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로틱한 장면도 있고, 판타지도 있다. 뜻밖이다.“내 영화 보고 금욕적이라는 선입견을 갖는 모양인데, 그건 내가 특별히 금욕적인 인간이라서 그런 건 아니다(웃음). 내가 영화 처음 시작할 때, 많은 한국영화들이, 예컨대 <애마부인> 같은 영화들이 너무 그런 걸로 팔아먹었다.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그런 요소를 피하려 했던 것 같다. 물론 이젠 그런 걸 신경 쓸 시대는 지났다. 이야기에 필요하니까 당연히 그런 장면이 들어가는 거다. 그리고 판타지도 처음이 아니다.”- 개인적 욕망이 투영된 주관적 판타지는 없었다.“물론 그렇다. 1인칭 화자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그같은 맥락이다. 내 영화 중에는 가장 주관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그렇다 해도 <방아쇠>는 충분히 박광수적이다. 무대는 충분히 역사적이며 더구나 특정 장르를 택하지 않았고, 장르적 결말로 빠져나가지도 않는다.“새로운 걸 시도하고 더 넓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 해도, 이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박광수 감독 인터뷰
-
신문기자로 출발해 시나리오 작가를 거쳐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던 육상효 감독이 데뷔작 <아이언 팜>을 들고 돌아왔다. 미국 현지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아이언 팜>은 장르의 문법에 충실한 로맨틱 코미디다. 아이언 팜(차인표)은 5년 전 자신을 버리고 한국을 떠난 여자친구 지니(김윤진)를 찾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건너온 한국 청년이다. 그는 한국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기 위해 한국이름을 버리고 ‘아이언 팜(철의 손)’이라 자칭하며 오로지 영어로만 말한다. 그가 미국에 들고 온 건 전기밥솥이다. ‘철사장’이라는 쿵푸식 외공 단련법에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는 그는 뜨거운 모래 대신 끓고 있는 전기밥솥의 밥알 속으로 당수를 찔러넣으며 철사장을 단련한다. 셈이 빠른 듯 하면서도 인정에 잘 끌리는 한국계 택시운전사 동석(박광정)의 도움으로 아이언은 지니를 찾지만, 그에겐 이미 애드머럴(찰리 천)이란 새 남자친구가 있다. 술집에서 ‘소주’ 바텐더로 일하
사랑 좇는 남자 성공 좇는 여자
-
19일 미국 하와이에서 막을 올리는 제5회 하와이봄 국제영화제에서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개막작으로 상영된다. 하와이 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정규 영화제를 11월에 개최하는 한편 지난 98년부터 매년 4월에 하와이 봄 영화제를 열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북미지역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21편의 영화가 소개되는데, 이색적으로 <고양이를 부탁해>와 함께 60년대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주역이었던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공동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서울/연합뉴스)
하와이 봄영화제 개막작 <고양이를 부탁해>
-
<원초적 본능>으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여배우샤론 스톤이 5월 15∼26일 프랑스에서 열릴 제5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가해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을 뽑는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샤론 스톤을 비롯한 9명의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심사위원장에는 일찌감치 미국의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위촉됐으며 제4회 부산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인도네시아 여배우 크리스틴 하킴, 홍콩 여배우 양쯔충, 빌 오거스트, 클로드 밀러, 라울 루이즈, 월터 살레스, 레지스바르네에 등이 심사위원에 포함됐다. 칸 영화제의 공식 경쟁부문 후보작은 오는 24일 발표될 예정이다.
