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진위 사업평가 토론회, “문광부는 조력자로 남아야” 한목소리화살은 결국 문화관광부로 쏟아졌다. 3월29일, 영화인회의를 비롯 영화계 7개 단체들이 마련한 영화진흥위원회 사업평가 토론회. 지난 3년 동안 영진위가 벌인 진흥사업의 공과를 가려내는 자리였지만, 참석자들은 이에 앞서 “문광부의 지나친 간섭이 영진위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기위원회 구성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벌어진 이날 토론회는 진흥책에 대한 개별적인 평가보다는 영진위의 위상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 문광부가 쥐고 있는 영진위의 예산승인권은 자주 도마에 올랐다. 특히 문광부가 올해 예산안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예술영화전문투자조합 결성 비용 등 영진위가 주력하기로 한 사업을 “수익성이 없다”며 전면 거부해서 물의를 빚은 터라 비판이 집중됐다. 영화인회의 유창서 사무국장은 발제를 통해 “문광부는 영진위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조력자로서의 역할
`문광부의 영진위예산 승인권 삭제하라`
-
4월 5일 개봉 예정인 영화 <몽중인>이 85만달러(한화 약 11억원)에 미국으로 수출될 전망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에 주연까지 맡은 이경영은 28일 오후 서울 주공공이 극장에서 열린 청각장애인 및 명사 초청 시사회에서 "오늘 막 미국에서 85만달러에 사겠다는 제의를 해왔다"고 발표했다. 제작사인 가인필름의 김동길 기획실장은 "미국의 글로벌 엔터프라이즈가 27일 팩시밀리를 통해 미주 배급권을 85만 달러에 사겠다는 의사를 알려왔으며 조만간 정식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몽중인>은 시한부 삶을 사는 12살 소녀와 아버지의 가슴시린 사랑을 수채화 처럼 그려낸 작품으로 탤런트 하희라가 4년여 만에 연기무대에 복귀, 소녀의 아버지를 연모하는 역할로 등장한다. (서울/연합뉴스)
미국서 11억원에 <몽중인> 수입 제의
-
‘질린다. 정신사납다. 다 까먹었다.’이번주에 개봉하는 <촉산전>에 대한 영화평론가 박평식씨의 20자 평이다. <씨네21> 기자 가운데 다수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런데 그런 영화를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소개하다니, 라고 의아해하실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영화세상에는 이구동성 혹은 만장일치의 호평 또는 혹평을 받는 영화도 있고, 찬반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영화도 있다. 당연하게도, 후자에 속하는 영화들이 훨씬 흥미롭다. 발견의 기쁨을 선사하는 영화들은 바로 장점을 자기 속에 깊이 감추고 있어 쉽게 눈에 띠지 않는 영화들이기 때문이다.<촉산전>을 보고난 날 밤 김봉석과 나는 서로 입에 거품을 물고 찬사를 주고 받았다. 우리 둘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던 터라 우리는 더욱 신이 났다. 영화에 대해 말하고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순간의 쾌감은 그것이 아무리 얄팍한 것이라고 해도 포기하기 힘들다.우리의 판단이 과연 절대적으로 옳은가. 그
어떤 즐거움
-
“이런 영화를 갈구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영화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내심 불안했다. 그러나 영화제가 시작된 뒤에 관객들은 이미 볼 준비가 돼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997년 서울여성영화제가 처음으로 그 꾸러미를 풀던 날, 이혜경 집행위원장은 단상 위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는 행사가 아니라 운동이었다. 여성운동은 처음으로 영화를 끌어안았고, 영화는 처음으로 여성운동을 끌어안았다. 반향은 컸다. 영화제는 그 사이 존폐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한해 걸러 한번씩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올해부터는 한해도 거르지 않고 여성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됐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운동’은 그래서 이제 더이상 생경하지 않다.제4회 서울여성영화제가 오는 4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에서 열린다. 7개 부문에 걸쳐 21개국의 80여편을 소개할 예정.7개 부문 프로그램의 색깔은 크게 세
전복의 매혹, 신나게 즐기자!
