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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잠들기 전 방의 불을 끄고 누우면 어딘 가에서 괴물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두려움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몸을 움츠리던 일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를 만든 픽사가 디즈니의 자금 지원을 받아 제작한 컴퓨터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의 스토리는 거기서 출발한다. 괴물들이 벽장 문을 통해 나타나 아이들을 겁주는 건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게 하기 위해서이고, 그 비명은 괴물들이 모여 사는 도시인 몬스트로폴리스를 움직이는 동력원으로 사용된다는 상상력은 첫 출발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킬 만큼 흥미진진하고 기발하다.몬스터 주식회사는 바로 몬스트로폴리스에 있는 아이들 비명소리 채집공장이다. 하지만 요즘은 아이들이 괴물을 보고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기 때문에 비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에너지 부족으로 언젠가는 도시가 멈춰 설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회사는 아이들을 놀라게할 새로운 겁주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
<몬스터 주식회사>`엄마∼ 벽장에 괴물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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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 정의감에 사로잡힌 경찰이 열심히 범인을 잡아오면 `빽'을 써서 나간다. 증거가 없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 등등, 이유는 붙이기 나름이다. 이런 시각 아래 경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주인공이 경찰 뱃지를 벗어던지면서 법절차 무시하고 스스로 범인을 처단하는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71년 영화 <더티 하리>가 그랬다. 다른 하나는 아예 사회의 악한들을 살해하는 조직이 경찰 안에 있고, 그 `과격한' 조직과 주인공 경찰이 맞서게 되는 것이다. 73년에 나온 `더티 하리' 시리즈 2편 <이것이 법이다>가 여기에 속한다.민병진 감독의 <이것이 법이다>는 공교롭게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온 <이것이 법이다>와 제목과 이야기 기본 설정이 같다. 무죄판결을 받은 금융사기꾼, 증거부족으로 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강간살해범 등이 잇따라 살해되고 현장에서는 범인이 일부러 떨어뜨려
새영화 <이것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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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의 메인 테마를 맡은 최경식의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다. <모래시계>로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바 있는 그의 선율은 때로는 과도하게 감상적이긴 해도, 그 아니면 발산할 수 없는 특유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가 지은 곡들은 바그너의 어떤 부분을 연상케 한다. 끊임없이 지속될 것만 같은, 동시에 아무리 지속되어도 가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끝없는 반음계의 흐름은 에로틱하기도 하고 환상적이기도 하다. 이른바 ‘무한 선율’은 아주 높고 먼 세계를 암시하면서 동시에 아주 낮은, 이 땅의 몸들의 부딪힘, 속절없는 몸부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물론 바그너는 후자의 것을 전자의 높이로 너무 드높이려 하는데, 최경식에게서 그런 느낌까지 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영화음악 작곡가들 중에서는 최경식의 것이 가장 그런 선율들의 느낌을 개성있게 잡아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뜻. 어떻게 생각하면 유성영화 이후의 많은 영화음악이 반음계 화성의 미묘한 뒤척
[영화음악] <흑수선>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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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영화를 향한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는 소년 베리만은 어느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던 날 자기 형이 시네마토그래프를 선물로 받는 일이 일어나자 마구 울부짖었다. 결국 베리만은 그날 저녁 주석으로 만든 병정 인형 100개를 형에게 주기로 하고 시네마토그래프를 자기 소유로 만들고 만다. 이튿날 아침 그는 시네마토그래프의 손잡이를 직접 돌려보게 된다. 그때 느꼈던 설명할 수 없는 흥분을 노년의 베리만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흥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뜨겁게 달구어진 금속의 냄새, 옷장 안의 좀약과 먼지의 냄새, 손에 잡힌 손잡이의 감촉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벽 위의 떨리는 직사각형 화면도 눈에 선하다.”<마법의 등>은 스웨덴의 거장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이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서 쓴 책이다. 여기서 베리만은 일흔살이 거의 다 된 노령임에도 불구하고(이 책은 베리만의 나이 68살이 되는 1986년에 완성
