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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섹스 없는 공산주의는 무덤이다”. 극중 인물의 입을 빌어 이렇게 외친 인물. 결국 성도착자, 불순분자로 낙인찍혀 조국 유고로부터 축출당한 풍운아, 한때 고다르를 뛰어넘은 유일한 고다르 후계자로 불린 ‘실패한’ 거장 두샨 마카베예프가 일흔의 나이에 드디어 한국을 찾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열리고 있는 회고전과 그의 방한을 계기로 전설적인 괴감독 마카베예프의 도발적인 영화세상을 살펴본다.-편집자“당신은 섹스에 관심이 있습니까?” 두샨 마카베예프의 두 번째 장편영화 <정사, 또는 전화 교환원 실종 사건>은 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성 과학자(sexologist)가 등장해 이런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서두를 뗀다. 그는 인간이 여전히 성에 대해 그리 많이 알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성이란 것은 드러내놓고 이야기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그저 낮게 속삭여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영화 속 과학자의 이런 언급은 아마도 감독인 마카베예프 자신의 영화적 탐구의 출발점이라고
“나는 혁명을 생각하면 섹스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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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한국에 온 대만 감독 허우샤오셴(54)은 세계 평단에서 8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작가로 꼽힌다. 지금까지 한국을 찾은 감독 가운데 최고의 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85년 <동년왕사>(베를린영화제 비평가상), 89년 <비정성시>(베니스〃 그랑프리), 93년 <희몽인생>(칸 심사위원상) 등 그의 영화들은 개인사에 가족사와 대만 현대사를 절묘하게 중첩시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명상을 끌어냈고, 멀리서 길게 찍는 유장한 화면은 아시아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이번 부산영화제에 들고온 <밀레니엄 맘보>는 대만의 젊은이들을 다루는 3부작의 첫번째 영화로, 카메라 이동이 잦아지고 테크노 음악이 깔리는 등 새로운 변화를 선보인다. 영화평론가 이효인씨가 지난 12일 부산 서라벌 호텔에서 허우샤오셴을 만났다.=-=-=-=-=-=-=-=-=-=-=-=-=-=-=-=-=-=-=-=-=-=-=-=
이효인이 만난 `허우샤오시엔` 대만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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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시네마테크. 기다리던 영화는 자막과 함께 시작됐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는 15만명의 북한군 포로가 수용되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으로 반세기 동안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삶을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다.1952년의 거제도. 북으로 보낼 포로와 남에 남기 원하는 포로를 가르는 송환심사가 진행되던 중 거기 반대하는 폭동이 일어나던 때, 포로들 사이에서도 남과 북의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곳으로 가기 위해 영화는 스릴러의 호흡과 속도를 취한다. 스릴러라는 장르에 대한 매혹을 감독은 여러 차례 밝혔지만, 그때의 일에 무심한 오늘의 관객을 거제도로 유인하기 위한 작전 또는 배려처럼 보이기도 한다.이념과 인간에 환멸을 느낀 장용학의 누혜가 자살을 택한 곳도,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을 택한 최인훈의 명준이 갇혀 있던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고, 세기가 바뀌었다. <흑수선>의 주인공들은 우선 살아남았다.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삶’이라는 단서가 처음부
역사, 그 인력과 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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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안에도 권력이 없을 수 없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상업영화 시스템을 제외하면, 칸영화제는 최고의 영화권력이다. 감독이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거장의 칭호를 부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인증기관이기 때문이다.지난해말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아 올해 이 영화제를 이끈 티어리 프레모(41)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손님으로 한국에 왔다. 그의 전임자 질 자콥은 18년 동안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최고 권력자임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다른 영화제에 가는 일이 좀체 없었다. 티어리는 “칸영화제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라고 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집행위원장을 맡기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취임 뒤 가장 먼저 가고 싶었다. 마침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심사위원으로 와달라고 했는데, 나는 어떤 영화제든 심사위원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그냥 게스트로 왔다
