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의 규칙> La R gle du jeu, 1939년, 112분, 흑백서로 엇갈린 욕망의 그물망 안에 걸린 사람들의 모습을 치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 <게임의 규칙>은 장 르누아르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며 세계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를 꼽을 때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걸작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는 흥행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좋은 평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르누아르는 “나는 <게임의 규칙>의 실패에 너무도 괴로워한 나머지, 영화를 포기하든지 프랑스를 떠나든지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까지 이야기했다. 나중에 영화는 재개봉되면서 정당한 재평가를 받게 되었다. 다수의 인물들로 짜여진 이 소우주에는 코미디와 비극, 멜로드라마와 사회적 리얼리즘 등의 요소들과 함께 섞여 있다. 이 영화가 거둔 성과에 대해 리처드 라우드는 이렇게까지 말한 바 있다. “만약 프랑스가 내일 파괴돼 이 영화만 남는다면, 이 나라 국민들은
장 르누아르 회고전 상영작 17편 프리뷰(2)
-
프랑스의 거장 감독 장 르누아르의 회고전이 부산(7월20일부터 8월4일까지 시네마테크 부산)과 서울(8월9일부터1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무성영화 시대의 걸작 <나나>(1926)에서부터 <탈주한 하사>(1962)까지 르누아르의 대표작 17편을만나보자.편집자장 르누아르와의 인터뷰를 담은 한 소책자에 서문을 쓴 니콜라스 프랭거키스라는 사람은 자신이 실제로 르누아르를 만나게 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 그의 이름과 마주하게 되었는지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풋내기 배우였던 시절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미술관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을 보곤 했는데 그곳 로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난 영화인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들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 카드들 밑에는 해당 인물들이 개인적으로 뽑은 가장 위대한 영화 10편의 제목이 쓰여 있었다. 프랭거키스는 로렌스 올리비에의 카드, 오슨 웰스의 카드, 그리고 엘리아 카잔의 카드 등을 훑어보면
회고전 계기로 본 거장 장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1)
-
테크니션에서 리얼리스트로<암캐>(1931), <익사 직전에 구조된 부뒤>(1932), <토니>(1934), <랑주씨의 범죄>(1936), <거대한 환상>(1937), <인간야수>(1938), <게임의 규칙> 등 세계영화사에 남을 걸작들을 연이어 내놓은 르누아르의 놀랄 만한 30년대는 분명 (시적) 리얼리즘에의 지향이 창작의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했던 시기였다. 사운드의 도입과 함께 앞선 시기의 ‘테크니션’ 르누아르가 ‘리얼리스트’ 르누아르로 이월했던 것인데, 이 두 얼굴의 르누아르 사이에 사운드라는 새로운 요소가 놓여 있다는 것이 분명 우연의 일치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직접 한 말을 들음으로써든 아니면 <암캐> 같은 영화를 봄으로써든 우리가 짐작하게 되는 것은, 영화의 사운드가 르누아르로 하여금 무언가 일종의 ‘(재)발견’을 하게끔 촉진작용을 해주었다는 점이다. 아마 말하는 영화를 통해 르누
회고전 계기로 본 거장 장 르누아르의 작품 세계(2)
-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 세편의 공통점은 원작자가 필립 K. 딕이라는사실이다. 스크린에 옮겨진 편수는 극히 적지만 각 작품의 스케일과 중량감은 가히 위압적이다. 명망있는 할리우드 감독들이 기꺼이 스크린에 구현하고싶어하는 유혹적인 미래세계를 빚어낸 필립 K. 딕은 세련된 문체로 인간의 정체성을 집요하게 파고든 SF작가였다. 미래의 살인을 방지하는 시스템의패러독스를 통해 인간의 정체성, 미래사회의 딜레마를 탐구한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스필버그라는 필터를 통과해 7월26일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있다. <씨네21>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시스템’에 접속하기 전, ‘필립 K. 딕 리포트’를 먼저 공개한다.편집자report1 ┃딕의 미래세계, 환상 그 이상의 환상1. 최초로 필립 K. 딕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무엇일까? 물론 공식적인 정답은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1)
-
-
report3 ┃SF로 간 문학도3. 필립 K. 딕은 아서 C. 클라크나 아이작 아시모프처럼 ‘하드’한 작가는 아니었다. 클라크와 같은 작가들에게 SF세계는 과학적 상상력과 연역 과정을 통해 예측한 ‘가능성 있는’ 미래였다. 하지만 딕에게 SF는 이미 그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현실세계를 기술하는 조금 독특한 도구였다. 그는 미래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과학적 상상력으로 어떻게 미래의 기술을 예측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화성인이나 안드로이드 같은, 이미 존재하는 SF 장르의 클리셰들을 별다른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고 이용했다.골수 SF팬에서 시작한 엔지니어/과학자 출신의 클라크나 아시모프와는 달리 그는 순문학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그가 SF로 시선을 돌린 건, 그것이 그의 미치광이 비전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점은 그의 VALIS를 보면 분명해진다. 우주의 진리와 기존 종교에 대한 장황한 헛소리를 늘어놓는 이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2)
