼비아 허허실실
비밀경호원 알렉스는 그녀의 동료 보디가드들과 대통령경호에 대한 책임을 지며 강도높은 훈련을 해나간다. 하지만 이 때문에 애인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등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즈음 대통령은 시애틀의 관광사업과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수백만달러의 프로젝트의 격려를 위해 시애틀에 참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경호요원이 실종되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음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 <스플래쉬>에 출연한 바 있는 대릴 한나가 경호요원 알렉스로 등장한다.
대통령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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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ampion 1970년, 감독 데자키 오사무
장르 애니메이션 크림 명불허전
<에이스를 노려라> <보물섬>과 같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 지바 데쓰야의 원작을 바탕으로 연출한 작품. 70년대 일본에서 <내일의 조>라는 제목의 TV시리즈로 먼저 제작되었으며, 인기의 여세를 몰아 극장판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TV시리즈는 국내에선 70년대 후반 <도전자 허리케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고아원에서 자란 조는 왕년의 권투선수였던 체육관 관장, 단베이 영감의 눈에 띄게 된다. 자신의 못다한 챔피언의 꿈을 조를 통해 달성하려는 관장은 조를 맹훈련시키지만, 반항적인 조는 매번 문제를 일으킨다.
도전자 허리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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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hunter 1986년, 감독 마이클 만출연 윌리엄 피터슨장르 스릴러파워오브무비 명불허전91년, 조너선 드미가 연출한 <양들의 침묵>의 히로인, 한니발 렉터 박사는 아마 90년대 이후 등장한 연쇄살인마 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일 것이다.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의 범죄자들이 대개 사회에 협력할 수 없는 사이코이거나 변태성욕자와 같은 ‘타자성’의 개념으로 존재해왔던 것에 비해, 한니발 렉터의 캐릭터는 조금 특이하기 때문이다. 범죄자의 이미지를 전담해온 노동계급의 이미지를 떠난 한니발 렉터는 풍부한 교양과 전문적 지식으로 무장한 사회적 인텔리에서 추출된 인물인 것이다. 게다가 사람의 심리와 행위까지 읽어내는 그의 비상한 능력은 영화 <양들의 침묵>을 세련되면서도 긴장감 있는 심리적 스릴러영화로 완성시켰다. 결국 90년대 스릴러영화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하였던 한니발 렉터는 최근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그 후편 <한니발>에서 더욱 강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
<맨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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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미디어 씨어터 5월14∼15일 7시30분, 1588-1555
프랑스 출신 4인조 그룹 ‘Get Back’의 내한공연. 피에르 브리파, 알랭 노타리, 파트릭 마티외, 브뤼노 르베 등으로 구성된 그룹 겟 백은 비틀스 리바이벌 콘테스트에서 연속 5회나 최우수상을 수상한 비틀스 카피 밴드다. 당시의 헤어스타일과 복고풍 의상, 비틀스가 사용한 것과 똑같은 악기와 진공관 앰프의 사용 등으로 비틀스의 음악과 문화를 재현해내는 이들은 단순 모방에서 한 걸음 나아가 비틀스의 정신까지 재현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곡목은 <아이 원 투 홀드 유어 핸드>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렛 잇 비> 등 비틀스의 명곡들. 무대 소품도 직접 준비해 한껏 실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공연 - 비틀스 리바이벌 쇼 ‘Get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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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회관 대극장 5월27일 7시 공연기획 플러스 아트 02-3673-2502
이매방 선생 문하에서 승무와 살풀이춤을 전수받은 재일동포 2세 무용가 김리혜의 첫 개인발표회. 김덕수의 부인이기도 한 김리혜는 일본에서 태어나 5살부터 발레를 배우다 스무살 때 처음으로 모국을 방문, 한국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내외 여러 무용무대에 서온 김리혜는 이번 공연에서 3가지 춤무대를 옴니버스식으로 꾸민다. 승무, 살풀이춤, 그리고 태평무. 각 무대 사이에는 안숙선과 이금미가 특별출연해 각각 판소리와 경기민요를 들려준다. 김덕수는 음악감독 겸 타악연주자로 공연에 참가한다.
공연 - 고이 접어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