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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레가 사람을 알 수 없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뒤틀리고 고립된 존재로 보았다면 그것은 그가 대상 인물에 잠재한 정신적인 갈등을 느꼈기 때문만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자기 인식이 뒤틀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그의 모든 초상화는 화가의 내면의 풍경과 흡사하며 자신의 욕망을 투영시키는 거울이다. 초상화는 실레가 비틀린 바깥세상과 인연을 맺는 자신만의 방식인 것이다.”(프랭크 화이트포드 지음, <에곤 실레> 중에서)1910년 에곤 실레가 그린 가장 흥미로운 자화상은 <거울 앞에 선 누드를 그리는 자화상>이었다. 이 그림을 제외한 많은 실레의 자화상은 흔히 두 가지 모습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퀭한 눈으로 스스로 성기를 드러내어 자위를 하는 그림이나 고통으로 울부짖으면서도 그것을 영광스러워하는 자신을 순교자로 묘사한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자화상만은 예외적이었는데, 실레는 자화상을 제작하는 데 꼭 필요한 도구인 거울, 그리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 누드
讚 김기덕 反 II 심영섭이 말하는 김기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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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남자>에서 이전의 물의 이미지는 점차 굳어져서 유리의 이미지로 인간들은 세상을 떠돈다. 선화와 한기의 관계는 파열이라는 상징적 장치를 따라 여대생-깡패, 팔린 자-팔아먹은 자의 경계간의 파열을 거듭하면서 결국 둘은 하나가 된다. 그리고 한기가 선화를 데리고 사창가를 떠나 길 위를 떠돌 때, 둘간의 정체성의 합일은 결국 선화에 대한 한기의 일방적인 시선과 폭력 모두를 용서해주는 면죄부로 장치되어 있다. 그것은 <악어>부터 구사해온 여성의 육체에 관한 가학적 폭력에 대한 김기덕의 오랜 전략이기도 하다. 많은 감독들이 더 강도높은 폭력 묘사를 완충하고자 물타기용으로 웃음을 섞듯이, 김기덕은 고통과 폭력을 섞어놓는다.그러나 고통과 폭력을 섞어 자해적인 제스처로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것 같은 두 주인공의 정체성의 융합이 과연 양방향적인 포옹이던가? 실제적으로 선화와 한기가 사창가를 떠나 선화가 매춘을 하고 한기가 토사물을 치우는 삶을 영위할 때, 선화는 비로소 자
讚 김기덕 反 II 심영섭이 말하는 김기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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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0.1% 가능성에 나는 100을 바친다
“얘가 원래 연극하고 영화에만 나왔는데, 이제 드라마도 하기로 했거든요. 잘 좀 봐주세요.” 1999년 초였나, 매니저 김영일은 한 방송사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당시 신인배우에 불과했던 신하균과 함께 PD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별 반응은 없었다. ‘기막힌 반전’이 벌어진 것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에 신하균을 캐스팅시킨 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김영일은 스스로도 놀랄 만한 일을 경험하게 된다. 영화 개봉 직후부터 신하균의 주가는 죽죽 올라갔고, 불과 2년 남짓한 동안에 그는 영화계뿐 아니라 CF 등에서도 톱스타의 자리를 턱 하니 잡았다.
이야기가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김영일은 그저 수많은 매니저 중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가 연출하고 조연까지 맡았던 ‘역전극’은 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있다. 철부지 아이 같은 류승범을 주말 안방극장의 별로 띄웠고, 임원희와 정재영의 이름을
매니저 김영일이 사는 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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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에게 시간은 돈이다. 그리고 돈은 곧 배우들이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연료다. 그 연료를 얼마만큼 알뜰하고 효과적으로 소비해나가는지, 여기 김영일의 하루 연료 사용내역이 상세히 펼쳐진다.
10:00 압구정 P어학원 305호- “I’m a drinking student”
“What do you think about her?” “어… 음… 쉬 이즈 베리 큐트….” 어쩐지 대화 도중 튀어나오는 ‘r’ 발음이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그의 하루 일과는 영어학원에서 시작된다. 조카뻘 클래스메이트들에 둘러싸여 더듬더듬 대화를 이어나가는 그에게 올해 작은 소망이 있다면 “유창하진 않지만 기본적인 영어회화 실력”을 쌓는 것. “<공동경비구역 JSA>로 해외영화제에 나갔는데 다른 아시아쪽 매니저들은 외국영화사 담당자들과 ‘진짜 대화’를 나누더라고요.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와 연결시키기도 하고. 묵묵히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은 죄다 한국인이야. 사실 장첸과 신하
매니저 김영일이 사는 법 [2] - 하루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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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장진 감독 소개로 만난 첫인상에서 “카리스마 비슷한 것”을 봤고 연극 <매직타임>의 천연덕스러운 양아치 연기를 보고 마음이 확고해졌다. 장점 자기관리가 너무 철저해서 매니저가 신경쓸 게 없다는 것, 단점 그래서 조금 거리감이 있다는 것.
