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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산업적 가치부양 덕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올라가긴 했지만, 그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접은 아직도 편협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자국영화의 흥행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일본조차도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부문을 문화적 반열로 끌어올리기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는 얘기.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적, 문화적 지위를 점유하고 있는 작품이나 작가의 면면을 세고 있다보면 그 길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지난 8월17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에서는 ‘찰스 M 슐츠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슐츠는 국내에서는 ‘스누피’나 ‘찰리 브라운’이라는 캐릭터명으로 더 유명한 만화 <피너츠>의 ‘창조주’. 이 작품은 1950년 처음 선보인 이후 원작자가 병으로 은퇴한 2000년까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75개국, 2600여
스누피의 집으로 오세요,8월17일 개관한 `슐츠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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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물고기> 출간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초현실 미스터리 <시오리와 시미코의 밤의 물고기>(시공사)가 나왔다. 시오리와 시미코, 두 여학생이 생활 속에서 만나는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그린 연작으로, <살아있는 목> <파란 말> <살육시집>에 이은 네 번째 연작집이다. 두 주인공이 골동품 잡화점에서 각자 가져온 물건들이 살아서 다투게 되는 ‘잡화전쟁’, 커다란 책 속에 들어가 바다 속의 책을 낚는 ‘책 물고기’ 등 모두 8편의 단편들이 담겨 있다. 작품의 색채나 분위기는 호러적인 느낌을 많이 주지만 실제 내용은 유령, 요괴들의 기이한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유머러스한 판타지에 가깝다. 조연인 고양이 캐릭터와 더불어 고양이 모양의 지형 등 고양이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장치들이 많다는 것도 이채롭다.<남자 이야기>와 <야후>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남자만화계의 가장 중요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두 작품
또 하나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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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신비로운가? 심야 만화방에서 컵라면과 과자 몇 봉지를 끼니 삼아 하룻밤에 수십권의 만화책을 읽어치우는 남자들. 1시간에 1권도 읽을까 말까 한 나 같은 작자는 감히 쳐다보기도 힘든 무공이다. 아니 더욱 신기한 것은, 그들을 위해 한달에 서로 다른 6개 테마로 단행본 10권을 뽑아내는 만화가(2002년 7월의 김성모)라고나 할까? 이 창작과 감상, 아니 생산과 소비의 황당함은 그 작품 속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108계단 40단 콤보와 같은 초절의 기술로 우리의 뼈와 살을 분리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만화들을 단순한 유행어 몇 마디와 함께 웃어넘길 수 있을까? 무엇이 그 만화를 보게 할까? 거기에는 남자들을 들뜨게 하는 부정할 수 없는 쾌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황당무계 남성폭력만화의 공고한 전통은 수십년 전 일본에서부터 굳건히 존속되어왔다. 최근 전 34권으로 번역 완결된 미야시타 아키라의 <돌격 남자 훈련소>(대원씨아이)는 그 세계의 비밀을 알려주는 중요한 작
34권으로 완결된 미야시타 아키라의 <돌격 남자 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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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차라리 전쟁터 한복판에 비둘기도 날리고 그러지….’ 가끔 들르는 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본 영화 <윈드토커>에 대한 한 네티즌의 한숨 섞인 평가다. 그 사이트에서는 한 네티즌이 <윈드토커>를 ‘사이판 버전의 <영웅본색>’이라고 비꼬자, 다른 네티즌들이 ‘<영웅본색>을 욕되게 하지 말라’며 항의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이스 오프>에 이어 <미션 임파서블2>를 통해 할리우드 적응을 완벽히 끝냈다는 평가를 받아온 오우삼 감독의 신작은, 그렇게 네티즌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에는 ‘그래도 오우삼’이라고 애써 좋은 면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는 팬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하지만 아무리 아쉬움이 많은 영화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몇 가지 면에서는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마련인데, <윈드토커>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윈드토커> 소재된 인디언 무전병들의 활약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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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이 ‘꼬마’라는데 <기쿠지로의 여름>은 ‘어른’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하는 어른의 이야기다. 