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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방심하던 사이, 미니시리즈 한편이 조용하게 시작했다. ‘시한부생명, 소매치기, 결손가정, 삼각관계, 졸부집 딸과 가난한 청년’. 낡은 설정임을 거침없이 드러내며 시작한 이 드라마는 그러나, 첫회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다. 복잡한 가족사들이 얽혀 있을지언정 질척거리지 않고 꼬여 있는 애정관계에서도 괜히 심각한 척 폼을 잡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보란 듯이 그 낡음이 새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음을 증명하더니 급기야 “뜯어내면 심장마비로 죽어버릴 만큼 너무나 심장에 깊이 박혀”버렸다.
90년대 후반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은 변했으나 드라마는 단순히 “짱냐, 캡숑, 열나” 등의 말투만을 옮겨오는 데 그쳤을 뿐, 변화된 청춘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낸 적이 없다. 하지만 <네멋대로 해라>는 그들의 대화법, 그들의 사고방식, 그들의 세계관을 투명하게 드러내면서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도 소화되지 않고 있었던 새로운 시대의 청년문화를
<네 멋대로 해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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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패배자,그런데 세상은 우리 삶을 혁명이라 하네
그래 죽여주지. 드라마는 그렇게 시작한다. 소매치기 전과 2범, 세상의 떨거지 고복수는 감방생활을 끝내고 나오자 뇌종양임을 선고받는다. 넌 패배자야, 죽어. 세상은 고복수에게 너무도 당연한 듯 죽음을 예고한다. 그리고 죽어가는 남자에게 새 연인을 선사하고, 오랜 연인을 배신하라 부추기며, 결국 아비를 죽음으로 내몬다. 비정한 드라마다. 설정은 눈씻고 찾아봐도 어느 하나 새로울 것이 없다. 불치병, 복잡한 가정환경, 장애를 극복하는 사랑, 삼각관계 애정구도 등 대중드라마라면 응당 지녀야 할 ‘미덕’들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으로 쾌락을 삼는다.
방영 첫주부터 밝혀진 복수의 죽음은 드라마 전체를 무겁게 짓누를 거라 예상하지만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늘 이런 식이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야 할 사랑고백이나, 불치병 선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내뱉어버리고 만다. 복수 역시 세
<네 멋대로 해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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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처럼 엉뚱한 한편 전경만큼 진지한 박성수 감독은 다수의 베스트극장을 거쳐 <햇빛속으로> <맛있는 청혼> 등을 연출했다. 수색의 폐공장터. 복수가 탄 오토바이가 유리창을 향해 날아가는 고난도의 액션신을 찍는 가운데 이루어진 이날 인터뷰는 ‘컷’과 ‘스탠바이’를 신호음 삼아 끊이는 듯 이어졌다.
-처음 아이디어는 감독으로부터 나온 걸로 안다.
=몇 가지 경험과 생각들이 섞여서 나온 거다. 한번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환자가 “혼자 있을 땐 웃는 연습을 한다”고 말하는 것을 봤다. 비슷한 때 스물몇살에 루게릭병을 통지받고 환갑이 넘도록 살아 있는 스티븐 호킹이 “시한부 통고를 받고도 그렇게 슬프거나 괴롭지 않았다. 그저 그간 인생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들었다”고 했다. 또 지난 2월에 베니스에 다녀왔는데 그 말로만 듣던 수상도시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여기도 못 보고 죽는 사람들은 참 불행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든 기억들
<네 멋대로 해라> [3] - 박성수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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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이 친구들, 오늘은 뭐하고 지냈나, 싸우진 않았나, 아프진 않았나, 궁금함에 오늘도 TV 앞에 앉는다. <네 멋대로 해라>에는 영웅이 없다. 대신 친구와 동생, 그리고 이웃이 있다. 복수와 전경과 미래의 안부가 궁금하고 한 기자, 전강, 복수 아버지, 꼬붕이, 양찬석, 우찬석 심지어 정달이의 근황까지 궁금한 것이다. 이는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가와 PD의 몫도 크겠지만 33%는 역할들을 완전히 체화시킨 배우들의 몫이다. 양동근과 복수가, 이나영과 전경이, 공효진과 미래가, 다른 독립된 인물이라 상상하기 힘들다. 이들의 동물적이면서 본능에 가까운 메소드 연기는 드라마를 살린 1등 공신이다. 하여 이 세 배우와 드라마 속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잊을 수 없는 대사를 모았다.
송미래
“니가 뭐하러 소매치길 좋아하냐? 니가 나 같은 년도 아닌데, 뭐하러 걜 좋아하냐? 걔가 잘났냐? 너같이
<네 멋대로 해라> [4] - 캐릭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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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문을 열고 그가 성큼성큼 들어와 마른손을 내민다. 다문 입에 꾸벅 건네는 허리인사나 악수를 청하는 폼이 꼭 전경 같구나, 생각한다. 불쏘시개같이 가는 담배가 재떨이에 쌓여가고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자 이 사람, 미래 같군,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람들이 똘아이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를 할 때면 복수 같기도 하다. 아직 4회 분량이나 대본을 써야 하는 그는 처음에, 방송이 끝난 다음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했고, 몇 주간 전화 끝에 “한 시간, 아니 두 시간만 뺏을게요” 라는 속보이는 거짓말을 믿어주었다. 그때까지는 그 두 시간이 3일간의 동행으로 이어질지 미처 알지 못했다.
