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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흐르지 않더라도 충분히 평온해 보이는 뉴욕 북부의 작은 마을 캐츠빌. 은행원 새미(로라 리니)는 여덟 살배기 아들 루디(로리 컬킨)를 홀로 키우는 미혼모다. `수업이 짜임새가 없다`는 식의 `비평'을 늘어놓기 일쑤인 조숙한 아들을 방과후 보모의 집에 데려다줘야 하는 새미는 오후 3시쯤 반드시 한차례 은행을 `땡땡이'쳐야 한다. 새로 온 지점장 브라이언(매튜 브로데릭)은 젊은 사람인데 공연히 깐깐하다. 새미의 땡땡이가 당장 들통난 건 물론이다.인생엔 늘 재앙과 구원이 함께 몰려온다. 몇 달씩 소식이 없던 남동생 테리(마크 러팔로)가 돌아온 것이다. 알래스카에서 플로리다까지 남북을 종횡하며 이런저런 사고도 친 모양이고, 무엇보다 돈 빌리러 온 궁색함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당장 `루디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새미는 테리가 반갑기만 하다.루디는 난생 처음보는 삼촌 테리에 대한 호기심을 억제하지만, 금세 남자들의 세계에 빠져든다. 낚시까지는 좋았지만,
새영화 <유 캔 카운트 온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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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Men 감독 존 글렌 출연 크리스토퍼 램버트, 케리 폭스 장르 액션(콜럼비아)
등 시리즈를 많이 만들었던 존 글렌 감독이, B급 액션영화에서 나름의 성가를 올리고 있는 크리스토퍼 램버트와 만난 첩보 액션물. 토니는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아마르를 사살하는 임무를 맡는다. 미행하다가 방아쇠를 당기려 하지만 그 남자는 아마르가 아니었고, 오히려 역습을 받아 동료가 살해당한다. 좌천된 토니는 과거의 동료들이 하나둘 사고로 죽었음을 알게 되고, 아마르의 소행임을 직감한다.
포인트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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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ils on the Doorstep 감독 지앙 웬 출연 지앙 웬 , 지앙 홍보, 카가와 데루유키 장르 역사드라마(DMV)
<붉은 수수밭>의 주연을 맡았던 강문의 <햇빛 찬란한 날들>에 이은 두 번째 연출작. 1945년 전쟁이 한창이던 중국 변방의 한 마을. 일본군의 점령지인 이 마을에 낯선 침입자가 나타난다. 명령을 듣지 않으면 몰살시키겠다며, 마다산에게 자루 두개를 남기고 간다. 자루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일본인 포로와 중국인 통역관. 마을 사람들은 일본군의 감시를 피해서, 자루 속의 포로를 감추느라 동분서주한다. 코미디에서 처절한 역사적 비극으로 돌변하는 섬뜩한 수작.
귀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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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 감독 도미니크 세나 출연 존 트래볼타, 휴 잭맨, 할 베리, 돈 치들 장르 액션(워너)
<엑스맨>에서 울브린 역으로 출연하며 스타덤에 오른 휴 잭맨 주연의 첨단 액션영화. 미국 마약단속국에서 불법으로 모은 비자금 ‘스워드피쉬’를 훔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직접 은행을 점거하여 전용선을 확보하고, 천재적인 해커를 이용하여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것. 수수께끼의 인물 가브리엘은, 법원에서 컴퓨터 금지명령을 받은 해커 스탠리에게 접근하여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며 매력적인 제안을 한다.
스워드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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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Was My Best Birthday Ever, Charlie Brown 감독 빌 멜린데즈 출연 스티븐 하트만, 빌 멜린데즈 장르 애니메이션(파라마운트)
귀여운 찰리 브라운과 생각하는 개 스누피의 일상을 그린 천진난만한 애니메이션. 찰리, 루시, 라이너스, 스누피, 샐리 등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미미라는 소녀에게 반한 라이너스의 생일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누피의 즐거운 생일파티>와 동생 샐리에게 자신이 각색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찰리가 나오는 <피리 부는 스누피> 두편이 담겨 있다. <스누피의 즐거운 여행> <스누피의 즐거운 캠핑>도 함께 나왔다.
