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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Buena Vida>, Gran Panorama, Siesta, 1999(국내배급, Ales Music, 2001)‘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인디밴드’라고 이들을 소개하려다가 문득 ‘스페인’이라는 지역성(locality)이 인디(indie)라는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건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라틴문화’의 원류에 해당되는 곳이고, 라틴문화가 ‘뜨거움’을 상징한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밴드 이름은 이들의 음악이 라틴계 특유의 ‘낙관주의’를 표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낳고, ‘낮잠’이라는 뜻의 시에스타라는 레이블 이름도 이런 예상을 역전시키지 못할 것이다.그렇지만 이들의 음악은 선입견들과는 정반대로 시종일관 나른하고 ‘밋밋’하다. 혹시라도 퍼커션이 넘실대는 라틴음악 특유의 폴리리듬이나 혀를 또르르 굴리는 열창을 기대했다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이다. 드럼과 베이스가 만들어내는 ‘평이한’ 리듬 위에서 나긋나긋하게 읊조리는 여
나긋나긋, 게으름의 열정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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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있는 작품이 다시 제작되는 것은 생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만화나 애니메이션업계에서 희망을 거는 작품들 중에는 ‘리바이벌’풍의 작품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국내에서는 90년대 한국만화업계의 시장규모를 바꾸어버린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일본에서도 컬러 페이지가 추가돼 재출간됐다) 같은 작품이 최근 ‘무삭제판’과 ‘완전판’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고 재출간되고,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적게는 10년부터 많게는 40여년이 지난 캐릭터들을 부활시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계속 제작하고 있다. 디즈니의 <판타지아 2000>이나 <피터팬>, 일본의 <자이언트 로보> 같은 작품은 다 그런 ‘리바이벌’ 현상이 낳은 작품들이다.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 작품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누린 일본 작품 <마징가 Z>(1972), <그레이트 마징가>(1974), <그랜다이저>(1975)로 이어지는 ‘마
부활의 노래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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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만화사에서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수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두 만화가 복간되어 나왔다. 이번에 글논그림밭이 다시 내놓게 된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일기>와 이희재의 <간판스타>는 한국의 만화 독자라면 꼭 한번 보아야 할 중요한 작품들. 미술 월간지 <가나 아트>가 해방 이후의 ‘좋은 우리 만화’ 1위와 4위에 이들 작품을 선정할 만큼, 고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이다. 오세영은 월북작가 단편선 등 리얼리즘에 입각해 한국 고유의 만화 미학을 발전시켜온 만화가인데, <부자의 그림일기>는 다소 현대적인 소재들을 다루면서 진득한 삶의 냄새를 풍기는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인 ‘부자의 그림일기’는 가난한 소녀 부자가 직접 쓴 일기와 만화를 대비시키는 독특한 형식이 돋보인다. <간판스타>는 <악동이> <나의 오렌지 나무> 등으로 어린아이들의 진솔한 삶을 기록하던 이희재가 좀더 어른의 시선에서 우리 사회를 들여다
<간판스타> <부자의 그림일기> 재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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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탄 남자’는 여자의 환상이며, 여성만화의 영원한 테마이다. 그녀의 보잘것없는 현실은 오직 한 남자를 기다리는 꿈으로 유지된다. 준수한 외모에 튼튼한 몸 정도는 기본,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사줄 수 있는 확실한 경제력에, 무엇보다 자신을 평생 지켜주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남자가 언젠가 나타나리라. “멍청한 여자, 그러니까 평생 남자에게 눌려 살지.” 그런데 이렇게 소녀들에게 핀잔을 주던 소년들도 이제는 함부로 어깨를 으쓱거리지 못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자신의 인생을 뒤바꾸어줄 여신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말았기 때문이다.내세울 것 없는 공대생 케이이치. 어느날 기숙사에서 전화를 돌리다 번호를 잘못 눌러 ‘여신님 도움센터’에 전화를 걸게 된다. 그리고 나타난 여신 중의 여신, 베르단디. “당신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드릴게요.” 케이이치, 멍청한 건지 똑똑한 건지 얼떨결에 말한다. “당신 같은 여신이 언제나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로 인해 기
