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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7일, 서울 영산아트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콘서트가 열렸다. 콘서트의 주인공은 재즈 기타리스트인 랄프 타우너(Ralph Towner). 그의 콘서트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약간은 의아했다. 글쎄. 관객이 많이 올까. 현대 재즈 기타의 거장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의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나 나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초대권을 받아 온 사람들도 꽤 있었겠지만 공연장의 1층은 거의 꽉 들어찼다. 더구나 공연이 끝나고 랄프 타우너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런 걸 보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좋고 깊은 음악을 들으려는 사람들의 수가 예전에 비해 은근히 많아졌다는 생각도 든다. 그 보이지 않는 팬층이 한 집단의 음악계를 풍성하게 함은 물론이다.무대에는 클래식기타 한대와 길드사의 명품 12 스트링기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중간에 국내 기타리스트 이병우가 게스트로 출연하여 같이 연주한 것 이외에는 모두
[공연] 랄프 타우너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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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전체 이어듣기]`미녀와 야수`의 커플은 `미녀와 왕자` 커플의 변종이다. 전통적으로 존재해왔던 미녀와 야수 이야기는 끝에 야수가 미녀와 키스하는 순간 왕자로 변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 야수는 결국은 왕자인 셈이다. 왕자로 이상화되는 존재의 내면을 보여주는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런데 <슈렉>의 구조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야수의 상대인 미녀가 결국 추녀로 변하는 것이다. <슈렉>이 놀라운 건 전통적 이야기 구조의 완전한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뭘로 뒤집나? 대중문화적 코드를 동원하여 뒤집는다. 미녀는 핀업 걸이고 그녀를 흠모하는 난쟁이 왕의 거울은 TV이다. 슈렉의 짝인 당나귀는 수다쟁이 에디 머피이다. 이 모든 이미지들에 환멸을 느껴 늪지대에 칩거하는 자폐증 환자가 괴물 슈렉이다. 융의 아니무스-아니마 이론에 버금하는 이중 삼중의 원형적인 뒤집기는 결국, 아주 단순하게는 ‘안티 다이어트’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미국적인
로큰롤, 추방된 영혼들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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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강국면을 체험하고 있는 디즈니도 한때 전성기를 구가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89년작 <인어공주>를 시작으로, 매년 여름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내던 애니메이션들을 연달아 개봉시키던 그 몇년간은 그야말로 디즈니 시대였던 것. 특히 전세계적으로 약 8억달러라는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대의 흥행 기록을 만들어낸 94년작 <라이온 킹>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특화된 문화상품이 아니라는 인식을 전세계인들에게 확실히 심어주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 <라이온 킹>을 정점으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들, 특히 전통적인 셀애니메이션들이 차츰 빛을 잃어갔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픽사와 공동으로 제작한 <토이 스토리> 시리즈와 <벅스 라이프>마저 없었다면, 디즈니의 쇠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 되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그런데 주목할 것은 디즈니 전성기의 정점을 만들었던 <라이온 킹>
참을 수 없는 우연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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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독점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일까. 유럽영화계가 상반기 자국영화의 약진에 한껏 고무돼 있다. 7월14일치 <스크린데일리>는 상반기 유럽영화계가 전례없이 높은 흥행성적을 거뒀으며, 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할리우드영화가 아니라 자국산 영화들이었다고 보도하고 있다.2001년 상반기 유럽 극장가의 가장 큰 화제는 ‘자국영화의 열풍’이다. 이미 5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략이 시작됐지만, 자국영화의 흥행 스코어를 앞지르지는 못하는 수준. 올 초 개봉한 <캐스트 어웨이> <한니발> <왓 위민 원트>와 여름 시즌의 블록버스터 <미이라2> <진주만> <슈렉> <툼레이더> 등이 인기를 모으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상반기 자국영화 시장점유율 51%를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가 대표적인 예. 프랑스는 상반기에만 9700만 관객을 동원해 지난해보다 10%
