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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일요일 저녁 8시50분정신병원에서 원장이 은퇴할 때가 되었다. 정신병원 환자들을 모아놓고 원장은 단상에 올라가 은퇴인사를 했다. 원장이 ‘3’이라고 말했다. 그러자모든 환자들이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원장은 웃음이 잦아들기를 기다린 뒤 ‘6’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환자들은 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원장은 남몰래 회심의 미소를 지은 뒤 손가락을 쫙 펴고 ‘5’라고 말했다. 그러자 환자들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 그러고는 원장은 단상을내려왔다. 그러자 환자들은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신임원장은 당신이 말한 숫자는 도대체 뭐냐고 물었다. 원장은 말했다. “오랫동안우리 사이에 쌓인 추억입니다.”세월은 그냥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세월에 사람들과의 약속이 쌓였다. 서로만이 알아보는 반가움이 쌓였다. 서먹서먹한 감정이 쌓였다가 풀렸고유쾌하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날 말이야, 히히히” 하고 우리들만의 코드가 쌓였다. 웃음은 사회적 약속이다, 라고 말하면
웃음 바이러스의 유전 혹은 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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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일에 개봉하기엔 딱 그만인 블록버스터, 그러니까 마이클 베이가 1억4천만달러를 써가면서만든 영화 <진주만>의 소재가 된 일본의 미국함대 기습공격은, 90분간에 걸쳐 전함 여덟척과 다른 선박 7척, 그리고 전투기 188대를파괴했다. 약 2400명의 미국인이 사망했고, 거의 그 절반 정도가 부상을 당했다. 일본군은 고작해야 전투기 29대를 잃었고 100명도 안되는 인명피해를 입었을 뿐이다.이번에 개봉된 리메이크작과는 달리, 1941년 12월의 실제 진주만 공습은 언론의 블랙홀이었다. 이 엄청난 비극이 그나마 필름에 담길 수 있었던것은, <트리폴리의 해변으로>라는 프로그램의 배경을 찍기 위해 내려온 폭스 무비톤의 촬영팀이 우연히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필름은 거의 11주 동안이나 압수당해 있었고, 해군당국의 정책에 따라 실제 전투장면을 거의 잘라내고 난 뒤에야 공개될 수 있었다. 공습으로부터1년이 지난 뒤 원판 전체의 공개가 허용됐지만 이 사건이 완전
부시라면 좋아할 영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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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이 몽골을 국빈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영화사 강제규필름에 따르면 강감독은 몽골 정부의 초청을 받아 26일 오후몽골 정부측이 보내준 전세기를 이용해 출국했으며, 5박 6일 일정으로 머물게 된다.
강감독의 이번 방문은 한국과 몽골간의 민간문화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몽골 정부측이 아시아권에서 흥행 감독 및 제작자로 알려진 강감독을 초청하면서 이뤄졌다.강감독은 27일 몽골 문화부 장관을 만났으며, 29일에는 나차긴 바가반디 몽골대통령(51)과도 만나 영화산업과 문화교류에 관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몽골 방문에는 매니지먼트사 `싸이클론 엔터테인먼트'의 유봉천 대표, 인터넷방송국 iCBN의 유호천 대표 등이 강감독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강제규 감독, 몽골 국빈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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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연구: <신라의 달밤> 고군분투 배급홍보전 밀착취재일본의 영화사 직원들은 편할 거다. 보통 후반작업까지 끝내고 나서도 6개월이 지나서 개봉하는 게 그들의 관례다. 한국 영화는,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속도의 계율이 지배한다. 촬영 종료후(후반작업 종료후가 아니다!)1개월 이내에 개봉되는 영화가 태반이다. 그사이에 후반작업과 배급작업과 마케팅이 모두 완수돼야 하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영화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랍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한국 영화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들 눈엔 놀라운 역동성으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전쟁을치른다.6월23일 개봉한 <신라의 달밤>을 만든 좋은영화 사람들도 전쟁을 치렀다. 여기 재구성한 짧은 기록은 블록버스터 외화들에 샌드위치마크를 당할 <신라의 달밤>의 배급팀과 홍보팀들의 분투기의 일부다. “최전선의 야전부대와 후방의 보급부대.” 개봉 2주를 앞
충무로 D-14, 영화 개봉 2주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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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툼레이더
고고학자이자 탐험가인 라라 크로프트는 아버지의 유품 속에서 이상한 시계를 발견한다. 이 시계는 시간을 통제하는 신비의 석판 ‘빛의 트라이앵글’로 통하는 열쇠. 우주의 운명을 장악하려는 비밀결사 ‘광명파’에게 시계를 도둑맞은 라라는 세계를 구하고 죽은 아버지와 재회하기 위해 장도에 오른다. 사이먼 웨스트 감독, 안젤리나 졸리, 존 보이트 출연, 튜브엔터테인먼트 수입·배급, 상영시간 94분
박평식 졸리의 몸매 하나로 밀어붙인다. 우직하고 황당해! ★★☆
심영섭 게임과 영화의 차이는? 영화가 더 졸립다 ★★
