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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숲에서 놀자! <접속>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조명감독 임재영과 <자귀모> <세이예스>의 조명감독 이석환이 명필름과 손잡고 영화조명장비 렌털회사인 ‘라이트림’을 세웠다. 대표이사의 직함을 얻은 ‘숲지기’ 임재영은 “오랜 현장 경험으로 우리에게 맞는 양질의 기자재를 구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좀더 완성도 높은 한국영화를 생산하는 데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제작편수의 급증에 따라 절대적인 장비부족난에 시달리고 있는 충무로에 심어진 ‘빛의 숲’이 신선하고 풍부한 공기를 내뿜길 바란다.
한국영화, 더 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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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의 눈물을 부탁해?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김민선과 이영진, <눈물>의 조은지, <고양이를 부탁해>의 이요원이 뭉쳤다. 생기발랄한 충무로 여배우들을 총집합시킨 영화는 바로 신승수 감독의 신작 <아프리카>로, 20대 초반의 네 여자가 여행길에서 우연히 권총 두 자루를 손에 넣게 되면서 펼치는 거침없는 일탈을 보여줄 영화다. 제목인 ‘AFRICA’는 ‘네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지지하는 모임’이란 뜻으로 그들의 행각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네티즌들이 조직한 팬클럽의 이름이다. 드라마 <푸른안개>를 통해 한껏 성숙함을 뽐내던 이요원이 맡은 역할은 섬세하면서도 터프한 대학생 요원. 욱하는 성질 때문에 세상과 마찰이 잦은 캐릭터다. 김민선은 스타를 꿈꾸며 연기를 전공하지만 지도 교수에게 면박당하기 일쑤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배우 지망생 민선을 연기한다. 이들의 여행에 뒤늦게 동행하는 두 여자 이영진과 조은지는 조금
네명의 혁명적인 우상을 지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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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인 김소영 감독이 만든 장편다큐멘터리 <거류>가 10월3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7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 아시안 커런트’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거류>는 감독이 자신의 할머니가 살았던 고성을 찾아 만든 다큐멘터리. 할머니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과정에서 만난 여성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혹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등 <거류>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통해, 유목민처럼 떠다니는 이들의 정서를 그려냈다. 제작기간은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지난 4월15일 서울여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푸른 진혼곡>(1987)을, 여성영화집단 바리터의 창단멤버로 활동하던 시절 <작은 풀에도 이름있나니>(1989)를 제작했던 김소영 감독이 10년 만에 창작을 재개한 작품 <거류>는, 기록영화제작소 보임에서
선생님, 일본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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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빚어내는 판타지 배후의 얼굴들이 지난 7월24일 한국을 찾아왔다. 지브리의 신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막 극장에 걸어두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함께 방한한 이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사업부 본부장이자 프로듀서인 스즈키 도시오와 색채설계 담당스탭인 야스다 미치오. <센과…>에 외주제작사로 참가한 국내애니메이션업체 DR무비의 초청으로 내한한 이들은, 스튜디오 지브리 설립 초기부터 미야자키 감독과 동고동락하며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세계를 가꿔온 동료들이다. 도쿠마 서적과 애니메이션 잡지 <아니마주>의 편집장 등을 거친 뒤 지브리 스튜디오 설립에 참가한 스즈키 도시오는 <붉은 돼지><원령공주> 등 미야자키 하야오와 <추억은 방울방울> 등 다카하다 이사오의 작품에서 프로듀서로 활동해왔다. 야스다 미치요는 1958년 도에이 동화(현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하면서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베테랑. 거기서 미야
‘하야오 유토피아’ 건설의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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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혹시 아픈가요?” “예, 집에서 쉬게 했어요.” 근무중에 상사 다니엘(휴 그랜트)과 메신저로 은밀한 농담을 주고받는 이 여자. 런던의 출판사에서 일하는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는 과음과 흡연을 즐기고 감정기복이 심한 실수투성이 독신녀. “혼자였어, 전화 다이얼을 돌려봐도 아무도 집에 없어.” 침대머리에 주저앉아 발악하듯 셀린 디옹의 <All by Myself>를 부르던 32살의 노처녀는 새해 첫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며 일기의 첫장을 연다. 술과 담배량, 몸무게를 매일 체크하는 것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독신여성으로 산다는 것’ 혹은 ‘연애와 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녀의 일기장은 바람둥이 다니엘의 배신으로 인한 좌절에서, 무뚝뚝한 변호사 마크에 대한 새로운 감정으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금붕어처럼 술마시고, 굴뚝처럼 담배피우고, 자기 엄마처럼 옷입는 노처녀”쯤으로 생각했던 브리짓에게 어느 순간 사랑을 느끼는 마크 역의 콜린 퍼스는 무표
