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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들어진 <벨파고>는 프랑스 안에서 꽤 인기를 끈 미스터리 블록버스터다. 루브르박물관이 영화 촬영장으로 처음 쓰였다는 게 특히 눈길을 끈다. 하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고 극장을 찾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3000년 전의 악령 `벨파고'가 다시 깨어나 루브르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사고를 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하다. 영화 초반부, 그와 마주친 경비요원들은 자기 내면에 숨었던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는 환상을 겪으며 끔찍하게 죽어간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벨파고는 사람을 해치려고만 드는 사악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긴박감 넘치는 미스터리로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악령에 대한 시각이나 주요 캐릭터들에게서 유럽식 감수성이 묻어난다.미로같은 옛 궁전 루브르의 내부에는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3만4천여점의 미술품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런데도 아직 들춰보지도 못한 게 있었던가보다. 오랜 시간 창고에 쳐박혀 있던 이집트 석관 하나가 조사받기 위해 열리는
<벨파고> 악령 씌어도 청순한 소피 마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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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레먹은 어금니가 밤새 시큰거릴 때, 타이레놀의 경고가 충분치 않을 때, 손가락이나 혀로 그 빌어먹을 어금니를 지그시 눌러본다. 아주 상쾌한 아픔이 느껴진다. 무릎의 상처 딱지도 그렇다. 시뻘겋게 되도록 손톱으로 긁어대면 또한 역설의 쾌가 밀려온다. 무좀으로 너덜너덜해진 발톱 사이를 문지를 때도 그렇고 뒤꿈치의 각질을 벗겨낼 때는 극도의 희열까지 맛보게 된다. 유쾌통쾌상쾌한 아픔의 순간들!그러나 오프라 윈프리라면 우리는 잠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거역할 수 없는 치욕과 쾌감의 이중주! 그녀는 어릴 적, 그러니까 아홉살 때부터 성년에 이르도록 친척 오빠를 비롯해 아주 가까운 남자들에게 치욕의 순간들을 당했다. 원치 않는 임신, 열네살 때 그녀는 강제에 의한 임신을 했고 조산한 남자 아이는 두 주도 살지 못하고 숨졌다. 지금은 여성운동계는 물론 굴지의 미디어그룹을 장악한 일급의 활동가요 어마어마한 부자이자 이웃집 언니처럼 고통받는 여성들의 카운셀링을 맡고 있는 이 ‘입지전적’
치통, 오프라, 그리고 하이너 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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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 Given Sunday 1999년, 감독 올리버 스톤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타이어 화면포맷 2.35:1 지역코드 3지지난해 겨울,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하기 위해 뉴욕에 갔다. 세기말을 가장 멋진 곳에서 놀아보자라는 생각도 있었고, 새 밀레니엄 첫날부터 아이맥스극장에서 상영된 <환타지아 2000>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렇게 계획했던 여러 가지 일정을 다 끝내고나서는, 며칠 동안 정처없는 발걸음을 즐기면서 뉴욕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애니 기븐 선데이>를 상영하고 있던 작은 극장을 발견한 곳은, 전철에서 무작정 내려 거닐던 퀸지의 한 동네에서였다. 뜻밖의 행운이라 생각하면서 덜컥 표를 사서 들어가기는 했는데, 문제는 전체적으로 허름한 극장 안을 스페니시와 흑인 관객이 상당수 채우고 있어 약간은 낯선 분위기였다는 것. 하지만 극장 규모에 비해 기형적으로 보일 만큼 커다란 화면과 주위 관객의 열광적인 분위기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나는
`듣는` 미식축구, 한 게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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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좌파>. 얼마 전, 3년 넘게 여기에 써온 칼럼들을 묶어 낸 책이다. 재생지로 만들어 ‘짚단처럼 가벼운’ 책 앞머리에 나는 주홍글씨로 적었다. “양산리 한신을 추억하며. 故 이계숙 누이에게. 서정오 유재영에게.” 이계숙, 서정오, 유재영. 정처없던 내 십대의 기착지, 한신에서 만나 20여년 동안 늘 함께한 내 소중한 벗들, 내 정신의 일부들.이계숙 누이는 나보다 한 학번 아래에 나이는 여섯살 많았다. 3년 전 그가 내게 “늑막에서 물을 뺐는데 암 세포가 나왔대” 하고 남의 일처럼 암 발병을 알릴 때 이미 폐암 말기였음을 나는 그가 죽기 며칠 전에야 알았다. 그는 한번도 자신의 암이 치명적인 상태라고 말하지 않은 채 혼자 암과 싸우다 갔다. 그는 늘 그런 식이었다. 그는 남이 들어 즐거운 일이 아니고선 자신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았다. 그에게 대화란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일이었다(대개의 사람들에게 대화란 ‘자기가 말할 순서를 기다리는 일’이다). 사는 게 팍팍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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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 장진의 연극제목이다.(여기서 장진은 와호장룡의 장진이 아니다) 장진감독이 연극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연극을 한다고 할 때 참 제목 한번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박수칠 때 떠나기가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다. 