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가깝게 지내는 한 제작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종상 사무국이란 데서 출품에 필요하니까 이런저런 자료를 보내달라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영화인회의의 방침에 따를 생각인데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다. 당신이 상임집행위원이라는 감투를 쓰고 영화인회의에 한 다리를 걸치고 있으니, 무슨 지침으로 정한 게 있으면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상당수 제작자들은 대종상을 뜨거운 감자마냥 곤혹스러워한다. 마음 같아서는 출품하고 싶지 않지만, 제작자가 독자적으로 출품을 사양(또는 거부)한다면 같이 작업한 스탭들이 섭섭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영화인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대종상영화제를 보이콧하기로 입장을 정한다면, 그 핑계로 작품을 내지 않아도 스탭들에게 양해를 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게 제작자들의 심산인 것이다.제작자들의 이런 불편함은 오랫동안 누적된 대종상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고, 해마다 뒷말이 끊이지 않은 것은 물론, 상 받은 것이 야유와 비웃음의 대상이
대종상 유감
-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홍상수 영화를 좋아한다. 주변 사람이라고 해봐야 다들 시를 쓰거나 소설을 쓰는 이들이니 문인이라는 편이 낫겠다. 그래서 이따금 홍상수 영화가 화제에 오른다. 프랑스에는 홍상수가 여럿인데 한국에는 한 사람뿐이라는 과격한 평을 하는 이도 있고 홍상수 영화를 보고 나면 치부를 들킨 것 같아 화가 난다, 고 말하면서도 그의 영화가 개봉되면 어김없이 가서 보고 온다. 홍상수는 인간이 지닌 특성 중 타자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치부에 렌즈를 정확히 갖다댄다. 어느 때는 참 가혹하네, 싶을 때도 있다. 우리가 갖은 의미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환상과 꿈을 빼고 나면 어떤 몰골을 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영화를 보러 가는 일은 내가 위로받기 위해 덧칠해놓은 위선을 확인하러 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내 친구들은 그의 영화를 좋아한다. 강북에서만 이십년을 살아 강남에서 영화를 보는 건 상상도 안 간다는 어떤 친구는 강남의 시사회장에
`심드렁`’ 미학, `낄낄낄`의 발견
-
국민(초등)학교 시절 전교생이 모여 원래보다 길쭉하게 생긴(압축된 화면) 국군아저씨가 대포를 옆구리에 끼고 북괴군 탱크로 돌진하던 모습, 아랫동네 농협마당 천막 안에서 온 동네 분들이 300원(?)씩 주고 모여 앉아 무협영화를 보던 기억, 쿵푸를 하던 사촌형을 따라 영주시내에 시외버스를 타고 가 무협영화를 보았던 일, 안동으로 유학(고등학교)을 가서 자취방 구할 때인가, 작은형하고 보았던 <촉산>, 고3 때 <어우동>을 보러 친구 놈이랑 극장엘 갔다가 옆자리에 수학선생님이 계신 걸 보고 도망쳐 다른 계단에 겨우 앉았는데 웬걸 뒤 계단에서 교무주임선생님이 나를 보고 계시던 일. 또다시 기겁을 하며 도망쳐서 여배우 이보희의 기막힌 누드와 함께 영화를 다 보긴 봤지만, 다음날 교실 스피커에서 “남기웅 교무실로 내려와∼!”를 들었던 기억들.
