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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비극이다. 속옷 한장도 모친에게 의탁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비극은 비극이다. “시국사범으로 감옥에 들어갔을 때 결국 나를 끝까지 지켜 본 건 그렇게 이 갈고 싸우던 가족뿐이더라”는 어떤 이의 글에서 느낀 것도 가족은 비극이라는 사실이다. 엄마는 그렇게 생각해? 정말 깨는군. 그럼 우리 그만 가족하지, 이렇게 끝날 수 있는 관계라면 비극이 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나는 자유인이다” 떠들고 다녀도 유전자에서 발가락을 까딱거리는 사소한 습관까지 평생을 가족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그래도 가족밖에 없다”라는 말은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도 참으로 쓸쓸하게 들린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허공에의 질주>를 보면서도 앞의 글을 읽을 때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을 하다가 일이 꼬여 수배자가 된 운동권 아빠와 엄마, 그리고 부모와 함께 이 도시에서 저 도
김은형의 오!컬트 <허공에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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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자면, <하얀 면사포>에서 마틸드, 그러니까 바네사 파라디의 죽음이 (정신적인) 나의 10대를 끝냈고, <나쁜 피>에서 오토바이 소녀, 줄리 델피의 눈물이 (역시 정신적인) 나의 20대를 시작하게 했다. 하지만 그런 취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996년 작고한 <마스카라>의 이훈 감독을 만나면서, 함께 작업하면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헐렁한 영화들’에 대한 애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예전엔 느끼하게도 우아를 떨던 내 취향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10대 시절부터 AFKN을 통해 그렇게도 지겹게 일년에 한 번씩 보던 <록키 호러 픽처 쇼>가 개봉한다기에 열댓번도 더 본 그 영화가 상영되던 대학로의 어느 극장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기도 했다. DVD 시대가 되면서 저주조차 받을 겨를이 없었던 말 그대로 ‘쓰레기’ 영화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소니 치바의 권격 액션물, 머리를 한껏 부풀린 글래머 아프리카인들이 소울 뮤직에 맞
새로운 도전, 노년의 로망, <스페이스 카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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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드러낸 여자들은 도시의 여름을 긴장시킨다. 탱크톱에 핫팬츠로, 강렬하게 몸매를 드러낸 여자가 저쪽에서 걸어올 때, 더위에 늘어진 거리는 문득 성적 활기를 회복한다. 노출이 대담한 여름 여자를 볼 때마다 나는 내가 그 여자의 옷을 보고 있는지 몸을 보고 있는지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 이 혼란은 온갖 정의로운 담론들이 아우성치는 이 황폐한 도시에서 밥벌이를 해야 하는 나의, 그나마의 즐거움이다.진보적 자유나 보수적 진실을 절규하는 신문 칼럼을 읽을 때가 아니라, 노출이 대담한 젊은 여자가 그의 젊은 애인의 허리를 부둥켜안고 활보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이 나라의 미래에 안도감을 느낀다. 여름 여자들의 그 손바닥만한 탱크톱과 핫팬티, 그리고 그 밖으로 드러난 팔다리 사이에서 나는 흔히 아득함을 느낀다.여자들의 여름패션이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탱크톱의 긴장감과 해방감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탱크톱은 하나의 완연한 세계를 이룩한 패션이다. 드러내기와 감추기 사이에서 탱크톱은 가장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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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 맥과이어가 ‘스파이더 맨’에서 ‘호스맨’으로 직종을 변경한다. 미국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의 최근 소설 <씨비스킷: 미국의 전설>을 영화화하는 동명의 작품 <씨비스킷>에, 프로듀서 겸 주연으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토비 맥과이어는 이 영화로 1200만달러의 개런티를 받을 전망. <씨비스킷>은 경마 기수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로, 토비 맥과이어는 1930년대 이름을 날렸던 명마의 기수 역을 맡는다. 연출은 각색도 손수 한 게리 로스 감독이 맡는다. 토비 맥과이어와 게리 로스는 이미 <플레전트 빌>에서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 사이. <씨비스킷>은 내년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올 가을 크랭크인한다.
<써비스킷>에서 명마 기수로 변신하는 토비 맥과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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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예쁜 과외선생님이라면…, 이렇게 멋진 학생이라면…. ‘2년 꿇은 고등학교 5학년’생과 그의 과외를 맡은 발랄한 여대생과의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를 담게 된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김하늘과 권상우가 캐스팅되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나이는 같지만 사회적 위치(?)가 다른 두 남녀가 으르렁거리다가 결국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따라갈 예정이다. <동감> 이후 오랫동안 브라운관에서 ‘보충수업’을 받아온 김하늘과 늦은 스크린 데뷔를 따라잡겠다는 듯 <일단 뛰어>에서 <데우스마키나>까지 쉴새없이 야간학습중인 권상우, 실제로는 권상우가 76년생으로 78년생인 김하늘보다 두살 많은 오빠라고.