모름지기 인간이기 때문에 더 큰 박수를 받고 싶어지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떠날 때를 놓치고 만다. 하물며 뭐 좀 한번 해보려고 하다가 박수는커녕 뭐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한쪽 가슴이 저릿저릿 저려온다.처음에 칼럼 연재 제의를 <씨네21>쪽에서 받고 “에이, 농담두… 놀리지 마세요” 그랬다. 정말 농담이거니 했다. 글이라곤 군대에 있을 때 위문편지에 답장 써본것과 시나리오 두세편 써본 게 전부 다인 나에게 칼럼을 부탁하니 농담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당연했다. 게다가 독특한 시각과 장난 아닌 글발을 유감없이 펼쳐보이던 김봉석의 숏컷 칼럼 아닌가? (아직도 난 김봉석 기자와 인사 한마디 못 나눴지만,
박수 쳤다고 치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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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년대라는 시절에 대한 할리우드의 가장 훌륭한 연대구분인,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은 유일무이한 내러티브 패턴을 가지고 있다. 엄혹하고 힘들었던 제작환경을 이만큼이나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이것은 희열에 가까운 경이로움과 무시무시한 회의주의로 감상해야 할 영화다.<지옥의 묵시록>은 1975년 사이공이 함락된 지 1년이 채 안 돼 제작에 착수됐다. 1979년 여름 개봉됐을 때, 이 영화는 미국 역사상 남북전쟁 이래 가장 충격적이었던 에피소드를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결정한 정치인들 못잖게, 코폴라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데에도 엉뚱한 계기가 있었다. 그 스스로는 나름대로 매우 고귀한 작업이라고 믿은, 자신의 조트로프 스튜디오를 만들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리고 역시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코폴라 역시 그 스스로가 자신의 결정과 행동에 대해 당황하게 됐다. 또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이 거대한 공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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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성의 수호자, 나의 끼끗한 들깨>라는 소설의 후기에서 작가 복거일씨는 그 작품이 시간의 압제에 맞서는 사내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 사내가 시간의 압제에 맞서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억을 통해서다. 소설 속의 동화에 등장하는 한 노인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마법성은 기억이다. 아름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아름다움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메멘토>는 기억을 10분밖에 지속시키지 못하는 사내의 이야기다. 레너드 셸비라는 이 사내는 아내의 피살현장에서 누군가에게 각목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뒤 이런 증세를 얻었다. 이 사내가 아내의 살인범을 찾아 헤매는 얘기가 영화 <메멘토>다.‘메멘토’는 ‘기억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동사 ‘메미니세’의 명령법 2인칭 형태다. 그러니까 ‘기억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이 고전어 동사의 명령법은 현대의 여러 유럽어에 명사로 차용되었다. 메멘토는 ‘기억을 돕는 물
망각하는 자는 속임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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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의 문은 기도에 대해서는 닫혀 있더라도 눈물에 대해선 열려 있다.” 배우들보다 더 열심히 눈물을 찍어내는 관객을 보고 떠올린 <탈무드>의 한 구절이다. 역시 멜로드라마의 위력은 놀랍다. 제목만 보면 룸바풍의 신나는 리듬을 타고 리라꽃 향기가 스며나올 듯하지만, 영화는 선전문안대로 ‘사랑을 위한 하룻밤의 거래’를 다루고 있다. 사랑을 위한 흥정은 자그마치 1억원에 낙찰된다.웬만한 외화팬이라면 <은밀한 유혹>(1993)이 생각났을 것이다. 로버트 레드퍼드로부터 100만달러짜리 하룻밤 잠자리를 제안받은 데미 무어가 남편 우디 해럴슨을 설득한다. “육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신이 문제죠. 사실 우리도 결혼하기 전에 각자 애인이 있었잖아요?”라는 아내의 말이 남편에겐 “미시시피강에 배 지나간 자리 있나요?”로 들린 것 같다. 거액을 챙겼지만 낯선 이웃보다 멀어진 부부 사이를 파고든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은 결말부를 아리송한 해피엔딩으로 봉합한다.까딱하면 뒷북치는 꼴
고단한 시대를 보는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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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선이 밤만 되면 PC방을 들락거리는 이유? <와니와 준하> 막바지 촬영이 한참인 김희선이 최근 오픈한 공식팬사이트에 팬들이 올려놓은 글에 답장하는 재미에 푹 빠진 것. 그전까진 인터넷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김희선은 요즘 촬영하다 쉬는 시간이면 틈틈이 빠져나와(?) PC방에 들른다고. 올 여름 <와니와 준하>를 위해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 ‘김희선 커트’를 유행시켰던 김희선은 최근 과거신 촬영을 위해 거의 커트에 가깝게 다시 한번 머리를 잘랐다.