잉마르 베리만 <마법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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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영상물로 변신한 ‘해리 포터’ 열풍이 지금 전세계를 항해 휘몰아치고 있다. 소설에서 출발하여 영화와 게임, 캐릭터상품으로 발전하는 전형적인 ‘원 소스 멀티 유징’의 전철을 착실하게 밟고 있는 이 작품은 한국에서 쉽게 쓰이는 비유인 ‘자동차 몇 만대 수출량’에 비견되는 또 하나의 대박상품임에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알기 쉬운 이 투자대비 수익률만으로 콘텐츠를 보는 것은 학생이 수학문제를 풀 때 참고서에 나와 있는 답만 베끼겠다는 생각과 똑같다.올해 가장 주목받았던 애니메이션인 <슈렉> 역시 성공한 콘텐츠상품답게 제작사인 ‘드림웍스’의 상업적 부와 함께 자사의 기술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등 여러 부수적인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해리 포터’가 <슈렉>과 다른 점은 이 작품은 ‘영국’이라는 한 나라의 이미지를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한 나라가 가지는 문화의 어느 특정한 요소 하나만으로 판단될 수는 없겠지만 문화마다 타문화사람이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살아있는 감정,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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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화 칭찬을 한 것에 대한 앙갚음(?)인지 위 만화집이 뒤늦게 내게 전해졌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으니 반년도 더 지난 셈인데 그 사이 4쇄까지 펴냈으니 걱정할 것 없어 다행이기는 하다. 사실 이 만화책 술턱을 일찌감치 얻어먹기는 한 셈이다. 한쪽으로 실내 낙시터가 있고 민물찌개탕이 종류별로 일품이었던 일산의 한갓진 명물음식점에서 작곡가 김민기가 후배 노래평론가 김창남의 영국 연구교수행 환송을 겸해 마련한 자리에서였다.야, 은홍이가 상을 다 받으니(이 책은 상금 500만원짜리 오늘의 우리만화상 수상작이다) 민주주의가 되긴 됐구나…. 김민기는 그렇게 흔쾌히 웃어주었지만 그의 운동권 만화보다야 사람 됨됨이를 훨씬 더 좋아했던 나로서는, 물론 축하할 일이되 긴가민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글쎄 만화가 얼마나 좋아졌을까….‘됐냐? 00야----!!!!!’로 끝맺고 있는 ‘술꾼 이은홍, 자필 이력서’에는 ‘스스로를 노동운동가라 착각하고…(중략) 1989년 결혼 후에야 전문 만화가로서 자기
이은홍 그리고 씀 <술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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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사쿠이시는 내게는 제법 신비로운 만화가이다. 그 신비란 ‘추앙’이라기보다 ‘미스터리’에 가깝다. 80년대 후반에 나온 그의 대표작 <고릴라맨>(학산문화사 펴냄)은 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수상스럽지만 강한 남자 ‘고릴라맨’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 액션물로, 예상을 살짝살짝 빗나가는 개그 터치에 독특한 청춘물의 뉘앙스도 겸비하고 있어 나 역시 즐겁게 읽었다. 90년대 후반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자 당연히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했는데, 이상스럽게도 그들은 이 책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일진회’ 파동을 만들어낸 <로쿠데나시 블루스>(최근 ‘비바 블루스’라는 제목으로 정식 번역), <오늘부터 우리는> <상남 2인조> 등 비슷한 계열의 만화들이 해적판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는데도, 이 만화는 유독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무엇 때문일까? 내가 볼 때 이 만화가 훨씬 재미있는데. 왠지 무덤덤해
청춘 록만화, <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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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뿌리> <자기 앞의 생>(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으로 두번 콩쿠르상을 받은 프랑스의 소설가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집. ‘인간이라고 하는 거대한 허영에 대한 신랄한 탄핵’이라는 말처럼, 로맹 가리의 소설은 인간이라는 종의 비애를 돌아보게 한다. ‘생의 비리고 안타까운 아름다움’을 그린 <모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빠른 호흡과 거친 말투로 독특한 느낌을 던져주는 <몰락>, 인간의 욕심을 공격하는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 등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처절한 육탄전을 맛볼 수 있다.
[책]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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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라면 나직하게 말을 걸어오듯 흐르는 바하의 <무반주 첼로 조곡> 같은 클래식 연주가 귀에 익지만, 첼로 어쿠스틱스는 첼로를 비롯한 현악기의 소리가 얼마나 풍요로운가를 새삼 일깨운다. 이들은 재즈 첼리스트 요시히로 기카와를 중심으로 바이올린, 피아노, 퍼커션의 4인조로 구성된 일본의 첼로 앙상블 그룹. 피아졸라의 애수어린 열정을 재해석한 <Liberte Tango>, 첼로의 피치카토와 피아노의 서정적인 즉흥연주가 어우러진 <AURORA> 등 재즈와 뉴에이지, 클래식을 넘나드는 사운드가 들려준다.