유지나 사이버여전사, 안젤리나 졸리의 뇌쇄적 매력! ★★★☆
툼 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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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끝내고 생각한 시나리오가 <나그네>이다. 신코(新興) 키네마와 합작할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일문으로 번역해서스즈끼 주기치를 찾아갔다. 스즈끼는 아침 일찍, 잠옷을 입은 채로 시나리오를 훑어보더니 해보자고 하는 것이다. 바로 그의 차를 타고 오이스미촬영소(신코 키네마에 속한 촬영소- 필자) 소장을 만나 어떤 조건으로 합작을 할 것인지 상의하였다. 나는 그때 합작만 다행으로 생각하였지 비즈니스는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만 조선 흥행권만 우리가 갖고 그외의 흥행권은 전부 일본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내 앞에 유능한 프로듀서만 있었다면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상해, 만주 일대, 하와이, 일본 전국에 <나그네>를 돌려서신코 키네마가 큰 재산을 벌어들였다고 한다. <나그네> 촬영을 끝내고 일본으로 갈 때 나운규씨가 작고를 했으니까 37년 개봉이다.<나그네> 세트 촬영을 하러 일본에 갔을
나는 조선감독, 일본영화는 못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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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마흔을 넘긴 독자들이라면 어느 쓸쓸한 황혼녘에 한번쯤은 나직이 읊조려보았을법한 옛노래다. 박인희의 목소리로 귀에 익은 이 애잔하고 감상적인 노래 <세월이 가면>의 가사가 본래 박인환의 시(詩)였다는 것은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 노래의 작곡자는 누구였을까? 그저 막연히 한국전쟁 직후 폐허로 변해버린 명동거리의 선술집 어느 한귀퉁이에서누군가에 의해 불리기 시작한 이후 세대를 거듭하며 구전되어온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영화인을 비롯하여 당시 명동의 선술집들을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모든 원로예술가들의 증언은 한결같다. <세월이 가면>에 곡을 붙이고 그것을 노래로 부른 최초의 인물은 바로시나리오 작가 이진섭이다.서울토박이인 이진섭은 경복고를 거쳐 서울문리대에 진학했으나 1945년 해방과 더불어 학업을 중단하고 당시 처음 생겨난 서울방송국에 아나운서로입사한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정통사극의 주춧돌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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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liefrom Montmartre 제작클로디 오자르 감독 장 피에르 주네 각본 장 피에르주네, 기욤 로랑 출연 오드리 토투, 마티외 카소비츠, 욜란드 모로, 도미니크 피뇽 수입·배급제이앤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20분 개봉예정 8월 말<델리카트슨>의 리드미컬한 침대 스프링 소리,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맑고 동그란 눈물 한 방울. 장 피에르 주네감독은 온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의 마력에 대해 뭘 좀 아는 예술가다. 스크린이 자랑하는 판타지의 전도사 중 한 사람인 그는신작 <아멜리에>에서 영원히 그의 백일몽 속을 떠돌 것만 같던 비구름을 말끔히 걷어내고 파리의 지붕 밑으로, 몽마르트르의 햇살 속으로나섰다.외동으로 자라나 독특한 유년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아가씨 아멜리에는 몽마르트르의 예스러운 카페에서 일하는 웨이트리스. 벼락 같은 로맨스를꿈꾸는 카페 주인부터 뼈가 약해 벽을 쿠션으로 둘러친 아파트에 사는 화가까지 그녀의 이
파리의 지붕 밑, 환희를 꿈꾸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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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특별히 서로를 구속하지 않지만 가끔 기댈 쉴 어깨를 내어주는 두 남녀. 행복한 동거에 들어간 <와니와 준하> 김희선과 주진모 표정 또한 영화 속 주인들처럼 편안해 보였다. 동화부작화감독으로 일하는 스물여섯 애니메이터 와니와 스물일곱 시나리오 작가 준하가 함께 살고 있는 집. 시나리오상에는 춘천으로 설정되어 있는 이들의 보금자리는 개인주택을 개조한 서울시 후암동 세트장에 만들어졌다. 워낙 조용한 동네라 인공적인 소리는 별로 없었지만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참새를 쫓기 위해 연출부는 운동회에 쓰이는 딱총을 연방 하늘로 쏘아대기도 했고, 촬영구경에 한창이던 까치도 스탭들이 흔드는 나뭇가지에 편안한 관람을 방해받고 있었다. <그랜드 파더> <저스트 두 잇> 등의 단편을 통해 청춘에 대한 감각적인 일면을 보인 김용균 감독과 <친구>의 황기석 촬영감독이 담아내는 두 남녀의 순정만화 같은 사랑이야기는 오는 11월쯤 스크
행복한 동거,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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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르 카레가 그의 차기작인 <테일러 오브 파나마>의 자료를 수집하러 파나마에방문했을 때, 파나마 정부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영어권의 가장 잘 나가는 스릴러 작가가 파나마를 무대로 책을 쓴다니 그 사람들에게는 굉장한뉴스였다. 파나마 정부에서는 국민의 혈세를 펑펑 쏟아부으며 존 르 카레를 국빈 대접했다.그랬으니 르 카레가 <테일러 오브 파나마>를 출판했을 때, 파나마 고관 대작들이 얼마나 열불이 터졌을지 생각해보라. 그렇게 대접했는데도불구하고 파나마를 타락한 정치가들이 득실거리는 쓰레기통으로 묘사해? 이런 배은망덕한 사기꾼이 있나.여기서 우린 사실 하나를 유추해내고 유익한 교훈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사실. 파나마 정부 사람들은 그때까지 존 르 카레의 소설을 읽은 적없다. 교훈. 에릭 앰블러의 뒤를 이은 전통적인 영국 스파이소설 작가에게 정부 선전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특히 냉전시대에 스파이로 일하면서온갖 끔찍한 일을 다 보고 정부 기관이나 정치가들에