김희선 공식팬사이트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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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이 자전거로 달린다. 동서화합 정신을 대내외에 알린다는 취지로 개최되는 ‘명계남과 함께하는 동서화합자전거 달리기’에서 명계남은 무리의 맨 앞에서 4일간의 여정을 이끌 예정, 이스트필름 대표이자 부산영상위원회의 운영위원장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릴 ‘미디어 콘텐츠 마켓’ 준비에 한창인 명계남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좋은 취지에서 여는 이런 행사에 빠질 수 없다”며 참가의사를 밝혔다. 9월7일 아침 부산에서 출발하여 진해, 마산, 진주, 하동, 구례 등을 거쳐 10일 광주에 도착한다.
명계남, 달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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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슨 웰스, 우디 앨런, 로버트 레드퍼드,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공통점은? 어려운가? 그렇다면 앞의 사람들과 방은진의 공통점은? 더 어렵다고? 답은 바로 배우 겸 감독이라는 점. 최근 베니스에서 환영받은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에서 창국 모로 열연했던 방은진의 감독 데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트필름이 제작하는 방은진 감독의 장편 <떨림>(가제)은 마르시아스 심의 동명 인기소설을 각색한 작품. 한 남성의 여성편력기인 원작과 달리 방은진이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는 원작에 등장하는 중년의 여성캐릭터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평소 소설 <떨림>을 영화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스트필름의 대표 명계남씨는 “남자가 만들면 B급 에로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여자가 만들면 정서적으로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며 감독으로 방은진을 지목했고 지난 3월 소설을 들고 직접 그를 찾았다. 이미 김진한 감독의 <장롱>에 조연출로 참여하는 등 영화연
감독 데뷔, `떨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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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당신은 누구신가요? 김태우가 첫 주연을 맡은 <버스, 정류장>을 위해 ‘사랑스런 살’ 9kg을 이사 보냈다. 워낙 건장한 체격에 사람좋아 보이는 얼굴이라 <접속>을 비롯해 드라마에서도 우유뷰단한 연인 역을 도맡아했던 김태우에게 <버스, 정류장>의 재섭은 다소 색다른 캐릭터. 순수했던 시절 받았던 사랑의 상처를 안고, 이제는 세상에 대해 더 기대할 것도, 바라는 것도 없는 서른두살의 남자, 다소 시니컬한 성격의 재섭을 연기하게 위해 김태우는 무려 9kg의 체중감량을 감행한 것. 게다가 시나리오에 어린 연인 소희가 “선생님, 너무 말랐어요, 마른 사람들 보면 마치 자기가 세상의 고민을 다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라는 대사까지 있다보니 김태우의 체중감량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을 당시 체중이 76kg이었던 김태우는, 한달간의 운동과 식사량 조절로 지금은 67kg의 늘씬한(?) 몸을 만들 수 있
지방흡입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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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데이비스(45)가 지난 토요일 생애 네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은 열다섯살이나 어린 서른살의 외과의사 레자 자레이. 신랑 자레이에게는 이 결혼이 첫 번째다. 데이비스는 이미 1981년 어느 레스토랑 주인과의 결혼을 시작으로, 배우 제프 골드블럼, 감독 레니 할린과 각각 한동안 결혼생활을 한 바 있다. “우린 아주 행복해요. 남은 인생을 함께 보낼 겁니다.” 새 신부 데이비스는 말했다. 이들의 허니문 장소는 비밀에 부쳐졌고, 여행에서 돌아오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살 거라는 것만 알려졌다.
겨우 네 번째 허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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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렛(26)이 남편과 결별을 선언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윈슬렛은 늘 일보다 가정을 우선시해온데다가 지난해 11월에는 예쁜 딸 미아까지 낳았기 때문. 윈슬렛이 남편 제임스 드레플톤(27)을 만난 건 1997년 영화 <히디어스 킨키>를 찍으면서였다. 당시 드레플톤은 조감독이었고, 이듬해 11월 이들은 결혼했다. “짐이 자기 길을 막 개척하려 할 때 이미 그 아인 스타가 되어 있었죠.” 드레플톤의 할아버지 말대로, ‘너무 달랐던’ 성공속도가 문제였을까.
성공속도가 문제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