브리짓존스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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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의 지구. 정체불명의 외계생명체가 출현해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삼켜버린다. 비명과 선혈이 사방에 튀어오르는 아수라장 속에 급기야 상황을 중계하던 리포터까지 괴생명체의 뱃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카메라에 잡힌 이 외계의 생명체들, 어딘가 낯익다. 거미처럼 긴 다리를 가진 개구리, 날개달린 물고기, 악어 머리와 거대한 도마뱀 같은 몸을 지닌 기묘한 돌연변이 형상의 에일리언들. 이들 `뮤턴트 에일리언`의 공습 뒤에는, 우주탐사를 명목으로 방출된 실험용 동물과 권력층의 음모로 우주미아가 된 우주비행사 얼의 과거가 숨겨져 있다.<뮤턴트 에일리언>은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이름난 미국의 독립애니메이션 작가 빌 플림턴의 네 번째 장편애니메이션. 국내에 개봉했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 그 속편처럼 비디오 출시된 <몬도 플림턴>등에서 보듯, 성과 폭력, 인체를 엽기적인 웃음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다듬어내는 플림턴의 만화세계는 이번에도
돌연변이, 지구를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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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텍사스>에서 트래비스가 제인을 바라보던 핍쇼 장면을 기억하는지. 김기덕 감독의 새 영화 <나쁜 남자>는 허름한 사창가의 한 밀실에서 그 일방적인 시선의 묘한 아픔을 재현해낸다. 붉은 불빛 속 살갗들이 북적대는 사창가. 그 어느 가게 속에 선화의 방이 있고 거기엔 아무렇지도 않은 낡은 거울이 침대 곁에 걸려 있다. 그 거울이 유리가 되어, 한기(조재현)는 밀실에서 불을 끈 채 선화(서원)를 바라본다. 자신이 창녀로 만든 여대생, 사랑하는 여자. 거울에는 선화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비친다. 영화의 마지막쯤, 한기는 비로소 밀실에 앉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음, 영화사에서는 고품격 에로라고 하는데, (웃음) 제 입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넘어서 운명적인 어떤 것에 이르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머릿속 그림대로 빠르고 민첩하게 현장을 지휘하는 김기덕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들에서 그랬듯, 이 영화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깊이에 도달하려고 한다. 양수리
내가 창녀로 만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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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했어요! 이미지 한컷에 반해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는 영화 포스터 걸작들을 꼽는다면? <프리미어> 최근호는 최고의 할리우드영화 포스터 50편을 선정했다. 1위를 차지한 포스터는 오토 플레밍거 감독의 1959년작 스릴러 <살인의 해부>(Anatomy of a Murder). 노란색과 주황색의 추상적인 상징을 대담하게 혼합한 포스터 디자인의 걸작이다. 2위는 얇은 네글리제 차림에 긴 금발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는 여인의 뇌쇄적인 옆모습이 인상적인 1939년작 <노라 모란의 죄>가 차지했다. 영화 자체는 싸구려지만 포스터 이미지는 강렬하다.
그 밖에 <현기증> <길다> 등이 10위 안에 든 포스터들. <킹콩>은 11위, 오드리 헵번이 기다란 담뱃대를 물고 있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18위에 올랐다. 초현실적이고 음습한 느낌을 주는 <악마의 씨>가 21위를 차지했고,
최고의 포스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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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76년 익사한 아내와 그 시체를 일주일간 쳐다보고만 있던 남편의 이야기를 간직한 교외의 저택에 23년 만에 어느 부부가 이사를 온다.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 마틴(숀 퍼트위)과 아들의 죽은 뒤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엘렌(아만다 플러머). 저택으로 이사온 뒤 엘렌의 눈에는 자기가 살 날이 7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환영이 보인다. 날이 갈수록 숫자가 카운트다운되면서 그녀에게 죽음을 암시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마침내 예정된 죽음의 날이 눈앞에 닥친다■ Review 영국 시골 마을의 음산한 저택. 수십년간 비어 있던 집에 처음으로 이사온 부부. 점점 편집증적으로 변해가는 남편. 하루하루 가까워져오는 죽음에 대한 암시. 그리고 저택에 숨긴 비밀스런 저주. 설정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고전적인 공포를 겨냥한다. ‘우리 중에 살인자가 있다’를 기치로 삼고 있는 최근의 할리우드 여름 특선 납량영화들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의 범인은 ‘영혼들의 저주’다. 주인공은 애인
