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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해머영화사는 50년대 검열제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고어와 섹스를 미끼로 내건 공포영화를 양산하며 유행을 만들어냈다. 이번 영국 해머공포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7편. 70년대 정점에 올랐던 ‘해머 스타일’의 전모를 훑어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 선정됐다.<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Quatermass Xperiment, 감독 발 게스트, 1955)는 50년대 유행했던 ‘외계의 공포’를 다룬 SF공포물이다. 실험을 위해 발사된 우주선에서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두명의 승무원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승무원은 신체가 변형되고 살인을 저지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괴물이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은 것은,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의 큰 약점.이번 해머영화제에서는 ‘해머 스타일’을 만든 대표주자 테렌스 피셔의 대표작 <프랑켄슈타인의 저주>(Curse of Frankenstein, 1957), <드라큐라>(
일곱 색깔 공포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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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머, 해머를 패러디하다역시 테렌스 피셔가 연출한 <드라큘라의 공포>와 <늑대인간의 저주>(1961)는 이른바 ‘고딕호러’라 명명되는 해머영화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예산상으로 볼 때 해머영화들은 분명히 저예산의 B급영화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일년에 네댓편의 영화들을 찍어냈으며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같은 배역에 같은 스탭, 그리고 같은 세트를 사용해서 찍어낸 것들도 꽤 있었다 - 비교적 공들인 분장과 화려한 색감의 화면들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두는 전략을 채택했다. 불길하게 푸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하늘 한가운데 떠 있는 보름달, 첨탑이 있는 성의 안뜰에 은은히 흐르는 안개, 어두운 숲 사이로 가로질러 달려가는 마차 등의 이미지와 더불어 관객을 섹슈얼한 암시로 가득한 판타지의 세계로 인도해가는 것이다. <늑대인간의 저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저주의 희생자가 되어 괴물로 변해가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쿼터매스 익스피리먼트>
무섭거나, 우습거나 촌티괴물 구경가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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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의 고향 영국 해머필름스 영화들, 9월5일부터아트선재센터에서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이 성공을 거둔 이후, 부활한 십대 슬래셔무비들이 여름이면 심심찮게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귀환이 갑작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0여년 동안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 몇편을 떠올려보자. <드라큘라>(1992), <프랑켄슈타인>(1994),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메리 라일리>(1996), 그리고 <슬리피 할로우>(1999). 이 영화들은 30년대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공포물이나 60, 70년대 미국 공포영화 전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고딕호러의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들이었다. 특히 코폴라는 고딕호러의 부활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드라큘라>를 연출한 것말고도 <프랑켄슈타인>과 <슬리피 할로우>의 제작을 맡기도 했다. <슬리
무섭거나, 우습거나 촌티괴물 구경가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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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30) 감독의 이름은 일반인에게는 낮설다. 아직 발표된 작품이 단편영화밖에 없어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가 드물었다. 4~5년 전에 송 감독이 폴란드에서 영화공부를 할 때 출연한 국제전화 광고,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눈물을 흘리던 광고를 통해 그의 얼굴을 기억하는 이들이 더러 있을 뿐이다.그는 한국 감독 가운데 국내외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감독이 됐다. 99년 <소풍>으로 칸영화제 단편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더니 장편 데뷔작 <꽃섬>이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8월29~9월8일)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에 초청됐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두개의 영화제를 통해 데뷔한 것이다. <소풍>에 주목하고서 <꽃섬>의 제작에 함께 참여한 프랑스 만달라영화사의 프러듀서 프란체스카 페더는 “신인 감독의 단편이 칸에서 상받고 장편 데뷔작이 베니스 경쟁부문에 오고 그걸 유럽의 유력한 배급사 와일드번치가 배급하는
<꽃섬> 상처받은 영혼 위로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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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영화가 유달리 줄어든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켄 로치(65)와 베르너 헤어초크(59)는 지명도 면에서 영화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 노릇을 한다.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빵과 장미> 등 90년대 들어서도 줄기차게 노동자의 편에 서온 영국의 켄 로치는 올해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58'에 <네비게이터>를, 파스빈더와 함께 70년대 독일 뉴저먼 시네마를 이끌었던 헤어초크는 또다른 경쟁부문 `현재의 영화'에 <인빈서블>을 각각 출품했다.<네비게이터> 역시 노동자들의 얘기. 영국 남부 요크셔의 철도 회사가 분사를 감행하면서 정기적인 급여가 없이 일이 생길 때마다 일의 양만큼 급료를 주는 특별부서를 만든다. 