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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ven 2001년,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에스텔라 워런 장르 액션 (DMV)
누가 뭐래도 레니 할린의 액션 연출은 늘 입을 딱 벌리게 한다. 진부한 이야기와 도식적인 연기에도 불구하고 <드리븐>은 시속 250km를 넘는 경주용 자동차에 타고 있는 듯한 아찔함을 안겨준다. 볼거리로서의 <드리븐>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신인 카레이서 지미는 승승장구하다가 슬럼프에 빠진다. 스폰서 칼 헨리는 왕년의 최고 레이서 조 틴토를 불러들여 지미가 평정을 찾게 도와준다. 그러나 지미는 라이벌인 브란덴부르그의 애인 소피아를 사랑하게 되면서 더욱 혼란에 빠진다.
드리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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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tual Nightmare2000년, 감독 마이클 패틴슨 출연 마이클 머니, 타스마 윌튼 장르 SF스릴러 (파라마운트)B급영화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능의 하나는, 주류영화의 아이디어를 끌어오면서 독창적으로 변형시키는 재능이다. 거기에 속도까지 빠르다면 금상첨화다. 지금 관객이 좋아하는 영화의 소재와 주제를 슬쩍 가져오고 재빠르게 아류작을 만들어낸다. B급영화의 제왕이라 불리는 로저 코먼의 제작방식이 바로 그것이었다. 할리우드의 메이저영화와 정면으로 붙을 수가 없으니 변칙을 쓰는 것이다. 호주영화인 <버추얼 나이트메어>는 유명감독이나 배우도 없고, 첨단의 특수효과도 없고, 관객을 사로잡는 멋진 액션도 없다. 하지만 <버추얼 나이트메어>는 관객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쏠쏠한 재미까지 안겨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설정은 <트루먼 쇼>와 <매트릭스>의 아이디어를 뒤섞은 것이다. 물건들에 상품명이 떠
버추얼 나이트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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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 세트, 영지버섯, 참기름, 그릇세트, 전화기, 카메라 등. 이 물건들은 새로 출시되는 에로 비디오를 한장 살 때마다 얹어주는 ‘끼워팔기’식의 물건이다. 에로영화 제목들도 웃기지만, 곁들여 나오는 물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종목들이어서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이다. 영화를 팔아야 하는 사람들이 주종목으로 승부하지 못하고, 덤으로 주는 상품의 종목과 비용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에 영세 제작사들도 괴로워 할 것을 생각하면, 더군다나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한 그들의 정성을 생각하면, 이건 정말 ‘애교’로 봐줄 수 있다.정말 애교로 봐줄 수 없는 행위는 이러한 상술이 거짓과 잔꾀로 일관할 때이다. 얼마 전 존 트래볼타 주연의 <블로우 아웃>(The Blow Out)(출시사 키노)이 출시되었다. 재킷에 극장개봉작이라 명시되어 있기에 당연히 나는 존 트래볼타가 B급 액션영화에 새로 출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소비자 반응은 너무나 민감한 것이어서, 다음날부터 즉시 피드백이 오기
새 껍질, 헌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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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 회고전`에 신상옥 감독(75)의 작품 10편을 초청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3일 오후 4시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남포동 대영시네마 2관에서 `시대의 욕망을 연출한 한국영화의 거인`이란 제목으로 신 감독 연출작품에 대한 토론회와 `감독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했다. 신 감독은 이날 부인 최은희씨와 함께 참석해 객석의 질문에 답했다.이날 모임의 사회를 맡은 이용관 중앙대 교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진작 회고전을 열었어야 할 감독임에도 이제야 신 감독을 초청한 건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프랑스 영화평론가 피에르 르시엥, 한상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등이 신 감독의 작품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신 감독은 50∼60년대를 회고하면서 “내가 비교적 좋은 조건에서 영화를 만들었던 걸로들 알고 있는데, 사실은 ‘신정’ 때 하나 내걸고 ‘구정’ 때 다른 걸 내걸어야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을
[PIFF] 신상옥 감독 - `유교적 도덕은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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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난 스타가 아니에요"허우샤오시엔 감독과 함께 지각 여행길에 오른 폴 클락을 제외한 나머지 뉴커런츠 심사위원들은 사이좋게 나란히 등장. 특히 태국의 논지 니미부르트 심사위원과 피터 반 뷰렌은 내내 사이좋게 붙어 서서 담소를 나누었다. 논지는 이번이 3번째 영화제 방문. 그러나 부산의 매운 바닷바람은 처음인 눈치다. 잔뜩 움츠러든 어깨를 하고선 아직 한 편도 시도하지 못한 한국 영화에 도전해 올해엔 기필코 한국영화 라이브러리를 시작해야겠다고 쑥스러운 미소.그와 반대로 같은 뉴커런츠 심사위원인 피터 반 뷰렌은 한껏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아직은 뭐가 달라졌는지도 모르겠다고 엄살을 떨어도 저녁 대신 소주가 더 땡긴다며 넉살을 늘어놓기도. 해외 프레스들도 얼굴 도장 찍기에 열심. 성실맨 토니 레인즈가 의외로 출석부에 오점을 남겼고, 프랑스 아시아통 피에르 리시앵과 스티븐 테오는 부천에 이어 다시 부산을 찾았다. 미국 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의