내 어깨에 내려앉을 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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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공포에 관한 영화 <소름>이 8월4일 극장 개봉에 앞서 일찌감치 홈페이지를 열고 네티즌들을 유인하고 있다. 영화 못지 않게 알찬 홈페이지다. <소름>의 모티브를 품고 있는 <메멘토>를 비롯해 <플레이 백> <풍경> 등 윤종찬 감독의 단편영화가 올라 있는 건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과 감독 뿐 아니라 프로듀서 백종학, 촬영기사 황서식, 조명기사 최석재의 인터뷰까지 준비해둔 세심함이 돋보인다. 공포영화 스탭들이 “소름끼쳤던 순간”을 털어놓는 초미니 인터뷰들도 재미있다. <소름>의 무대인 미금아파트 복도로 시작되는 메인화면에서 각 주인공들의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이 홈페이지의 가장 매력적인 공간. 부천영화제 폐막작답게 영문홈페이지도 준비돼 있다. 한글홈페이지의 영어판이 아니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제작됐다. 영어에 자신없는 네티즌들도 반드시 들러볼 것을 권한다. 빠트릴 수 없는 것, <소름> 메이킹 필름
<소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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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랑 모처럼 기분좋게 한잔 걸치고 막차 시간을 아슬아슬하게 맞춰 집으로 돌아온다. 마침 비도 내리고 골목엔 나 혼자밖에 없다. 가로등은 늘 그렇듯이 고장나 있지만 익숙한 길이라 문제는 되지 않는다.그러다 갑자기 주위의 어두운 공간을 인식하게 된다. 캄캄한 등 뒤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지금까지 의식하지 못했기에 공포는 더욱 빠른 속도로 나를 덮쳐온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이런 불쾌한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돌아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등 뒤의 공포를 확인할 용기가 없다. 간신히 용기를 짜내 고개를 돌렸더라도 다시 앞을 보아야 할 일이 걱정이다. 잠을 자다가 왠지 무서워져서 이불을 뒤집어써놓고는 감히 다시 끌어내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공포는 다른 어디가 아닌 바로 우리 몸 속에 숨어 있다. 평소에는 작게 움츠리고 있어 보잘것없지만, 어느 한순간 부풀어올라 몸 전부를 휘감고 넘쳐난다.
공포는 당신 등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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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쉬 애니] - #2 Brief
[플래쉬 애니] - #2 B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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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이야기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나와 아내는 서울에서 배편으로 보낸 짐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큰 박스로 10여개가 넘는 양이었던 데다가 서울서 잠시 신혼생활을 하던 살림살이들이 모두 들어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그 짐들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짐은 예정보다 몇주나 늦게 도착했고, 우린 그만큼의 기간 동안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짐을 받은 우리는,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짐을 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그 물건이란 바로 서울에서 몰던 차에 붙어 다니던 작은 토토로 인형이었다. 뭐 그 토토로 인형에 얽힌 어떤 사연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오히려 토토로 인형을 미국에서 산 차에 붙이고 다니면서 생겨난 일들이다.
팀 단위의 과제가 주로 주어지는 과정의 특성상, 나는 미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인종의 친구들과 차를 함께 탈
포스터에 얽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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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하프 위크>와 <위험한 정사>를 만든 애드리언 라인 감독의 영화. 돈과 가정을 서로 맞바꿀 수 있는가, 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간직한 작품이다. 다이애나와 머피 부부는 부동산 투자에 실패하고 집까지 뺏길 위기에 처한다. 그들은 마지막 희망으로 라스베이거스에서 큰돈을 벌어들일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갖고 있던 돈마저 도박판에서 모두 잃는다. 다이애나를 눈여겨보고 있던 게이지는 이런 제안을 한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면 거액의 돈을 주겠노라고. 다이애나는 그의 유혹을 수락하고 가정은 산산조각난다. 미국 중산층 도덕의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감독의 의도는 인정할 만하지만 영화의 완성도는 평범하다. 로버트 레드퍼드, 우디 해럴슨 등이 출연한다.