스누피의 즐거운 생일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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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시나리오 작가이자 두 번째 여성감독인 홍은원(1922~1999)의 영화인생을 기리고 그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책 <시대를 앞서간 여성 시네아티스트 홍은원>(홍은원 기념사업회 엮음)이 도서출판 소도에서 나왔다.지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홍은원은 스크립터로 출발해 조감독,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세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 50, 60년대 영화현장을 누비며 명성을 날렸던 여성 영화인의 선구자다. 역사 속으로 잊혀져 가던 그의 선구자적 영화인생이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지난해말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한 `여성영화인축제'에서 홍은원의 외동딸 이희재 교수(숙명여대 도서관장)가 여성 영화인들을 만나면서다.`홍은원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싶었지만, <여판사> <홀어머니> <오해가 남긴 것> 등 그의 연출작 세편이 모두 유실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그에 대한 재평가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희재 교수가 시나리오와
`홍은원` 그 이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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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gus Witch Project 감독 스티브 에이지 등 출연 폴리 쇼어, 스티브 에이지, 마이클 이안 블랙 장르 코미디(아이비젼)선댄스에서 첫선을 보인 <블레어 윗치>는 일종의 ‘컨셉 무비’였다. 숲 속에 살고 있다는 마녀를 찾아간 ‘가짜 다큐멘터리’. 사실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에 화면은 쉴새없이 흔들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조악해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정말로 그들이 무엇인가를 보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편은 마지막까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게다가 아티잔의 효과적인 인터넷 홍보는 자발적인 팬들의 참여로 ‘블레어 윗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블레어 윗치2>는 이미 거짓임을 뻔히 알고 있기에, 같은 방법이 먹히지 않았다.<블레어 윗치 패러디>는 <블레어 윗치>를 패러디한 싸구려영화다. 방법은 간단하다. <블레어 윗치>처럼 카메라를 두어개 쥐어주고, 배우 3명에게
블레어 윗치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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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대여점에 오는 고객 중 나의 관심을 끄는 이가 있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남자아이인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고르는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만화영화가 아닌 영화에 관심이 부쩍 생겼는지 영화를 보는 양이 많아졌다.며칠 전엔 <컷스로트 아일랜드>를 반납하면서 <델마와 루이스>를 빌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너, 지나 데이비스 좋아하는구나?” 했더니,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어떻게 아셨어요?”라는 것이다. “응, 다 아는 수가 있어. 근데, 그 영화는 연소자 관람불가라서 빌려줄 수 없어”라고 하자 “엄마가 봐도 괜찮다고 했어요” 하는 것이다. “그래도 안 돼. 네가 이해하긴 어려울 거야. 너 페미니즘이 뭔지나 알아?” 그 꼬마는 말문이 막혔는지, 그냥 돌아갔다.다음날, 그 꼬마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들어와선 “저, 이제 페미니즘이 뭔지 알아요. 그러니까 빌려주세요”, “그래도 안 돼. 좀더 크면 빌려줄게”, “그럼, &l
“좀더 크면 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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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 현재, 서울관객 6만4311명, 전국 9만6776명이 본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앞으로 큰 이변이 없다면 손익분기점은커녕 금전적 손해를 꽤 보게 되었다. 혹자는 욕심부리지 말고 극장 수를 줄여서 개봉했다면 장기상영 확률도 더 높지 않겠냐고 지적하기도 했으나, 현재의 유통·배급구조는 장기상영을 보장해주는 극장이 전무함에 따라 미지의 가능성을 갖고 일정 정도의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그러나 철저한 시장논리와 흥행성적에 따라 별수 없이 1주일 만에 간판을 내리거나 심지어는 개봉 이틀 만에 종영되는 상황을 맞고 이런 영화를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은 비디오 출시일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풀이된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렇고 <나비>와 <라이방>이 그랬다.전국에서 최소 1, 2개관의 상영관이라도 확보되어 좀더 상영되길 희망한다는 소수 관객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기에 각 영화사들은 임대상영이나 장기상영의 가
순진한 노력, 왜 비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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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다시 빌리려다가 그만두었다. 방부처리된 기억이 공기에 노출돼 부식될까 겁이 났다. 하라다 야스코의 <만가>를 읽었을 때도 그랬다. 15년 전에 읽었던 그 책을 다시 꺼내 읽는데, 그게 대충 해피엔드라는 걸 알고 당황했었다. 내 젊은 마음속에서 그렇게 명징했던 침울함이 한순간 미지근한 식욕처럼 변형돼버렸으니.
<티켓>을 생각하면 항상 11월의 공기 같은 황량한 분위기가 먼저 떠오른다. 낮고 길게 누워 있는 하늘에 짓눌리고, 빗속에 눅눅해진 고기 비린내. 하지만 그보다는 나의 비루한 이십대가 먼저다. 제대 뒤, 독산동 오래된 동시상영관의 젖혀진 모노륨 바닥, 나뒹구는 자판기 종이컵들, 신발의 접지면마다 끈적거리던 캬라멜, 내 자신, 전선줄을 갉아먹는 설치류 같다는 자의식, 텅 빈 속과 창피를 당해도 좋다는 굳은 의지, 헤르페스 성병 보균자 같던, 곰팡이만 자라는 것 같던 나이…. 이런 추잡한 후렴구의 열거는 개한테나 전해주고 싶다.