개막식을 찾은 해외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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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개막식 스케치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11월9일 저녁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열렸다. 빠르게는 정오부터 개막식장을 찾은 관객들로, 널찍한 부산전시컨벤션센터 홀은 오후 일찍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저녁6시 식장인 컨벤션홀의 문이 열리고 설레임과 열정으로 부푼 관객들이 행사장 안에서 자리를 잡는 동안, 전시장 바깥 레드카펫에서는 또다른 드라마가 연출됐다. 가장 먼저 레드카펫을 밟은 건 <흑수선>의 배우 이정재. 안성기, 정준호, 배창호감독 등 <흑수선> 팀이 모습을 드러낸 얼마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이와이 순지 감독, <잔다라>의 감독이자 뉴커런츠심사위원인 논지 니미부트르를 비롯, 많은 해외게스트들이 도착했다. 가장 마지막에 레드카펫을 밟은 건 이미연이었다. 모든 관객과 내빈이 입장한 이후, 이미연은 개막식이 시작되기 직전 가장 많은 박수를 받으며 식장으로 들어섰다. 유명배우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의자 위로
영화의 바다가 갈라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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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칸영화제 시사회장, 경쟁부문에 오른 아모스 기타이의 영화 <카도쉬, 성스러움>의 상영을 기다리는 자리였다. 주요 영화제의 프로그래머들은 물론 영화 저널의 편집장들, 신문사 기자들, 영화 관계자들이 서로에게 조용한 눈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스라엘영화가 경쟁부문에 오른 것은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칸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수십편의 다큐멘터리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극도로 예민한 정치적, 종교적 문제를 다루어온 아모스 기타이 감독의 극영화는 물론 많은 사람들의 열정적인 관심을 받을 만하다. 그때 칸영화제의 상영을 두고 아모스 기타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칸에서 <카도쉬…>가 상영될 때 매우 상징적인 두번의 순간이 있었다. 유세프 샤히닌(이집트 감독)이 그의 <타자>(역시 그해 칸에서 상영)라는 영화의 캐스트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왔다. 아랍의 근본주의자들 문제를 다루어온 그 용감한 사람을 관객 속에서 발견한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모순의 땅, 핍박의 대지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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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 피에르 주네 작품 <아멜리에>의 캐릭터들은 확실히 만화의 세계에서 온 듯한 인물들이다. 히스테리컬할 정도로 기분좋은 이 영화는 얼굴을 찌푸릴 줄 아는 고깃덩이 인형들과 정교하게 계산된 특수효과 사이에서 잘 재단된 프로젝트 세계를 창조한다.<아멜리에>는 두드러지게 복고적으로 묘사된 현대 파리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은 신비스러울 정도의 구두쇠, 숨은 예술가, 사랑스런 외톨이, 그리고 상냥한 페티시스트 등 몽마르트르의 자잘한 인물들과 영화의 사랑스런 주인공 아멜리에(오드리 토투)가 함께 사는 도시다. <아멜리에>는 만화가였던 마크 카로와 함께 만든 주네 감독의 두 전작들, <델리카트슨>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 비해 볼 때, ‘창의적인 그로테스크함’에서는 좀 떨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익살맞으며 유쾌하게 복고적이다. 아코디언이 들려주는 예스런 선율은 자갈 깔린 길거리에 울려퍼지며, 극장에선 <쥴 앤 짐>이 상영중이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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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충무로, 풍년은 풍년이로되 곳곳에서 쪽박 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기대했던 영화들이 조폭과 킬러의 협공에 힘 한번 쓰지 못한 채 나둥그러지고 있다. 페인트가 마르기도 전에 간판을 내릴 지경이면 참패보다 압살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하는 편이 낫겠다. 줄초상난 작품들은 관객의 뒷골을 쑤시게 할 정도로 심각하거나 진지하지도 않았다. 재미와 의미가 균형을 이뤘는데도 철저하게 외면을 당했으니 어디서 어떻게 해법을 찾아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다. 정치판처럼 ‘민심이반’이나 ‘언론환경’ 탓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흥행 실패의 원인으로 홍보와 마케팅문제를 지적하지만, 전국을 돌며 무료 시사회를 열었어도 아무런 약발을 받지 못했다. 사상 최대의 입소문 전략을 내세웠다 낭패를 당한 쪽은 ‘공짜와 모르쇠’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볼 만하다. ‘권장운동’에 ‘제발 부탁하오니’ 투의 하소연을 보태고 ‘진실한 영화가 죽을 수는 없다’는 비장함까지 내비치며 이삭줍기에 나서지만 그마저도 힘겨워 보인다. 관
딴따라의 애수, 따라지의 지리멸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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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됐다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피아노 티쳐>를 남산의 한 시사회장에서 봤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여우주연상(이자벨 위페르), 남우주연상(브누아 마지멜)을 받았다는 영화다. 국내 개봉 날짜가 많이 남은 듯해 좀 망설였으나, 그냥 눈 딱 감고 이 영화를 건드리기로 한다.<피아노 티쳐>의 배경은 오스트리아의 빈이다. 한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사인 에리카는 제자들에게 잔혹하고 엄격하다. 턱을 치켜들고 눈을 내리뜬 채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그녀는 차갑고 단단한 완전주의자다. 40대 중반의 이 고집스러운 여성은 고독하다. 그녀에게는 친구도 애인도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용암을 감추고 있는 얼음이다. 그녀의 마음은 끓어오르는 정열로 달아 있다. 그 정열은 ‘비틀린’ 성적 취향의 회로 안에 있다. 에리카는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시내의 섹스숍을 순례하며 관음증을 만족시키고, 욕실에서 자신의 국부에 상처를 내며 희열을 느낀다. 그녀는 일상적으
