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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Marquise Von O 1976년, 감독 에릭 로메르 출연 에디드 클레버 <EBS> 9월1일(토) 밤 10시10분개인적으로, 특정 감독에 대해 글쓰기를 조금 꺼리는 습관이 있다. 에릭 로메르 감독 역시 그중 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 설명하자면, 영화라는 매체의 ‘비밀’을 지극히 관조적으로, 그러면서도 완벽에 가깝게 이해하고 있는 희귀한 연출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에 관해 논하다보면 영화에 관한 중대한 사항, 혹은 비밀을 술술 누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일까? <O후작부인>은 일상의 미스터리와 심리극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는 로메르 감독의 독특한 연출방식이 스며 있는 영화다. 특이한 건, 이 영화가 그의 여타 작품과는 다르게 시대극이라는 점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초반까지 에릭 로메르 감독은 ‘도덕이야기’ 연작에 골몰해 있었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과 <클레르의 무릎>(1970) 등 현대인들의 도덕적 딜
에릭 로메르의 시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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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게임넷 스타리그 매주 금요일 오후 8시∼10시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판매된 때는 98년 4월, 활성화된 것은 99년부터다. 지난달까지 국내에서만 모두 190여만장의 정품CD가 판매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시장의 판매량인 180만장을 넘어섰다. 이는 스타크래프트의 전체 판매량인 600만장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량. 정품CD가 200만장 팔렸다면, 해적판으로는 그 2배에 해당하는 400만장 정도가 이미 시중에 유포됐음을 의미하므로 스타크 인구만 600만명이라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게임 연령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굳이 15살 이상 25살 미만의 인구 수가 800만명(통계청 조사)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다 보면, 그 수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게임인구 1천만시대가 새삼 현실로 다가온 오늘, 그 열기의 이면에는 게임중계프로그램의 선전이 있다.98년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스타크래프트가 유저들 사이에서 조용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9월, ‘가을 정규리그’라는 이름으로
게임을 한다고? 아니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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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사메무쵸>고지식한 샐러리맨 철수의 가정에 남편의 실직과 빚 보증으로 인한 파산 위기가 닥친다. 경매로 넘어갈 지경이 된 집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철수와 영희에게 돈 많은 남녀가 유혹해온다. 전윤수 감독, 이미숙, 전광렬 출연, 강제규필름 제작, 상영시간 100분박평식 인생은 빚 갚으러 왔다가 다 못 갚고 떠나는 길 ★★★심영섭 2001 벌떼 과부촌의 신파 버전? ★★☆홍성남 진지하지만 억지스런 <은밀한 유혹> ★★☆ ■ <브리짓 존스의 일기>브리짓 존스는 런던의 출판사에 다니는 32살의 미혼여성. 그녀는 새해부터 칼로리와 흡연량, 주량 메모를 포함한 일기를 쓰면서 생활을 개선하자고 결심한다. 성탄파티에서 무뚝뚝한 인권변호사 마크 다아시를 소개받지만 떨떠름한 첫인상만 남기고 헤어진다. 샤론 맥과이어 감독, 르네 젤위거 출연, UIP 수입·배급, 상영시간 96분심영섭 브리짓 정신차려. 뚱뚱하면 아무도 안 쳐다봐 ★★★<지옥의 묵시록:
베사메무쵸/브리짓 존슨의 일기/지옥의 묵시록: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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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적인 그녀>를 보러 갔을 때, 나는 감기로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콧물은 쉼없이 흘렀고, 근육통으로 다리는 후들거렸다. 그러나 나는 한 차례의 밥벌이를 위해 심야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내 밤일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엽기적인 그녀>가 내 감기를 낫게 해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그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은 감기를 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횡경막이 요동치는 동안 근육통은 숨죽이고 있었다.<엽기적인 그녀>는 웃기는 영화다. 그것은 이 영화가 건강에 매우 좋은 영화라는 뜻이다. 웃음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이롭다는 데 현대 의학자들은 합의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견주어 건강에 유리한 조건 하나를 더 지닌 셈이다. 사람만이 웃을 수 있는 동물이니 말이다.웃음이 사람에게 고유한 것이라는 ‘명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로 전해진다. 그 ‘명언’은,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언’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가 했다는 말