임원희 학교 1년 직속후배로 2학년은 같이 다녔다. 목화에서 연극하던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장점 불만이 있어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가 치사량에 도달하면 ‘술먹자’고 제안. 술먹고나면 쓰레기통 비우듯 사라진다. 뒤끝없다. 단점 술을 너무 좋아할 뿐 아니라 많이 먹는다.
정규수 그전부터 쭉 봐오던 분이셨지만 <박수칠때 떠나라> 하면서 “형님, 제가 일 봐드리겠습니다” 하고 프로포즈. 장점 세상없는 호인, 단점 일욕심이 너무 많다. 영화, 연극, TV 할 것 없이 들어온 일은 다하려고 한다. “그거 해도 되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기 위해선 스케줄 짜는 게 힘들다.
류승범
매니저 김영일이 사는 법 [3] - 그의 배우들의 장점과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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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니 브래스코>에서 지워지기 힘든 장면 하나. 늙고 무기력한 갱 알 파치노가 집에 쭈그리고 앉아 ‘동물의 왕국’(영문제목은 따로 있겠지만)을 넋놓고 보고 있다. 그럴듯한 주석을 붙일 의욕도 없이, 그냥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저렸다.편집자로서 자격미달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지만,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를 며칠전에야 봤다. 보면서 동물의 왕국을 보는 알 파치노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무슨 연상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나쁜 남자>는 슬픈 영화였다. 주인공 한기는 짐승의 시간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다. 아주 나쁜 방식으로 여인을 자기 세계로 끌어들이는 바람에 많은 여성평론가들을 다시 분노케 하긴 했지만, 한기의 그 나쁜 동물성은 어떤 충고도 계몽도 들어설 자리가 없는,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 없는 천형처럼 느껴졌다.개인적으로는 한기의 방식이 너무 명백하게 나쁘기 때문에 별로 해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은밀하게 나쁜 게 가장 나쁘
어떤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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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인간적 면모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신성모독 논란을 빚었던 영화 <예수의 마지막 유혹>의 국내 상영이 가능하게 됐다.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공현 부장판사)는 24일 목사 강아무개씨가 기독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영화를 수입한 ㅋ영화사를 상대로 낸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재판부는 “강씨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 기각사유를 밝혔다.이에 따라 영화사쪽은 예정대로 25일 영화를 개봉할 수 있게 됐으나, 기독교계의 반발로 실제 상영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 작품은 애초 지난해 12월 초 개봉 예정이었으나, 기독교계 한쪽의 압력에 따른 극장들의 기피로 두차례나 상영이 미뤄졌다.하석 기자hgrhs@hani.co.kr
<예수의 마지막 유혹> 상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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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호크 다운>은 대개의 할리우드 전쟁영화와 달리, 오로지 전투장면에 초점을 맞춘다. 전쟁에 개입한 미국의 정치적 올바름을 강변하는 목소리도 없고, 흔히 등장하는 전쟁 영웅 람보도 없고, 전쟁에 참여한 군인들의 개인적인 사연도 없고, 곁다리로 얹어지는 러브 스토리도 없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20분 동안 관객들은 실제 전쟁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숨소리 죽이고, 계속 꼬이면서 악화돼가는 군사작전에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어가거나 오로지 동료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는 군인들의 모습을 볼 뿐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끔찍한 일을 겪고 살아남은 자로서의 허망함을 대리경험하며 잔혹한 전쟁의 이미지를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블랙 호크 다운>은 1993년 10월3일 실제 있었던 미군의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내전으로 인한 대학살과 기근으로 황폐화해가는 소말리아에 미군의 최정예 특수부대인 델타포스와 특공대원들이 유엔 평화유지작전을
적지에 갇혀 18시간 사투 `전쟁의 지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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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루리 감독의 <라스트 캐슬>(2001)은 미국의 군 형무소인 트루먼 교도소를 배경으로 삼은, 여러 겹의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인 어떤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교도소 소장 윈터 대령(제임스 갠돌피니)은 고립된 작은 성채의 절대군주다. 적어도 삼성장군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돼 오기 전까진 그랬다. 윈터는 이 작은 영토를 매우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껄렁패 왈짜들이 모이기 마련인 교도소란 늘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윈터는 때론 감시초소의 위협적인 고무총탄 조준사격으로 수감자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때론 옛 돌담을 복원하는 공사에 동원해 자긍심을 안겨주기도 한다.이 고립된 왕국에,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작전을 감행하다 부하 여덟의 목숨을 잃게 한 과실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삼성장군 어윈이 수감된다.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윈터로서는 백전노장 어윈의 존재 자체가 큰 부담이다. 계급을 박탈당해 서로 경례하는 것조차 불법인 군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은
