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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를 느끼하다고 했던가. 미간을 가득 메운 진한 눈썹에, 묵직하고 큰 코, 동양인치고는 꽤나 굵직굵직한 이목구비로 달려온 주진모는, 처음 우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 게임 더해?” 농구시합 끝에 땀이 흥건한 모습으로 코트에 누워버린 자양강장제 CF 때문인지, 온몸 흠뻑 젖는 춤을 보여준 <댄스 댄스> 때문인지, 가질 수 없어 더욱 집착적인 사랑을보였던 <해피앤드>의 김일범 때문인지 그간 주진모에 대한 총평은 “잘생겼지만 왠지 모르게 끈적하다”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 8명의 고려무사들과 함께 떠났던 <무사>의 1년 만의 귀향길에 만난 주진모는 머난먼 이국땅의 담백한 정기를 한껏 빨아들이고 온 듯했다. 계산하지 않고 내뱉는 솔직한 말투,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다정한 음성, 여전히 고려장군 ‘최정’의 기운이 서려 있는 듯한 호기로운 몸짓. 몇번을 다시 재어보아도 그는 분명 유분함량보다는 수분함량이 놓은 싱싱한 스물여덟 청년이었다.
유분함량 제로, 수분함량 100%! <무사>의 주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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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로부터 “한번 만나서 술이나 먹자”는 내용의 이메일이 왔다. “우리 칭구 아이가” 하면서 격의없이 찧고 까부는 사이는 아니지만, 불알친구의 우정을 커버하고도 남는 ‘동지애’로 똘똘 뭉친 적도 있는 사이다. 그는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장애인이라는 조건 등으로 인해 한국의 대학교에서 ‘좝’을 구하지 못했고, 결국은 서울 강남의 입시학원 원장이 되어 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 되어서 금의환향할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바라지 않는 모습이 되어 있으니 나로서는 난감했다. 이런 난감함이 가끔씩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하는 성향과 만나니 욕을 한 사발 담은 답장이 만들어졌다.“요즘 애들 뺑 돌게 만드는 사교육을 책임지는 사람과 만나는 일은 불편하다”는 것이 나의 요지였다. 쓰다보니 괜히 흥분해서 제도정치권, 벤처기업계, 입시학원가에 진출한 ‘운동권 출신’들을 “한국 사회의 3대 기생충 집단”이라고 ‘매도’하고(‘권’, ‘계’, ‘가’라는 단어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
먹고살기와 자기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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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루프 오브 라이프> 이후 <케이트 앤 레오폴드>를 찍는 중인 멕 라이언. 그녀가 요즘 타이에 가 있다. 멸종위기에 놓인 타이의 야생코끼리에 관한 TV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 위해서. 영국제작사 타이그레스 프로덕션이 만드는 이 다큐는 60분 분량. <카오 소드>라는 타이의 한 신문에 따르면, 지난 일요일 타이에 입국한 멕 라이언은 몇 군데 지역을 답사하고 있다고 한다. 코끼리는 타이의 국가상징동물. 그러나 최근 타이의 야생코끼리 수는 매년 급감하고 있다.
야생코끼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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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2>를 찍고 있는 이원 맥그리거가 올 여름 스코틀랜드로 돌아온다. <트레인스포팅> 이후 처음. 영화는 1950년대 후반 쓰여진 스코틀랜드 실존주의소설 <젊은 아담>이 원작으로, 선상의 일거리를 찾던 표류자가 물 위를 떠돌던 여군들을 만나는 이야기다. <비치>의 틸다 스윈튼도 나온다. 글래스고에서 올 8월 촬영에 들어갈 예정. 원작소설을 쓴 알렉산더 트로치는 스코틀랜드의 유명작가로, 윌리엄 버로가 자작 시나리오로 감독한 컬트영화 <타워스 오픈 파이어>(1963)에 출연하기도 했다.