이 부서에 온 노동자들은 회사에 남을지, 아니면 성과급 중심의 신자유주의적인 고용체제로 바뀌어버린 다른 회사로 옮겨갈지를 두고 방황한다. 변화한 노동여건 앞에 쩔쩔 매는 노동자들의 애환을 블랙코미디로 다루면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화제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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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적 자본이 주도하는 세계화가 노동운동을 무력화시켜버린 90년대 후반부터 노동문제를 다루는 장편 극영화는 세계적으로도 찾기가 힘들다.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이 독야청청 노동자들의 깃발을 휘두르고 있던 99년, 프랑스에서 신자유주의적 고용형태 앞에 좌절해 가는 노동자들을 다룬 <인력자원부>라는 영화가 나오자 프랑스 평단은 열띤 지지를 보냈다. 이 영화의 감독 로랑 캉테(40)가 올해 베니스영화제 `현재의 영화' 부문에 신작 <시간의 고용자>를 출품하고 지난 4일(현지시각) 베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장편 데뷔작인 <인력자원부>에서 캉테는 노동자의 편에 서면서도, 켄 로치와 달리 노동이 신성한 것이라는 격언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대안적 계급으로서의 자부심은 커녕 직업에 대한 자존심마저 지키기 힘들어진 이 시대의 노동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추고서 칼로 무 썰듯 차갑게 끝내 버렸다. <시간의 고용자들>에서도 그 냉정함이 그대로 나타났다. 경영컨설팅을
이시대 노동현실 똑바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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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일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자신이 미워질 때는 혹시 없었는지?1996년 10월 헌법재판소가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의 ‘사전심의’에 위헌결정을 내리고, 영화관련법이 바뀌어 그 공륜도, 심의도 이름이 바뀌었으나 그 행정기구의 등급심위위원들에게는 등급심의를 보류할 권한이 주어져 있었다. 등급없이 영화를 상영할 수 없도록 틀을 짜놓고 심의를 보류하지 않는다니, 그건 한꺼풀 벗겨보지 않아도 또다른 검열이었다. 이 법은 조만간 헌법재판소로 되돌려질 것이었다.예상했던 대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두차례 등급보류 판정을 받은 <둘 하나 섹스>의 제작자가 영화진흥법 관련조항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법정으로 들고 왔다. 서울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로 넘긴 것이 바로 1년전. 헌법재판소는 또다시 영등위의 등급보류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예상했던 대로, 귀신이 온다고, 검열이 사라졌으니 음란 폭력물이 범람해 우리 사회를 오염시키리라는 경보음이 들려온다. 같은
귀신이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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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설된 베니스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인 `현재의 영화'에 진출한「꽃섬」의 송일곤 감독이 5일 오전(현지시간)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꽃섬」은 저마다 상처를 지닌 10대, 20대, 30대의 세 명의 여자가 우연히 만나 슬픔을 잊게 해 준다는 `꽃섬'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로드 무비다.송일곤 감독은 "한국에서는 작가주의 영화를 상업 영화의 시스템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단편 작업을 하면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배우들을 오래 관찰하고 기다리면 연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을 포착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3일만에 시나리오를 쓰고 저예산으로 `꽃섬'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그는 이어 "한국은 전통적인 사실주의 영화에 대한 경향이 강했지만 나는 그간 제작된 영화와는 다른,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간과 감자」「소풍」등 단편들을 통해 주로 인간의 상처와 상처의 치유 방법에 관심을 보여왔던
베니스영화제 <꽃섬> 송일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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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영화제의 열기가 정점을 달리는 9월 5일, 베니스 리도섬의 살라 그란데 대극장에서 오백여 명의 관객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영화 <꽃섬>시사회에 송일곤 감독과 서주희, 임유진, 김혜나 등 세여배우가 5분간에 걸쳐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성공적인 시사회를 마쳤다.베니스 경쟁부문 진출작 <꽃섬>은 국내에서는 전혀 공개되지 않은 영화로, 영화평론가, 저널리스트 등 전세계 기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 월드 프리미어를 가졌다. 리도 최고의 극장에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나란히 입장한 송일곤 감독, 서주희, 임유진, 김혜나 등은 모두 첫 장편 데뷔작을 ‘국제적인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며 상기된 모습을 보여주었다.이어진 시사회는 모두들 숨죽인 가운데 진행되었고, 영화가 끝날 무렵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며 기립박수가 시작되어 5분간 계속 되었다. 시사에 참석한 외국 여자들은 흐느끼면서 원더풀을 외쳤고, 감동한 여배우들은 눈시울을 적시
<꽃섬>, 베니스 영화제에서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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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rting with Disaster 1996년, 감독 데이비드 O. 러셀 출연 벤 스틸러 장르 코미디 (SKC)
<쓰리 킹즈>를 연출한 바 있는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영화. 어렸을 적 입양돼 친부모를 모른 채 성장한 멜은 자신이 아버지가 되자 뿌리를 찾고 싶어한다. 결국 입양기관의 도움을 받은 그는 아내와 아이, 그리고 입양기관의 티나와 함께 부모찾기의 여정에 오른다. 첫 번째 찾아간 생모의 집. 눈물겨운 상봉을 하고나니, 부모가 아니라는 게 밝혀진다. 전산오류였던 것. 처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이들의 여행은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난관에 봉착한다. 우디 앨런의 <부부일기>를 패러디하는 카메라워크와 이야기구조. <미트 페어런츠>의 벤 스틸러가 코믹한 연기를 보여준다.
