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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그녀가 더 예뻐졌다. “죽을래?” 윽박지르기의 고수인 `그녀`가 “견우야, 미안해!”하고 멀리 봉우리를 행햐 소리칠 때, 그녀는 웃음과 울음을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게 합니다. `그녀`의 주먹에 눈물이 어려 가볍지만은 않은 감성의 결들이 일어난다고나 할까요. 세 번째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개봉을 앞둔 배우 전지현, 그녀의 이야기 세 토막입니다.
전반전 어렸을 때 제가 더 예뻤다고들 하세요.” 아직도 아기피부가 남아 있는 듯한 전지현. 그녀의 첫 영화는 양윤호 감독의 <화이트 발렌타인>였다. 하지만 그녀를 스타로 만든 건, 뭐니뭐니해도 열정적인 춤을 선보였던 2년 전의 한 프린터 광고. 후 공부 잘하는 중국집 딸로 나온 <내 마음을 뺏어봐>, 이복5남매의 막내로 나온 <해피 투게더> 등의 방송 드라마를 찍은 그녀는 지난해 두 번째 영화 <시월애>를 내놨다. 하지만 제 나이를 앞지르는 배역에 갇혀 어딘지 제 생기를 다 발
`엽기`마저 사랑스러운 그대,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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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속편영화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여름 극장가를 장악하는 흥행작의 상당수가 속편영화들이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액수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속편영화 기획 자체도 많아진다.올해만 해도 현재 <미이라2>는 이미 전작을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거뒀고, <닥터 두리틀2>도 꾸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상태. 여기에 7월 세째주에 개봉한 <쥬라기 공원3>가 가세하면서 속편들의 흥행전엔 가속이 붙었다.이처럼 속편이 각광받는 이유는, 영화제작에서 경제적인 동기가 커지면서 이익을 남길 가능성이 높은 실용적인 기준으로 거론되기 때문.최근 는 지난 20년 동안 출현한 50개 이상의 속편 시리즈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분석결과를 내놨다. 우선 99년부터 지금까지, 첫 번째 속편이 벌어들인 평균수익은 1편 총수익의 87%선. 이는 90년부터 98년까지 개봉된 첫 속편의 평균수익인 59%는 물론, 20여년 동안 첫 속편들의 평균수익인 67%보다 20%나 높은 수치로 최근 2년간
할리우드는 속편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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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현, 그가 더 넉넉해졌습니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그녀가 때리면 맞아주고, 하이힐에 발이 아프다며 협박하면 못 이기는 척 신발을 바꿔 신고, 옛 연인을 못 잊어 술에 취하면 갖은 주정을 받아주는 순정으로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견우. 그녀를 위해 바보처럼 망가지길 주저하지 않는 <엽기적인 그녀>의 연기로 웃음과 함께 여리고 순진한 사랑의 속내를 전하는 배우 차태현,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였습니다.