쎄븐데이투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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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형사 니틀스(톰 시즈모어)는 어느날 수상한 느낌의 현장을 덮친다. 폭탄 테러범들과 총격전을 벌이던 니틀스는 일행 중 클레어(제이미 프레슬리)라는 여자를 체포한다. 그러자 경찰서로 그녀의 석방을 요구하는 전화가 걸려온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 곳곳에 설치해둔 폭탄을 폭파시키겠다는 것.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글래스(스티븐 시걸)가 팀장으로 있는 폭발물 해체반과 공조하여 범인을 쫓는다.■ Review <씨커>의 마케팅 포인트는 ‘스티븐 시걸’이다. <언더씨즈> 이후 <글리머 맨> <화이어 다운> 등 한때 최고의 흥행 액션배우였던 시걸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의 액션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기대를 접자. 스티븐 시걸은 90분 내내 폭탄의 전선이나 자르고,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폭발물의 정체를 확인하고, 무전기에다 연신 “움직여!”라고 외치기만 한다. 자신은 ‘움직이지’ 않고. “살다보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때가
(시사실)씨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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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혹성 탈출>에는 1천여명의 엑스트라가 동원되었는데, 그중 절반 이상에게 유인원 분장을 시켜야 했다. 분장을 맡은 사람은 아카데미 5회 수상의 거장 릭 베이커. <배트맨> <맨 인 블랙> <그린치> 등에서 특수분장을 담당했던 릭 베이커는 <혹성 탈출>에서도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다. 원숭이들의 두터운 입과 전신을 뒤덮은 털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감정과 느낌을 순간에 포착할 수 있다. 그냥 마스크를 뒤집어쓴 게 아니라, 마스크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성우가 정해지면, 그의 인상이나 행동의 특징 같은 것들을 캐릭터에 부여하게 된다. 그래서 캐릭터가 행동을 하고, 감정표현을 할 때마다 관객은 실제 배우에게서 받았던 것 같은 느낌을 여전히 전달받는다. <혹성 탈출>에서도 마찬가지다. 헬레나 본햄 카터가 연기할 때, 두터운 분장 위로도 슬픔이 스며나온다.하
<혹성탈출> 출연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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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인류가 우주로 진출한 서기 2029년. 미 공군 대위 레오 데이비슨(마크 월버그)은 침팬지에게 소형우주선 조종법을 가르치고 있다. 미지의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우선 침팬지를 보내서 안전을 확인한 뒤 인간이 임무를 수행하러 가기 위한 훈련이다. 자기 폭풍이 닥쳐오자 사령관은 침팬지를 내보낼 것을 명령한다. 항로를 이탈하고 교신이 끊겨버린 침팬지를 찾기 위하여 레오는 직접 소형우주선을 몰고 나간다. 레오 역시 자기 폭풍에 휘말리고, 낯선 행성에 떨어진다. 정글을 헤매던 레오는 정신없이 도망치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철창 안에 가두는 것들은 바로 원숭이, 고릴라다. 이 행성의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원숭이인 것이다. 원숭이들의 도시로 끌려간 레오는 인간을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테드 장군(팀 로스), 원숭이와 인간이 공존해야 한다고 믿는 아리(헬레나 본햄 카터) 등 다양한 성향을 가진 원숭이들을 만난다. 구조대와 만날 방법을 찾는 레오는
혹성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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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은 미국 유학 시절 만든 단편 <메멘토>가 출발점이다. 두 영화, <메멘토>와 <소름>을 낳은 이야기의 배경이 궁금하다.= <메멘토>는 70년대 LA의 빈민가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야기는 이렇다. 이민온 지 얼마 안 된 젊은 한국인 부부가 갓난아이와 함께 빈민가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흑인이 아파트 수위로 일하고 있었는데 며칠간 이들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애우는 소리만 들렸다. 걱정이 된 수위가 문을 따고 들어가보니까 부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며칠간 굶주린 애가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아사 직전인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살린 뒤 자기 자식으로 여기며 살았다. 후일 교민사회에 이런 사실이 알려졌고 TV다큐멘터리로도 방영됐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아이가 흑인 수위의 자식이 되는 것은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부모의 무책임이 초래한 결과일까
윤종찬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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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곧 재개발될 낡은 아파트에 한 청년이 도착한다. 미금아파트 504호에 새로 이사온 그의 이름은 용현(김명민). 택시운전을 하느라 밤에 출근하는 그는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510호의 여인 선영(장진영)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도박에 눈먼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그녀는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 밤 용현 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다. 사고사인지 계획된 살인인지 알 수 없지만 용현은 선영을 도와 죽은 남편을 야산에 묻는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둘은 가까워지지만 불길한 징조도 하나둘 나타난다. 505호에 사는 이 작가(기주봉)는 504호에 얽힌 사건들을 용현에게 알려준다. 용현이 이사오기 전에 살던 광태라는 젊은 작가 지망생이 불타 죽은 일, 30년 전 바람난 남자가 아내를 죽이고 도망친 뒤 갓난아기 혼자 아파트에 남아 며칠 동안 울고 있었던 일 등 504호에는 이상한 기운이 서려 있다는 얘기. 이 작가는 이런 사건들이 30년 전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원혼에서 비롯
소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