그때 &
비루함, 내 이십대의 장식,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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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플 총? 라이플 총 없이는 못 가지. 구두나 옷이나 식량이다 떨어지고 희망마저 사라져도 우린 라이플 총만은 놓지 않아.”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중에서0. 서랍 안에 숨겨둔 <바카디8>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1/3밖에 마시지 않은 거란 말이다. 단골 주류백화점 사장님이 권해준 술인데, 진짜 코르크마개를 쓴 예쁜 병과 달리 맛은 저어스러웠지만 여하튼 돈 주고 산 술이란 말이다! 파이재료로서 건포도와 호두를 넣어두기 위해서라고 거짓말하며 어머니에게 럼주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녀는 절대 모른다고 증언하였다. 그녀의 평소의 행태로 볼 때 내 음주를 염려한 거짓 증언이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여기에서 없어진 술에 대한 집착을 지나치게 보일 경우 자칫 주정뱅이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후퇴하기로 하고 물밑 자력 수사를 벌였으나 그 깜찍스런 병은 사라져서 죽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날 사준 건 고맙지만 너는 더이상 술을 마셔서는 안 돼’라는 신의 측은지심으
그리하여 우리는 마음을 죽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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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중순경 고르바초프가 ‘조용한 홀대’ 속에 한국을 다녀갔다. 제주도에서 노태우와 ‘재회’도 했지만 별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10년 전 6월 ‘한-소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일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하긴, 10년 전 이맘때 ‘쏘련’이라는 나라가 증발해버린 이후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도 많이 변했다. ‘러시아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올림픽 체조종목을 휩쓸던 넬리 킴이나 슈슈노바 같은 얼음공주(ice princess)들로부터 부산과 인천 등의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는 ‘무희들’로 바뀌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Andrey Tarkovsky)의 작품처럼 고전적이면서도 미래주의적인 영화는 알렉세이 발라바노프(Aleksei Balabanov)의 <형제2>(Brat 2) 같은 폭력오락물로 바뀌었다.한마디로 지금의 러시아는 ‘후진국’, 기껏해야 ‘약대국’일 뿐인 것 같다. 혹시나 아직도 러시아를 ‘심오한 사상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러시아에 관한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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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럴 줄 알았다. 영화 제목이 너무 밍밍하고 붕 떠 있으면 그거 반드시 지독한 문예물이다. 내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예술품이라는 말이다. <꽃섬>이 그랬다. 꽃섬, 花島, 하나시마, Flower Island, 아무리 자연언어의 옷을 갈아입혀 봐도 밍밍하다. 과연, 영화는 내 공리주의적 영화관(무엇보다도 영화라는 대중예술 장르는 보는 동안 즐거워야 한다는, 적어도 고통스럽지는 않아야 한다는)을 대뜸 배반하고 있었다. 처음 20분 동안 나는 고문당하는 기분이었다(사실 이런 경솔한 말버릇은 고쳐야 한다. 이태복씨나 김근태씨처럼 참혹하게 고문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 ‘고문당하는 기분’이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낯부끄럽다). 이 영화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절망스러웠다(‘절망’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진짜 절망이 뭔지도 모르는 치가 ‘절망’ 운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조심하겠다). 그냥 나가버릴까? 일행이 없었다면 나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저씨 <꽃섬> 보며, `현실과 몽환의 삼투관계`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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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곤의 영화는 우리를 상상의 공간으로 안내한다. 아니 안내한다기보다는 손목을 잡고 이끌어간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꽃섬>에는 얼마간 ‘해석에의 강요’가 있다. 영화 속의 이미지들은 그다지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이 명백히 작위적으로 배치된 것임을 드러내는 징후들을 찾아보기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잠깐이라도 우리가 상상에 빠질라치면 금세 눈앞에 나타나 예정된 여정으로 귀환할 것을 요구하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송일곤은 <꽃섬>에서 모종의 강신술(降神術)을 펼친다. 그는 이 인물 저 인물 사이를 옮겨다니며 인물들(과 우리)을 응시하고 다그치고 위로하다가는, 마침내 소녀 혜나의 날개를 품에 안은 유진의 몸을 빌려 승천해버린다. 한마디로 <꽃섬>은 송일곤 자신의 변조된 목소리를 들려주는 복화술이자 자신이 창조한 인물들을 향해 울리는 조종(弔鐘) 같은 영화이다. 어떤 순간에 <꽃섬>의 인물들은 우리에게 흡사 립싱크된 음악을 들
궁색한 구원 혹은 허공의 관념 <꽃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