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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2002년 시네마테크 라인업 발표스즈키 세이준, 장 뤽 고다르,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베르너 헤어초그, 장 르누아르, 구로사와 아키라, 프리츠 랑,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작품목록만으로도 영화사의 한장이 채워질 쟁쟁한 감독들의 회고전이 2월부터 차례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12월29일 발기인대회를 거쳐 1월25일 창립총회를 갖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내놓은 올해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의 윤곽은 영화애호가들이 입맛을 다실 만한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프로그램은 2월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열리는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과 3월20일부터 4월3일까지 열릴 장 뤽 고다르 회고전.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은 문화학교 서울이, 장 뤽 고다르 회고전은 하이퍼텍 나다에서 준비하는 행사다. 올해 회고전 프로그램의 첫장을 여는 스즈키 세이준은 장르규칙을 파괴하는 급진적 내러티브를 선보인 독특한 감독. 폭력과 유머의 이중주로 유명한 스즈키 세이준의 걸작 <
영화사 걸작들,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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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3월 출범한 영화사 LJ필름은 <수취인 불명>에 이은 두번째 작품 <나쁜 남자>가 7억원짜리 저예산 영화임에도 지난 20일까지 개봉 열흘 만에 전국관객 38만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보다 이 영화사에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앞으로 예정돼 있는 라인업이다. 이미 LJ필름에서 두 편을 내놓은 김기덕 감독 외에 <해피엔드>의 정지우, <파이란>의 송해성, <여고괴담2>의 민규동·김태용, <인터뷰>의 변혁 등 제작자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는 감독들의 차기작이 줄서서 대기하고 있다. 감독 이름만 놓고 보면 LJ필름은 단연 충무로 최고의 다크호스이다.
이 영화사 이승재(38) 대표가 직접 전하는 차기작들의 개요는 이렇다. 정지우의 <두사람이다>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장르로 치면 미스테리 멜로에 가깝다. 한 가문이 선대의 저주를 받아 세대마다 가족끼리 서로 죽이는 살인사건이 벌
영화사 LJ필름 이승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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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은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 배급사 대표로 더 바쁜 강우석 감독이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1998)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내놓은 작품이다.영화는 선이 굵은 두 남자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한 축은 강철중(설경구)이란 강력계 형사다. 동료들은 골프 따위의 호사취미에도 은근히 관심이 있지만, 이 친구 서랍에선 오로지 모나미 볼펜 한 자루만 데구르르 굴러다닐 뿐이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조서 꾸미는 일조차 서툴다. 물론 사회정의 실현에 몸 바치겠다는 어설픈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오히려 폭력배보다 더 폭력적인가 하면 수사중 마약을 빼돌려 팔아먹으려 드는 타락한 `민중의 지팡이`다.다른 축은 조규환(이성재)이란 펀드매니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냉철한 분석가다. 문제는 이 친구의 합리적 외모 속에 냉혈동물이 한 마리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그는 접촉사고 낸 자신을 꾸짖은 늙은 택시
악받은 형사와 악독한 범인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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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비키(펠리시아스 볼)와 잉켄(다이아나 암프트), 리사(카롤리네 헤어퍼스)는 단짝 친구다. 고교생인 그녀들의 소원은 오르가슴을 느껴보는 것이지만, 그걸 경험하기란 쉽지 않다. 파티에서 남자친구와 섹스를 해도 오르가슴을 맛보지는 못한다. 어느날 잉켄은 자전거를 타고 가다 자전거 안장의 마찰 때문에 오르가슴을 느낀다. 잉켄은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이들 역시 최초로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세 소녀는 기구에서 느끼는 오르가슴이 아니라 ‘진짜’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어한다.■ Review 사춘기 시절 성에 대한 호기심은 시대도, 국경도 그리고 성별도 초월한다. 호기심과 두려움이 반반이지만 일단은 무모하게 달려들어보는 사춘기 시절 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내는 영화는 <그로잉 업> <포키스>, 최근의 <아메리칸 파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만들어져왔다. 독일영화 <걸스 온 탑>은
[Review] 걸스 온 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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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네이처>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각 지역 영화 비평가협회에서 주는 각본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던 찰리 카우프만이 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다. <휴먼 네이처>의 아이디어는 <존 말코비치 되기>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기가 넘친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뼈와 살을 갖추고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된 모습을 갖춰 가지 못한다. 카우프만은 아이디어를 힘있게 밀어붙여 깊이있는 얘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그저 아이디어를 툭툭 끊어 던져 놓는 식이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억압되고 왜곡되었는가를 보여주려는 그의 의도는 한 편의 영화로서보다는 하나하나의 장면으로만 전해진다.