샤론 스톤, 칸 영화제 심사위원에 선정
-
-
회사 앞에 김밥마을이란 분식집이 있었다. 8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아주 작은 집이었다. 나이 예순쯤 되는 주인 아줌마가 아침 일찍 나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큰 찜통에 멸치와 무, 파 등등을 넣어 그날 쓸 멸치국물을 끓이는 일이었다. 빈속에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구수한 냄새로 허기를 자극하는 그 국물이 서울 최고의 국물이라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그 국물로 만든 2800원짜리 잔치국수는 진정 장인의 작품이었다. 김밥마을은 대안의 식당이었다.한달 전쯤 김밥마을이 사라졌다. 망한 게 아니라 그 옆에 네배쯤 되는 큰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간판도 시골나라로 바뀌었다. 나는 그 집에 잘 가지 않는다. 아줌마는 더이상 그 국물을 만들지 않는다. 대신 아구찜, 닭도리탕, 돌솥밥 같은 ‘복잡한’ 음식을 만드는 데 몰두하고 있다. 딱히 맛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그건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다. 김밥마을 시절의 그 국물이 돌아오지 않는 한 나는 앞으로도 그 집에 잘 안 가
국물
-
대안이 쉽게 찾아지는 것이라면 ‘대안의 영화’라는 말이 구호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로 3회를 맞기까지 전주국제영화제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가 않았다. 2년 전 영화제가 출범할 때 “이미 부산과 부천에 국제영화제가 있는데 왜 또 만드느냐”는 비판에 직면했고, 지난해에는 영화제 직전에 프로그래머가 바뀌는 악재가 닥쳤다. 그럼에도 애초에 내걸었던 ‘대안의 영화’라는 원칙을 저버리지 않고서 차분히 성과를 쌓아왔지만, 올해에도 상황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영미권 영화의 수급이 배급사들의 이윤 논리에 막혔고, 개막작으로 마땅한 한국영화를 찾기도 힘들었다. 칸영화제와 기간이 가까운 탓에, 미리 점찍었던 남미의 수작 몇편을 칸에 뺏기기도 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구해온 250여편의 영화들 가운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감독의 작품은 많지 않지만, 프로그램 하나하나엔 땀냄새가 배어 있다.오는 4월26일부터 5월2일까지 7일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우선 눈에 띄는 건, 이 영화제가 첫회부터 강조해
2002 전주국제영화제
-
스쿠터를 타고 로마를 돌아다니며 <나의 일기>를 찍은 좌파 감독 난니 모레티는 문득,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가 살해된 장소를 찾는다. 그가 평생을 따라다닌 수난의 정점을 마주했던 그곳에는 이제 하얀 햇살만 남아 있다. 그러나 시인이고 영화감독이었으며 고집센 좌파였던 파졸리니가 죽은 그곳에서, 모레티는 20여년 전엔 선명했을 어떤 흔적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도 그 흔적은 파졸리니가 살아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미친 듯이 되살아날 것이다.파졸리니는 1922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보병대위였던 그의 아버지는 오랜 귀족혈통을 자부했지만, 어머니는 농민의 딸에서 학교 교사까지 어렵게 올라간 인물이었다. 두 사람의 맏아들은 그중에서도 어머니를 사랑했고, 어머니가 뿌리를 두고 있는 농촌 문화를 경애하게 됐다. 세살 때 이미 소년들의 다리에서 관능을 발견한 파졸리니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에 징집됐으나 전쟁을 견디지 못하고 달아났다. 그러나 레지스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회고전
-
“프로듀서 크리스틴 버천은 아직 자신이 싫어할 만큼 이상한 프로젝트를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틴 버천(1962∼)에 대한 기사의 첫 문장에서, <워싱턴 포스트>의 데슨 호는 이렇게 표현했다. 96년 8월, 버천이 제작한 <스톤월>의 개봉을 앞둔 때였다. 얼핏 들으면 악담 같지만, 1∼2년에 한번쯤은 미국영화계에 논쟁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독립영화를 선보이곤 하는 버천에게는 해로울 것 없는 수사다. 프로듀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토드 헤인즈의 91년작 <포이즌>부터 <졸도> <고 피시> <세이프> <스톤월> <키즈> <나는 앤디 워홀을 쐈다> 등등 실제 버천이 손댄 영화들은 주류영화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시선과 돌파력을 지녀왔으니 말이다.이는 때로 원인 모를 질환에 시달리는 중산층 여성의 이야기인 <세이프>에서처럼 안정된 이성애 문화가 실은 질병 못지않은
크리스틴 버천 회고전 부문
-
나쁜 녀석들 Bad Company감독 후루마야 도모유키. 일본 2001년일본에서 학원폭력이 사회문제가 돼 군대식 통제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했던 80년대 초반의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생활보고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학생을 모범생과 낙오자로 나눠 교실 게시판에 명패를 붙인다. ‘정직함’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인격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학교에서, 자기 인격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사다토모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은 담임교사의 표적이 된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었던 후루마야 감독은 탁 트인 시골 풍경과 억압적인 학교 환경을 대조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의 그늘과 고통을 그들의 편에 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를 통해 전근대적 질서로 퇴행하려는 기성사회의 욕구가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넌즈시 말한다. 그게 호소력이 크다.안양의 고아 The Orphan of Anyang감독 왕차오. 중국 2001년중국 근대화