유럽영화, 극장 탈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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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집 토토로사츠키와 메이는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공기가 좋은 시골로 이사간다. 혼자 뛰어놀던 메이는 뒤뚱거리며 숲으로 도망치는 동물을 발견하고 숲의 요정 토토로를 만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대원C&A홀딩스, 일신픽처스 수입, 튜브 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88분김봉석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에게 바치는, 위대한 ‘판타지’ ★★★★☆박평식 미야자키의 마을에서 삼림욕 한번 해봤으면 ★★★★심영섭 교과서 귀신도 좀 물리쳐줘! ★★★★유지나 비디오로는 16번! 스크린으로 몇번 더 볼까? ★★★★★■ 파이널 환타지서기 2065년. 외계인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에너지 삼아 세를 불려가고, 지구의 생명체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했다.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혀가던 아키 박사는 외계인들에 대항하는데 필요한 8개의 영혼을 채집한다. 히로노부 사카구치 감독, 알렉 볼드윈, 밍나웬 목소리 출연,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수입·배급 상영시간 106분김봉석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인간을 구원해주지는 않
이웃집 토토로/ 파이널 환타지/ 엽기적인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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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펀드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일부 네티즌 펀드에 대한 검찰수사 방침이 언론을 통해 보도됨에 따라 투자자 및 영화제작, 투자사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일간지가 “검찰이 6개 펀드에 대해 불구속 또는 약식기소할 방침”이라는 보도를 한 뒤 이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이 사건과 관련, 검찰조사를 받은 한 업체 관계자는 “금감위의 고발에 따른 이번 검찰의 수사는 유사수신행위, 즉 원금을 보장하는 일부 영화, 음반, 서적을 대상으로 한 것이며 대부분의 영화투자 관련 펀드는 수사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조사를 받고 있는 영화펀드는 1편으로, 네티즌 펀드업체에서 공모한 작품이 아니라 제작사 C사가 직접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 관계자는 “아직 조사단계이며 약식기소 같은 방침이 결정된 적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이번 수사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네티즌 펀드업체들은 검찰수사에 반발하는 눈치다. 이번
투자 위축인가, 시스템 정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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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출신 정찬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황정민이 주연을 맡은 <레인보우>(제작 싸이더스)가 <로드무비>에서 제목을 바꿔 7월20일 서울 용산역 부근에서 크랭크인했다.
한 동성애자의 사랑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릴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영화를 공부한 김인식 감독의 데뷔작이다.
<레인보우> 크랭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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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 및 드라마 프로덕션 캐슬 인 더 스카이(대표 이찬규)가 할리우드 유명 프로듀서 배리 조셉슨과 함께 합작 영화사인 P.M.E(Pacific Media & Entertainment)를 공동 설립하기로 하고 7월16일 조인식을 가졌다.
소니 콜럼비아에서 제작 담당 사장을 지낸 조셉슨은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에서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를, 현재 제작중인 <빅 트러블>에서 제작을 맡으며 배리 소넨필드 감독과 깊은 친분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P.M.E의 회장 겸 프로듀서를 맡을 예정이다. 한편 캐슬 인 더 스카이는 P.M.E의 아시아 배급권과 영화 PPL 권리를 소유하게 된다.
합작 영화사 P.M.E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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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인 KM컬쳐가 쿠앤필름(대표 구본한), 씨네2000(대표 이춘연)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내용은 이들 제작사의 차기작 시나리오 개발비를 포함, KM컬쳐가 선투자하는 형식으로, 1년에 각 2편꼴로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KM컬쳐의 박무승 대표는 “두 제작사 모두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함께 일을 하게 됐다”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대표는 “우리가 자체 제작하는 작품도 있는 만큼 이번 제휴로 많은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쿠앤필름의 일정 지분에 투자했다”고 덧붙였다.새 파트너를 맞게 된 양 제작사는 이번 계약 자체에 만족스러워하면서도, 프로덕션 과정에서 펀딩이나, 지속적인 관계유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다양한 투자원을 끌어들이는 것일 뿐 시네마서비스와의 관계는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쿠앤필름의 구본한 대표 역
