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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인터뷰
2001년 10월9일 날씨 아침부터 흐림.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함. 아침에 일어나서 세트장을 처음으로 구석구석 걸어가 보았다. 양수리는 늦가을 아침에는 영락없이 안개가 쏟아져내렸다. 총 2765평(길이 160mx56m)에 한옥기와 26동과 한식초가 35동을 세웠다. 설명에 의하면 이 세트장에 세워진 집들의 자재와 가구들을 일일이 미술팀이 구해온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흙담장은 전라남도의 수몰지구에서 가져오고, 건축 목자재는 진부령 육송과 황태 덕장목을 사용하고, 한옥 기와들도 실제 기와를 복제한 우레탄으로 만들었다. 이 세트는 볼수록 신기한 느낌을 주는데 그 힘은 규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길을 이쪽 편에서 보다가 걸어가서 맞은편에서 보면 풍경이 변해서 마치 다른 길처럼 보이게 지어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집에서 방 안까지 세세하게 지어져 있어서, 방 안에서 집 바깥을 찍어도 되고 그 반대로 집 바깥에서 방 안을 찍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취화선> 촬영 100일 동행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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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도 미술감독 인터뷰
2001년 10월7일 저녁. 날씨 맑음.
이미 <취화선> 팀은 추석이 끝나자마자 이틀 뒤에 양수리 야외세트장에 들어와 있었다. 나는 약간의 일이 생겨서 이틀 뒤에나 떠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상상은 하고 있었지만, 도착하는 순간 펼쳐진 야외세트장은 넋을 잃게 할 정도였다. 이 세트장을 지은 사람은 MBC미술팀의 주병도 미술감독이라고 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이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세트를 만들었을 때 다른 사람 칭찬을 잘 안 하는 박광수 감독으로부터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세트장"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명불허전. 어쩌면 이건 이제까지 그의 세트 중에서 최고 걸작인 것 같았다.
“이 영화에서 모든 분야가 다 결정되고 난 다음에 미술만 남은 상태였지요. 한국영화는 한 사람과 일하면 그 사람과 계속 일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런데 <춘향뎐>을 작업했던 사람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어요. 내가 이제까지 한
<취화선> 촬영 100일 동행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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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 고흐와 동시대 화가
2001년 7월16일 날씨 맑음
이 영화의 공식적인 크랭크인은 내가 이 시나리오를 읽은 지 보름 뒤인 7월16일 월요일이었다. 날씨 맑음. 이 자리는 기자들을 부른 첫 번째 현장이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그날 한국화에 관한 세미나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한국화에 대해서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22권의 한국화 책을 사들고,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영화와 회화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유홍준 선생이 쓴 두권의 <화인열전>에는 장승업이 빠져 있었으며(그런데 안견과 신윤복도 빠져 있었다. 장승업을 고의로 폄하한 것 같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화에 관한 책들에서 김홍도와 김정희에 비하면 장승업은 매우 적게 다루어져 있었다(다루어져 있어도 부정적인 시각에서 쓰여진 것들이 많았다). 영화에서 화가를 다룬 작품도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고흐를 다룬
<취화선> 촬영 100일 동행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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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조감독에게 잘 보여야 한다!
2001년 6월19일에서 그로부터 일주일. (온 나라를 황폐하게 만든 가뭄이 이어지던) 날씨 내내 맑음.
이날 집에서 왕가위의 <화양연화>를 보면서 장면을 그려보고 있다가 전화를 받았다. <씨네21>의 허문영 기자가 무언가 망설이면서 말을 꺼냈다.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에 가서 일종의 현장일기를 써볼 생각은 없느냐는 것이었다. 그냥 하루이틀 가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함께 먹고 자면서 “임 감독 영화의 현장에서 그 창작자로서의 고뇌와 솜씨를 담아왔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촬영이 시작되면 현장에 가기 위한 온갖 핑곗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건 고마운 제안이었다.
드디어 명분이 생겼다! 그로부터 닷새 뒤에 허문영 기자와 함께 <취화선>을 제작하는 태흥영화사를 찾아갔다. 그동안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는 화가 장승업을 다룬다고만 알려져 있었으며, 제목이 결정된 것은 얼마
<취화선> 촬영 100일 동행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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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일을 꽃을 피우는 일에 비유했다. 꽃을 땅을 버리지 못한다. 자신의 뿌리가 놓인 땅에서, 꽃은 땅의 풍요와 가난을 먹고 살다, 그 땅으로 돌아간다.
임권택은 땅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환청처럼 땅의 노래를 듣는다. 노래는 그의 몸을 돌아 영화라는 꽃으로 피어난다. 그는 평생 이 땅을 떠돌며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한 불행한 떠돌이 예술가의 혼을 담은 <취화선>에 이르렀다. 그건 어쩌면 40년 영화인생에서 처음 감독 자신이 주인공인 노래인지도 모른다.