디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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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cures: Stories of Courages Two Families 1997년, 감독 토니 빌, 팀 헌터 출연 대릴 한나 장르 드라마 (파라마운트)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 두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말카 시즈마디아’. 독일소녀 말카는 수용소에 억류된 유대인 조셉을 알게 된다. 유대인에게 협력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카는 자신의 가족까지 설득해 조셉을 비롯한 유대인들의 탈출을 돕기 시작한다. 두 번째 이야기 ‘위 아 서커스’. 독일인 서커스 단장인 아돌프와 아내 마리아. 떠돌이 공연을 하는 이들은 자기 단원 내 유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이에 불만을 품은 다른 단원의 고발로 이들은 모두 위기에 처한다.
스토리 오브 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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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It Up 2000년, 감독 안토니오 쿠아드리 출연 샐마 헤이엑 장르 드라마 (콜럼비아)
버스운전사 마틴은 반복되는 일상과 노동으로 삶이 지겹다. 극기야 자살을 시도하기 위해 다리 난간에 서는데, 낯선 남자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온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1주일 동안 백만장자의 삶을 누리고 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 즉 마틴의 이름으로 100만달러의 사채를 빌리고 자신은 일정 정도의 커미션을 받겠다는 것이다. 결국 마틴은 흔쾌히 이를 승낙하고 1주일 동안 최고의 사치를 누린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여인 롤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삶에 집착이 생겨난다.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샐마 헤이엑이 출연하는 스페인영화.
<리빙 잇 업> DVD 동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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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 of Heaven 1978sus, 감독 테렌스 멜릭 출연 리처드 기어 장르 드라마 (파라마운트)
<황무지> <씬 레드 라인> 등 고집스런 작가주의의 시적 영상을 구사하는 테렌스 멜릭 감독의 78년작. 아카데미 촬영상을 비롯하여 칸과 뉴욕비평가협회로부터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보수적인 남부의 대농장지역의 밀 추수철이 시작되자 철새 노동자들이 밀려온다. 이중에는 남매처럼 보이는 닐과 애비가 끼어 있다. 부유한 농장주 텍슨은 애비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국 이들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에릭 로메르와 트뤼포의 파트너, 네스토르 알멘드로스가 촬영을 맡았으며, 당시 신인이었던 리처드 기어가 출연한다. 서플에는 극장 예고편이 수록돼 있다.
<천국의 나날들>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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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rro Torre 1991년,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 출연 도널드 서덜런드 장르 드라마 (빅스)환상의 도시 엘도라도를 찾아나선 스페인 군대의 광기어린 집착과 탐욕에 관한 기록, <아귀레 신의 분노>(1972)에는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는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기나긴 필모그래피가 보여주는 집요한 주제의식과 영상미학이 요약돼 있다. 특히 원정길에 포착되는 대자연의 거역할 수 없는 위압은 자신의 환상에 사로잡혀 자멸의 잔혹극으로 치닫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나약함에 대비되면서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주제의식은 그의 82년작 <위대한 피츠카랄도>를 경유해 다다른 영화 <쎄로또레>(1991)에서도 반복된다.기암과 만년설로 뒤덮인 죽음의 고봉 쎄로또레. 아무도 정상등반에 성공하지 못한 이 산에 세계 최고의 산악인 로치아와 젊은 패기로 가득 찬 암벽타기 챔피언 마틴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리고 스포츠 저널리스트 아이작이 이들을 지원하기
독일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베르너 헤어조그의 산악영화 <쎄로또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