새로운 동지여,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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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70년대 한국영화 방송하는 EBS 프로그램 <한국영화 걸작선>이 궁금하다● 일요일 밤 10시10분. 채널13으로 가보자. ‘한국영화 걸작선’ 두툼하고 육중한 고딕체 타이틀이 떴다가 사라지면, 중년 남자가 극장 객석 사이 통로를 걸어내려오며 우리에게 말을 건다.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가 영화, 혹은 영화라는 이름의 추억 여행 가이드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 남자, 김홍준 감독은 객석에서, 영사기 옆에서, 그날의 영화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한국영화 걸작선’이라는 요리를 선택한 시청자들을 위한 전채인 셈이다. 그리고 메인 디시인 영화가 시작되고, 끝난다. 여기서 바로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끈다면, 그는 ‘초짜’ <한국영화 걸작선> 시청자다. ‘진득한’ 마니아들은 2, 3초 동안의 검은 자막을 지켜보며 한숨 돌린다. 달콤한 디저트가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주 방영작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듣는 영화이야기나 김홍준 감독이
<한국영화 걸작선>을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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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다 못 깨면 볼 수 없는 줄거리. 마우스로 사진의 이곳저곳을 어루만져주지 않으면 꼼짝도 않는 페이지. 일단 바라는 대로 해주기만 하면 멋진 스테이지가 열린다. 때로 얌체처럼 튕기고 때로 쇼걸처럼 현란한 <엽기적인 그녀> 홈페이지. 애교가 엿보이는 깔끔한 설은아씨가 이 홈페이지를 만든 웹 아티스트다. 홍익대 전철역 바로 앞 오피스텔에서 친구들과 ‘포스트비주얼’이라는 회사를 차려 작업을 하는 설은아씨는 이미 그녀의 홈페이지 설은아닷컴(www.seoleuna.com)으로 네티즌들과의 ‘인터랙션’에 익숙한 유명 웹 아티스트다. 국민대 시각디자인과 재학중 ‘디지털미디어’라는 수업의 과제물로 만들었던 첫 번째 사이버전시 ‘Bi-Communication’으로 대한민국 홈페이지 디자인 공모전 특선에 입상하고,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 대상까지 받았다. 데뷔가 곧 대박이었던 셈이다. 두 번째 사이버전시 ‘GLANCE’는 플래시필름페스티벌 ‘모션그래픽’부문 최종심사까지 올랐고 로테
클릭하는 순간, 영화가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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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공포영화로 불리는 <스크림> 시리즈의 속편. 변함없이 웨스 크레이븐이 감독을 맡고 있다. 이번엔 영화촬영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영화 <스탭3>에 출연하기로 했던 배우의 죽음을 시작으로 살인게임이 계속된다. 시드니는 다시금 살인마와 맞서게 되는데 시드니의 가족사가 밝혀지면서 의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시리즈의 조연급 출연진들이 여전히 같은 역할로 출연하고 있다. 웨스 크레이븐 감독은 <스크림3>에 할리우드 영화계에 관한 풍자를 적절하게 섞어넣었다. 배우와 제작자의 관계, 그리고 스크린 이면에서 벌어지는 추악한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선택이었던 셈.
TV영화...<스크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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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브랜단 앤 트루디>에 등장하는 도둑 커플의 낭만적인(?) 로맨스나 그들의 리버럴한 삶의 방식에 매혹되는 이도 있겠으나 이러한 소재는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1997)이나 <제너럴>(1998)과 같은 영국감독들의 영화들에 묘사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로디 도일(소설가·<브랜단 앤 트루디>의 각본가이자 공동프로듀서)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다른 영화들- 특히 스티븐 프리어즈가 만든 <스내퍼>(1993), <밴>(1996), 그리고 앨런 파커의 <커미트먼트>(1991)- 이 보여주는 아일랜드 노동계급의 삶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깃들여 있는 것도 아니다.극중 두 주인공의 입을 통해 아일랜드 노동계급의 삶에 대한 몇몇 짤막한 언급이 제시되기는 하지만 이것이 영화의 주제적 층위에 영향을 끼칠 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독이 조금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주인공 브랜단과 그 주변의
영화광의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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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작 공포영화 고전을 리메이크한 작품. 팜케 얀센, 제프리 러시 등이 출연하고 있다. 헌티드 힐에 위치한 베너컷 박사의 정신병원. 박사는 이곳에서 환자들을 생체실험을 한 바 있는데 환자들의 난동과 살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업가 스티븐은 같은 장소에 부인 생일파티를 핑계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곳곳에 공포스러운 장치들을 해놓는다. 아침까지 살아남는 사람에겐 100만달러를 준다는 미끼를 흘리면서 말이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희생되고 비밀스런 음모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저주받은 집’을 모티브로 하는 공포영화로 기발한 특수효과가 이목을 끈다. 무난하면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로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하다.
TV영화...<헌티드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