그리고 하나의 기억이 더 있다. 20대가 되어 지금은 사라진 대한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백 투 더 퓨처>를 본 기억
세상 힘들다지만, 해보자고요!, <백 투 더 퓨처>
-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퍽 가난하게 자랐다.70년대 중반까지 서울시내에서 가장 빈민촌이랄 수 있었던 청계천 판자촌이 내 유년의 고향이었다. 학우들이 가져온 불우이웃돕기 쌀봉투는 대체로 내 차지였고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아버지 도장을 가지고 마장동의 적십자회관에 밀가루와 헌옷들을 배급받으러 가기도 했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벌기 위해서 부모님들께서는 매일 일하러 가셨는데 언제 나가셔서 언제 돌아오시는지 우리는 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부모님들께서 먹거리와 육성회비와 집세를 마련하러 나간 사이, 초등학교 6학년 정도밖에 안 된 큰누나는 소녀가장이 되어서 어린 동생 셋을 돌보았다. 밥을 짓고 집안 청소를 분담시키고 숙제들을 점검하고 따끔하게 야단을 치기도 했다. 가난 속에서 딸들은 훨씬 빨리 어른이 된다.그러던 어느 일요일이었던가, 동생들에게는 만화책을 빌려서 보게 하고 큰누나는 커다란 고무통에 빨래를 잔뜩 담궈놓고 발로 밟아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창문으로 엄청난
김형태의 오! 컬트 <천국의 아이들>
-
-
김두수라는 ‘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1986년부터 1991년 사이 세장의 음반을 발표했지만 히트곡이라고 할 만한 곡은 없다. 그렇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은 묘한 분위기에 사로잡혀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음악적 정서는 ‘한국적’이고, 그건 국악기를 사용한다거나 5음계의 선율을 고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포크의 3인방’이라든가 ‘그의 음반이 중고음반점에서 10만원에서 20만원 사이에 거래된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은 진부한 사족일 것이다. 어쨌든 그는 한대수나 김민기 같은 ‘다수의 전설’은 아니더라도 ‘소수의 컬트’로 남아 있다.몇달 전 그가 새 음반을 발표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를 만나보기 위해 여러 군데 수소문을 해보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다가 어렵사리 그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러면서 그동안 그를 보기 힘들었던 이유도 함께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았다. 혹시나 그
김두수 그리고 은둔의 (탈)정치
-
<선물> <재밌는 영화>와 같은 기획영화의 탄생 이면에 서 있던 김상오 PD(34)는 감독이 자칫 놓치기 쉬운 대중성의 측면을 끊임없이 자각시키는 것이 프로듀서의 중요한 역할이며, 이 시대의 관객이 어떤 영화를 요구하는가 하는 고민에서 PD의 역할은 시작된다며 긴 대화의 운을 뗐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영화판에서 PD가 하는 일이란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실무의 모든 것.작가나 감독에 의해 미리 시나리오가 나와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PD가 최근의 경향을 분석하여 시놉시스도 쓴다. 작품 기획이 끝나면 장르와의 궁합을 살펴 어떤 영화사와 함께 일할 것인지 결정한다. 호러물을 잘 만드는 영화사가 있고, 코미디물과 잘 맞는 영화사가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을 제작해온 좋은 영화사는 그런 의미에서 <재밌는 영화>의 적격 산실. 그리고나서 감독을 지목하는데 대개 전작의 분위기로 판단하며, 신인감독의 경우 더욱
<재밌는 영화> 프로듀서 김상오
-
올해부터 씨앤필름의 제작라인이 활발히 움직일 전망이다. 지난 4월10일 씨앤필름 대표 장윤현 감독은 제작에 들어갈 6편의 영화를 공개하며, 50억원 규모의 전문펀드 결성도 발표했다. 구본한씨와 공동대표였던 쿠앤씨필름에서 <텔미썸딩>을 만든 뒤 씨앤필름을 만들어 독립, 다양한 영화를 많이 제작할 요량으로 2년여 갈고닦은 성과인 셈이다. 이날 씨앤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장윤현 감독은 지난해 <꽃섬>을 개봉시켰지만 자체적인 기획, 제작 작품이 없던 터라 오랜만에 한시름 놓는 분위기였다. 이번에야말로 제작 관련 비즈니스를 떠나 연출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결성된 영상전문펀드는 중소기업청이 15억원, 씨앤필름이 12억5천만원, 삼성생명이 10억원, 소빅창투가 7억5천만원, 엔키노가 5억원을 출자한 조합. 제작에 들어갈 6편은 장윤현 감독의 SF액션 <테슬라>와 윤종찬 감독의 <그녀의 아침> 외에 김동빈 감독의 전쟁호러물 <R-POINT&g
영상전문펀드 결성한 씨앤필름 대표 장윤현
-
“최악의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법을 그때 배웠어요.” <델마와 루이즈>의 작가 칼리 쿠리의 연출작 <야야 자매의 신성한 비밀> 촬영을 마친 샌드라 불럭이 영국 연예정보 사이트 <아나노바>와의 인터뷰에서 비밀 하나를 털어놓았다. 열두살 때, 엔지니어이던 아버지가 집 안에서 대형사고를 당해 심한 부상을 입었던 기억. “사고 이후 모든 게 변했어요. 아버지는 18개월 동안 병원에 있었죠. 엄마는 힘겹게 정신을 추스려 아버지를 일으켰어요. 언제나 절 따라다니는 기억이에요.” <야야 자매의 신성한 비밀>은 별난 어머니에게 시달리다 독립하는 딸의 이야기. 불럭은 주인공인 딸 시달레 워커를 연기했다.