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 명의 주인공인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퍼프(리스 이판), 네이선(팀 로빈스)이 각각 경찰 취조실, 의회 청문회장, 저승 입구 대기실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야생과 문명의 선택 <휴먼네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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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교도소장 원터(제임스 갠돌피니)가 담당하고 있는 트루먼 교도소로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되어 온다. 어윈은 대통령의 명령을 어기고 임의로 작전에 임했다가 부하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징역을 선고받은 전직 3성장군이다. 군인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어윈의 존재에 윈터는 불안감을 느끼고 그들간의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간다.■ Review 로버트 레드퍼드가 3성장군으로 분한 <라스트 캐슬>을 보다 보면 분명 잠시 의아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연기하는 배우들이나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 모두가 매우 심각한 자세로 영화에 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 것 같기는 한데, 그걸 지켜보고 있는 관객으로서는 자꾸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가슴에 총을 맞아 죽어가면서까지 성조기를 깃대 끝에 올리기 위해 밧줄을 잡아당기는 로버트 레드퍼드의 모습이 나오는 장면에 이르면, 혹 이 영화가 기존의 전쟁영화에 대한 과격한 패러디가 아닌가 싶기도 하
[Review] 라스트 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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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1938년 스페인은 파시스트 집단인 프랑코 정권에 대항하여 공화파가 맞서 일어나고 이를 전 유럽의 양심적인 지식인이 지지하는 내전 상태다. 독일 나치 선전부 장관이자 히틀러의 오른팔인 괴벨스는 스페인-독일 합작영화를 만들어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민중을 장악함으로써 ‘유대인의 소굴’인 할리우드를 무력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이에 따라 여배우 마까레나(페넬로페 크루즈)를 포함한 일군의 스페인 영화인들이 베를린의 거대 스튜디오인 우파(UFA)를 방문하여 뮤지컬영화를 찍게 된다. 마까레나는 이내 여러 남자들의 ‘꿈의 여인’이 된다.■ Review <꿈속의 여인>은 전쟁을 피해 영화 좀 찍어보겠다며 히틀러 정권의 품에 안긴 한 무리의 의심스러운 영화인들을 통해, 2차대전 무렵 스페인 역사의 특정한 순간을 다큐멘터리와 멜로드라마풍으로 뒤죽박죽 불러들인다. 또한 극중에 영화 찍는 장면을 포함시킴으로써 거대 스튜디오 시절의 유럽영화산업을 회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
[Review] 꿈 속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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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록밴드 크라잉 너트는 서울 홍익대 앞에서 매일 저녁 공연을 갖고 있다. 한데 이들의 주변에서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피해자들의 시체 위에 이소룡의 사진이 떨어져 있다는 공통점 때문에 폭력을 유발하는 ‘이소룡 바이러스’에 희생된 것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베이시스트 경록이 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다. 그는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을 ‘탐문수사’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Review 디지털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의 장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에 관한 민속지(ethnography)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면 코믹한 미스터리스릴러로 빠지고, 다시 록다큐멘터리로 흐르는가 싶으면 실험영화 내음이 물씬한 영상으로 넘어간다. 때문에 기존 영화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당황함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 영화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강론 감독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Review] 이소룡을 찾아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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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호르몬 이상으로 온몸이 털투성이가 된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는 자연으로 돌아가 자아를 되찾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짝을 찾기 위해 문명사회로 돌아온 라일라 앞에 문명 신봉자인 과학자 나단(팀 로빈스)이 나타나고, 둘은 사랑에 빠진다. 우연히 숲 속에서 유인원 인간 퍼프(리스 이판)를 만난 나단은 퍼프를 ‘인간으로’ 길들이는 실험에 착수한다. 라일라는 자신의 실체를 알고 떠난 나단의 맘을 돌리기 위해 실험을 돕지만, 문명인으로 길들여지는 퍼프에게 연민을 느낀다.■ Review 세상 어딘가 다른 사람의 의식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있다고 할 때, 존 말코비치가 아니라, 이 사람, 찰리 카우프만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어할 이들이 더 많았을 거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기발함으로 똘똘 뭉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의 시나리오를 썼던 찰리 카우프만의 차기작에 기대가 실리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존 말코비치 되기>의 감독인 스파이크 존즈가 프로듀서로