촬영현장 장기취재 허락을 청했을 때, 임 감독은 조용히 승낙했다. 그리고 그를 기꺼이 경외하는 외부인은 <취화선>의 제작진과 한달여를 함께 지냈다. 그는 그곳에서 꽃잎이 눈을 떠 영화의 하늘이 열리는 순간의 경이를 경험했다.
임권택 감독, 그리고 그의 영화가족과의 긴 동행의 기록을 여기에 담는다. 이건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설레고 자랑스럽고 벅찬 기록이다. 편집자
여기에 실린 사진들은 일부를
<취화선> 촬영 100일 동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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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집에> 1, 2편의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크리스 콜럼버스(43)는 <그렘린>(1984), <구니스>(1985), <피라미드의 공포>(1985) 등 판타지 성격이 강한 영화들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 경력을 시작했다. 1990년 <나홀로 집에>의 대성공 이후로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스텝맘>(1998), <바이센테니얼 맨>(1999) 등 80년대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와 다른 방향으로 행보를 거듭했지만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젊은 시절의 영화감각을 되찾았다는 평을 듣게 됐다.어떻게 <해리 포터…>의 감독을 맡게 됐나.수많은 감독들이 <해리 포터…>의 연출자가 되겠다고 오디션을 보고 인터뷰를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난 이 영화를 하고 싶었고 내가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가능한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었다. 만약 감독을 맡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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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번에 왕창 벌고 빠지는 식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것이 영원한 생명을 갖길 바란다.” 에 밝힌 워너브러더스 회장 배리 메이어의 소망은 이뤄질 것인가? <해리 포터…>를 프로모션하는 워너의 마케팅 전략은 2년 전 <스타워즈 에피소드1>을 개봉하며 조지 루카스가 택한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조지 루카스는 <뉴욕타임스> <타임> <배니티 페어> 등 10여개 신문, 잡지에 독점인터뷰를 제공하는 대신, 자신의 원하는 기사를 얻어냈다. 개봉 직전까지 영화에 관한 정보를 철저히 차단해 궁금증을 일으키는 방식이었다. 또한 조지 루카스는 펩시콜라, 장난감 회사 헤즈브로, 레고 등에 라이선스권을 제공하며 30억달러 이상의 판권료를 챙겼다. 패스트푸드, 장난감, 문구, 서적, 게임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를 확보하되 품목마다 독점권을 보장, 단가를 높이는 것이다.전세계적으로 1억1천만부 이상 판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영화라는 점에서 &l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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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대니엘 래드클리프>“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아들과 다시 만나는 것 같다.” 원작자 조앤 K. 롤링은 처음 래드클리프를 만난 날 이렇게 말했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소년의 생일은 7월31일. 해리 포터와 같은 날 태어났고 이날은 롤링의 생일이기도 하다. 1989년생인 래드클리프는 1999년 <BBC>가 제작한 찰스 디킨스 원작의 TV드라마 <데이비드 카퍼필드>로 데뷔한 아역배우이다. <테일러 오브 파나마>에서 제프리 러시와 제이미 리 커티스의 아들로 얼굴을 비친 적도 있다.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와 제작자 데이비드 헤이먼은 <데이비드 카퍼필드>에서 그를 발견하고 촬영에 들어가기 불과 몇주 전에 캐스팅을 확정했다. <심슨 가족>을 좋아하고 과학과 체육은 잘하지만 그림은 못 그린다는 래드클리프는 자신이 맡은 해리 포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해리 포터는 친구들에게 매우 충실하죠. 그리고 그는 매우 용감하고 혼자 일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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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내가 세상을 뒤집어 놨대요 프리벳가 4번지 계단 밑 비좁은 벽장에서 구박덩이로 자란 고아 소년 해리 포터에게,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기적은 아마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알로 호모라! 그의 눈앞에 마법의 성문이 활짝 열린 열한살 생일 이후, 소년은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클래스메이트뿐 아니라 천문학적 머릿수의 독자(4권 <해리 포터와 불의 잔>까지 총 1억1천만부 추산)를 신실한 벗으로 얻었다. 선택받은 아이 해리에 대한 경배의 물결은, 머글(마법사가 아닌 보통 인간)들에게 허락된 ‘소망의 거울’인 영화를 통해 또 한번 파고를 높이고 있다. 지난 11월16일 미국 전역 스크린의 1/4에 해당하는 3672개 스크린을 뒤덮으며 베일을 벗은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개봉 닷새 만에 입장 수입 1억달러라는 박스오피스의 골든 스니치(마법사 스포츠 퀴디치의 150점짜리 공)를 잽싸게 거머쥐어 <스타워즈 에피소드1>과 어깨를
김혜리의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꼼꼼히 뜯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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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렇다. 영화나 CF 같은 데에서 한 별 볼일 없는 남자가 무료한 표정으로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커피숍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다. 그때 느닷없이 문이 열리면서 강렬한 빛을 후광으로 한 팔등신의 눈부신 미녀가 남자 앞으로 걸어들어온다. 일시에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린다. 그녀는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휘날리면서 고혹적이며 관능적인 자태로 미끄러지듯 별볼일 없는 남자에게로 다가간다. 모두들 숨을 죽이는 가운데 그 남자만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꼴깍 삼킨다. 후끈, 그녀의 단내가 남자의 코끝에 확 내뿜어질 때쯤, 대개 턱을 받치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거나 뚱뚱한 마누라의 꼬집힘을 당하면서 장면은 바뀐다.
