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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Doesn’t Live Here Any More 1974년, 감독 마틴 스코시즈 출연 엘렌 버스틴 <EBS> 8월4일(토) 밤 10시10분“이것은 어떻게 사람들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는가에 관한 영화다.” 마틴 스코시즈는 <앨리스는 더 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남편을 잃은 여성이 방황을 하다가 다른 남자를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미게 되는 것이다. 슬픔은 잠시, 그리고 행복이 다시 시작되는 것만 같다. 외형적으로 보건대 영화는 더글러스 서크 같은 멜로드라마의 거장이 1950년대에 확립해놓은 장르의 관습을 고스란히 반복하는 듯하다. 결말 역시 해피엔딩에 가깝다. 그런데 <앨리스…>에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은 여느 작업에서 그렇듯 미국 장르영화 전통에 관한 재고(再考)의 시선을 견지한다. 전작 <비열한 거리>(1973)가 감독 자신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앨리스는 더 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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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미국 Fox Sports 대행사 Cliff Freeman and Partners, New York 카피라이터 Richard Bullock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ric Silver 디렉터 Rocky Morton아주 어린 여자아이가 퀴즈를 낸다. “아빠가 일어서면 엄마는 책을 봐요. 뭐게요?” 밑도 끝도 없는 뚱딴지 질문에 어른들이 진땀을 뺀다. 도대체 이 꼬마 녀석, 생각주머니 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정답은 세 글자, ‘노래방’이다. 또다른 문제 하나. “계단을 올라가면 사람들이 자고 있어요.” 역시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아이가 생각하고 있는 정답이 ‘버스’라는 걸 알고 사람들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친다. 요즘 방송되는 모 방송사의 프로그램 내용이니까 한번이라도 본 이들에게는 장황한 설명일지 모른다.아무튼 죽을 힘을 다해 머리를 굴려도 안 풀리다가 정답이 공개되면 당했다는 듯이 무릎을 치는 게 퀴즈의 묘미다. 다 아는 문제였는데 워낙 긴장해서 못 풀었다느니
퀴즈가 좋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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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가수 박지윤의 히트곡 <성인식>, 백지영의 난이도 높은 춤곡 <대쉬>, 컨츄리 꼬꼬 등의 댄스를 아홉살 여자아이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동영상이 얼마 전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홉살짜리 여자아이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유연한 몸놀림과 폭발적인 무대매너는 심지어 본래 가수의 댄스보다 한 단계 위라는 평가까지 끌어냈고, 동영상 서비스가 실시된 사이트는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접속자들로 하루 평균 1만여회의 다운 횟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을 다니던 구슬기양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었다.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 제작팀은 4살 때부터 추기 시작한 춤으로 각종 댄스경연대회를 섭렵하던 구양을 발굴하고 평소 영재 트레이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가수 박진영을 훈련강사로 초빙하여 ‘영재육성프로젝트’라는 코너를 만들었다. 박진영은 이미 부산의 아마추어 댄싱팀들 가운데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량현량하를
