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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지에서 생긴 일>(1959)의 미남배우 트로이 도나휴가 지난 9월2일 심장마비로 숨졌다. 향년 65. 금발에 푸른 눈이 인상적이었던 도나휴는 50, 60년대 미국에서 사춘기 소녀들로부터 가장 많은 팬레터를 받는 남자배우였다. “그들은 내게 담뱃불을 붙여달라고 했죠. 내가 그렇게 해주면, 그들은 소리를 지르고는 기절했습니다.” 생전의 도나휴가 남긴 회고담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한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그의 인기는 점점 떨어져 1974년 <대부2>에서 조연을 맡은 것을 끝으로, 메이저영화에서 그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지상의 피서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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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최고의 부를 갖춘 ‘젊은’ 배우로 톰 크루즈가 뽑혔다. 미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살 미만의 40인’에 배우 중에서는 최고순위인 19위에 톰 크루즈가 오른 것이다. <포춘>이 발표한 그의 자산규모는 2억5100만달러(약 3300억원). 배우 중에서 크루즈와 더불어 유일하게 명단에 오른 짐 캐리는 36위로, 자산은 1억7100만달러(약 2200억원)로 발표됐다. 두 배우의 나이는 모두 39살. 40살 미만이라는 나이 제한규정을 간신히 만족시켰다.
할리우드 최고의 부자도 마다할 수 있는 게 부모 마음일까. 화려한 뉴스 이면에 톰 크루즈에 대한 작은 뉴스가 하나 더 있으니, 바로 그가 새 연인 페넬로페 크루즈의 부모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톰 크루즈가 1등신랑감 대접을 못 받는 이유는 대략 이런 것. 이혼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새로 딸을 만난 점도 맘에 안 들고, 할리우드 배우들의 이혼율이 높은 것도 마음에 걸
할리우드 최고의 부를 갖춘 ‘젊은’ 배우로 톰 크루즈가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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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같은 평문으로 많은 영화인을 피흘리게 하고, 월계관 같은 찬사로 또다른 영화인들을 명예의 전당에 앉혔던 영화평론계의 ‘빅 마마’ 폴린 카엘이 지난 9월4일 82살로 숨을 거뒀다. 사인은 지병인 파킨슨병. 세 차례 결혼하고 이혼했던 그녀의 유족으로는 딸 지나가 남았다. 1968년부터 1991년까지 23년간 기고한 <뉴요커>의 영화평들로 가장 높은 필명을 휘날린 그녀의 저서로는 <영화에서 내가 잃어버린 것>(1965), <키스 키스 뱅 뱅>(1968), <고잉 스테디>(1970), <영화 속으로 더 깊이>(1973) 등의 에세이와 리뷰 모음집이 있다.<뉴요커>와 그 이름을 뗄 수 없는 폴린 카엘의 고향은 캘리포니아. 아버지의 영향 아래 영화광이자 독서광으로 성장한 그녀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철학을 배웠으나 중도하차했고 로스쿨을 지망했지만 시인 등 예술가 패거리와 어울리면서 법에 관한 흥미를 등졌다. 극작,
안녕! 잔소리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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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서세원 맞아?”극장에 깔린 <조폭 마누라>의 포스터나 전단에서 ‘제공 (주)서세원 프로덕션’이라는 문구를 발견한 이들이라면 한번쯤 고개를 갸우뚱할 법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여년간 본인이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납자루떼>를 방송용 개그 소재로 간간이 써가며, “영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쳐왔기 때문. 그래서일까. 서세원 프로덕션이라는 간판을 내걸었지만, 홍보는커녕 그는 영화제작에 관한 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해마다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에서 고소득 방송인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그가 눈코 뜰 새 없는 스케줄을 강행해서 벌어들인 돈을 직접 충무로에 싸들고 온 까닭은 무엇일까. 지난 9월3일 늦은 8시. 신은경을 내세워, 폭력조직을 이끄는 한 여장부가 행복한 가정을 가져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코믹액션영화 <조폭 마누라>의 9월28일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 코리아픽쳐스에서 만난 서세
“야심? 즐기기 위해서 영화 만드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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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난처함’이라는 감정에 이목구비가 있다면 그건 바로 휴 그랜트(41)의 마스크일 것이다. “어쩌면”, “혹시”, “믿을 수 없는” 따위의 단어로 점철된 말투, 그렇게 완곡한 화법으로도 끝내 못 꺼낸 이야기를 모스 부호로 타전이라도 할 듯 분주히 깜박이는 눈꺼풀, 손가락 빗질로 가라앉을 틈이 없는 그의 구제불능 곱슬머리가 스크린을 어수선하게 할 때 우리는 괜스레 덩달아 난처해진다. 심지어 휴 그랜트가 영화 속에서 유난히 자주 입는 밝은 색상 와이셔츠들마저, 뭔가가 쏟아지거나 이상한 곳에서 단추가 풀려 ‘곤란한’ 그의 운명을 악화시키는 데에 일조한다.