부산 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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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최신 화제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메가필름페스티벌2001이 오는 23~26일 삼성동 코엑스몰 메가박스에서 열린다.올해로 두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유럽 각국의 흥행 영화들을 모은 `핫브레이커스', 거장들의 신작을 모은 `내셔널 초이스', 주목받는 신예 감독들의 `라이징디렉터스', 심야상영 이벤트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등 4개 부문에 걸쳐 프랑스,이탈리아, 영국 등 20여개국 3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스페인 감독 카를로스 사우라의 신작「브뉴엘과 솔로몬 왕의 테이블(Bunuel andKing Solomon's Table)」, 한국 영화「접속」을 리메이크해 화제가 됐던「여인2와해피엔드(Frau2 sucht Happy End)」등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하몽하몽」의 비가스 루나 감독의 신작「마르티나(Sound of sea)」,「나의 왼발」로 유명한 짐 쉐리단 감독의 딸 커스틴 쉐리단의「디스코 피그(Disco pigs)」같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도 상영 목록에 올라 부
메가필름페스티벌 23~26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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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꾸린 `인간을 위한 영상'에 시민 여러분을 초대합니다.”전주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김승환·전북대 교수)는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현실과 여성·노동·환경문제를 돌아보는 제6회 전주인권영화제를 15~17일 전북대 합동강당에서 연다.이 영화제에는 개막작 <애국자 게임>과 폐막작 <어부로 살고 싶다> 등 모두 12편(국내 9편, 외국 3편) 작품이 무료 상영된다. 특히 이번에는 이마리오씨와 고안원석씨 등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돼 관심을 끈다.이경순·최하동하씨가 연출한 <애국자 게임>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유주의를 멋대로 자칭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 <어부로 살고 싶다>는 지난해와 올해 전북지역의 최대관심사로 전국을 들끓게 했던 새만금사업에 대한 어민과 시민단체의 반대투쟁 일대기를 다뤘다.이마리오씨가 연출한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주민등록 13자리 고유번호 아래 개
전주 인권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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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도시` 부산이 영화 제작을 위해 경찰청까지 내줬다.15일 오후 4시 부산지방경찰청 1층에서 영화 <에이취>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형사들의 수사과정을 다룬 영화인 <에이취>는 내년 3월까지 부산지방경찰청 등 부산에서 전과정이 촬영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산지방경찰청은 경찰청 건물과 수갑 등 장비는 물론, 경찰특공대까지 지원하기로 했다.경찰청에서 영화제작발표회를 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그러나 이미 부산에서는 공공기관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이 익숙하게 됐다. 영화 <리베라메>는 부산시청 광장에서 제작발표회를 했다.부산영상위원회는 “올 들어서만 부산에서 촬영하겠다고 신청한 영화가 55편이나 되며, 현재 8편의 영화가 부산에서 촬영중이다”고 밝혔다.영화사들이 부산을 찾는 이유는 부산시의 적극적 지원과 함께 부산이 산·바다·강·들, 도시와 농·어촌, 현재와 과거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화인들 사이에 “흥행에 성공하려면 조
`영화 도시` 부산, 경찰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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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노동문화 안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그 중요성과 역할에 비해 ‘우리문화’로 자리잡지 못했던 노동만화의 역사를 다시 쓰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하고자 개최되는 은 흩어진 노동만화를 한자리에 모으고, 노동만화일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투박하고 재미없는 만화라는 고정이미지에서 탈피하여 노동만화의 새로운 이미지를 다지는 장이 될 예정이다. 주요 전시는 ‘시대전’, ‘작가전’, ‘주제전’, ’야외전시’ 등으로 구성되며 만화강습과 직접 만화를 그려보는 체험을 즐기는 ‘만화체험마당’ 등의 부대행사가 있다.
전시... <2001 노동만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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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언 Live in seoul 2001> The Light from Heaven: Pan-O-Rama
아시아적 감수성을 자유로운 서양적 그릇에 담아 월드뮤직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던 제일동포 피아니스트 양방언의 3번째 단독공연. MBC드라마 <상도>의 메인 타이틀 음악 <Too Far Away>,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음악인 <Frontier!-Voices from the East>를 포함하여 <Only Heaven Knows> <Into The Light>를 중심으로 자신의 음악세계를 총망라하는 공연을 보여줄 예정. 이날 공연에는 원일, 민영치, 김웅식, 유열, 이병우 등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공연... <양방언 Live in seoul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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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시와 소설, 산문 중 정원에 관한 것들을 가려뽑고 그가 직접 그린 수채화와 친필원고, 흑백사진들을 수록한 책. 비인간적인 기계문명에 반기를 들고 자연에서 삶의 근원을 발견하고 성숙에 이른 작가는 정원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한순간, 땅 위의 피조물 가운데서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는 헤세의 말은 자연친화적인 사상을 낮은 목소리로 설파한다.