전반전 “연기야 7년째고.... 내 업이라 생각하죠.”서울예대 방송연예과에 들어가고 KBS 슈퍼탤런트 선발대회에 입상하며 첫걸음을 내디딘 게 95년. <젊은이의 양지> 등 인기 드라마의 단역을 거쳐 98년 <해바라기>의 어리숙한 레지던트로 안방극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좀 걸렸지만, 일단 가속도가 붙은 뒤로는 멈출 줄 몰랐다. 여자를 따라다니는 <해피 투게더>의 대학생, 연인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햇빛 속으로> <줄리엣의
순정의 `리액션`, 웃음과 눈물 가득, <엽기적인 그녀>의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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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폭염 속의 중국 극장가에는 <나의 형제 자매>(我的兄弟姉妹)와 <누가 내가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나?>(誰說我不在乎), 두편의 중국영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위종 감독의 <나의 형제 자매>는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객석을 울음바다로 만들며 전국 개봉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2000만위안에 다다랐다고 한다. 이는 지난 3월에 개봉한 <괄사>의 흥행 수익을 넘어선 것으로 올 상반기 최고의 성적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블랙코미디를 표방한 황지엔신 감독의 <누가 내가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나?>는 펑공, 뤼리핑, 펑샤오강, 왕즈원 등 중국의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는데, 개봉 뒤 순조로운 흥행 실적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올 여름 중국 극장가에서 가장 큰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은 뭐니뭐니해도 홍콩에서 7월2일 개봉한 주성치의 새 영화 <소림축구>다. <희극지왕> 이후 2년 동안 작품
눈물바다 넘실, 폭소탄두 장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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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영화와 정의`라는 제목을 달고 글을 쓴다면 아마도 영국의 영화감독 켄 로치에 대한 소식으로 짐작되기 쉬울 것이다. `꿈의 공장`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근거지인 캘리포니아에 가서도 주로 남미의 불법이민자들인 청소부 등 잡역근무자들의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 관한 영화 <빵과 장미>를 만든, 이 감독의 외롭고 꾸준한 투쟁에 관한 얘기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역으로 영국에서 영화와 정의를 연결시켜 얘기하는 것은 켄 로치라는 이름 하나를 제외하고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지난 7월12일 런던 시내의 콘웨이홀에서는 관객과 상영자가 상영을 저지하는 극장쪽에 맞서 영사기와 극장을 점거하고 <불의>(Injustice)라는 98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이 영화는 그 전주인 7월7일 토요일에도 런던 웨스트엔드의 메트로 시네마에서 상영시작 20분 전 급작스럽게 극장쪽에 의해 상영이 취소됐었다. 이 다큐멘터
불의를 향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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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상의와 흰 바지, 채도가 다른 베이지톤의 상하의, 꼭 커플룩처럼 맞춰 입은 옷 때문이 아니라, 그들은 손발이 꽤 잘 맞는다. 사진기자의 주문에 따라 차태현이 두 팔을 등 뒤로 감춘 채 앞에 서자, 그 뒤에 서서 얼굴을 내민 전지현이 팔을 그의 가슴께로 내밀어 갖가지 손짓을 해 보인다.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요!`하는 힙합 포즈도 했다가, 차태현의 빰을 주먹으로 치는 시늉도 했다가, 가슴을 감싸안는 척도 해보다가 “이상해!”하며 웃음을 터뜨린다. 그에 따라 변하는 차태현의 얼굴이 또 천태만상이다. 힙합 포즈엔 눈에 힘을 주고 입을 오무리며 `오!`하는 래퍼 흉내, 주먹이 빰에 와닿을 땐 한대 맞은 사람처럼 입술이 삐뚤어지고 일그러진 표정, 가슴 위로 팔을 교차할 땐 눈을 가늘게 뜨며 섹시한(?) 분위기까지, 전지현의 손에 맞춰 능청스럽게 얼굴을 바꾸며 스튜디오에 웃음을 풀어놓고야 만다. 이들이 바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못 말리는 한쌍, `엽기적인 그녀`와 `