TV영화...<은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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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공원>의 속편. 해먼드 박사는 쥬라기 공원이 폐쇄되었음에도 생존한 공룡들을 섬에 보존하고 있다. 새로운 공룡 생산을 계획중인 것. 그리고 생존한 공룡을 생포해 쥬라기 공원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룡 사냥꾼들은 섬을 누비면서 공룡들의 세계를 어지럽히고 말콤 박사는 섬 안에서 공룡들과 추격전을 벌인다. 사냥꾼들은 티라노사우루스를 생포하는데 화물선을 탈출한 티라노사우루스는 시내를 질주하면서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향연이 담겨 있지만 짜임새는 전작과 그리 다르지 않다. 줄리언 무어, 빈스 본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공룡들의 개인기에 비해 얼굴이 눈에 띄지는 않는 편.
TV영화...<쥬라기 공원2: 잃어버린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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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 공포영화. 할리우드의 최근 공포영화와 일본 공포영화를 부분적으로 참조한 흔적이 엿보인다. 혜진과 선애, 현준, 정욱 등은 늘 함께하는 대학친구들이다. 혜진은 후배 은주를 알게 된다. 현준이 은주에게 관심을 갖자 선애는 그녀의 과거를 폭로한다. 2년 뒤 정욱은 변호사로, 그리고 다른 친구들 역시 각자의 길을 걷는다. 현준은 야구를 포기하고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그런데 은주의 원혼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친구들이 한 사람씩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김규리, 하지원, 유지태 등이 출연한다. 장르적인 쾌감보다는 섬뜩한 장면이나 놀람의 효과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인상이 짙다.
TV영화...<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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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 노인 역할을 한 스펜서 트레이시의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부 산티아고는 한참 동안 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자 마을사람들에게 놀림당한다. 하지만 소년 마놀라는 따뜻하게 그를 감싸준다. 산티아고는 사람들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다시 나간다. 거대한 고기를 만난 노인은 사투를 벌인 끝에 대어를 낚게 된다.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마을을 향하지만 이번엔 상어떼들의 습격에 맞서 싸워야만 한다. 존 스터지스는 <황야의 7인>(1960) 등의 장르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배우에 대한 안목이 있는 감독이었던 그는 스티브 매퀸, 리 마빈, 찰스 브론슨 등의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TV영화...<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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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기배우 김희선(24·사진)씨가 `한류'를 타고 중국 휴대폰 광고모델로 나선다.
중국 유명 이동통신업체인 TCL은 베이징에서 김희선씨와 광고계약을 맺고 시내 중국대반점에서 기자회견을 했다고 중국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중국의 최대 관영 는 이번달 중순부터 김씨를 광고모델로 한 TCL 광고를 방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는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인 장이모 감독이 연출했으며, 김희선은 2년간 CF 모델료 등으로 약 1천만위안(약 16억원)을 받게 된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김희선씨의 이런 행운은 최근 중국에서 김씨가 출연한 영화 <비천무>가 선보인데다, 텔레비전 드라마 <토마토> <미스터 Q> 등이 중국에서 방영돼 인기가 상승한데 따른 것이다.
김희선, 중국 CF `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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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Kings 1999년, 감독 데이비드 러셀 출연 조지 클루니 <HBO> 8월4일(토) 밤 10시이거 화끈한 전쟁영화 아닌가? <쓰리킹즈>는 이같은 기대를 저버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전쟁보다는 금괴에 더 관심이 많고, 애국심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심지어 적에게 인질로 붙잡혀서도 휴대폰을 이용해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 정도. <쓰리킹즈>는 기발한 유머감각을 동원해 관객을 웃기면서 그럴듯한 액션장면을 갖춘 오락영화인 셈이다. 데이비드 러셀 감독은 <스팽킹 더 몽키>(1994년작)가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다음 작품 <디제스터> 영화 역시 미국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평론가 로저 애버트는 데이비드 러셀에 대해 “순수하게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에 취해 있는” 연출자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MTV의 영향과 인디영화의 정신, 그리고 장르영화 비틀기 등 다양한 재주를
케이블영화 <쓰리킹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