책...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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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i Di Toscana> 안드레아 보첼리 감미로우면서도 낭만적인 울림을 지닌 비브라토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탈리아의 테너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의 새 음반. 시각장애로 오페라 가수의 꿈을 온전히 이룰 수 없었던 보첼리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에게 친밀하게 다가서는 가수다. 이번 음반 역시 팝적인 감각과 클래식한 선율의 만남. 그 특유의 비장한 서정이 돋보이는 <Melodrama>, 부드러운 팝발라드 <Someone Like You>, 첫아들과 대면한 감흥을 담은 소네트에 곡을 붙이고 U2의 보노가 낭독에 참여한 <L’Incontro> 등이 담겨 있다.<Carmine Appice’s Guitar Zeus 2001> 카마인 어피스 원뮤직 엔터테인먼트바닐라 퍼지 출신의 드러머 카마인 어피스와 헤비메탈계의 내로라 하는 기타 주자들이 모여서 만든 프로젝트 음반. 신 중의 신 제우스의 이름을 따온 ‘기타의
음반... , , <영화속의 클래식 명선율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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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령의 음반은 누구에게나 쉽게 권할 수 있는 무난한 음악은 아니다. 음울하고, 묵직하고, 거칠고, 조금은 낯설기 십상이다. 생략이 많은 가사는 내밀한 몽상의 기록에 가까워 가벼운 공감을 유도하지 않고, 전위적인 질감의 배음 위에서 종종 불협화음이나 파열음으로 터지는 기타 사운드 역시 듣기 편안한 선율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읊조리고 내지르는 그의 몽상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이질적인 불편함의 정체가 솔직함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래서 주류 대중음악의 어법에도 연연하지 않는, 길들여지지 않은 자신만의 소우주. “나를 용서해줘/ 너와 같지 않아서/ 하지만 알고 있니/ 난 그렇게 망가지진 않았어”라는 <우주>의 가사처럼, 그의 음악은 다수의 질서에 ‘망가지지 않은’ 사적인 몽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 발매된 2집 <태양륜> 역시 그러한 사적인 몽상이, 매끈하게 깎이지 않은 소리가 여전히 매력적이다.많은
격한데 부드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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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택은 독일에서 문학을 전공한 대학교수고 외모가 준수하지만 의외로 연극관이 과격하고, 또 그중 드물게 성실한 연출자다. 그가 고트프리드 벤 등의 독일 현대시 몇편을 들고 와서 손수 한줄 한줄 번역을 해주면서 뭔 일을 좀 같이 해보자고 했던 첫 대면 때 나는 그의 ‘순진한 성의’가 요즘 풍토에 너무나 신기한 거라서 속으로 유쾌하게 웃었었다.아직도 제대로 파악을 한 것은 아니지만(그와 나는 세번 만났다) 그는 독일문화권 연극 중 특히 오스트리아 작가들의 실험극을 자주 무대에 올리는 모양인데 내가 알기로 그 분야는 이를테면 현대 연극의 ‘연옥’쯤 된다. 즉 실험극의 ‘스타 자리’는 베케트 등 실존-부조리연극 창시자들에게 내준 채 실험극은 전통을 지리하게, 어떻게 보면 무모할 정도로 20년 이상 이어가고 있는데 그 현상 자체가 시시포스의 과업처럼 보일 뿐 정작 베케트의 명성을 잇거나 극복하는 화제작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베케트의 자살은 베케트 전통 자체의 자살을 뜻하는지도
부조리극을 진 시시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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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이른바 ‘벨 에포크’(Belle Epoque)시대의 퇴폐와 자유의 상징인 ‘물랭루주’는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제국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식민지에서 건너온 은화로 사람들은 흥청거릴 수 있었고 그 속에서, 그 분위기와 일정하게는 연루된 채로, 정서적으로는 대치상태 속에서 예술가들은 보헤미안적인 삶을 살며 압생트를 마실 수 있었다. 거기서 모던이 나왔다. 그리고 100년이 지났다. 영화 <물랑루즈>는 그 100년이라는 시간적 간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두 시간대의 ‘세기말’을 덧대어 놓음으로써 그 100년에 관해 유쾌하게 성찰하고 있다. 10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성, 혁명, 전위의 시대를 거쳐 팝의 늪을 건너 혼성모방의 시대에 이르렀다. 그러고나서 서양사람들이 얻은 결론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진실은 없다’는 것이다.마치 고담시를 연상케 하는 음울함을 지닌 공간으로 설정된 <물랑루즈> 속의 물랭루주는 ‘진실 없음’의 공허를 드라마화하는 데
리믹스에 의한, 리믹스를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