시인 바이런을 꼭 닮은 홍안의 미청년으로 머무는 동안, 시대극의 성곽 안을 소요하는 동안 휴 그랜트의 서투름은 곧 사랑스러움 혹은 퇴폐적인 매력이었다. <모리스>(1987), <비터 문>(1992), <베니스행 야간열차>(1993),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에서 그는
코미디, 안온한 나의 정원, <브리짓 존스의 일기> 휴 그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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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물정 모르는 아이일 거라고, 그저 예쁜 소녀일 뿐이라고, CF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에서만 숨쉴 수 있는 인형일 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리는 아직 이 소녀를 모르는 거다. 1999년, 기묘한 소음과 허밍, TTL이라는 문신을 새기고 우리를 응시하던 소녀에게선 피노키오의 나무냄새가 났다. 그러나 2001년, 8개월 동안 부산의 짠내나는 바람에 단련된 임은경에겐 인간의 땀냄새가 풍겨나왔다.
현재 막바지 작업중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촬영 틈새, 서울의 스튜디오로 날아온 임은경은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하게 예쁜 소녀였지만 영화 초반에 비하면 한껏 밝아지고 웃음도 잦아졌다. 현실인 듯 가상이고 가상인 듯 현실인, 오락실에서 동전바꿔주는 날라리 소녀 ‘희미’이자 자신을 외면한 세상에 분노하는 성냥팔이 소녀 ‘성소’인, 모든 경계가 불분명한 데뷔작이 자신을 힘들게 했음이 분명한데, 이 소녀는 그저 이 영화가 고맙다고 한다. “어둡게 자라서 말도 안 하고, 표정도 없고 그랬는데,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의 임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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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마법사란다.” 11살 되는 생일날, 계단 밑 벽장의 그늘 속에 살아온 소년에게 마법세계의 초대장이 날아든다. 부모를 잃고 페투니아 이모 부부에게 구박받으며 지내온 외톨이 소년 해리. 스카치테이프를 붙인 안경에 작고 깡마른 체구, 모두에게 천대받던 소년은 자신이 숨은 능력에 놀란다. 그리고 영국 최고의 마법 학교 호그와트에 입학한 해리를 기다리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법의 역사와 변신술, 약초와 요술지팡이 이용법 등 갖가지 마법과 유니콘과 켄타우루스 같은 신비의 동물들이 살아 있는 판타지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마법 수업에 나선 해리는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친구들과 함께 ‘마법사의 돌’을 노리는 마왕으로부터 마법사의 세계를 지키기 위한 모험에 빠져든다.‘만약 내가 ∼라면, 혹은 ∼할 수 있다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누구나 꿈꿔봤을 ‘만약’의 상상화를 마법의 세계에
“와아! 내가 마법사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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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전근대의 예술가들은 권세가들이 벌이는 사적 연회장의 엔터테이너 처지를 피하지 못했다. 여흥을 제공한 대가로 얻는 권세가들의 후견과 배려가 가난한 예술가들의 가장 든든한 생계수단이었던 까닭이다. 궁중예술가란 따지고 보면 결국엔 가장 서열 높은 쇼맨 아니었던가.술에 취한 그림의 신, 오원 장승업. 지방 고을 수령이 마련한 잔치판에 초대된 이 떠돌이 천재 예술가는 당대의 유명 화가들과 함께 합동그림이란 기묘한 여흥을 권세가에게 바치고 있다. 합동그림은 여러 화가들이 한붓씩 합쳐 작품을 완성하는 것. 오원의 화명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어, 그의 붓이 움직일 때마다 탄성과 함께 짙은 시샘의 기운이 연회장에 기묘한 긴장을 몰고온다.8월29일 경기도 남양주의 종합촬영소.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3일째 이어진 합동그림장면을 마무리하고 있다. 한 시퀀스지만 이미 스승보다 높은 경지에 이른 천재화가의 솜씨가 과시되는 장인데다, 평생의 연인 매향(유호정)과의 재회까지