[Review] 휴먼 네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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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강철중(설경구)은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아 경사로 특채된 권투 선수 출신 형사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강철중의 계급은 경사, 순경으로 낮아지기만 한다. 범인 잡기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마약범에 마약 빼앗아 팔아먹고, 길거리 노점상에 용돈을 받아 쓰는 악덕 경찰이다. 감찰이 들어오는 바람에 함께 부정을 저지르던 강력반장이 바뀌고, 선배가 자살을 해도 강철중의 삶은 별반 바뀌지 않는다. 억수같이 비가 내리던 밤, 조규환(이성재)을 만나기 전까지는. . 승승장구하던 펀드 매니저 조규환은 철저한 자본주의형 인간이다. 위기에 몰린 회사를 냉정하게 부도처리하며 사장을 자살로 내몰고, 자신을 화나게 한 택시기사는 벽돌로 때려죽인다. 조규환은 한달만 기다리면 수백억원으로 불어날 투자금을, 철거 위기에 몰린 고아원을 돕겠다며 빼오라는 아버지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조규환은 태연하게 부모를 죽인다. 그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잔인
[Review] 공공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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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난으로 70억달러에 매각 추진, 진행중인 프로젝트 백지화 우려MGM의 운명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한때 “하늘의 별보다도 더 많은 스타를 거느렸던”스튜디오 MGM이 최근 경영난에 시달리다, 입찰가 70억달러선에 매각을 추진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LA타임스>가 지난 1월15일 이와 같은 사실을 보도하자, MGM쪽은 공식 성명을 통해 “그간 공동 사업(합병)의 기회를 검토해왔다”면서, 아직 어떤 업체와도 구체적인 계약이 이뤄진 바 없다고 발표했다.MGM이 매각을 추진하게 된 것은 AOL-타임워너 합병을 비롯, 최근 할리우드의 라이벌 스튜디오들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덩치를 불리고 있는 사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MGM의 최고경영자인 알렉스 예메니잔도 “더 큰 조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데 내부적으로 동의한 상태”라며, 중소 메이저 스튜디오로서 거대 메이저에 맞서는 어려움이 매각 결정의 주된 요인임을 밝힌 바 있다.MGM은 지난 1924년 설립돼 수많은 화제작과 걸
MGM,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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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비 쿠시 카비 감> 박스오피스 순항중, 주류 영국영화계로 진입할까 관심<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 두 원작소설의 고향인 영국에서도 두 영화의 흥행 각축은 치열하다. 두 영화가 나란히 1, 2위를 다투고 있는 최근의 영국 박스오피스 순위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영화 틈에서 낯선 제목의 영화 한편을 발견할 수 있다. <카비 쿠시 카비 감>(Kabhi Kush Kabhie Gham, 일명 K3G)이 그것이다.지난해 12월14일, 영국 42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인도영화로는 전례없이 높은 박스오피스 순위인 3위로 출발해 개봉 3주째인 1월 초순 현재, 흥행 순위 7위를 달리고 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인도계 이민 인구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영국이지만, 인도영화는 주로 이들 이민자들의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의 소규모 영화관에서만 제한적으로 개봉돼왔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수의 비주류 영화로 치
[런던 리포트] 인도영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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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 스튜디오의 스타 듀오 월레스와 그로밋이 6년 만에 인터넷 단편영화로 돌아온다. 1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12편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월레스와 그로밋>은 2002년 가을 아드만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며 무료 감상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12개의 단편들에는 월레스의 신기한 발명품들이 하나씩 등장할 예정. 닉 파크 감독은 월레스와 그로밋이 등장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그레이트 베지터블 플롯>의 시나리오 작업도 진행중이다
월레스와 그로밋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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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부율개선을 위한 행보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와 영화인회의는 외화에 비해 불리하게 책정되어 있는 한국영화의 극장부금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월8일 추진위원회를 구성, 최근 극장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으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 추진위는 이 자리에서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를 훌쩍 넘은 만큼, 부율 역시 현행 5:5(배급사:극장)에서 외화와 동일한 수준인 6:4로 개선해야 함을 주장했으나, 극장들은 “스크린쿼터제를 폐지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추진위는 <공공의 적>을 필두로 부율 조정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태다. 멀티플렉스 CGV가 가장 큰 수익원인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여전히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도 추진위로서는 적잖은 부담이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인 유인택 제협 회장은 ‘일보 후퇴’한 배경에 대해 “오랜 관행이었던만큼 단시일 내에 극한 대결로
[충무로는 통화중] 부율 올리려면 쿼터를 없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