섬세한 리버럴, 맘껏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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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멘토>는 낯선 침대 속, 낯선 사람 옆에서 잠이 깰 때 느낄 법한 그런 매력적이고 전율스런 감정을 불어넣는 영화다. 부분적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정신여행과 같은 느낌을 주고 또 부분적으로는 수많은 플래시백들이 거꾸로 나열되며 오버랩되는 <포인트 블랭크>를 보는 듯도 하다. 비디오가게들은 ‘복고풍 누아르’와 ‘신세대 누아르’로 가득 차 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담대한 시간 뒤틀기는 전혀 새로운 그 무엇이다. 이것을 ‘누아르를 넘어선 누아르’라고 부르도록 하자.해럴드 파인터의 <배신>이나 마틴 에이미스의 <시간 화살>에서 보는 바와 마찬가지로 시간의 강은, 10분이라는 시간 단위로 시퀀스마다 거꾸로 흐른다. <메멘토>는 살인과 함께 시작하여 그 살인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사건들이 결국 이 살인으로 이어진 것인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을 보기까지, 영화는 계속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각각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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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들도 반한 스타, 무성영화시대 극장가를 누비다무성영화시대의 대표적인 변사. 18살에 우미관에서 변사로 데뷔한 이래 특유의 뚝심과 쨍쨍한 목소리로 반년 만에 최고의 변사 자리에 올랐다. 성동호(1904년생)의 전문 장르가 연애극이었기 때문에 기생을 비롯한 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우미관과 단성사, 조선극장 등에서 활동한 일류 변사로서의 실력을 바탕으로 1924년부터 영화 수입과 배급,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특히 나운규의 <두만강을 건너서>(1928)를 개봉시키는 데 공이 컸다. 당시에는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는 데 검열이 치명적인 요소였는데, 이 문제 때문에 성동호 자신도 1937년에 옥고를 치렀다.서구에 비해 오래도록 변사 제도가 유지된 한국에서는 변사가 영화의 의미를 끌어내고 결정하는 해석자로 기능했다. 또한 관객이 영화 자체보다 변사의 이름을 보고 영화관을 찾을 정도로 변사는 영화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성동호를 비롯한 일부 변사들은 영화를 이해하는 능
‘활동사진설명업자 면허증’ 따서 주로 연애극을 맡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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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잊은 새로운 홍콩의 씁쓸한 초상●프루트 챈의 이른바 홍콩반환 3부작- <메이드 인 홍콩>(1997),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1998), <리틀 청>(1999)- 은 홍콩의 중국반환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세 가지 방식이다. 또한 이 3부작은 언뜻 보기와는 달리 기존 홍콩영화의 전통들로부터 완전히 단절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사실 이 영화들은 부분적으로 장르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만 올바르게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 홍콩반환에 대한 불안의 정서를 징후적으로 접근- 특히 <메이드 인 홍콩>의 경우- 한다는 점에서는 평자들이 주목했던 기존의 홍콩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갱스터 장르에 리얼리즘의 시공간을 도입하려는 시도- <메이드 인 홍콩>과 <그해 불꽃놀이는…>- 도 몇몇 홍콩감독들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즉 프루트 챈은 영화
프루트 챈의 `홍콩반환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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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가을의 어느날 명보극장 앞 광장에서는 영화사에 기록될만한 일대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1968년 개봉 직전 검열에 걸려 상영금지 조치를 받고 무려 20년 동안이나 창고에 버려져 있던 <잘돼갑니다>가 비로소 해금되어 대중과의 첫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이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로 변해버린 <잘돼갑니다>의 스탭과 캐스트들은 그 사이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들을 그리워하며 젊은 관객을 기다렸으나 극장 앞 매표소는 썰렁할 만큼 한산했다. 서글픈 풍경이었다. “잘돼갑니다.” 영화 속에서 이승만이 선거진행상황을 묻자 이기붕이 대답한 말이다. <잘돼갑니다>는 자유당의 부패-조병옥의 급서-3·15부정선거-4·19혁명-이승만 하야로 이어지는 격변의 한국현대사를 곧이곧대로 증언하는 정치영화다. 박정희 정권이 이 영화의 상영을 금지한 것은 당연(!)하다. 이 영화를 해금시킨 것은 1987년의 6월항쟁이다. 이제야 모든 것은 잘돼가는가? 그렇지 않다.
검열의 상처, 그 20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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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아침에 깨어나 ‘나 법대에 가야지’라고 생각한 것이 아닐까. 남색 블레이저로 가득한 하버드 법대에서 핑크빛 프라다백을 들고 다니는 ‘금발’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하게 된다. 세상에는 많은 편견이 있다. 금발머리는 멍청하고 사치스럽다는 것이 하나. 하버드 법대생은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처졌다는 것이 또 하나. 리즈 위더스푼의 <금발이 너무해>는 두 가지의 편견을 하나로 묶어 한꺼번에 산산조각을 내버린다. 엘리 우즈는 타고난 금발의 여고생이다. 학교에서는 최고의 인기인이고, 수많은 행사에서 ‘퀸’으로 뽑히고, 대학 캘린더 걸이 되기도 한 유명인사다. 그녀의 서명은 핑크빛이고, 마음은 머리색깔처럼 ‘블론드’다. 졸업을 앞둔 어느날 남자친구 워너가 결별을 선언한다. ‘too blonde’라는 이유다. 미래에 대한 생각도 없고, 진지하지도 않다는 것. 엘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로 결심하고 하버드 법대를 지원한다. 그리고 승승장구
내가 좀 금발스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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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나의 인상적인 첫 번째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때 당시 다니던 학교는 철도 밑으로 뚫린 굴다리를 지나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하교 길에 그만 기둥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 넋이 나가버린 것이다.