오비완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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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제이미 벨이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된다. 15살인 벨은 요즘 GCSE라는, 영국의 중등교육 이수자격증을 위한 시험을 준비하면서 시상식장과 연예계 파티에 참석하느라 바쁜 상태. 열다섯 어린 배우의 바로 그런 일상이 다큐멘터리의 내용이다. <빌리 엘리어트>의 감독 스티븐 달드리가 연출을 하며 제이미 벨이 직접 비디오로 일기도 쓴다. 하루하루의 사소한 일에 대해 벨 스스로가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 방영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 삶을 보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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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치오 델 토로가 신작 <더 헌티드> 촬영 도중 급한 수술을 요하는 부상을 당했다. 발목이 부러진 것. 촬영은 델 토로의 촬영분량이 5일 남은 시점에서 중단됐고, 델 토로는 5개월 뒤에야 회복해 촬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고는 델 토로가 토미 리 존스와 몸싸움을 벌이는 액션장면을 찍으며 일어났다. 서로 칼을 차지하려던 중 물 속으로 떨어진 칼을 찾으러 델 토로가 다이빙을 하다가 발목을 다친 것이다. 촬영지연에 따른 소요비용은 보험처리가 될 예정이나, 영화사쪽에서는 ‘목발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은 델 토로가 복귀하기 전까지 조용히 영화를 편집하는 데 시간을 활용할 예정이다. 델 토로는 가을쯤 줄리엣 비노쉬와 함께 출연하는 월터 살레스의 <성모승천>을 시작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 인간사냥을 하도록 훈련된 암살자의 이야기인 <더 헌티드>는 2002년 봄 개봉 예정작이다.
5일만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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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연극연출 외에도 시나리오 및 드라마 작가, 신문칼럼니스트, 무용·이벤트 연출까지 겸해왔던 ‘전방위예술가’ 이윤택. 이번엔 자신이 연출했던 연극 <오구>로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오구>는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소재를 ‘굿’이라는 한국적 제의(祭儀)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죽음의 비극성과 고통을 매우 회화적, 해학적으로 묘사했던 수작. 노는 9월 크랭크인 예정인 영화 <오구>는 현재 하재영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으며 6월 말까지 나머지 배역을 결정할 계획이다.
진짜 ‘전방위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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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장애자와 킬러의 가슴저미는 사랑? 설수진이 윤다훈과 함께 출연했던 <고해>에 이어 <하늘꽃이 비처럼>에 캐스팅되었다. 지난해 부천영화제에 선보인 <아티스트>의 설춘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이 영화에서 설수진은 날개꺾인 킬러의 자살현장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그와 사랑에 빠지는 언어장애인 ‘수진’ 역을 맡았다. 촬영은 서울을 벗어나 논산고을을 비롯해 아산과 천안 등 충남일대를 무대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킬러와 사랑에 빠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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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돈이 중요하겠습니까?’ <자카르타>의 진희경, <아나키스트>의 김인권, <파이란>의 손병호가 단편영화 <챠오>에 노캐런티로 출연했다. 현재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중인 <챠오>는 곤충과 동물을 그리는 화가이지만 생업으로 뒷골목에서 문신을 그려주는 아버지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지만 뒷골목 킬러가 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물세살에 이르는 ‘나’의 성장기. <파이란>에서 최민식의 죽음을 사주하는 비열한 깡패두목으로 출연했던 손병호가 ‘문신장이’ 아버지로 분했고, ‘충무로의 큰언니’ 진희경이 러시아 킬러의 손에 죽어간 어머니,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총을 빼어든 아들 태원 역에는 드라마 <메디컬센터>에서 엉뚱하고 귀여운 의사로 출연하고 있는 김인권이 출연했다. 2000년 하반기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작인 <챠오>는 <상황 혹은 상황들>에서부터 <액체들>까지 꾸준히 단편영화를 만들어온
개런티? 안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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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네 이웃에 산다? 옛날 옛적 시골마을 무덤가도 아니고,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도 아니다. 올 여름 안방극장을 냉각시킬 납량특집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한복판을 무대로 한다. KBS2TV에서 오는 7월29일부터 선보일 4부작 납량특집드라마 <도시괴담>의 연출이 이례적으로 충무로 젊은 영화감독의 손에 넘어갔다. 퀼트같이 짜여질 여름밤 괴담릴레이의 주자는 <리베라 메>의 양윤호, <가위>의 안병기, <물고기자리>의 김형태 등이다.‘귀신은 악기소리를 좋아한다?’ 양윤호 감독이 연출하는 제1화 <죽은 자의 노래>(가제)는 폐허가 된 지 3년 만에 다시 문을 연 녹음실이 배경. 한 신인가수가 그곳에서 우연히 CD 한장을 발견하면서 으스스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출연진은 <리베라 메>로 인연을 맺었고 <신라의 달밤>에서 열심히 이단옆차기를 시도하고 있는 차승원과 <맛있는 청혼> 이후 활동이 뜸한 정준 등