붓 따라 떠돌이의 예술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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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애니메이션에 새로운 히어로가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사무라이 잭>.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채널 <카툰네트워크>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뒤 겨우 네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됐지만, 시청자와 언론의 열광적인 반응은 벌써 이 시리즈를 ‘명작’의 전당에 올려놓을 기세다.제목만 얼핏 들어서는 일본 수입품 같지만 <사무라이 잭>은 순수 미국만화. 모스크바 태생으로 7살 때 이민온 겐디 타르타코프스키의 연출작이다. 그는 이미 <덱스터의 실험실> 및 <파워 퍼프걸> 등 <카툰네트워크>의 빅 히트작으로 명성이 높다.주인공 사무라이 잭은 아버지를 죽인 마귀 아쿠의 복수를 위해 세계곳곳을 헤매며 전사로서의 훈련을 받은 뒤 마귀의 저주로 미래의 세계로 보내진다. 중세의 일본땅에서 출발해 로켓 자동차로 가득한 미래의 고속도로에 이르는 시공을 초월하며, 그는 갖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는 아쿠와 끝없는 싸움을 벌이게 된다.8
[LA 통신] TV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잭>, 새로운 명작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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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루브르박물관 창고에서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집트의 석관이 발견된다. 이집트의 관례와는 달리 이름이 지워진 채 발견된 석관의 주인을 밝히기 위해 전문가인 글렌다(줄리 크리스티)가 초빙된다. 며칠 뒤 루브르박물관 건너편 건물에 살고 있는 리사(소피 마르소)는 연인 마틴(프레데릭 디팡달)과 함께 지하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박물관 내로 들어가게 된다. 미라를 검사하는 연구실로 들어간 리사는 석관을 열었다가 깨어나 활동중이던 악령 벨파고에게 육체를 점령당한다. 그날부터 리사는 매일 밤 루브르박물관으로 향하고, 박물관에서는 이상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과거에 박물관의 경비를 맡았던 벨락(미셸 세로)은 벨파고의 짓임을 알아차리고 다시 경비반장으로 취임한다.■ Review<벨파고>는 1965년 프랑스에서 방영된 TV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당시 <벨파고>는 프랑스 초기의 TV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를 할 정도로 인기
벨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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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단란한 가정의 가장 잭(제레미 아이언스)은 아내와 아이들과 인도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하고 비행기를 탄다. 기체 결함으로 중도에 비상착륙한 비행기를 테러범들이 탈취한다. 테러범들은 몸값을 요구하지만 협상의지가 없는 세르비아 정부군은 특공대를 투입시키고, 이 와중에 잭의 아내와 딸이 살해된다. 잭은 테러범들이 무혐의 판결을 받고 풀려난 사실을 안 뒤 분노한다. 결국 스스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겠다고 뛰어든 잭은 베일에 가려졌던 새로운 일들을 발견하게 된다. FBI요원 줄스(포레스트 휘태커)는 잭의 행동이 무모하다면서 그를 만류한다. 줄스와 잭은 처음엔 대립하다가 차츰 서로를 친구로 대하기에 이른다.■ Review<포스 엔젤>를 보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 가지 사실은 인정하게 될 것 같다. 영화의 대사가 생동감 있고 근사하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지. 서로 감정을 자제하는 일에 지나치게 능숙하다는 거야.”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쿨한 대사들이 영화를 감칠맛