-
-
여성은 귀엽고 온순하고 참해야 하는가. 낡은 여성성에 대한 도발 그리고 전복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돼야 한다.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 Violet Perfume:Nobody Hears You 감독 매리스 시스타치 . 멕시코 . 2001년 . 90분 . 극영화 . 새로운 물결(개막작)어른도 아이도 아닌 청소년. 주체로서 인정도 보호도 받기 어려운 위치다. 특히 성폭력과 매춘은 이들이 접하게 되는 새로운 문제. 그러나 아무도 이들의 취약한 위치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가난한 아이들이라면 성폭력을 당해도 더욱 무시당하기 일쑤다. 멕시코시티에서 증가하고 있는 청소년 강간을 다룬 이 작품은 성폭력의 문제를 계급적 차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15살 중학생 소녀 제시카는 씩씩한 톰보이다. 그 또래 아이들이 그렇듯 세상에 대한 호기심도 많고 반항적이기도 하다. 제시카는 의붓오빠의 농간으로 강간을 당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가난 때문에 새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새로운 물결·한국영화회고전·딥 포커스 부문
-
아남 Anam감독 뷰켓 알라쿠스 . 독일 . 2001년 . 86분 . 극영화 . 새로운 물결독일에서 청소부로 살아가는 터키여성 아남은 아들이 마약에 빠져 있고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아남은 아들을 찾아내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거부한다. 전통을 고수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한 여성의 추락과 그 극복과정을 통해 여성의 힘과 자긍심을 일깨우고 있다.나만의 스타가 되어줘 Be My Star 감독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 오스트리아,독일 . 2001년 . 65분 . 극영화 . 새로운 물결사춘기 소년 소녀의 성에 대한 혼란을 잘 포착해낸 영화. 열네살 소녀가 동네의 스타인 동갑내기 소년과 연애를 시작하는데, 이들은 밤마다 부모의 눈을 피해 부부놀이를 한다. 10대들의 눈에 비친 부부의 성과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축복 Blessed 감독 다카시 토시꼬 . 일본 . 2001년 . 78분 . 다큐멘터리 . 새로운 물결감독의 애인인 스트립댄서 사쿠라의 시점으로 전개한 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그외 영화들
-
영화왕국 발리우드의 그늘에서 피어난 인도여성독립영화들과 아시아 각지 여성들의 자기 보고서 역할을 한 단편영화들. 아시아와 여성이라는 2중의 굴레를 쓴 여성감독들은 올곧은 현실인식과 정직한 자기 응시를 통해 다시 '태양'이 되기를 꿈꾼다. 소외된 자들의 벅찬 날갯짓. 여성영화의 힘에 주목할 일이다.봄베이 유너크 Bombay Eunuch 감독 알렉산드라 시바,미셸 구곱스키 . 인도 .2001년 . 71분 . 다큐멘터리 . 아시아특별전 우르두어로 “중요한 사람들”을 뜻하는 히즈라는 오랫동안 고대 인도와 파키스탄의 궁정에서 일하는 내시(거세남)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힌두교적 전통으로부터 신비스런 분위기를 풍기며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히즈라는, 그러나 식민통치기간을 거치면서 급격하게 몰락한다. 영국인 식민통치자들은 그들의 문화를 탈신비화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던 성스러움을 도착이라는 새로운 근대적 병명으로 대체한 것이다.오늘날 세속적인 인도 카스트의 상류층은 히즈라를 경멸 어린 시선으
아시아 여성영화의 힘 - 아시아 특별전·단편경선 부문
-