한여름밤의 괴담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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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4일 서울 시네코아에서열린 ‘<파이널 환타지> 인터내셔널 프레젠테이션’이라는 행사는 좀 특별했다. 영화 시사회도 아니고 스타가 등장하는 것도 아닌 이행사의 주인공은 디지털 아티스트 김종보(39)씨. 그렇다고 그가 참여한 3D애니메이션 <파이널 환타지>의 데모 필름이 약 20분가량상영됐고,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비교적 상세한 해설이 이뤄진 이날 행사가 지루했다는 뜻은 아니다. 생경한 전문용어가 머릿속으로 잘 들어오지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이날 공개된 <파이널 환타지>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웬만한 영화치고 컴퓨터그래픽이 사용되지 않는경우가 드문 요즘이지만 이 작품 속의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는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특히 이 3D애니메이션 속사람의 모습은 그동안 보였던 어떤 그래픽 이미지보다 생생한 느낌을 전달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찰랑거리며 휘날리는 모습, 피부에 스며 있는잡티와 주근깨, 눈의 홍채나
“이미지마다 ‘참을 인’자를 새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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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갔다와야 진짜 남자가 되지.’ 전투력강화를 위해 국방부에서 흘린 말인지, 살기 힘든데 밥 한 공기라도 줄이겠다는 부모님의 의지인지, 아니면 나만 고생할 수는 없다는 억울한 예비역들의 외침인지는 알수 없지만 공공연히 떠도는 이 검증되지 않은 논리를 온몸으로 증명해보이는 사람이 있다. 이 얼굴을 보자. 올해 1월16일자로 26개월간의 꽉 채운 군대생활을 끝내고 스크린을 향해 전역신고하는 진한 눈썹의 구릿빛 청년. 이름은 이종수다. 나이는 스물여섯이다. ‘수학여행이란 단어가 생긴 이래 가장 처절했던 싸움으로 기록되는’ 그날의 그 사건을 소개하는 경주사투리의 주인공. 경찰보다 더 무시무시한 누나 덕에 맷집 하나는 단련된 <신라의 달밤>의 고교 문제아 ‘주섭’이 이종수가 군대에서 돌아오자마자 처음 품어야 하는 인물이었다. “제대 변신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왜 없었겠어요. 근데 제 역할을 떠나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결국 그는 ‘고등학생은 이번이 마지막’
다시, 세상 속으로 U턴,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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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상승하는 한국영화의 위상만큼이나 영화산업의 판도도 하루가 다르게 급속한 변화를 겪고 있다. 요즘 들어 이 변화의 중심에는 단연 동양제과(대표 담철곤)의 영상 관련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가 버티고 있다. 미디어플렉스는 서울시 강남 극장가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메가박스 시네플렉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극장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온 데 이어, 이번에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튜브 2030> 등에 각각 50억원이 넘는 규모의 투자를 감행하며 한국영화 투자, 제작, 배급에서 공격적인 자세를 보여온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모기업의 또다른 계열사인 온미디어가 HBO, OCN 등 케이블TV 영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플렉스의 향후 행보는 충무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미디어플렉스를 충무로의 태풍이라고 한다면, 이 업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우택(37) 상무는 그 태풍의 눈이라 할 만하다. 케이블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튜브엔터테이먼트 인수하는 미디어플렉스 상무 김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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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우려를 들어 등급보류를 내리고 잘라오면 허용하는, 이런 식의 운용은 사실상 검열이다.” 대마초 흡입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던 <오! 그레이스>의 수입사가 영화를 잘라와 ‘18살 이상 관람등급’을 받자,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등급판정을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다.그의 말은 옳다. 한국 사정은 등급을 받기 싫으면 상업적 이익을 희생하고라도 등급없이 상영할 수 있는 택할 수 있는 다른 나라와 같지 않다. 등급매기기를 위원회가 유보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면, 해당영화가 택할 길은 두가지다. 상영을 포기하거나, 필름을 자르거나. <오! 그레이스>는 두번 째 방법을 택했다. 영화는 졸지에 남편을 잃고, 빈털털이가 된 여자가 우연찮게 ‘삼’(대마)을 기르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포석을 놓아둔다. 자기가 재배한 거니까, 직접 경험을 해봐야 된다고 여자는 생각하고, 대마초무해론을 주장하는
청소년과 성인을 차별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