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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이 영화의 구조를 그대로 가져다가 로버트 레드퍼드가 감독하고 기네스 팰트로와 재닛 잭슨이 주연했다면? 아마도 뻔한 스포츠영화 이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슈팅 라이크 베컴>의 구조는 가장 쉬운 방식으로 감동을 주는 골격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감동적이다. 누가, 누구의 시점으로 이야기하느냐, 그리고 ‘누구의’ 이야기이냐에 따라 똑같은 구조의 영화라도 오는 감동이 다르다.이 영화를 감독한 영국의 인도계 여성감독인 거린다 차다는 이 작품을 통해 자기자신의 정체성을 가장 일반화하여 보여주었을 뿐이다. 사실상 감독은 많이 타협하고 있다. ‘베컴’은 영국의 가장 평범한 슈퍼스타이고 그를 동경하는 ‘인도소녀’라는 설정 자체가 영국 대중에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이 똑같은 할리우드영화의 ‘쉬운 해피엔딩’과 다른 점은? 다가가겠다는 결심 자체가 문화적 장벽을 뚫으려는 소수자의 정치적 지향성을 안고 있다. 그래서 다르다. 영화가 일종의 정체성의 싸움이기
<슈팅 라이크 베컴>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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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섬이 아니라고? 적어도 <어바웃 어 보이>의 주인공 윌 프리먼(휴 그랜트)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을 낙원의 섬이라고 규정한다. 이 영화는 섣불리 하나의 은유로부터 그와 상반되는 다른 은유로 이행하지는 않는다. 다만 윌의 은유는 약간 수정된다. 윌의 세계는 고도(孤島)에서 군도(群島)로 전환된다. 먼 옛날엔 하나의 산맥에 속해 있었던 서로 다른 산봉우리들이 바다 밑으로 침강해 이루어진 군도. 그러나 여전히 여기서 육지는 배제되어 있다. 영화 초반에 윌에게 자신들 아이의 대부가 돼달라고 부탁했다 거절당한 친구부부- 윌은 “가끔은 육지에 나가봐야 한다”고 말하며 그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은 ‘쿨하게’ 사는 솔로 윌과 애가 딸린 이혼녀들, 그리고 아이들만이 등장하는 <어바웃 어 보이>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상적인’ 가족을 이루고 산다- 는 이 군도의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다. 온전한 하나의 가족을 이룬 이들은 이 파티에 초대받을 자격이 없다. 그렇
로맨틱코미디를 가장한 `관계`의 드라마 <어바웃 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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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마마>라는 제목은 멕시코의 조롱어린 비아냥, “니네 엄마도 마찬가지야”(나 니네 엄마랑도 했어)에서 따왔다. 이것은 알폰소 쿠아론의 상스럽지만 또한 예술적인 코미디에 활기를 돋우는 오이디푸스적 추임새다. 이 영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해변을 찾아 길을 떠난 두 친구의 여정을 그린 코미디다. 그리고 한 열살쯤 많고 훨씬 더 현명한, 불행한 결혼생활에 고통받고 있는 한 여인이 이들 좌충우돌 대마초 중독 청소년들을 동행한다.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는 쿠아론은 이 작품 전에 두편의 문학적인 할리우드영화를 연출한 바 있다. <소공녀>(1995)와 기네스 팰트로, 에단 호크 주연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998)이 그것이다. 이 둘 중 어느 것도, 자신만만하고 준비가 완벽해 보이는 <이투마마>(각본은 쿠아론의 형제인 카를로스가 썼다)로 나아가기 위한 전 단계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고향에서 매우 환대받았고
멕시코산 `상스러운` 예술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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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사(心性史)라는 것이 역사학의 한 분과나 방법론으로서 버젓한 걸 보면, 특정한 시대에 대응하는 사람의 심성이라는 게 정말 있는지도 모른다.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이라는 책이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있는 에피소드들을 믿자면, 대혁명 이전에 살았던 프랑스인들의 심성은 지금 사람들과 크게 달랐던 모양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연애 감정의 무늬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다. 중세의 연애는, 중세를 살아보지 않았으니 그 시기의 문학 작품들로 미뤄 짐작하자면, 근대 이후의, 라고 말하는 것도 근대 이후의 모든 연애를 탐색해보아서가 아니라 이 시대의 문학 작품들로 미뤄 짐작하는 것이지만, 연애보다 훨씬 격렬했던 것 같다.나는 지금 섹스의 격렬함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섹스가 묘사되지 않은 작품들에서도 수백년 전의 사랑은 격렬하다. 예컨대 스페인의 전설적 영웅 엘시드의 무용(武勇)과 사랑을 그린 코르네유의 비극 <르시드>나