-
report5 ┃도매가로 정체성을 팝니다?5. ‘리얼리티의 허약함’은 감각과 기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아이덴티티의 문제로 연결된다.그의 가장 유명한 단편인 <사기꾼 로봇>(The Imposter)(최근에 게리 시니즈와 매들린 스토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은 이 주제를 다룬 가장 유명한 예다. 과학자인 주인공은 그가 자신을 살해하고 그를 위장한 알파 센타우리 외계인들의 스파이 로봇이라는 모함을 받고 탈출한다. 하지만 그가 찾아낸 것은 진짜 자신의 시체고 그가 로봇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알파 센타우리에서도 보일 만큼’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그의 거창한 최후는 이 부실한 세계에서 자기 존재의 허망함을 알아차린 남자의 충격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영화화된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와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We Can Remember It for
<마이너리티 리포트>등 할리우드가 사랑한 SF작가 필립 K. 딕(3)
-
독일의 괴짜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60)는 지난 79년 자기가 신고 다니던 구두를 요리해 먹었다. 로즈메리와 마늘을 듬뿍 넣어 오리기름에 끓인 구두 한 쪽을 먹어치운 사연은 레스 블랭크의 다큐멘터리 <헤어조크, 구두를 먹다>(1979)에 잘 담겨 있다. 블랭크(67) 감독은 <…구두…>와 <버든 오브 드림스>(1982) 등 헤어조크에 관한 두 편의 다큐멘터리를 들고 지난 11일 개막한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왔다. <…구두…>는 헤어조크가 친구인 에롤 모리스에게 영화를 만들 용기를 주기 위해 필름을 완성하면 구두를 먹겠다고 호언한 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실제 구두를 요리해 먹는 과정을 찍은 작품이다. <버든…>은 아마존강가 밀림에 오페라 하우스를 세우려는 집념과 광기의 사나이에 관한 영화인 <피츠카랄도>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버든…>은 헤어조크가 영화 속 주인공 못지 않은 광기와 집념으
“현실 뚫고 진실 드러내는 게 다큐”
-
장난꾸러기 플라이, 귀여운 여동생 스텔라, 내성적이면서 유전자나 디엔에이(DNA) 공부를 즐기는 뚱보 사촌동생 척. 둘은 부모가 외출한 틈을 타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동굴 실험실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은 지구 온난화로 점점 해수면이 높아지자, 인간이 “물고기가 되어야만 살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 아래 대안을 연구하는 괴짜박사 매크릴의 실험실이다. 목마른 스텔라는 박사가 만든 물고기가 되는 약을 꿀꺽 한 입에 들어마시고 만다. 48시간 이내에 사람이 되는 약을 먹지 않으면 영원히 물고기로 남아야 한다는 박사의 말에, 스텔라를 따라 플라이, 척은 물고기가 되어 바닷속으로 떨어져버린 약을 찾으러 나선다. 하지만 약은 포악한 상어의 이빨청소를 맡으며 살아가던 조의 손아귀에 넘어가 있다. 우연히 물고기가 되어버린 세 아이의 바닷속 모험극을 그린 덴마크 애니메이션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2000)는 어린이 눈높이의 따뜻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세 어린이가
으악, 날좀 봐! 물고기 됐어
-
잡지사 기자인 지원(하지원)은 원조교제 르포기사를 쓴 이후 집요한 협박전화를 받는다. 절친한 친구 호정(김유미)의 빈 집으로 거처를 옮긴 날, 노트북에 6644라는 번호가 떠오르는 이상한 체험을 한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러 갔지만 대리점에서도 011-9998-6644라는 번호만 선택될 뿐이다. 지원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받은 호정의 딸 영주(은서우)가 이해할 수 없는 거친 행동을 보이며 공포는 시작된다. 엄마에게 극도의 적대감을 보이는 영주 앞에서 오직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재능마저 묻으며 살아온 호정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지원은 이전 번호 소유자들 가운데 3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여고생 1명은 실종상태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금씩 진실에 접근한다. 진부한 충격효과에 의존한 전반부가 지루한 데 비해 후반부에 들어가면 ‘사람이 주는’ 서늘한 공포가 느껴진다. 후반부의 예상밖 반전은 공포영화로 손색없을 정도다. 여고생 진희(최제우)의 호정의 남편(최우제)에 대한 애정심리의
계속되는 비극과 진실 영화 <폰>
-