미적 방종을 경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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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5살 꽃다운(?) 나이에 다니게 된 직장이 서울극장 기획실이란 곳이었다. 당시 그곳엔 모 실장이 계셨고, 나와 남모씨라는 디자이너가 있었다. 입사한 지 한두달 동안 내겐 별로 할 일이 주어지지 않았고, 특별히 뭘 가르쳐주지도 않아서 나는 죽어라고 그 전의 기획실장님이 남기고 간 주옥(!) 같은 영화광고를 모아둔 스크랩북만 닳도록 보았다.대학 시절에 열독했던 <스크린>이란 잡지에 매번 등장했던 고명하신 분들이 내 책상 너머, 사장실 문을 드나드는 모습을 입 벌리며 바라보는 것이 신나는 일과 중 하나였다. 김호선 감독, 정인엽 감독, 이황림 감독, 이두용 감독 등등이 그분들이었다. 말단 여직원이었던 나는 괜히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그때 영화광고 필름을 만들고, 동판을 뜨던 ‘현대동판사’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을 드나들면서 처음으로 나와 엇비슷한 연배의 젊은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내가 입사하기 직전까지 서울극장 기획실에 근무했던 이준익씨는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영화
충무로 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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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시테러가 일어난 지도 벌써 두달이 지났다. 이젠 전쟁, 혹은 일방적인 공격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시테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바라보는 나는 하나의 관객에 불과하다. 그걸 보는 나의 태도는 스포츠경기나 영화를 보는 것과 별 다르지 않다. 야구를 보면서 매일 선수들의 기록을 살펴본다. 누가 안타를 몇개 쳤고, 누구는 홈런을 쳤고. 그걸로 경기를 보면서 혼자 생각을 한다. 역시 저 선수는 지금 슬럼프군, 저 타자는 저 투수에게 너무 약해 등등. 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경우가 많다. <딥 블루 씨>를 보며, 역시 레니 할린은 순수한 액션영화를 만들어야 해, 라고 중얼거리는 등. 경마꾼들이 말의 상태를 살피고, 과거의 전적을 분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테러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사마 빈 라덴의 이름이 나오고,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테러일 거라고 지목할 때 나는 믿기지 않았다. 아랍의 테러리스트들이 그 모든 것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아무것도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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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원고청탁을 받은 것은 월요일 밤이었다. 지난 추석 때 못 간 성묘를 다녀오느라 난 무척 지쳐 있었고, 이른 시간(영화인들에게 밤 10시는 무척 이른 시간이다. 일을 하든 시나리오를 쓰든, 또한 일의 연장임을 빙자해 술을 먹고 있든 말이다)임에도 불구하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잠이 덜 깬 상태임에도 기자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쓰겠다”라고 대답한 건 언젠가 한번은 올 것 같던 것이 이제 왔구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그럴 때를 대비해 내 마음속에 결정해놓았던 영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영화는 <닫힌 교문을 열며>(1991)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했던 <오! 꿈의 나라>와 당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다뤄 수많은 지지와 파문을 동시에 불러왔던 <파업전야>를 만든 ‘장산곶매’의 세 번째 극영화인 이 작품은 요즘 20대 초반 관객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정식 극장 상영은 물론 비디오 출시조차 안 된 작품이기 때문이
그 겨울의 열정, 그리고 눈물, <닫힌 교문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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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오지 않아.<최종병기 그녀> 3권 중 치세여기는 61병동,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지리한 병실에서 세끼 식사는 가장 큰 이벤트이기 때문에, 밥 때가 되면 열심히 기어나와 밥을 껌 취급하며 오랫동안 열렬하게 밍밍한 병원 식사를 열애한다. 역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 정성을 들여 꼼꼼히 이를 닦는다. (조금 더 있으면 치아에 닿는 순간의 칫솔모의 휘어지는 각도를 감각으로 계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다락방에 핀 꽃들>에서 캐시가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아이들인 것이다!”라고 탄식했듯이 시간을 때우려고 열심히 씻어댄다.그리고 책을 읽는다. 온갖 종류의 <샘터> <가이드포스트> 등 병동에 놓여 있을 법한 ‘착한’ 책들 옆에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이 새빨갛게 놓여 있다. <서재의 시체> <예고 살인>…. 여하튼 ××살인이 그득그득 위
오냐 밟아라, 나는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