아저씨,<연애소설>을 보고 젊은이들의 사랑과 죽음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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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나 영국 등을 처음 찾아갔을 때 가장 먼저 혼란을 느끼는 것이 교통체제이다. 우리가 ‘사람은 좌측통행, 자동차는 우측통행’인 데 반해 이 나라들은 ‘자동차가 좌측통행, 사람이 우측통행’이다. ‘뭐, 그게 큰 문제일까’ 싶지만, 자동차 진행방향은 물론이고 자동차 핸들의 위치에서 지하철 계단의 통행방향, 심지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에서 급한 사람을 위해 비워줘야 하는 방향도 우리와 반대이다. 초보 여행자의 경우에는 버스 정류장의 노선을 거꾸로 보거나 에스컬레이터에서 괜히 다른 사람들의 길을 막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단순히 진행방향이 바뀐 것뿐이지만, 몸에 밴 사회적 습관과 관행이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게도 일정한 관행과 관습이 있다. 주인공의 모습은 대게 이러이러해야 하고, 조연이나 악역은 또 이러이러하다는 암묵적인 동의와 기대이다. TV를 오랫동안 본 경험이 축적되면서 형성된 이 관행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입장에선 일종의 ‘체크리스트’로 작
상투적인 캐릭터 대결구도의 드라마 <라이벌> <내사랑 팥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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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연도 2002년광고주 롯데리아 제품명 크랩버거 대행사 대홍기획광고는 해당 제품의 속성을 닮아가는 것 같다. 특히 패스트푸드 CF가 그렇다. 방방곡곡에 한집 건너 자리를 잡은 패스트푸드점은 부담없이 놀러갈 수 있는 친숙한 장소가 된 지 오래다. 게다가 기특하게도 자주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혹시라도 ‘그 나물에 그 밥상’이라며 물려할까봐 끊임없이 새 메뉴와 다채로운 할인서비스로 새로움을 안겨준다. 패스트푸드 광고도 사시사철 브라운관 곳곳을 누비며 소비자의 사정권에서 아른거린다. 또 계속해서 소재 교체를 시도하며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을 속삭인다. 패스트푸드의 기본이 신속과 간편인 것 처럼 패스트푸드 CF도 가볍게 웃고 즐기는, 지극히 ‘킬링 타임’용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때문에 늘 재밌기는 하되 눈을 부릅 떠 주목할 거리가 드문 것도 사실이다.그런데 맥도날드 광고와 더불어 패스트푸드 광고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롯데리아 CF가 모처럼 홈런포를 날렸다. 요즘 장안에
실버모델의 파워 돋보이는 롯데리아 크랩버거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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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프라가 미비한 광양 지역주민을 위해 포스코가 추석 연휴기간에 제철소내 아트홀을 개방한다.포스코는 추석 연휴기간에도 근무해야하는 교대근무 직원과 지역주민을 위해 오는 17~24일 광양제철소내 백운아트홀에서 코미디 가족영화 <워터보이스>를 무료로 상영할 계획이다. 일본 영화인 <워터보이스>는 남자 고교생들이 수중발레(싱크로나이즈)팀을 구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멋진 공연을 펼친다는 내용으로 가족 영화로 관심을 모은 영화다. 추석 연휴에 근무해야 하는 교대근무 직원들의 씁쓸한 기분을 날려버리고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귀성객의 여가를 즐겁게 해주기에는 안성맞춤이다.포스코는 추석 당일인 21일과 22일에는 하루 두 차례, 나머지 17~20일과 23~24일에는 하루 세 차례 상영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직원과 지역주민으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광양은 인근의 여수, 순천에 비해서도 극장, 전시장 등 문화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에 백운
‘제철소에 영화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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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방아쇠> 촬영현장인 사자평을 처음 둘러본 주진모씨는 자갈길을 내려오며 현장을 본 소감을 묻자 “군대 입대를 앞둔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감독이 주씨의 염장을 지른다. “(염소 치는 막사에) 군불 때면 뜨뜻하고 아주 좋아. 장작 때서 큰 가마솥에 물 끓여서 아침에 세수도 하고.” “우리가 이제 그렇게 생활해야 하나요” “거, 군인이란 게 그렇지 뭐.”