이 홈페이지에서 기타노 다케시는 더이상 <하나비>의 냉혹한 킬러가 아니다. 대신 풀장 한가운데서 몸에 꽉 끼는 핑크색 튜브에 몸을 담그거나 꼬마와 커플룩으로 꽃무늬 남방을 입은 채 넋놓고 앉아 있거나 작은 연못에 쭈그리고 낚시질을 하는 기타노 다케시가 있을 뿐이다. 기타노만이 아니라 화면 구석구석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다. 수박껍질을 머리에 쓰기도 하고 괴상한 분장을 한 채 “와타시와 우주인데쓰!”를 외친다. 유일하게 점잖은 사람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근심에 찬 남자아이.사실 이런 재밌는 설정은 모두 영화 속 에피소드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여름 놀이 대백과’라는 것도, 뚱보아저씨, 문어아저씨도, 예쁜 천사의 종도. 천사의 종을 누르면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아름다운 영화음악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감독, 각본,
<기쿠지로의 여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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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게 영 탐탁찮은 게이머가 하나 있다. 그는 점 두어개로 이루어진 마리오가 모노톤 화면을 뛰어다닐 때부터 평면을 입체로 볼 수 있는 신기한 기술을 익혀왔다. 현란한 카메라워크의 풀 3D 화면은 어지럽고 멀미가 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머리가 몸보다 더 큰 SD 캐릭터가 탄생한 건 사실 기술적 한계 때문이었다. 몇 안 되는 도트로 캐릭터의 표정을 표현하려니 머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짧은 팔다리를 버둥대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모습은 새로운 캐릭터성을 가져왔다. 그는 이등신 혹은 삼등신에 어울리는 커다란 눈망울의 깜찍한 캐릭터들을 열렬히 사랑했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이 기술 진보라는 미명 아래 추악하기 그지없는 괴물로 바뀌어버렸다.그건 아마도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시작된 일이었던 것 같다. 3D의 길로 가기로 결정한 제작사들이 우선 참고한 게 게임기보다 3D 경험이 많은 구미 PC게임이다. 미국 게임에서는
결국은 귀여운 게 이긴다,<포포로크로이스 처음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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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미리 이야기하자면, <청춘군상>이라는 제목을 달고 국내에서 DVD로 출시된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는, 한글로 번역된 몇몇 영화 책들, 예컨대 펠리니의 회상을 담은 <나는 영화다>나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청춘군상>이라고 나와 있는 그 영화와는 다른 영화다. 후자의 <청춘군상>은 공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으르고 무기력한 다섯 젊은이들의 세계를 담은 펠리니의 53년작 <비텔로니>(I Vitelloni)를 가리키는 것이다. 반면 전자의 <청춘군상>은 <버라이어티 쇼의 불빛>이 원제인 펠리니의 50년작을 이른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여기에 붙여진 이 익숙한 제목은 <비텔로니>에 붙은 같은 제목에 비해 도대체가 의심스럽다. 나이 마흔이 넘은 중년 남자가 주인공인 영화가 영 혼란스럽게도 <청춘군상>으로 불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여하튼 이제부터
라스트 신은 없다, <청춘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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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 Pan Special Edition1953년,감독 윌프레드 잭슨, 클리드 제로니미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4:3 스탠다드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출시사 월트 디즈니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제임스 배리가 발표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월트 디즈니의 1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밤비> 이후 40년 초부터 제작을 준비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18년 만인 53년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이번 출시작은 좀더 선명한 화질과 귀에 익숙한 추억의 음악으로 탄생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보물찾기 게임, 제작과정, 삭제된 컨셉 소개, 피터팬 스토리, 스틸 갤러리, 음성해설 등을 서플로 담았다. 모든 메뉴와 서플에 한글자막이 지원된다.