“감독과 작가가 같은 박동수로 호흡하는 것 같아요.”
“이데올로기와 정서, 둘 다 통했으니까요.”
인정옥 작가가 박성수 감독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박성수 감독이 스티븐 호킹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불치병에 걸린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했을 때 그의 머리속엔 이미 고
<네 멋대로 해라> [5] - 작가 인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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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짜증나게 사랑스런 드라마다, 쿠쿡∼
민동현/ 영화감독·<지우개 따먹기> <외계로부터의 제19호 계획>
이상타. 좀체 이상타.나란 사람은 말이다. 정말 TV드라마를 안 본다. 아니 정확히 TV를 잘 안 본다. TV가 재미없다거나 뭐 그런 것도 있지만 가뜩이나 집안에서 비생산적 다소비적 인간으로 살고 있는지라 빈둥거리면서 TV 앞에 죽치고 있기가 영 화면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근데 요즘 일주일 내내 난 TV를 기다리면서 살고 있다. 거기다 수요일, 목요일에는 어떠한 저녁 약속도 잡지 않는다(뭐 사실 약속도 그리 많진 않지만…). 내가 그토록 TV 앞에서 움직이질 못하는 것. 그건 바로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 때문이다. 정말 우연히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본 첫회를 시작으로 지금의 16회까지 한회도 빼놓지 않고. 한회당 평균 3회 정도의 반복시청률을 기록하며 열심히 보고 있다. 수요일날 저녁에 본회를 보고나서 바로 다음달 아침이나 오후에
<네 멋대로 해라> [6] - 민동현 · 성기완 · 김정영의 시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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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네마떼끄 떼아뜨르 추는 마릴린 먼로 40주기를 맞아 폭스에서 출시한 디브이디 콜렉션을 상영하는 ‘마릴린 먼로의 밤’을 연다. 30일 밤 12시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 <기인들>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법> 등 세 편, 다음달 6일 밤 12시 <버스 정류장> <뜨거운 것이 좋아> <쇼처럼 즐거운 인생은 없다> 등 세 편을 연달아 상영한다.
● 복합상영관 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시지브이(1544-1122, www.cgv.co.kr,대표 박동호)가 서울 양천구 목동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2층에 스크린 7개의 복합상영관 ‘시지브이목동8’을 30일 개관한다. 시지브이목동8은 개관 기념으로 다음달 1일까지 사흘 동안 <미스터 디즈> <레인 오브 파이어> <로드 투 퍼디션> 등 미개봉작을 포함해 모두 17편을 상영하는 ‘무료 시사회’를 개최한다.
● 복합상영관 체인업체 메가박스 씨네플렉스(
시네마떼끄 떼아뜨르 추 ‘마릴린 먼로의 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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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위원장 김수용·73)가 흔들리고 있다.문제가 불거진 건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에 대한 등급 심의 과정에서다. 영등위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위원장 유수열·63)는 지난달 23일 이 영화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한국 안에 제한상영관이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는다는 것은 개봉을 할 수 없다는 걸 뜻한다. 영화 제작사인 메이필름 쪽은 지난 9일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27일 영등위는 전체회의에서 <죽어도 좋아>에 대해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반발해 지난 28일에는 임정희(45·민예총 지도위원), 박상우(37·게임평론가), 조영각(32·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등위 위원 세 사람이 위원직을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세 사람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사퇴 성명서’를 통해 “심의에 참여한 거의 모든 등급위원이 ‘<죽어도 좋아>는 음란성을 지니지 않은 영
영상물등급위 심의잣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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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키즈 리턴>(1996)을 극장에서 보고 돌아와 잠시 행복했다. 재작년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를 비디오가 아닌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었던 건 서울 동숭동의 하이퍼텍 나다가 개관 두 돌을 맞아 ‘나다 베스트 컬렉션’ 13편을 앙코르 상영한 덕분이었다. 이 행사는 오늘(30일)까지 열린다. 낮 시간임에도 객석이 거의 다 찰 정도로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었다.‘놓친 영화’를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잇따라 마련돼 반갑다. 서울 명동 중앙시네마( www.jacinema.co.kr,02-776-8866)는 다음달 6∼12일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가운데 화제작들을 모아 ‘캐치 미 영화 모음전’을 연다. 이 기획전에서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으나 대형 블록버스터에 눌려 스크린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헤드윅> <워터보이즈> <레퀴엠>을 비롯해,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생활의 발견> &l