여름날, 견우와 직녀가 만났을 때, <엽기적인 그녀> 차태현,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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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영은 나운규 및 윤봉춘과 더불어 한국영화 초창기를 화려하게 장식한 르네상스 영화인들 중 한 사람이다. 그는 흔히 해방 이후 첫 영화로 손꼽히는 <안중근사기>의 감독으로 기억되지만 연출뿐만 아니라 편집에도 손을 댄 적이 있고 무엇보다도 시나리오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부었던 인물이다. 나운규 역시 시나리오와 연출 그리고 주연까지 겸했지만 그가 쓴 시나리오는 대부분 본인이 직접 연출한 데 반해, 이구영은 평생 남긴 12편의 시나리오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작품을 다른 이가 연출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시나리오 작가의 비조라고 보아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충무로의 프런티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활동시기가 워낙 앞서다보니 그가 남긴 작품들에는 유난히 ‘한국 최초의’라는 수식어들이 자주 따라 붙는다.서울 토박이인 이구영은 배재학당을 졸업하자마자 일찌감치 충무로에 뛰어든 골수 영화인이다. 시나리오 데뷔작은 김영환의 연출로 완성된 무성영화 <장화홍련전>. 당시 단성사 주인
충무로의 프런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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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여덟에 일본으로 건너가 촬영과 현상기술 익혀, 한밤 촬영소에서 도둑실습도이필우(1897∼1978)는 최초의 한국인 촬영기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촬영·녹음·현상·편집에 두루 걸쳐 있는 그의 이력에서도 살필 수 있는 것처럼 개척기 한국영화사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공헌자이다.열여섯살부터 우미관에서 영사기술을 익혔고, 열여덟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사카(小阪) 촬영소에서 촬영과 현상기술을 연구했다. 영화산업의 기초가 세워지고 있던 일본에서 닛카쓰(日活), 쇼치쿠(松竹)의 신인기사로 활동했다. 귀국 직후인 1924년에 제작한 <장화홍련전>은 감독만 한국인이었던 <월하의 맹서>(1923)와 달리 기술의 모든 부분을 한국인의 손으로 해결한 최초의 극영화가 되었다. <멍텅구리> <낙원을 찾는 무리들> <종소리>로 이어지는 작품활동중 총독부의 검열로 몇편의 영화를 잃어버린 뒤 상하이로 떠나 국제적 규모의 제작사이던 ‘대중화백합영편공사
“혼자 감독, 현상하면서 <장화홍련전>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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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라고 말해도, 다른 이만을 바라보다 죽음을 택한 여자의 남자. 자기만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눈빛을 지우지 못하는 여자. 바에 함께 앉은, 현수(김남주)와 지후(오지호)를 이야기하면, 곧 <아이 러브 유>의 인물지도가 그려진다. 1984년 <저하늘에도 슬픔이>에서부터 영화 일을 시작한 문희융 감독의 데뷔작 <아이 러브 유>는 두 남자, 두 여자가 엇갈리는 시선을 주고받는 내용을 담은 `크로스오버`러스스토리. “필름이라는 게 묘하네요”라는 김남주에겐 첫 영화다.“누구나 빛나던 시절의 추억 같은 사랑이 있을 것이다. 언젠가 그런 사랑이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가볍지 않은, 절대적인 느낌을 담는 영화다.” 용인의 한 전원 마을에서 있었던 막바지 촬영날, 문희융 감독은 흔들거리는 목조그네에 앉아 이렇게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현장은 영화분위기를 닮는 것일까. 스탭들이 열심히 세팅을 하고 난 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김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다, 오후의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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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그 수줍은 드러머 아저씨를 품고 있는 걸까. 서른 중반 즈음에, 후미진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무대 구석에서 드럼을 두드려대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강수. 삼류밴드의 고단한 일상을 술과 대마초로 위로삼다 결국 밴드를 위해 떠나가는 우직하고도 여린 드러머 말이다. 여름해가 질 무렵, 대학로 명필름 사옥에서 만난 황정민에겍서 한눈에 `강수`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다. 짧던 머리가 단발로 길고, 입가에 수염이 많이 자란 얼굴. 더구나 카메라 앞에서 바지를 둥둥 걷고 선뜻 맨발이 돼버리는 품새까지, 그는 한결 거침없고 분방한 활기에 넘쳐보였으니까. `강수`는 지난 1년 사이 황정민이 맞닥뜨린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가 그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기 때문. 지난해 가을에 열린 `지상최대의 오디션`에 참가하기까지 그는 영화의 객석에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옆으로 서보시죠”하고 말을 건넨 임 감독이 그의 얼굴에서 강