뒷북이지만 월드컵 축구대회 이야기 한번 해야겠다.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내내 극장가는 그야말로 파리를 날렸다. 한국 대 폴란드 경기가 있던 날 부산의 어느 극장은 하루 관객 수가 겨우 수십명에 그치기도 했고, 심지어 어느 극장은 평소 하루 만명대 관객이 들었는데 100명대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때 만난 한 관계자는 한국이 16강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열광했는데, 8강전부터는 ‘이제 그만…’ 하고 빌고 있다니 오죽하면 저럴까 싶었다.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내심 월드컵과 영화흥행의 상관관계가 무척 궁금했다. 연감을 뒤져 미국, 프랑스월드컵이 열렸던 때의 흥행성적을 찾아봐도 월드컵이 영화흥행에 그다지 큰 변수는 아닌 듯했다. 주로 새벽에 중계방송을 봐야 했던 이전 대회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 그래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다. 하지만 결과는 재난에 버금가는 정도였고, 월드컵의 위력에 새삼 혀를 내두를 뿐이었다.월드컵 기간 내내 나는 참
잘 놀았다, 그거면 됐다 / 조종국
-
84년 봄의 어느 날 청량리 성바오로병원에서 사체부검이 실시됐고 사건기자였던 나는 부검실 바깥에 있었다. 부검이 끝나고 문이 열리자 국과수의 부검의가 핏자국으로 얼룩진 흰가운을 입고 걸어나왔고 그뒤를 늙은 여자가 자지러질 듯 울부짖으면서 따라나왔다. 권투선수가 링에서 쓰러졌고 뇌에서 수종이 발견됐다고 했는데, 웬일인지 나는 지금껏 그것이 김득구였고 늙은 여자는 김득구 어머니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소문을 듣자 감회가 서늘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벌써 20년전이야.’하지만 영화 <챔피언>을 보면서 김득구가 82년 11월에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기억이라는 게 원래 장난이 심하지만 왜 그런 조작이 일어났을까. 나는 나름대로, 어떤 무명의 권투선수가 링에서 죽었던 것이라고, 그리고 그 선수를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김득구 사건과 결부시켜 기억했던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무명의 또 다른 김득구에 대해 잠시 묵념.나는 <
지긋지긋한 행랑채살이!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며칠 전 친구가 오밤중에 전화를 해서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내 친구지만 이 지경으로 가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는 할말을 잃을 뿐이다. 연애의 정수란 배신과 무책임이라는, 흔들림 없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하는 인간형으로 살아온 그의 입에서 이런 금기의 언어가 튀어나오다니…. 유유상종이라고, 인간됨됨이에서 별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나, <봄날을 간다>를 봤던 철없는 시절만 해도 “너 총맞았니?”라는 한마디 말로 무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2년 동안 부단히 인격을 갈고 닦은 덕에 “인생이 부조리해”라고 있어 보이는, 실은 아무런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말로 친구를 위로할 수 있었다.이 기회를 통해 허진호 감독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싶다. 작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시사회장에서 일으켰던 작은, 불미스러운 행동에 대해서. 영화를 보며 정착하지 못하는 은수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좌절하는 상우의 고통에 진심
김은형의 오! 컬트 <봄날은 간다>
-
해미님. 월드컵이 끝나고 히딩크도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여진은 남습니다. 고단한 사람들이 모처럼 맞은 축제의 달콤한 기억을 쉽게 잊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히딩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에서 “4700만 우리 모두 가슴 벅차게 행복했습니다”로 이어지는 삼성카드의 심령부흥회풍 광고(이 기괴한 광고에 왜 아무도 항의하지 않는 걸까요)나, 월드컵에 돈을 댄 KT와 거저먹은 SK의 싸움질 역시 당연한 일입니다. 장사꾼의 유일한 존재이유는 팔아먹는 것이고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애국심’은 ‘대한민국의 구매력’일 뿐입니다.인텔리들의 호들갑 역시 여전합니다. 몇달 전 ‘노풍’을 87년 민주화운동과 연결시켜 ‘혁명’이라 부르던 그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혁명을 갖다 붙입니다. 소싯적에 잠시 혁명에 몰두했으되 이젠 누구보다 혁명을 회의하는 그들이 혁명이라는 말을 그리 즐겨 쓰는 건 희한해 보이지만, 2년 전 낙천낙선운동에 슬그머니 혁명을 갖다 붙인(과연 그 혁명은 무엇을 바꾸었던가요)
편지3 - 하나되면 죽는 사람들
-
“제가 형사같이 생겼나봐요?” <H>에서 염정아와 함께 연쇄살인범을 쫓는 형사로 출연중인 지진희가 MBC프로덕션과 일본 <후지TV>가 공동제작하는 드라마 <소나기, 비 개인 오후>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소나기,…>는 한국 형사와 일본 여자가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랑을 다지게 된다는 미스터리멜로물. <여비서> 등 황인뢰 PD의 드라마를 통해 ‘부드러운 예술가’의 이미지를 굳혀왔던 지진희는 영화 데뷔작이자 건들건들한 형사로 출연하는 를 계기로 확실한 캐릭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일본 여배우 오네쿠라 료코가 상대역으로 출연하는 이 드라마는 11월 양국에서 동시에 방송될 예정이라고.
지진희, <소나기,‥>에서 또 형사로 캐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