새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캐스팅 된 김하늘,권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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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안엽기적임다. 우리는 열나 클래식함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오랫동안 준비해온 곽재용 감독의 신작 <클래식>에 조승우, 손예진이 캐스팅되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가운데 우연이 필연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담담히 담아내게 될 <클래식>은 “한국의 7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 시대의 사랑과 밀레니엄의 사랑이 교차하는 이야기이자 자연스럽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도 동질감을 느끼게 해줄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담은 영화”라고. 손예진은 과거 속의 인물인 ‘주희’와 현재 속의 인물인 ‘지혜’ 역을 동시에 맡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1인2역을 선보이며 조승우는 과거 속의 인물인 ‘준하’ 역으로 등장한다.
<춘향뎐>의 이몽룡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던 조승우는 이나영과 함께 출연했던 <후아유>를 통해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연극무대와 뮤지컬을 통해 트레이닝된 안정감 있는 목소리와 유들
조승우·손예진, 곽재용 감독의 신작 <클래식>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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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피운 한 가치 담배 속에서 내 하루 시작되고/ 그 한 모금이 내뿜는 연기 내 하늘을 덮네/끊으라는 어머니 잔소리는 고마운 삶의 의미/ (중략) 매맞는 나의 청춘 짓밟힌 자존심을 단 하나 달래주는 건/ 참다 참다가 뒤돌아 서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담배 한 모금 저 하늘에 뿜는 순간.”- <담배 한 모금>처음, 혹은 첫 만남에는 늘 미묘한 긴장과 설렘의 줄다리기가 벌어지곤 한다. 음악을 업으로 삼은 지 어언 13년째, <라이터를 켜라>로 처음 영화음악에 접속한 윤종신씨의 작업도 그랬다. “내 얘기가 아닌 남의 얘기에 내 음악을 얹는” 과정은 다소 낯설었지만, “음악을 하면서 지휘를 받는 게, 따라주고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끌어내는 것만 하다가 음악적 감정을 집어넣는 대상이 확실히 보이니까” 재밌더라는 그의 말에는 새로운 과제를 마친 즐거운 흥분이 남아 있다.지금보다 좀더 소년적인 미성을 들려주던 015B의 객원
<라이터를 켜라> 영화음악 맡은 가수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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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의 난폭하고 광기어린 한해! 미국의 한 언론은 최근 로빈 윌리엄스의 행보를 이렇게 설명한다. 하긴, 화살코에 주걱턱, 선한 눈매와 친근한 미소로, 낭만과 이상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로빈 윌리엄스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올 초 인디영화 <스토커>에 그림처럼 행복한 한 가족에 집착하는 이상성격 사진사로 출연하더니, 가족영화 <스무치>에서는 일자리를 코뿔소 코스튬 청년에게 빼앗기고 복수하는 전직 TV쇼 호스트를 연기했다. <인썸니아>에서는 한술 더 떠, 베테랑 형사를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연쇄살인범이 됐다. 영원한 ‘해피 보이’인 줄 알았던, 그 로빈 윌리엄스가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천사’ 또는 ‘성인’의 이미지를 지닌 로빈 윌리엄스의 악역 연기에 소름 돋는 리얼리티가 있다. <인썸니아>에서 그는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미스터리 소설 작가를 연기하며, 주변 캐릭터는 물론 관객까지도 그의 비행을 근사하고 정당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사악하
선한 미소를 띤 살인마, <인썸니아>의 로빈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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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퀴즈
하나. 하루 중 아직 밝은 어느 때, 신도시의 어느 한적한 아스팔트 골목길 위에 한 여자가 쓰러져 있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폴더가 떨어져나간 휴대폰과 작은 세탁전표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번, 과음하고 길에서 잠이 들었다. 2번, 뺑소니 사고. 3번, 투신자살. 4번, 노상강도의 습격. 문제는 쉽지 않다. 여자는 노숙을 한 사람 치고는 상당히 깨끗하며 근처에는 핏자국도 없고, 돈을 털린 흔적도 확인되지 않는다. 차바퀴자국도 남아 있지 않다. 그렇다면 답은 몇번일까. 고민을 하다 포기하고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허무하겠지만 그가 일단은 정답자다. 잠시 뒤 여자는 깨어나지만, 그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고, 자신이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남편은 아내 없는 빈집에서 그저 그녀가 ‘사라졌다’라고만 말하고 있다.