제목도 찬란한 <별들의 전쟁>. 조지 루카스가 만든 <스타워즈>가 그런 제목으로 개봉을 알리고 있었던 것인데 웬일인지 나는 그 그림에 빠져들고 말았다. 라이트세이버를 들고 있는 루크와 그 밑에 요염한 자태로 앉아 있는 레이아 공주, 그리고 다스베이더. 게다가 C3PO와 R2D2의 모습은 코흘리개의 심장박동을 사정없이 증가시키고 있었다. 정신없이 그 앞에 서 있다가 어머니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더니 이미 해가 기우는 시간이 아닌가. 어머니께서는 평소와는 달리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아들이 걱정되어 여기저기를 헤매며 찾다가 하교 길 한가운데 넋이 빠져 있는 아들 녀석을 발견하신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두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지금 집사람이 굉장히 재미
블록버스터에는 없는 것, <엘리펀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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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a Vista Social Club 1999년, 감독 빔 벤더스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풀 스크린 지역코드 3주로 게으름 때문에 놓쳐버렸던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극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DVD 출시를 기다린 영화였다.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은 이 영화가 음악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최신 시설로 무장한 극장을 찾아간다 해도 웅장한 음향효과가 아닌 피아노 선율 같은 섬세한 악기 소리들을 느끼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개봉 당시 대부분의 평들이 강조했던 그 아름다운 쿠바음악을 최대한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또 한 가지 이유는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 그 유명한 빔 벤더스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빔 벤더스의 대표작은 <베를린 천사의 시>. 개인적으로 네번씩이나 봤던 작품이다. 너무 좋아해서 그랬던 게 절대 아니라 심각한 그 영화를 이해하려고
떠나요, 쿠바의 뒷골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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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타회사에서 투자와 배급을 맡았는데, 황사단 제작 시스템의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 것인가.= <세이예스>부터 투자받는 체제로 바꿨다. 해보니까 아주 이상적인 방법이더라.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과는 함께 일한 적이 있어서 호흡도 잘 맞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기획, 제작, 배급, 투자를 혼자 다 해봤지만, 분업이 우리 회사 발전에 더 좋겠더라. 새로운 서광을 느낀다고 해야 할까. 그간은 내 체질에 맞지 않는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했지만, 이제 영화 만드는 일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건강한 투자사가 매력을 느끼는 제작사가 돼야겠지.* 자체 제작을 그만두는 것은 혹시 <신장개업>의 흥행 실패로 인한 부담 때문인가.= 그건 아니다. <신장개업>으로 큰 데미지는 없었다. 지금 시장이 몇개의 배급 체인으로 단위화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제작비가 상승하고 있고, 강력한
“나는 영화장이, 정신건강이 허락하는 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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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을 만한 소설이 드물다는 엄살은 이제 엄연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범타에 그치고 있는 주요 작가들의 근황도 그러하거니와 간혹 병살타까지 치고 있어서 소설의 매력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극단적인 궁금증까지 자아내는 형국이다.그 증후인 바, 두눈을 부릅뜨게 만드는 평론이 최근 몇년 사이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로서 소설의 하향세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문학평론이란 서정주 논쟁이나 문단권력의 해체, 때로는 영어공용화론에 대한 왈가왈부로써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였거니와 사실 해석에 대한 욕망과 지지하고 싶은 ‘작가의 발견’을 경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갈증이 더 심하고 또한 본질적이다. ‘창작과 비평’이 그 이름에 어울리는 작업을 최근 몇년 사이 조금도 해내지 못한 채 그나마 황석영의 <손님>을 맞아 잠깐의 리얼리즘 특수를 반색하는 정도이며 ‘문학과 사회’는 또한 그 회사명에 걸맞게 문학과 이 사회의 역동적 의사소통을 만끽시켜줄 만한 작품을 조금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소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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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라는 곳은 ‘정치면은 <한겨레>고, 문화면은 스포츠신문’인 매체다. 물론 이런 이중성이 자유분방해서 좋다는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펼치는 사람도 있다(따옴표친 부분은 엄기영 전(前) 앵커의 톤으로 발음하라). 그래, 예전의 MBC가 ‘공영’과 ‘민간’의 장점을 고루 갖추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단점만 골라온 듯하다. MBC의 연예 프로그램은 상업방송 뺨치게 선정적이라는 사실은 ‘말해 무삼하리오’다. 그래도 시사 프로그램은 ‘진보적’이지 않냐고? ‘<조선일보>의 문화면이 정치면의 수구 성향의 알리바이’라는 어법을 빌리면 ‘MBC의 시사 프로그램의 진보주의는 연예 프로그램의 상업주의의 알리바이’라고 말하고 싶다.왜 흥분하냐고 묻는다면 ‘연제협 사건’의 타협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8월16일 MBC가 연제협과 타협함으로써 우리는 이제 MBC가 ‘노예’라고 불렀던 미소년과 낭랑소저(朗朗小姐)의 재롱잔치를 계속 볼 수 있게 되었다. 보도에 의하
MBC의 알리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