피터팬 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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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t Andy Warhol1996년,감독 메리 해론출연 릴리 테일러, 야레드 해리스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출시사 스펙트럼
60년대 급진적인 사상가였던 발레리 솔라나스의 실제 삶을 영화화한 작품. 그녀는 미국의 대표적인 과격파 페미니스트로 남성의 거세를 주장해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어느 날 그녀는 ‘Scum’이라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영화를 만드는 데 앤디 워홀이 제작을 맡길 원했으나 그가 계속 거부하자 총으로 앤디 워홀을 쏴버린다. <아메리칸 사이코>를 만든 메리 해론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며 96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나는 앤디 워홀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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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자막 한국어화면포맷 4:3 스탠다드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출시사 어뮤즈코리아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감동을 다시 한번 맛볼 수 있는 타이틀이 출시되었다. 이번 타이틀에는 한국 대 이탈리아의 경기를 담았으며 당시 경기가 열렸던 대전 경기장의 이모저모와 양국 응원단의 모습, 응원단 인터뷰, 한국의 16강 진출 과정, 영원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아주리 군단 소개, 출전선수 소개, 이탈리아 예선전 하이라이트 모음, 양국 감독 인터뷰 등을 실었다. 특히, 방송에는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부가영상을 담아 생생한 현장의 감동을 선사한다.
2002 FIFA 한일 월드컵:대한민국 vs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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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Palm 2002년, 감독 육상효출연 차인표, 김윤진, 박광정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오디오 돌비 디지털 2.0출시사 스타맥스
애인을 찾기 위해 전자밥통 하나 달랑 들고 미국 땅으로 건너온 한 남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미국 유학 중인 육상효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LA 올 로케 및 현지 스탭으로 제작되었다. 제목 <아이언 팜>은 뜨거운 모래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며 단련시키는 무예수련법인 철사장(鐵砂掌)의 영어식 표기. 서플로 영화 본편 외에 배경설정 및 스토리보드 소개와 제작노트, 제작진 및 출연진 소개, 극장용 예고편, TV용 예고편, 영화 제작과정 등을 담았다.
아이언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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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ited Edition 2001년, 감독 문승욱자막 영어, 한국어, 청각장애인용 한국어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지역코드 All출시사 팝엔터테인먼트아시아왜, 이 영화의 DVD를 그렇게 목마르게 기다렸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불가능하다. 다만 DVD에 매료된 이후부터 ‘디지털’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흥미를 느끼게 된 것과 약간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과연 ‘한국산(감독의 국적과 주연배우들의 언어로 판단할 때) 저예산 디지털 SF영화’는 어떤 형태로 DVD에 담겨져 나올지가 궁금했다고나 할까. 그런 의미에서 <나비> DVD의 감상은 영화보다는 영화와 DVD라는 매체와의 융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방향으로 잡게 되었다.그렇게 마음먹고 타이틀을 보기 시작하자마자 메인 메뉴화면부터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차랑차랑차랑∼’ 하는 낭랑한 방울소리가 각 코너를 안내하는 순간, 이 타이틀의 디지털 사운드가 대단할 것
<나비> Limited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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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비디오 가게에는 감시카메라‘마저’ 있다. 단단히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듯, 카메라는 작은 TV와 연결되어 천천히 흘러가는 타임코드와 함께 진열대를 순회하는 고객을 향해 항상 전시되고 있다. 카메라의 시점은 부감을 넘어서 버즈아이뷰, 아니 거의 전지적 시점에 가깝기 때문에 TV화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곤 오로지 내 머리숱이 얼마나 많으냐 하는 것 정도지만.그러나 얼마 전 나는 꽤 진귀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으니, 구석진 곳에서 아줌마 아저씨가 뽀뽀를 하고 있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마침 아르바이트생은 잠시 자리를 떴고 그날따라 TV는 카운터 옆 바닥에 내려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 손바닥만한 좁은 공간의 가장 후미진 곳을 찾아 애정행각을 탐구할 여유를 갖다니 아줌마 아저씨의 사랑은 대단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의 사랑의 결실인 듯한 다섯살배기 어린애는 아무것도 모른 채(혹은 알면서도 모른 척) 만화영화 코너 앞에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와우! 그러나
진귀한 로맨스,혹은 망신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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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 Ride 2001년, 감독 존 달 출연 스티브 잔, 폴 워커, 리리 소비에스키, 제시카 보우먼, 스튜어트 스톤 장르 스릴러 (우성)
고물자동차를 사서 집으로 향하던 루이스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사고뭉치 형과 동행하게 된다. 차량용 단파 무선기를 사서 다른 운전자들과 농담을 나누던 형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루이스는 여성의 목소리를 내며 한 남자를 꼬시는 데 성공하고, 모텔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다음날 약속한 모텔의 방에 묵었던 투숙객이 끔찍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된다.
캔디 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