“나도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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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름곧 재개발될 미금아파트 504호에 용현이 새로 이사온다. 택시운전을 하느라 밤에 출근하는 그는 편의점에서 밤샘 아르바이트를 하는 510호 여인 선영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도박에 눈먼 남편에게 매맞고 사는 그녀는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날 밤 용현 앞에 피투성이가 된 채 나타난다. 윤종찬 감독, 장진영, 김명민 출연, 제작 드림맥스, 배급 브에나비스타, 상영시간 100분박평식 어둠이 어둠을 먹는다. 지루하지만 독특한 심리극 ★★★☆심영섭 켜켜이 싸이는 공포, 그러나 한방이 없다 ★★★☆홍성남 분위기를 타고 느리게 전해오는 공포 ★★★☆ ■ 혹성탈출서기 2029년. 미 공군 대위 레오 데이비슨은 침팬지에게 소형우주선 조종법을 가르치고 있다. 미지의 상황이 전개되었을 때 우선 침팬지를 보내서 안전을 확인하기 위한 훈련이다. 자기 폭풍이 닥쳐오자 사령관은 침팬지를 내보낼 것을 명령한다. 교신이 끊긴 침팬지를 찾기 위하여 레오는 소형우주선을 몰고 나간다. 팀 버튼 감독, 마크 월버그
소름 / 혹성탈출 / 캣츠 앤 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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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잡이배를 타고 나갔다가 몇달 만에 돌아온 석준은 자신의 애인이 용길에게 겁탈당한 뒤 자살했음을 알게 된다. 석준은 용길을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는 대신 살인미수죄로 장기간 복역한다. 이를 갈며 출옥한 석준은 곧바로 용길이 숨어산다는 설악산을 향해 출발한다. 그동안 참회의 삶을 살아온 용길은 현재 염주골대피소의 산악구조대원이다. 그러나 운명은 얄궂다. 용길을 찾아헤매던 석준은 칼바위에서 실족해 산악구조대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 자,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희우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메아리>의 스토리라인이다. 잘 다듬어진 캐릭터를 연기한 이영하와 김동현의 연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화려하고도 웅장한 설악산의 비경들이 스크린을 압도했던 수작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말없이 품어주는 큰 산의 이미지야말로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그 무엇이 아니었나 싶다.이희우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다음 서른살 무렵부터 줄기차게
고교물도 에로물도 한손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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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흐르는 사람들>등, 총독부의 극심한 가위질로 영화들 개봉이 좌초되다<장화홍련전>이 끝났을 때 마침, 연극 연출가 현철씨와 이구영 감독이 조선배우학교를 만들었다. 나는 그 건물 안채를 빌려 현상실을 만들어놓았고 현철씨는 바깥채에서 배우학교를 운영했다. 당시 나는 단성사를 들락날락하면서 영화를 준비했는데 단성사에서 돈을 대주지 않아 현철씨와 손을 잡았다. 돌아가신 양반 평해서 안 됐지만도, 이 양반이 아주 잔 양반이 돼서 거기서도 당최 용돈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만든 것이 고려영화제작소다.이때 일본에서 전보가 들어왔다. <만슈노 무스메>(滿洲の婦: 만주의 처)를 박으려 하는데 한국 여배우를 하나 소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소개를 해줄 테니 대신 내 부탁도 하나 들어도오. 한국의 대작으로 <심청전>을 해야겠는데, 기계가 없으니 빌려달라.” 이것이 내 조건이었다. 우리에겐 라이트도 없었고, 용궁을 박을 기계도 없었다.약속은 해
“검열로 프린트가 뭉턱 잘려 2권만 돌아오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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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뭘 본담, 하고 주춤거리는 내게 안정숙 여사는 <쥬라기 공원3>나 <타인의 취향>이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그녀가 흘리는 눈웃음은 늘 내 마음을 산란하게 한다. 나는 <타인의 취향>을 골랐다. 그 영화가 내 취향에 맞을 거라는 예감이 엄습해서가 아니라, <쥬라기 공원3>가 너무 복작거릴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타인의 취향>도 한갓지지는 않았다. 적어도 내 전후좌우로는 빈자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커닝을 하기 위해 집어든 팸플릿에는 <타인의 취향>의 감상 포인트가 등장 인물들의 내면을 암시하는 배경 음악들과 (영화 속의) 연극장면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전적 기호들을 해독할 감각기관이 없는 나는 이 영화를 그냥 산문적으로 보기로 한다.