문제의 수수께끼는 바로 한국, 타이, 홍콩, 세 나라의 감독들이
<쓰리>의 한국편, <메모리스>의 주인공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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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가장 알맞는 재능을 찾아가다보면 도착지는 결국 히사이시 조였고, 그렇게 반복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이어진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53)와의 작업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똑같은 과정이 기타노 다케시와 작업하는 동안에도 되풀이됐으리라.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부터 올해 베니스영화제 출품작 <인형들>에 이르는 기타노의 영화에서도 히사이시 조의 선율은 화면 가득 넘실거렸다. 현대 일본영화의 두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기타노 다케시에게 전적인 신임을 얻고 있는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는 단순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멜로디와 리듬으로 관객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와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 <키즈 리턴>에서 마사루를 태운 신지의 자전거가 텅 빈 운동장을 도는 장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용을 타고 날아오르는
<기쿠지로의 여름> 맡은 일본 최고의 영화음악가 히사이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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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대표이사 박병무)가 13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멀티플렉스 극장사업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플레너스는 이를 위해 MVP 창업투자의 공동투자를 받아 230억원 규모의 멀티플렉스 사업체인 ㈜프리머스 시네마를 설립한다. 플레너스는 영화, 음반, 온라인 게임, TV프로그램 제작까지 다양한 연예 오락 부문의 사업영역을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지난 5월에는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 서비스와 합병한 바 있다. 프리머스 시네마는 2004년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방 대도시 및 주요도시 등에 모두 100개의 스크린과 2만4천 석 규모의 복합상영관을 열 계획이다. 프리머스 시네마 이성수 대표이사는 ‘관객 수 면에서 영화산업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멀티플렉스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돼 있다’며 ‘멀티플렉스가 없는 지역부터 극장사업에 진출, 시장을 확대하고 제작ㆍ배급ㆍ상영망의 영화시장의 수직적 네트워크를 완성해 수익을 극대화 하겠다’고 사업 추진 배경을
플레너스, 극장사업 진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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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문 채널 HBO는 오는 19~21일 매일 오후 10시 10대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3편을 잇따라 방영한다.19일 전파를 탈 <아메리칸 촌놈.(감독 에이미 핵커링)은 <아메리칸 파이>의 제이슨 빅스와 미나 수바리를 기용한 코믹 청춘물. ‘촌뜨기’라고 따돌림받는 순진한 대학생 폴이 신입생 도라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대 소동을 그렸다. 20일 방영될 독일영화 <걸스 온 탑>(감독 캐럴린 헤어푸르트)은 ‘자전거 타기’를 통해 묘한 쾌감을 느끼는 등 오르가슴을 충족시키려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는 호기심 많은 세 명의 여고생들의 은밀한 경험담을 다뤘다. 1970년대 아일랜드를 무대로 청춘의 돌파구를 찾아 방황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인 <아웃사이드 포로비던스>는 21일 방영된다. <메리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연출한 피터 페럴리가 각본을 썼고, 알렉 볼드윈이 주연을 맡았다.한편 OCN은 `잠수함 영화 특집'
HBO, ‘사춘기 코미디 영화’ 특집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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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케이지, 일명 ‘트리플 X’는 자신의 담력과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낙이다. 모터사이클 점프나 암벽 등반은 기본이고, 쟁반 타고 계단 난간 내려오기, 눈사태 일어난 산에서 스키 보드로 탈출하기 등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스턴트 스포츠를 즐기며, 자신이 연출하고 주연한 이 ‘묘기 대행진’을 녹화해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다. 그런 그를 국가보안국 요원인 깁슨스가 호출해, 그간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며, 그럴듯한 제안을 한다. 감옥에 가는 대신, 프라하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무정부주의자 요르기의 음모와 야심을 알아내라는 것이다. 날건달 ‘트리플 X’가 하루아침에 스파이로 거듭난 사연이다.“트리플 X는 오스틴 파워도, 제임스 본드도 아니다. 도회적이고 이국적이며, 불법 게임과 문신과 피어싱에 중독된 청년이다. 허무주의에 젖은 안티 히어로의 모습인 것이다.” 지난해 자동차 경주에 갱스터 총격전을 뒤섞은 액션 <분노의 질주>로 대대적인 성공을 기록한 롭 코언은 <트리플 X
해외신작 <트리플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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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아침이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한밤의 양수리 세트장,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고만고만한 남자아이들이 환성을 지르며 내달린다.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의 태권도장 세트에 모여든 이 아이들은 숨막히는 조명의 열기도 상관없이 TV에서만 보던 공효진에게 장난을 걸고 “구령 외치는 척만 하라”는 감독 아저씨의 설명에 “립싱크하라는 거구나” 기운넘치게 대답한다. “어느 동네에서 데려왔어? 얘들 진짜 똑똑하네.” 이무영 감독이 외치는 기분좋은 한마디와 함께 <철없는 아내…>는 하루 열여섯 시간의 강행군을 망설임 없이 달려나간다.<철없는 아내…>는 <휴머니스트>의 이무영 감독이 오랜 친구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제목을 선물받은, 슬프다가도 웃기고 황당한 삼각관계 이야기. 미모만 믿고 설치는 철없는 아내(조은지)와 그녀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태권소녀(공효진), 두 여자 등쌀에 시달리는 파란만장한 남편(최광일)이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촬영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