`절대군주` 반기 든 그들만의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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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류 속도가 영화 만큼 빠른 매체도 없는 것 같다. 하나의 영화가 다른 나라로 팔려가 상품으로 유통되는 속도도 빠르지만, 각국의 화제작들이 전세계 영화 관계자와 비평가들에게 소개되고 평가받는 건 각종 국제영화제를 통해 거의 동시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매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죽치고 앉아 있으면 최근 1년 사이 세계 영화의 경향을 두루 살필 수 있다.영화가 다른 매체보다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나라간 교류속도가 빠른 데 기인하는 듯하다. 자국만의 고유한 편견과 차별의 관습을 옹호하는 영화라면, 당연히 국제적 교류의 장에 나오기 힘들다. 영화의 교류는 당연히 그 관습에 반대하고 싸우는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세계화가 이처럼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소통을 돕고, 나아가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나라 마다의 메카니즘을 들춰내 거기에 대항할 지혜를 함께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은 것인가.그러나 근래에 얘기되는 세계화를 바라보
세계화의 그늘 응시하는 영화,영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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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복합상영관의 급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지역이던 구로구에 시지브이㈜(대표 박동호)의 열 번째 복합상영관 `시지브이구로10`(02-6737-2000)이 개관한 데 이어, 25일에는 영화사 화천공사(대표 박종찬)가 만든 복합상영관 씨네시티(02-1588-1555)가 강남구 학동 네거리에 들어선다. 시지브이는 지난해 23일엔 “여성을 위한 프리미엄 시네마”란 구호를 내걸고 스크린 다섯 개 규모의 `시지브이명동5`관을 개관한 바 있다. 시지브이는 오는 8월엔 스크린 7개의 목동관, 12월엔 스크린 8개의 수원관을 열 계획이다.지난 98년 최초의 복합상영관 시지브이강변11이 문을 연 이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가세해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수는 최근 급증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수가 89개 늘어 전국 818개 스크린 가운데 복합상영관 스크린 수는 197개로 넷 가운데 하나 꼴이 됐다. 올해는 복합상영관의 스크린이 75개
`스크린 5개는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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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상영관 메가박스를 운영중인 오리온그룹 계열사 미디어플렉스(대표 담철곤)가 영화제작 투자 및 배급 사업에 진출한다.미디어플렉스는 최근 `쇼박스(SHOWBOX)`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영화에 대한 제작 투자와 외국영화 수입 및 배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미디어플렉스는 국내 제작 및 투자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콘텐츠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몇몇 주요 작품에 투자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여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배급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별도 법인 설립으로 오리온그룹은 케이블 TV와 멀티플렉스 사업에 이어 영화제작, 투자 및 배급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힘으로써 `종합영상그룹`으로 성장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코엑스 점을 포함해 전국 32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 메가박스는 오는 3월과 7월 대구와 부산 해운대에 10개씩의 스크린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오리온그룹, 영화 배급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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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꿈도 일본어로 꿀 것 같아요."SF영화 (감독 이시명)에서 극중 대사의 70% 이상을 일본어로 연기한 장동건은 촬영 과정에서 고충부터 털어놓았다."일본어로 연기할 때 가장 외로웠습니다. 한국인 스태프들도 내 편이 아니구나생각하니까 눈앞이 캄캄했죠. 나카무라 도루씨가 직접 녹음해 준 대사를 따라하면서일본인과 말하는 속도를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리 완벽하게 일본어 대사를 외워도 결국 감정은 우리말로 떠오르기 때문에 100%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선택 과목으로 일본어를 배워 `히라가나' 정도만 알았다며 엄살을 떨었지만 장동건은 영화 속에서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 연기를 펼쳤다. 일본 배우 나카무라 도루가 시사회를 마친 뒤 "93% 정도는 일본 사람 같다고 말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그가 이번에 맡은 역은 일본 연방 수사국에서 일하는 조선계 형사역. 철저히 일본인으로 자라났지만 훗날 일본 제국의 음모를 알게 된 뒤 조선인 편에 서서 싸운다.강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장동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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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SF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예스터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등 올 한해 봇물을 이룰 SF대작들이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그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였던 것. 게다가 서울이 여전히 일제 치하에 있다는, 역사를 뒤집는 이 황당한 발상이 어떻게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됐을지도 관심거리였다.모습을 드러낸 는 SF물의 모양새를 제법 갖추면서 더 이상 한국 영화가 규모와 기술에 주눅들지 않음을 입증한다. 물량공세의 위력이 컸다.8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총격전과 폭발신, 대규모 세트 등에 공을 쏟았다. 친일논쟁을 유도했던 가상 역사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었음이 드러난다. 제작진이 "시대만 미래로 옮겨온 독립군 영화로 비칠까" 걱정했을 정도로, 극전반에 깔린 감상은 `애국심`이다. 영화는 `1909년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데 실패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복거일의 소설『비명
새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