출연진들과 함께 다음주 월요일부터 2박3일의 군사교육이 예정돼 있는 주씨는 김성수 감독의 <무사>를 찍으며 이미 산전수전에 사막전까지 치러본 만만찮은 내공의 소유자다. 벌써 어떻게 촬영에 임해야 할지 머리 속에 계획이 서있는 듯했다. “딱 보니까 느낌이 있어요. 뭘 준비해 들어와야 할지. 가령 전기도 안 들어오니 각자 개인 손전등은 필수일 테고.”
그에게 감독이 요구한 건 두 가지다. “지금 내 몸무게가 70kg대인데 7kg을 빼래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고 소식하고 있죠. 감독님
주진모, “군 입대 앞둔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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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떼끄 떼아뜨르 추는 17∼18일 9월의 디브이디 기획 감독전으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초기작 세 편을 상영한다. 상영작은 <영광의 길>(1957), <킬러스 키스>(1955), <킬링>(1956) 등이다. (02)325-5574 .■영화진흥위원회는 오는 23~27일 독립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 신청을 받는다. 선정된 작품은 총제작비 50%의 한도 내에서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받는다. (02)958-7574.■한국농아인협회는 14일 오후 1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장애인과 함께 영화보는 날 행사를 갖는다. <달마야 놀자>(12살 이상 관람가)를 상영하며 한글자막·화면해설과 함께 수화통역사와 자원봉사자들이 관람을 돕는다. (02)871-4405.■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가 내달 8일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최할 시퓨영상제 페스티벌에 출품할 작품을 모집한다. 모집대상은 각 대학 신문방송학과 및 관련학과 학생들과, 서울과 수도권 지역 고등
[단신]스탠리 큐브릭 초기작 상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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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 7번째 피해자 발생’과 ‘서울 올림픽 D-10일’. 이런 기사가 한 지면에 실리던 때가 있었다. 정권이 경찰 대부분을 시위진압 현장에 투입할 때,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화성주민들은 언제 자신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절망하고 있었다.
“그런 신문을 보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부조리 아닌가.”
봉준호 감독은 말했다. 최근 제작발표회를 가진 <살인의 추억>은 우리 기억 속에 몇몇 뉴스 화면으로만 정지된 채 남아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렇다면 스릴러 하지만 <플란더스의 개>(2000)에서 참을 수 없는 진지함에서도 엉뚱한 웃음을 보여줬던 봉 감독이라면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 같은 매끈한 스릴러를 상상하긴 힘들다.
그가 카메라를 갖다댈 사람들은 화성사건에 투입된 형사들이다. 송강호씨가 맡을 토박이 형사 박두만은 사건이 나면 동네 양아치부터 집합시켜 윽박지른 뒤 ‘감’으로 수사하는 인물. 첫
봉준호, “<살인의 추억>은 말하자면 ‘농촌스릴러’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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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의 <무사>가 <사막의 공주>란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개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28일 파리 등 주요 도시 144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주일만에 10만의 관객을 불러모아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했다. 이는 그보다 한 주 전에 프랑스에서 개봉한 홍콩 저우싱츠(주성치) 감독의 <소림축구>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한 데 이어 나온 성적이다. 두 영화의 잇단 흥행 성공으로 프랑스에선 아시아 영화의 붐이 일고 있다.