샌드라 불럭, “죽을 뻔했죠”
-
마틴 스코시즈가 올해 칸영화제 단편영화 부문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스코시즈는 그동안 칸영화제의 수상자로 더 알려졌었다. 1976년에는 <택시 드라이버>가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1986년에는 저예산으로 28일 만에 촬영을 마친 <특근>(After Hours)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 단편부문 심사위원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 스코시즈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단편 황금종려상, 2개의 영화단체상, 최우수 학생단편 및 중편상 등의 수상작을 결정하게 된다. 역대 칸 단편 심사위원장으로는 장 피에르 주네, 토마스 빈터베르그, <천사들이 꿈꾸는 세상>의 에릭 종카 감독 등이 있었다.
마틴 스코시즈 칸영화제 단편영화 심사위원장 위촉
-
오비완이 보는 <스타워즈>의 과거와 미래! 이완 맥그리거가 한 영국방송에 출연해, 2년 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1: 보이지 않는 위험>은 “밋밋했다”고 돌이킨 뒤, 곧 개봉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은 “훨씬 나을 것이다. 오리지널을 아련히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은 5월16일 영미 유럽을 필두로 전 세계 개봉에 들어가, 국내에는 올 7월5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어릴 적 감명깊게 본 <스타워즈>에 나오게 돼 기쁘다”고 캐스팅 당시 소감을 밝힌 이완 맥그리거는 에피소드1에 이어 에피소드2에도 오비완으로 출연한다.
이완 맥그리거가 <스타워즈>의 과거와 미래!
-
지난 4월9일, 서울여성영화제 스페셜 이벤트로 마련된 씨네콘서트 ‘이상은, 여성영화를 만나다’가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열렸다. 이상은이 직접 택한 영화 <달 밝은 밤에 생긴 일> 상영과 노래공연으로 약 2시간 동안 계속된 이날 행사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과 더불어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여성영화제 데일리에 의하면 이상은은 상영작 외에 두편의 영화를 더 봤으며, “영상미와 이미지가 이후에 할 콘서트와 잘 어울릴 것 같아”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한다. <달 밝은 밤에 생긴 일>은 호주 여성감독 레이첼 퍼킨스의 뮤지컬영화로, 달빛을 따라 떠나간 소녀를 찾으러 나선 백인 아버지와 원주민 경찰, 그들을 지켜보는 소녀의 어머니의 시선 속에 남성성/여성성, 이주민/원주민, 백인/흑인의 대립쌍에 대해 조용히 문제제기를 하는, 몽환적인 영화다.영화가 끝나고 <하늘나라>를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이상은은, “새 앨범을 만드느라 바쁘지만, 참여하는 것을
`이상은, 여성영화를 만나다`
-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 등 선굵은 액션누아르를 선보이다 지난해에 별볼일 없는 세 친구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 <라이방>을 만들며 확 달라진 모습으로 영화계에 복귀한 장현수 감독이 이번엔 첩보액션영화 <왕조의 눈>의 메가폰을 잡는다. <왕조의 눈>은 외규장각 탈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 현재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마친 상태이며, 올 8월 크랭크인해서 2003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50% 정도를 촬영하며, 유럽 각국에서 30%를, 한국의 세트장에서 나머지를 촬영할 예정이다. <두사부일체>의 제작사인 제니스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다.
<왕조의 눈> 감독 장현수
-
남자들의 의리는 가라, 여자들의 의리가 온다! 연극배우 출신으로 <넘버.3> <마지막 방위> <자귀모>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광정이 20대, 30대, 40대 여자들의 세대를 초월한 우정과 의리를 그린 코믹영화 <위대한 마돈나>의 감독을 맡기로 했다. 박광정은 연극 <비언소>, 록뮤지컬 <모스키토> 등의 흥행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연출가이기도 하다. <위대한 마돈나>는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인 세 여자가 위기에 처한 학교후배들의 하숙집인 다미학사를 살리기 위해 댄스경연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다. 씨앤필름에서 제작한다.
<위대한 마돈나> 감독 박광정
-
솜사탕 같은 여우, 소유진이 전주를 알리는 최전선에 섰다. 전주영화제의 얼굴격인 홍보도우미에 위촉된 것. 2002년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소유진을 위촉한 데 대해 “신세대를 대표하는 젊은이로서 깜찍하고 발랄하며 자기주장이 뚜렷해, 신선하고 젊은 영화제를 추구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이미지와 맞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유진은 영화제 동안 주요 행사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각종 행사에서 영화제를 홍보하게 된다. 얼마 전 이연우 감독의 (가제)에 여주인공 형사 독고진으로 캐스팅된 소유진은 전주에서 촬영을 할 예정이기도 해서, 이래저래 전주와 깊은 인연을 맺게 된 셈.
전주의 얼굴 소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