[음반] 첼로 어쿠스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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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만화가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명성을 쌓아온 박재동 화백의 작품집 <목 긴 사나이>(글논그림밭 펴냄)가 5년 만에 재출간되었다.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 속에서도 꾸준히 작품집을 내온 박 화백은 1999년 <정치야 맛좀볼텨> 이후 2년 만에 출판가에 얼굴을 내밀게 된 것이다. ‘한겨레 그림판 베스트 33’, ‘샐러리맨 네 멋대로 해라’ 등은 만화가로서, 또 예술가로서 박재동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코너들. 또한 MBC에 방영되었던 시사애니메이션의 콘티와 단편 <샤위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책에 소개되는 내용이다.<천마의 혈족> 발간 <바람과 나무의 시>로 70년대 소녀만화를 이끌었던 다케미야 게이코 작품이 처음으로 국내에서 번역되어 나온다. 기마민족 타구르족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방대한 대하역사 판타지를 펼쳐내는 <천마의 혈족>. 정통의 왕위계승자를 상징하는 ‘천마’를 중심으로 권력과 사랑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장대한
박재동의 <목 긴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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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보다 밖에서 노는 시간이 훨씬 길었던 시절에도 TV는 아이들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애들이 좋아하는 거야 대개 활극류다. 모여서 TV 얘기를 하다보면 주인공들 중 누가 누가 센지 말다툼이 붙을 수밖에 없다. 슈퍼맨, 원더우먼, 6백만불의 사나이, 소머즈 같은 미국파에 마린보이, 황금박쥐, 사이보그 009, 유성가면 피터, 캐산 같은 일본파. 승자를 가릴 수 없는 입씨름이지만 지치지도 않고 반복되었고 주먹다짐으로 번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2편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설마 싶겠지만 제목 그대로다. 할리우드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괴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에이리언> 시리즈의 ‘에일리언’(그러고보니 에일리언이 언제부터 고유명사 대접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와의 외계인의 처절한 싸움이 인상적이었던 <프레데터>의 외계인 ‘프레데터’가 등장해서 한판 승부를 겨루는 게임이다. 여기에 이 둘 모두와
컴퓨터 게임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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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트랑샤르와 얀 데스타뇰이 98년에 결성한 프랑스 출신 듀오 모조의 데뷔 음반. 70년대의 디스코와 펑크(funk)에 뿌리를 두고, 하우스와 테크노의 전자음 향연부터 드럼 앤 베이스, 몽환적인 트립합까지를 아우르는 실험적인 변주를 보여온 일렉트로니카의 연장선상에 있되, 복고적인 사운드에 좀더 충실하다. 70년대 뉴욕의 디스코 스타 쉭의 음악을 샘플링한 <Lady> , 라틴음악의 결을 섞은 <What I Mean> , 신시사이저 사운드 위주의 <Acknowledgement> 등 펑키하면서 세련된 댄스음악이 흥겹다.
[음반] 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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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가장 난해한 영화를 꼽으라면, 아마 상당수의 사람들이 <메멘토>를 꼽을 것이다.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봤다면, 처음부터 전혀 이야기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영화 속의 시간이 역방향으로 전개되는 구성상의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혹성탈출>을 꼽고 싶다. 당연히 전체적인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시퀀스에 지구가 원숭이들의 행성으로 변해 있는 그 황당한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에 대해 누구도 그럴듯한 ‘설’을 만들어낸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 영화를 수입한 직배사에서조차 ‘마지막 시퀀스의 해석을 기자들이 물을까봐 무서워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흘러다녔을 정도니, 그럴듯한 ‘설’을 기대하는 것조차 무리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그렇게 황당하다는 측면에서 불가해한 <혹성탈출>을 제외하면, 사실 <메멘토>보다는 <멀홀랜드 드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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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조 힙합그룹 업타운, 2인조 여성 힙합듀오 타샤니를 거쳐 T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중인 힙합, R&B 가수 윤미래가 <시간이 흐른 뒤>의 인기를 타고 따뜻하게 여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지난 11월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열렸던 첫 번째 콘서트 의 앙코르 공연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향기롭고 부드러운 R&B 노래들을 좀더 큰 무대에서 좀더 다양한 레퍼토리로 엮어 들려줄 예정이다.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