제작사 쪽은 국내 개봉 당시 남성적 성격이 강했던 이 작품을 프랑스에서 개봉할 때 홍콩 스타 장쯔이를 전면에 내세워 <사막의 공주>로 제목을 바꾼 게 흥행 성공을 도왔다고 보고 있다.
이상수 기자
<무사> 프랑스 개봉 1주만에 10만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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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1: 지난 6월21일 일본의 시즈오카 월드컵경기장. 브라질이 잉글랜드를 꺾고 8강에 오르자, 관중석을 가득 메웠던 일본의 잉글랜드 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일본의 탈락에 이어 제2의 홈팀이라고 불리던 잉글랜드마저 탈락한 것이 충격인 이들도 있었지만, 상당수 특히 여성팬들은 더이상 데이비드 베컴을 볼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 신문은 그 광경을 ‘경기장 바깥은 데이비드 베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려는 일본 여성들의 탄식이 뒤섞여 더욱 소란스러웠다. 베컴은 풀 죽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고 이때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4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베카무, 간바레’(베컴, 힘내라)라며 하얀 손수건을 흔들다 끝내 목이 메어 땅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며 타전하기도 했다.에피소드2: 평소 축구와 축구선수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와이프를 둔 칼럼니스트 이모씨는, 지난 6월 중순 어느 날 와이프로부터 20여장의 사진 파일이 첨부된 이메
<슈팅 라이크 베컴>의 소재가 된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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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흥미를 끄는 좋은 미끼다. 홈페이지에 방문자가 머무는 시간을 늘리고 이벤트와 연결을 시키면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도둑맞곤 못살아> 홈페이지는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아예 방문하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Game Top 5’ 순위 명단을 두었다. 게임참가자의 실명과 점수가 나와 있어 아무리 게임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영화정보나 아벤트를 모두 제쳐놓고 일단 게임에 뛰어들게 만든다. 그런데 이 게임이 만만치 않다. 10분은 매달려야 겨우 감을 잡을 정도다. 이쯤에서 기록 세우기 대신에 영화가 궁금해진다. 도둑으로 나오는 소지섭의 도구인 요요를 본뜬 메뉴아이콘이 포인트다. 게임과 이벤트가 현란한 반면 프로덕션 노트나 시놉시스는 간략하게 전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항목을 잘게 나누는 쪽을 택했다. 메이킹필름은 액션장면이 많은 영화답게 배우들이 얼마나 몸을 사리지 않고 연기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소지섭이 요요를 다루는 장면을 10여 차례나 다시 찍는 등
<도둑맞곤 못살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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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출시된 온라인 게임들이 그렇게 많아도 ‘성인용’을 지향하는 경우는 드물다. ‘18세 이상 사용가’라는 딱지가 붙은 게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업체의 의도라기보다는 심의결과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작왕>의 경우, 등급 분류 결과 ‘18세 이상 사용가’가 나오자 한동안 국내 최초의 성인용 게임으로 본격 성인용 온라인 게임을 보여주겠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한달도 채 안 되어 내용을 전부 수정하고 재심의를 받아 청소년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되었다. 성인용 온라인 게임을 만들지 않는 건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제작사 역시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주요 구매자가 청소년인 현실에서 성인용 게임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획 내용과 의도가 어쨌건, 게임 속 표현이 어쨌건 상관없이 무조건 청소년 이용가 등급을 받으려고 노력한다.하지만 의외로 유료화된 온라인 게임 유저의 70% 이상이 20대 이상의 성인이다. 무료 베타 서비스 때는 물론
허리 아래만 어른인가? 성인용 게임 시대의 도래