아시아 독립영화포럼 부문
-
끽연구역 Smokers only감독 베로니카 첸. 아르헨티나 2001년이 영화로 데뷔한 여감독 베로니카 첸이 보여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밤 풍경의 네온 지도는 영화 속 여주인공의 말처럼 “촉수를 어지럽게 내뻗은 거대한 문어” 같다. 그 문어발 사이에 갇힌 이 젊은이들의 절망은 또 다른 색깔로 다가온다. 여주인공은 카페에서 연주하는 무명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이지만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그를 교체하려 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남창을 만났다가 그와 사귀고, 그의 세계에 다가서기 위해 스스로 몸을 팔기도 한다. 그러나 남자는 현실에 안주한 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남창의 시선을 빌려 욕망의 소비에 허기진 도시의 밤 거리 풍경을 현란하면서도 공허하게 잡아낸다. 미래는 물론, 향수할 과거조차 없어 보이는 남미 청춘의 우울한 초상화이다.개 같은 나날 Dog Days감독 울리히 사이들. 오스트리아 2001년울리히 사이들은 다큐멘터리 <상실시대>(92년), <애니멀 러브>(95년)
현재의 영화 부문
-
라울 세르베 회고전벨기에 출신의 라울 세르베는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는 실험적인 이미지로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다. 1960년 <항구의 불빛>으로 데뷔한 이래 14편에 이르도록, 그의 애니메이션은 현대 문명에서 파생된 억압과 부조리에 대한 우화이자 셀과 종이, 연필과 잉크, 실사영상, 컴퓨터그래픽 등 갖가지 재료를 자유롭게 휘두른 상상화였다. 다섯살 때 이미 아버지의 소장 필름을 뒤적이며 애니메이션의 마술을 궁금해했다는 그가 본격적인 탐사에 나선 것은, 겐트의 왕립예술학교에서 회화와 영화를 수학한 뒤다. <항구의 불빛>, 거리 악사의 쓸쓸한 삶을 그린 <잘못된 음표> 등 초기작이 낭만주의적인 여운을 지녔다면, 65년작 <크로모포비아>부터는 풍자의 날이 예리해졌다.모습도, 움직임도 천편일률적인 회색 군대에 모든 색깔과 다양성을 박탈당한 나라의 사람들이 자유를 회복해가는 싸움의 과정을 만화적으로 그린 <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
한국영화의 흐름오늘, 여기, 우리는...‘한국영화의 흐름’에서는 한국영화의 오늘을 확인할 수 있는 기성감독과 신인감독의 영화를 모았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신작 <우렁각시>가 전주에서 첫선을 보인다. 불법 총기제조장인 ‘뒷거래철공소’ 직원 건태가 어느 날 우렁이를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독을 얻고 우렁각시를 만난다. <대학로…>에서 액션과 누아르의 형식을 마구 뒤섞었던 남기웅 감독은 이번엔 괴수영화 등 B급영화 스타일을 엮어 ‘디지털 동화’를 만들었다.‘일흔이 넘은 노인의 사랑’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죽어도 좋아>(박진표 감독)는 실제 주인공이 출연해 노년의 사랑과 섹스를 낱낱이 재연한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그들을 지켜본다. <아미그달라>(이충직, 이현승, 김의석, 한상준, 김명화 감독)는 ‘기억’을 주제로 만든 5
한국단편의 선택: 비평가 주간, 한국영화의 흐름
-
중국과 일본의 전쟁영화: 전쟁의 유령‘중국과 일본의 전쟁영화: 전쟁의 유령’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전쟁 관련 영화 6편을 소개한다.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1976년 미국에서 발견된 다큐멘터리 <싸우는 군인들>(Fighting Soldiers, 일본, 1939)은 특히 눈길을 끈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원조격이자 평단에서 반전작가로 이름높은 가메이 후미오의 작품으로, 1939년 전쟁시기에 만들어져 직접적인 전쟁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전쟁의 공포를 은유적으로 잘 표현한 수작이다. 가메이 후미오의 또 다른 다큐 <일본의 비극>(A Japanese Tragedy, 1946)은 만주사변에서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의 침략사를 뉴스릴을 사용해 설명하면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외국시장을 얻기 위함이었음을 고발한다.<잊혀진 군대>와 <그 눈물 다시 한번>은 자신들이 일으킨 전쟁에 대한 ‘일본의 참회록’이다. 일본 뉴웨이브의 기수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중국과 일본의 전쟁영화·어린이 영화궁전 부문
-
할리우드가 꿈의 공장이라는 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는 얘기다. 영화로 세상을 배우고 영화로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할리우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그러나 영화는 어디에서 누구와 찍든, 그 자체로 험하고 지난한 작업이다. 낯설고 물설은 땅에서 마음이 맞지 않는 이들과 손발을 맞추는 일이 고통스런 투쟁을 수반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 충무로에서 <축제> <장밋빛 인생>의 시나리오를 썼던 육상효 감독은 미국 유학의 길에서 첫 영화 <아이언 팜>의 열쇠를 쥐었다. 그리고 글쟁이 특유의 예민한 촉수로 체험한 할리우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할리우드 키드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행복했을까. 대신 그는 이런 얘길 들려준다. 환상을 접고, 현실을 만나자. 영화를 만드는 건 언제나 어디서나 외로운 싸움일지니. 편집자 주1999년 10월수업을 곱씹으며, 모욕을 되씹으며지난밤을 꼬박 새우다. 그래도 스스로 대견하다. 25장짜리 트리트먼트를, 그
<아이언 팜>,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