ALADINE 감독 안지영. 한국 . 2001년 . 15분 . 극영화 . 아시아단편경선20대 중반의 회사원인 주인공에겐 뜻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천대당하기 일쑤. 그러던 그녀의 수중에 더러운 재떨이 캔이 들어온다. 그 속에서 벌레가 기어나와, 그녀의 묵은 원한과 분노를 풀어주겠다고 말한 뒤로, 그녀의 일상엔 예기치 않은 피바람이 몰아친다. 현대판 알라딘의 램프를 통해 우리의 음습한 내면을 드러내 보여주는 작품,미끼감독 김경희 . 한국 . 2001년 . 3분40초 . 애니메이션 . 아시아단편경선그로테스크한 캐릭터와 분위기가 돋보이는, 짧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담긴 애니메이션. 한 여자가 정성껏 요리를 하고 애완용 고양이에게 먹인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는 상대의 호의를 순수한 호의로 받아들일 순 없다. 뭔가 다른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으니까.신고 감독 박남원 . 한국 . 2001년 . 18분 . 극영화 . 아시아단편경선임신한 아내는 가
아시아 여성영화의 힘 - 그외 영화들
-
카메라를 들고 세상 속으로 돌진하는 여성들과 만난다.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 그들의 현실과 이상을 빼어 닮은 이즈음의 여성 영화들.감각원격조정장치Romote Sensing 감독 우르술라 비이만 . 스위스 . 2001년 . 53분 . 비디오에세이 . 여성영상공동체<욕망을 쓰기>(Writing Desire)에서 네트상으로 떠도는 여성들의 이미지를 추적했던 우르술라 비이만이 이번에는 <감각원격조정장치>를 통해서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전 지구적 이주 과정을 나사(NASA)의 위성추적장치로 뒤쫓는다. 매매춘은 독일과 체코의 경계에서부터 동남아의 미군주둔지대까지 전 세계를 망라한 채 벌어지고 있으며 여성들은 그 전 지구적 몸의 유통회로를 작동하게 하는 교환물이 되어 유령처럼 지구 곳곳을 떠돈다. 이 작품은 로라의 집을 탈출한 여성을 제국의 이름으로 다시 감금시키는 탈식민지 시대의 신식민지적 여성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비이만은 이전 작품인 <욕망을 쓰기&
액티비즘 영화·비디오 - 여성영상공동체·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
-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감독 김미례 . 한국 . 2001년 . 38분 . 다큐멘터리 . 여성영상공동체골프 캐디, 학원강사, 구성작가, 청소미화원, 식당조리사, 파견근무자. 이들의 공통점은 비정규직 노동자라는 것, 그리고 종사자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비정규직여성권리찾기 운동본부에서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생활실태와 투쟁을 담아내고 있다.여성주의 딴따라가 노래를 한다감독 한천지영(이다) . 한국 . 2001년 . 15분 . 다큐멘터리 . 여성영상공동체음악과 춤 속에도 여성주의는 있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의 콘서트 기획에 참여하던 감독은 영상물을 통해 여성주의 뮤지션들의 계보를 그려 보기로 결심한다. 전국의 대학, 언더그라운드, 여성운동 방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중인 뮤지션들의 공연과 인터뷰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세계의 여성 노동자들Working Women of the World 감독 마리 프랑스 꼴라르 . 벨기에 . 2001년 . 53분
액티비즘 영화·비디오 - 그외 영화들
-
■ 복수는 나의 것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류는 신장병을 앓는 누나를 위해 장기밀매조직을 찾아간다. 하지만 돈과 신장을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자 다니던 공장사장 친구인 동진의 딸을 납치한다. 박찬욱 감독,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출연, 명필름 제작, CJ엔터테인먼트 배급, 상영시간 121분김봉석 통찰, 재기 그리고 사라진 영혼 ★★★박평식 응징은 아나키스트의 몫? 박찬욱의 서늘한 농담 ★★★심영섭 인생은 싸구려다, 그러나 심장은 비싸다 ★★★★☆홍성남 어떻게 보거나…, 한마디로 불쾌한 영화 ★★★■ 로얄 테넌바움테넌바움가의 세 남매는 어린 시절 비범한 재능을 보인 천재들. 그러나 부모인 로얄과 애슐린의 별거는 이들의 앞날에 암운을 드리운다. 세월이 흘러 재정이 바닥난 로얄은 불치병을 가장하여 집으로 돌아오고, 세 남매 또한 그를 보러 모인다. 웨스 앤더슨 감독, 진 해크먼, 기네스 팰트로, 벤 스틸러 출연, 브에나비스타 코리아 수입·배급, 상영시간박평식 닫힌 삶의 상흔을 여유롭게