영화인생의 초행길에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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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영화를 보지만, 화면 속의 소품 하나하나를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뚜렷하게 기억되는 영화장면은 사실상 그리 많지 않다. 그런 면에서 <풀 메탈 자켓>의 그 유명한 `화장실 장면`은, 영화를 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하얗고 깨끗하게 닦여 있는 변기, 너무나도 줄이 잘 맞아 보이는 새하얀 타일의 벽면 그리고 그 위에 선명하게 튀는 새빨간 핏덩이들. 이미지에 관해서는 일종의 강박증환자라고도 불리는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답게 <풀 메탈 자켓>은 이런 장면들을 정말 냉정하게 잡아냈던 것이다.사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다보면 군대에 관한 화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주변에 온통 군대를 갈 사람, 군대에 가 있는 사람,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 천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내무반 이야기, 기합 이야기를 질리도록 듣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그들의 군대 이야기에서 피의 이미지가 느껴지는 경우
김소연의 DVD <풀 메탈 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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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게임> 음반을, 아직 사지는 않았다. 조만간 구입하긴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싱 능력이 더욱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특히 박지윤의 경우), 가수로서의 박진영도 아주 뛰어나다. 새로운 음반을 낼 때마다 박진영은 자신이 생각하는 어떤 지점으로 분명하게 다가간다. 남들이 뭐라 하건, 기존 흐름이 어떻건 상관하지 않고. 트러블을 꺼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유분방한 태도와 상상력 역시 마음에 든다.그러다보면 욕을 먹게 마련이다. <게임> 역시 그러고 있는 중이다. 늘 그렇듯이 ‘성’에 대한 충돌이다. 나는 기윤실에서 ‘성적 문란’ 운운하며 시비를 거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게 세상을 망친다고 생각하면, ‘그게 나쁘다’라고 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떤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게임>을 둘러싼
‘의도’ 이전에 ‘의미’를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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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흘리며 죽어가는 개를 태운 채 쫓기며 질주하던 두 남자의 차가 치명적인 충돌사고를 일으킨다. 멕시코시티 시내 한가운데서 일어난 이 사고의 전모는 과연 무엇일까.<아모레스 페로스>는 이 충돌사고를 매개로, 예기치 않게 운명의 교차로에서 부딪친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파고든다.옥타비오는 사랑하는 형수 수잔나와 도망치기 위해 투견으로 돈을 벌어 모으지만, 갱단의 음모와 사랑의 배신에 뒤통수를 맞는다. 가족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잡지 편집장 다니엘과 톱 모델 발레리아의 관계는 발레리아의 교통사고 이후 위기에 처하고, 가족에게 잊혀진 채 떠돌이 개를 돌보며 살아가는 게릴라 출신 킬러는 딸을 만나고 싶어한다.부랑자부터 상류층까지,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들은 도시 곳곳에서 서로의 삶에 인서트컷처럼 끼어든다. 하나의 이야기를 각각 다른 시점으로 나누어 전개하는 구성은 더이상 낯선 방식이 아니다.각 사연을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퍼즐조
아모레스 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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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제작자제작비? 이번에도 많지. 걱정이 전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어떡하겠어. 임 감독이 하는 영화고, 또 내용을 보면 그만큼 들 영화야. 앞으로 우리가 영화 만들면 얼마나 만들겠어. 할 수 있는 동안, 좋은 영화 한편이라도 더 만드는 게 잘하는 일이지.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좋아. 늘 그러긴 했지만 이번엔 특히 좋아.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애. 배우들도 이뻐. 유호정은 내가 부부를 불러 이야기했어. 요즘 너희들 애기 낳으려는 거 아는데, 이번에 영화도 만들고 애기도 만들자고. (웃음)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 애기 생기면 촬영중이라도 휴가 줘야지.임권택 감독<취화선>은 조선말기의 천재화가 얘기지만, 오늘의 얘기고 내 모습이 들어 있는 얘기다. 뿌리를 잃고 떠돌며 살 수밖에 없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장승업은 방랑과 기벽을 일삼은 자유인이었다고 전해지는데, 나는 그렇게만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험한 시대를 살면서, 그리고 자기의 삶과 뜻을 예술로 표현
<취화선>을 만드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