포스 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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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영화과 졸업작품 중 최고작에게 주어지는 히치콕상 수상자에게는 할리우드 직행 티켓과 함께 부와 명예가 예약되어 있다. 그러나 에이미(제니퍼 모리슨)는 아직도 시나리오의 소재를 찾지 못한 상태. 명문대학 캠퍼스에서 연쇄살인이 벌어졌지만 명예실추를 두려워한 학교쪽에서 사건을 쉬쉬하며 묻어버렸다는 ‘도시괴담’을 우연히 들은 에이미는 영감을 얻어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시나리오를 쓰고 주연에 산드라(제시카 코피엘), 촬영에 토비(앤슨 마운트) 등을 모으지만 곤경에 처한다. 토비는 에이미의 작품이 자신의 영화장르가 일치한다며 그만둬버리고, 산드라의 연기력은 형편없다. 영화과에서 천재라고 소문난 트래비스(매튜 데이비스)에게 부탁하여 촬영 맡을 사람을 소개받아 한숨을 돌리지만, 얼마 뒤 트래비스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리고 에이미의 영화에 관계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Review<캠퍼스 레전드2>의 첫 장면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했던 <환상특급> 극장판의 한
캠퍼스 레전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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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의사 두리틀(에디 머피)은 찾아오는 동물들까지 거절하지 못해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어느날, 그는 숲 속의 ‘형님’ 비버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전갈을 받는다. 비버는 벌목업자가 숲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동물들이 몇십년 동안 살아온 터전을 잃어버리게 됐다며 두리틀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제 우회적인 삼림 보존 운동이 시작된다. 멸종 위기에 처한 퍼시픽 웨스턴 곰이 이곳에 살고 있다, 곰을 보존하려면 숲을 살려라 라는. 그러나 정작 숲에 남은 건 암곰 아바 뿐이다. 두리틀은 서커스단에서 자란 수컷 아키를 야생으로 돌려보내 아바와 짝지우는 데 한달의 기간을 얻고, 아키를 정착시키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아키는 사사건건 못하겠다고 발뺌을 하고 암곰 아바는 아키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Review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어린 시절 귀여운 강아지나 고양이를 팔에 안고 그런 꿈을 꿔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유년
닥터 두리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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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신문칼럼니스트 루나 오(진혜림)는 골동품점에서 첫사랑에게 선물했던 LP를 발견한다. 선물을 팔아버린 옛애인을 원망하며 레코드를 되사려는 루나. 하지만 이 판은 이미 ‘LP특급’이라는 라디오프로그램 DJ 쯩영(곽부성)에게 예약된 상태다. 루나는 사정을 설명하며 레코드를 양보할 것을 요구하지만 쯩영은 매몰차게 거절한다. 거친 입담으로 유명한 쯩영은 방송에서 이 일을 들먹거리며 그녀를 지나간 사랑에 연연하는 한심한 여자 취급을 하고, 자존심 상한 루나는 자신의 칼럼에서 쯩영을 몰인정한 남자로 몰아세우는 것으로 복수한다. 그렇게 싸움이 잦아지면서 두 사람의 만남도 잦아진다.■ Review“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렸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다시 찾을 수 있다.” 이미 ‘상실’한 사랑을 ‘분실’이라 믿던 어느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사랑의 회귀를 바라며 이렇게 읖조린다. <소친친>의 루나도 그렇다. 우연히 발견한 낡은 LP처럼, 옛사랑도 그렇게 우연히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
소친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