‘타인의 취향’이라는 제목에는 속임수가 없었다. 정말, 취향들에 대한 영화였다. 그 취향들은 성(동성애, 프리섹스)에서 기호품(마리화나)과 애완동물(개)을 거쳐 그림과
중년의 아저씨가 본 <타인의 취향>, 이 영화는 누구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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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무라 자신의 본능에 충실한 <간장선생>●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간장선생>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임을 알린 바 있다. 그렇다면 대담한 블랙유머와 수수께끼 같은 야비함의 대가인 일본의 이 73살(지금은 75살- 역자 주) 거장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들을 전체적이고 특징적으로 대범하게 반복함으로써 마지막 작품을 마무리짓기로 결심했던 것 같다.미국에서는 98년 뉴욕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고 <우나기>에 이어 성공적으로 개봉된 <간장선생>은 그 끔찍했던 태평양전쟁의 막바지를 살아내려 몸부림친 일본 어느 시골의 의사 아카기 선생과 그의 환자들의 이야기다. 하층민들의 삶을 그린 이마무라의 여느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생동감있고 불경스러우며 이상할 정도로 명랑한 이 작품은 전후 치열했던 천재 중 하나인 사카구치 안고의 여러 단편들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이 영화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마무라는 시골 의사의 아들
도저히 고쳐볼 도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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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1년 5월1일 런던 하이드파크로 가는 길은 분주히 걸어가는 50만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유리와 쇠로 만들어진 ‘수정궁’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리는 걸 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박람회는 ‘인류의 진보’를 상징했다. 사람들은 정교한 양탄자와 레이스가 전시된 ‘중세의 궁정’을 칭찬하면서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차갑게 빛나는 증기기관이나 인쇄기쪽으로 갔다. 진보는 가장 아름답고 선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현재에 매혹되었고 빛나는 미래를 믿었다.지금은 증기기관을 아름다움의 표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기계의 편의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영등포 자재공장의 유압 절단기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수정궁에서 무시되었던 섬세한 수제 물품의 가치는 여전하다. 법정근로시간이 주당 33시간인 프랑스인들은 하루에 두개도 만들 수 없는 에르메스 켈리백의 웨이팅 리스트는 3년 이상이고, 제3세계 어린이들의 앙상한 손가락으로 만들어진 니트 드레스는 20대 청년
기술, 리얼리티를 꿈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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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는 언제나 재미있다. 모두들 안녕히 알고 계시는 바처럼, <라운더스> <리노의 도박사> <카지노> <허슬러> 등의 목록표는 도박에 심취하되 그것을 뛰어넘은 감독들의 서늘한 시선이 놀라운 영화들이다. 도박 자체의 스릴에 영화적 긴장까지 더한 셈이니 히든 카드를 뿌리며 익숙한 반전을 꾀하는, 과장이 심한 홍콩의 도박영화들이나 우리 영화 에서도 짭짤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러나 그것은 영화 속의 일이기 때문에 즐거운 듯하다. 실제의 삶에서 그와 같은 도박의 쾌감을 만끽한다는 것은 실로 무모하고 사실상 대단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사회학쪽에서 사회적 합의의 건강성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소중한 실천이 된다. 지하철을 타는 이유도 어떤 사회적 합의의 실천을 믿기 때문이다.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그리고 예상한 시각에 정확하게 데려다줄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책 제목처럼 ‘신뢰’할 만한 학자는
허공에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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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감독이 젊은 시절에 자기를 몹시 괴롭혔던 두 가지 중 하나가 성욕이었다고 말한 걸 어디선가 읽었다. 하나는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하나가 성욕이었다는 게 뚜렷이 떠오르는 건 너무나 공감가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10대와 20대의 너를 지배했던 8할은 성욕이었다”고 신이 말한다면, “좀 과장하셨네요”라고 항변할지언정 부인할 재주는 없을 것 같다. 그 성욕의 기억을 거슬러오르다보면 맨 앞자리에 포르노영화가 도사리고 있다.