화제작 재상영 영화계 발전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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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독립영화의 개봉소식 한 가운데는 ‘인디 스토리’라는 회사가 있다. <우렁각시> <둘 하나 섹스> <사자성어>의 배급회사다. 곽용수 대표는 “한달 새에 배급작이 3편이니, 요즘엔 농담처럼 우리도 어엿한 중견 배급사라 말하고 다닌다”며 웃는다.지난 1998년 설립된 인디스토리는 독립·단편영화 전문배급회사다. 초기엔 단편영화에 대한 인터넷 영화관의 수요가 많았기 때문에 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 2년 정도였어요. 지금 인터넷 사이트야 포르노 외엔 거의 돌아가지 않아요.” 방송도 주요 고객이다. 위성방송뿐 아니라 공중파방송엔 심야시간에나마 단편영화 코너들이 있다. 거기에 한해 100여편의 단편을 국내 또는 해외에 배급하고 있다.“또 어떤 다른 매체가 등장하겠죠. 그럭저럭 버틸 순 있을지 모르겠지만 단편영화만으론 시장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곽 대표는 2년 전 남기웅 감독의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
인디스토리 곽용수 “일반관객들도 재밌게 볼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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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에 대한 반응은 다양할 것이다. 어떤 이는 독립군을 떠올리며 비장한 그 무엇으로, 어떤 이는 영어 ‘인디펜던트’ 혹은 ‘인디’라는 단어로 번역하며 세련된 저항의식과 덜 세련된 작품 수준을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 하긴 독립영화 보기가 어디 쉬운가 죄다 선택받은 놈들이 찧고 까부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탓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독립영화라는 말이 풀풀 풍기는 촌스러움은 또 어떻고.그렇다. 현재의 한국 독립영화는 이런 인상들을 모조리 안고 있다. 대세로 보면 독립영화는 분명 충무로에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있다. 또 아마추어 영화인들의 너저분한 수련 과정의 결과물인 동시에 재주있는 젊은 엘리트 영화인들이 충무로 현장의 빡빡 기는 고생을 피해 만드는 영화이기도 하다. 과거 운동권 인사들 중에 별별 사람이 다 있었고 이후 그보다 더 별별 인종들로 분화되었던 것을 떠올린다면, 독립영화라고 봐 줄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 봐줄 것도 없다. 중요한 것은 현재라는 지점에서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독립영화 장편들 개봉 “일단 봐준뒤 제대로 밞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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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일의 국제영화제인 평양영화제의 문호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지난 87년 9월 창설된 이 영화제는 ‘평양 비동맹영화축전’이라는 정식명칭이 말해주 듯 영화를 통한 비동맹권 국가들간의 협조와 친선 증진에 목적을 두었었다. 따라서 그동안 참가국의 대부분이 비동맹권 국가였다.평양영화제가 개방적인 변화 조짐을 보인것은 지난 2000년 9월에 열린 제7차 때부터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처음으로 비동맹국가가 아닌 일본에 문호를 개방하고 6편의 영화를 초청했다. 이에 따라 야마다 요지(山田洋次.70) 감독의 과 <남자는 괴로워> 등 일본 영화가 평양시내 영화관에서 상영됐다.이같은 변화 양상은 오는 9월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8차 영화제를 계기로 더욱 본격화 되고 있다. 영국, 호주, 독일 등 서구의 여러나라들이 평양영화제에 정식으로 참가하게 됐고 영국의 세계적인 스타 숀 코너리가 초청돼 다소 미흡하지만 국제적인 행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평양영화제 조직위원회 조찬구 부위원장은
개방적으로 변모하는 평양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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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와 <챔피언>의 배우 유오성이 신생영화사 스타후릇(대표 박형준)이 제작하는 「별」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개런티는 4억원으로 한석규가 <이중간첩>에 출연하면서 받은 4억5천만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액수다. 상대 여배우로는 현재 MBC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에 출연중인 박진희가 낙점됐다.
<기막힌 사내들> 조감독 출신 장형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별>은 밤하늘의 별이 맺어준 통신회사 샐러리맨과 여자 수의사의 가슴찡한 사랑과 늙은 의사 부부의 푸근한 사랑을 교차시킨 휴먼 멜로물로 10월 1일 촬영에 들어가 내년 4월께 개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유오성 4억원 받고 영화 <별>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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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개봉 예정인 일본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의 광고와 포스터 문구가 뒤늦게 바뀌는 소동을 빚었다.
영화홍보사 이손필름은 9세 소년이 52세 백수 건달과 함께 엄마를 찾아나선다는 영화 줄거리에 맞춰 ‘엄마 찾아 삼천포’라는 문구를 짓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의 포스터 및 전단 심의까지 마쳤으나 구 삼천포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사천시장의 항의를 받았다. 김수영 사천시장은 지난 23일 이 영화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은 그 어원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늘 우리 지역민을 비하하고 명예를 실추시켜왔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이손필름은 광고와 포스터 및 전단의 문구를 ‘엄마찾기 대작전’으로 교체해 28일부터 사용하고 있다.
이손필름 관계자는 “‘엄마 찾아 삼만리’와 발음도 비슷한데다가 ‘빠진다’는 말 없이 ‘삼천포’라는 지명만 표기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시장이 직접 항의의 글을 올려 고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영화 광고문구 ‘삼천포’에 항의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