그러니까 이런 일은 도저히 현실에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이자 꿈이라는 걸 끊임없이 우리에게 상기시켜준다. 그런데 커피숍에서 김혜수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코끝에 단내만 안 났지 앞에 묘사한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꿈같은 일이 벌어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3] - 김지운이 본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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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자극이 되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처음 김지운 감독과의 대면이 생각난다. <조용한 가족> 시나리오를 본 뒤 처음으로 그를 대면했을 때 글에서 느꼈던 익숙하지 않은 유머나 낯선 캐릭터에서 전해졌던 느낌들로 나도 모르게 누굴까 한껏 기대를 품게 했던 이 신선한 발상의 소유자는 내 예상과 달리 참 말이 없었다. 첫 만남 뒤로는 목소리를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의 첫 영화 <조용한 가족>은 나를 포함한 많은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영화 <반칙왕>은 그의 입지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역시 신선한 아이디어로 <커밍아웃>을 만들어내는가 싶더니 드디어 네 번째 작품 <쓰리-메모리스>로 함께 작업하게 되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사물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 그와 함께하는 작업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그는 여전히 말수가 적고 트레이드 마크인 검은 선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2] - 김혜수가 본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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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여배우 김혜수, 수줍은 감독 김지운을 인터뷰하다
“감독님, <토미> 보러 갈 거죠?” “<토미>? 괜찮죠.” 높고 경쾌한 음색의 김혜수와 나지막한 목소리의 김지운 감독. 늦잠을 떨치고 왔다는 두 사람은 늘 보는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말문을 연다. 지난 11월 촬영을 마친 단편 미스터리영화 <메모리즈>가 만들어준 인연이다. <메모리즈>는 <조용한 가족>에서 <반칙왕>으로, 다시 인터넷 단편영화 <커밍아웃>으로, 재기 넘치는 코미디 변주곡을 거쳐온 김지운 감독의 새 단편영화. 3년 만에 <신라의 달밤>에서 웃음기어린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의 신작이기도 하다. 웃음에 적을 두고 관객과 만나온 이들은, 뜻밖에 코미디를 털어버린 미스터리스릴러에 의기투합했다. ‘아시아의 공포’를 공통 주제로 삼아 홍콩의 진가신, 타이의 논지 니미부트르와 함께 3국 옴니버스로 제작하는 <Thr
<쓰리>의 김혜수·김지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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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씨는 자칭 임권택 팬클럽 회장이다. 솔직히, 임권택 감독을 추켜세우는 글은 많이 봤어도, 한사람의 관객으로서, 또 비평가로서 임권택 감독에게 열광하는 사람을 나는 별로 보지 못했다. 나 또한 별로 다를 바 없었다. 별 생각없이 본 <만다라>에 머리를 얻어맞자 한시간인가 무턱대고 길거리를 쏘다닌 기억이 있고, <서편제>를 본 뒤엔 한동안 사운드트랙만 틀면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되던 경험이 있지만, 모두가 추앙하는 한국의 거장이라니, 내가 굳이 그 대열에 낄 필요는 없겠군, 하는 삐딱한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춘향뎐>이 내 태도를 바꿔놓았다. 영화 자체의 정서적 공명은 덜했을 지 몰라도, <춘향뎐>은 영화라는 매체의 한계와 싸워, 그 싸움의 기록을 영화의 문법으로 다시 끌어안으려는 놀라운 패기와 미학적 야심으로 끓어넘치는 영화였다. 첫대면에서 느낀 당혹감은 점점 경이로움으로 바뀌어갔고, 나는 이 어눌한 말솜씨의 노감독이, 골방에서 익힌 영
어떤 팬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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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들기 전 방의 불을 끄고 누우면 어딘 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던 일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를 만든 픽사가 디즈니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제작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토리는 거기서 출발한다. 괴물들이 벽장 문을 통해 나타나 아이들을 겁주는 건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해서이고, 그 비명은 괴물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몬스트로폴리스를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상상력은 첫 출발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킬 만큼 흥미진진하고 기발하다.몬스터 주식회사는 바로 몬스트로폴리스에 있는 아이들 비명소리 채집공장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괴물을 보고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기 때문에 비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 부족으로 언젠가는 도시가 멈춰 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회사는 아이들을 놀라게할 새로운 겁주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
<몬스터 주식회사>`엄마∼ 벽장에 괴물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