복수는 나의 것/로얄 테넌바움/위대한 비상/촉산전/타임머신/웨이트 오브 워터/밴디츠
-
영화 <토지>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 위해 파나마영화제에 참석했던 김지미가 의상상을 대신 수상했다는 소식은 한편으론 기쁘고 한편으론 섭섭했어. 그땐 스탭 관련 시상은 감독이나 배우가 자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어. 상을 탔다는 소식만 듣고 상은 구경도 못했다는 스탭들도 있었고. <토지>의 의상상도 결국 김지미가 받았다는 것만 알았지, 뒤에 아무 말이나 보상도 없더라고. 하긴 국내 영화제만 해도 스탭들의 자리를 만들어 준 게 최근의 일인데.그것보다 더 힘빠지는 경우는 주연급 배우 의상만 몇벌 만든 이가 의상부 대표로 상을 받을 때야. <사의 찬미>(1991)와 <금홍아 금홍아>(1995)는 대종상 의상상을 수상한 작품이지만 나와는 아무 관련도 없어. 장미희와 이지은에겐 전속 디자이너가 있었는데, 그이들이 수상자가 됐거든. 온갖 엑스트라와 다른 주조연들 옷들은 내가 다 지었지만, 다 소용없더라구. 상을 타야 공이 인정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옷 짓느라 얻은 빚 때문에 이사 수십번 다녔어”
-
서극은 아직도 꿈을 꾸는 사람이다. 오십을 넘긴 나이에도 그는 푸른 기운 서린 안개 속에 뿌리없는 산봉우리를 세우고, 영원히 죽지 않는 영웅들의 수천년 무용담을 한번의 숨결로 풀어놓는다. “여자에게 꽃을 꺾어주는 낭만은 모르지만 내겐 기억이 곧 로맨티시즘”이라고 말하는 그의 마음속에선 아직도 장대하고 낭만적인 신화가 굳건한 벽처럼 버티고 서 있다.
그 때문에 <촉산전>은 이해할 수 없는 스토리와 쉬어갈 줄 모르고 강렬하기만 한 영상이 뒤얽힌 실패작이면서, 그의 대표작이다. <촉산>으로 첫마디를 뗐다고 할 수 있는 <촉산전>은 <소오강호>와 <동방불패> <선학신침> <청사> 등 중국신화의 흔적이 꾸준히 박혀 있는 서극 영화세계의 정점이다. 최소한 아직까지는 그렇다. <촉산전>을 마주한 우리가 부당하게 박대받아온 서극의 이십년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때문이다. 무모한 용기가 빚어낸, 꿈같은
서극과 <촉산전> [1]
-
1951년 서극이 태어난 곳은 홍콩이 아니라, 베트남이다.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함락하기 전, 서극은 13살의 나이로 홍콩에 왔다. 그 경험은 <영웅본색3>에서 그려진다. 이제 곧 사라질 도시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던 소년은 진정한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그가 자라서 <영웅본색>의 소마가 된다. 싸움과 죽음의 의미를 깨달은 청년은, 서서 죽을지언정 결코 무릎 꿇지 않겠다는 누아르의 용장(勇將)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무협지의 영웅들이기도 하다. 홍콩 역시 사이공과 어딘가 닮아 있는 곳이다. 1997년 이후의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곳. 대륙의 어딘가에서 떠나왔고, 또 어디론가 떠나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곳. “홍콩은 늘 거품 위에서 살아간다. 홍콩사람들은 끊임없이 트렌드에 빠지고, 도박에 빠진다. 모두 이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품 위에서 미끈거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순간의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원한다. 심각하게 그
서극과 <촉산전> [2] - 서극의 영화적 성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