81년 봄, 중학 2학년의 까까머리는 포르노라는 충격적인 ‘유사 기록영화’에 발을 디뎠다. 화창했던 토요일 오후 어쩐 연유로 그다지 친하지 않던 같은 반 친구 집에 놀러갔다. 그 집 안방에는 VCR이란 처음 보는 기계가 놓여 있었고, 친구는 장롱 속 와이셔츠 상자에 가득 찬 테이프들 가운데 하나를 꺼내서 한 토막을 보여주었다. 오오, 이럴 수가. 저걸 저기에 저렇게 넣고는 저렇게 하는 거구나. 앞으로, 뒤로, 서서, 앉아서…. 이럴 수가, 입으로도 하는군. 나에
나의 청춘을 지배한, 너! <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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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자막 영어/한국어/태국어/중국어 화면포맷 2:35:1 지역코드 3<식스 센스>를 재미없게 본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된다. 내 주변에서도 극장에서 보다가 잠이 들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대단히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아낌없이 들어줬던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전작을 등에 업고 차기작을 만들게 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아마도 최고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물론 차기작에 대한 관객의 기대 수준이 너무나도 높을 것이 뻔하다는 사실.물론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 차기작이 아무리 재기 발랄하게 만들어졌다고 해도 만족하기가 힘들어진다. 나도 나름대로는 기대 수준을 낮추자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극장에서 <언브레이커블>을 봤지만, 아쉽게도 상당한 실망감에 휩싸였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억누르고 있
‘흠, 아깝네, 저 신은 그냥 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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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나는 청담동의 한 작은 오피스텔에 살았었다. 사무실도 가까워 자전거로 왕복하고 대개의 약속도 청담동 근처에서 이루워졌고 이만저만 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강남의 몇몇 동네가 그렇듯이 그곳도 소위 말하는 “저, 아침 일찍 들어왔다 오후 늦게 나가요” 하는 20대 초반의 여성분들이 이웃에 많이 살고 있었다. 직업은 다소 다르지만 나 또한 지독한 야행성이라 “저두 오후 늦게 나갔다가 거의 아침에 들어와요” 하면서 사는 편이어서 가끔 귀가하다 입구에서 그녀들과 부딪치기도 한다. 실제로 정말 부딪치기도 한다. 술이 잔뜩 취한 채 그녀들은 벽이며 문이며 사람이며 가리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쳐 헤쳐나가듯 살아가고 있었다. 처음엔 그런 게 신기하기도 했고 즐거운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내 이웃의 반 이상이 20대 초반의 혼자 사는 여성들이라니 왠지, 딱히 이유가 구체적이진 않지만 한마디로 흐뭇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그런 독특한 즐거움이 점점 악몽으로 변하기 시작했다.그런
납량특집 - 아름답고 다정한 나의 이웃(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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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난 폭스 멀더예요. 그리고 이쪽은 내 파트너 스컬리… 아, 아니군요. 이번 여름 시즌엔 파트너가 바뀌었어요. 아이라, 스스로를 소개해줄 수 있나요? 예헤! 그럼요. 난 아이라 케인이고 한때는 정부 소속 과학자였지만 지금은 애리조나 지방대학에 처박혀 모든 학생들에게 A를 선물하는 한심한 생물학 교수로 일하고 있죠. 항간에는 냉소적이면서 지적인 멀더가 어쩌다가 나같이 속없는 놈이 되었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지만 이건 전적으로 듀코브니, 그가 원하던 바라고요. 맞는 말이에요.
물론 듀코브니는 나, 멀더를 처음 만난 이후 오랫동안 멀더의 내면 깊숙이까지 연구해주었고 그 누구보다 나를 휼륭히 표현해주었어요. 6번째 시즌 중 <할리우드 A.D.>를 비롯해 5∼6개의 에피소드들은 그가 직접 각본이나 연출을 맡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죠. 하지만 <X파일>과 멀더를 헐값에 팔아 넘겼던 폭스사와의 마찰이 있기도 했고, 사실 8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어요. “사람들이
멀더, 데이비드 듀코브니를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