포스트 냉전시대, 스파이 작가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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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디 로렌티스 제작, 존 길러민 감독의 리메이크 버전 <킹콩>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모 어린이 잡지에 실려 있던 <킹콩>의 설계도입니다. 당시엔 디노 디 로렌티스가 실물 크기의 고릴라 로봇을 만들어서 영화에 사용했다고 소문이 무성했었지요. 그걸 보면서 굉장히 무서워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저렇게 커다란 고릴라가 없다는 건 알았지만 저만한 크기의 로봇이 돌아다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소름이 오싹 끼쳤습니다. 아마 다른 아이들은 같은 이유로 흥분했을지도 모르겠군요.문제는 디 로렌티스의 말이 몽땅 거짓말이었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그는 정말 실물 크기의 로봇을 만들긴 했어요. 하지만 그것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킹콩이 무역센터빌딩에서 떨어져 죽는 마지막 장면에서나 제대로 쓰이지 않았나 싶어요. 당시 기술로는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게 당연했지요. 왜 그런 낭비를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화 제작자들은 현
킹콩 옷을 입고 쿵!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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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적지 않은 수의 일본의 영화감독들이 태평양전쟁이 벌어지던 여러 전선(戰線)으로달려가서 이런저런 패전의 경험들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예컨대 <들불>(1959)의 이치가와 곤이 달려간 전장이 평범한 인간에 불과했던병사들을 결국엔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야수들로 만들어내는 지옥이었다면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1983)의 오시마 나기사가뛰어든 태평양전쟁은 서로 낯설기만 한 하나의 문화와 또다른 문화가 미묘하게 만나고 충돌하는 장이었다. 구마이 게이는 <바다와 독약>(1986)에서산 사람이 일본군에 의해 생체실험에 이용되는 끔찍한 현장을 지켜봤고 또 <검은 비>(1989)에서 이마무라 쇼헤이는 원폭이 터진이후 서서히 일본의 한 마을을 잠식하는 죽음의 그림자에 카메라를 갖다대기도 했다. <검은 비> 이후 9년 만에 태평양전쟁의 시대로돌아온 이마무라 쇼헤이는 이들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말이지 아주 색다른 전장으로 우
간염에 관한 인류학적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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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 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 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시 ‘바닷가 우체국’의 일부분이다. 사람들이 이 시를 읽고는 종종 이렇게 묻곤 했다.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셨죠? 영화에서 보이는 이탈리아의 한적한 바닷가 풍경과 시의 분위기가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를 모르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게으르다는 핑계로, 또 바쁘다는 이유로 영화를 많이 보지 못했다. 이따금 누군가 좋은 영화를 소개해 주어도 뒤로 미루다가 결국은 번번이 놓치기 일쑤다. 그래서 영화관에 두어 시간 느긋하게 앉아 있을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내 인
바닷가 우체국처럼, <일 포스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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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별다른 두려움이 없다.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 <코드명 J> 등의 암울한 SF영화들에서 종종 드러나는 정체성의 혼란이라든가, 기계의 반란 같은 것에 크게 괘념하지 않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렇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희미해지고, 기계가 인간의 위에서 모든 것을 관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정체성의 혼란은, 아마도 태초의 인간부터 겪은 것이 아닐까. 기독교적으로 생각한다면 선악과(혹은 지혜의 과실)를 먹고, 신의 대지로부터 쫓겨난 순간부터 비롯된 것일 게다. 혹은 인간이 ‘동물’에서 자신을 분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것은 각 개인에게도 끊임없이 되풀이된 질문이다. 굳이 종의 발견만이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자신을 의심하게 되어 있다. 그 의심이 멈추는 순간, 인간은 퇴화할 것이다.기계의 반란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늘, 자신이
테크놀로지의 목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